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536
535화
“으음…. 저 정도면 거의 H라고 봐도 무방하겠는데요.”
강신은 선두를 맡은 심석현이 빠르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터렛이 나오기 전부터 들고 있는 소총의 방향을 잡고 방아쇠를 당겼다.
그렇게 터렛들을 처리하는 모습은 가히 신들렸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모습이었다.
조금이라도 긴장을 늦추면 위험한 상황인데도 그는 변태 같은 미소를 지으며 단 한 번도 실수하지 않고 터렛을 모조리 부쉈다.
이 정도로 예리한 직감이라면 재능의 영역에 들어섰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비정상적인 반응속도였다.
“뭐, 사실 심대리를 H로 등록하려고 하긴 했었죠.”
이순자는 앞장서고 있는 사고뭉치를 보고 그때를 떠올리며 길게 한숨을 내뱉었다.
심석현의 직감은 이순자가 봐도 이상할 정도로 예리했다.
팀원 관리는 팀장의 일의 연장이었으니, 그녀는 심석현에게 일반 현장 요원보다 더 좋은 자리인 H로 등록시켜주려고 했다.
하지만….
“심대리가 직접 거절했습니다.”
“네? 왜요?”
강신은 쉽게 이해할 수가 없었다.
물론 회사에서 현장 요원의 취급은 나쁘지 않았다.
다만, 그 이상으로 H라는 존재들의 취급이 좋을 뿐이었다.
아무리 하찮은 재능을 가진 H라도 일반 현장 요원만큼 대접을 받으니, 심석현이 가지고 있는 재능이 제대로 인정만 받았다면 그는 지금보다 몇 배는 더 좋은 대접을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심 대리는 H가 되면 지금처럼 쉽게 현장에 나올 수 없다는 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H라고 현장에 나가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지금 강신이 현장에 나온 것처럼 H들도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현장에 나올 수 있었다.
하지만 성신은 H들을 애지중지했고, 그들이 위험한 일을 할 때는 그 절차가 까다로웠다.
“현장에 나가는 절차가 까다로워서 H 자리를 거절한다고요? 아니, 진짜 그게 무슨….”
송기덕도 이 이야기는 처음 들었던 것인지, 어이없어했지만 앞장서는 심석현의 표정을 보고는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저건 광기야….’
송기덕은 실제로 살면서 가끔 미친 사람을 마주하는 경우가 있었다.
U.M.A와 관련된 일을 하다 보면 의외로 그런 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심석현을 보자, 그런 이들이 가진 광기는 가짜라고 느껴질 만큼 그의 광기는 진짜였다.
“뭐…. 선두로서 역할이 확실하니까…. 내버려 두고 있긴 하지만, 팀장인 제가 봐도 심 대리는 제정신이 아니긴 하죠.”
그녀의 말을 들은 3팀 팀원들은 미리 짜둔 것처럼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 부장님 말대로 맡겨진 일만 잘하면 되죠.”
강신은 애써 심석현의 미소를 못 본 척 묵묵하게 그가 뚫은 길을 따라 걸었다.
그렇게 얼마나 이동했을까, 심석현은 자신이 맡은 임무를 훌륭하게 수행했고 그들은 입구가 여러 개인 금속으로 만든 콜로세움과 비슷한 장소에 도착했다.
그리고 강신과 일행들이 도착한 콜로세움에는 치열한 전투 흔적들이 남아 있었다.
“이곳에서 대규모 전투가 일어났나 보군요.”
콜로세움에는 여기까지 오면서 봤던 수많은 그을음이 있었고 벽면과 지면에는 날카로운 것에 베인 듯한 흔적들과 폭발 흔적까지 남아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인간의 신체 일부로 보이는 것들과 그들이 가지고 왔을 장비들 또한 바닥에 아무렇지 않게 굴러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종종 파손된 기계 장치 일부로 보이는 것들이 완벽하게 부서져 아무렇게나 흩뿌려져 있었다.
“이건 터렛의 부품으로 보이지 않는군요.”
기계 잔해를 확인한 강신이 중얼거렸다.
강신이 확인한 잔해 속에서는 터렛의 크기라고 볼 수 없는 커다란 부품이 보였다.
“존 멕커니가 봤다고 했던 이곳의 방위를 담당하는 로봇의 잔해라고 보는 게 좋을까요?”
“그렇게 생각하는 게 좋겠죠.”
그렇게 대답한 강신은 살짝 거부감이 들긴 했지만, 애써 평정심을 유지하며 절단면이 깔끔한 신체 일부를 들어보았다.
“또 도프인가….”
이쯤 되니, 바보가 아닌 이상 도프가 복수를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자신들만으로 해결하지 못해서 U.M.A 국제회의를 끌어들인 것일 수도 있겠지.’
강신이 잠시 고민하는 동안 가장 앞에서 경계하던 심석현이 다급하게 외쳤다.
“모두 전투 준비!”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강신처럼 주변을 수색하던 요원들이 곧장 정해진 대열을 갖추었다.
그러자 여러 개의 입구에서 대략 1m 크기의 기계로 이루어진 공들이 굴러서 콜로세움 안으로 들어왔다.
그게 무엇인지 알지 못했지만, 이곳이 적진이라는 것을 잊지 않은 요원들은 렙틸리언이 만든 물건으로 판단하고 그대로 소총의 방아쇠를 당겨댔다.
타다다당-!
일반적인 탄환이라면 기계공을 파괴할 수 없었을지도 모르지만, 현재 요원들이 사용하는 탄환은 철갑탄을 개조한 것이었다.
일반적인 방법으로 뚫을 수 없는 U.M.A 가죽을 뚫기 위해 만들어진 탄이었다.
그런 가죽을 뚫는 탄을 맞은 기계공들이 버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티딩!
콰직, 콰직!
수많은 탄환 세례가 쏟아지자 갑자기 등장한 기계공들의 몸에는 구멍이 생겨나고, 스파크가 튀며 작동이 중지되었다.
그렇게 수십 개의 공이 집중된 화력에 너무 쉽게 제압되자, 오히려 강신은 인상을 찌푸렸다.
“이상한데….”
저 기계공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렙틸리언이 제조했다는 것은 분명했다.
그런 물건이 이렇게 쉽게 망가지다니, 뭔가 위화감이 들었다.
‘터렛이야, 기습용으로 제작되어 내구성이 약한 것일 수도 있지만 저건 분명 방위용으로 만든 물건일 텐데….’
주변의 전투 흔적을 보면 저렇게 쉽게 파괴되는 기계 장치에 수많은 이들이 당했다는 것인데, 강신은 그걸 이해할 수 없었다.
성신에서 만든 장비가 뛰어나긴 하지만 다른 기업들이 사용하는 물건들도 그에 못지않은 것들이 많았다.
심지어 다른 기업의 요원들도 엄연히 전장을 누비는 베테랑들이었다.
‘그런 이들이 고작 이런 적들에게 고전했다고? 절대 그럴 리가 없어. 뭔가가 더 있을 거야.’
생각을 마친 강신은 이순자에게 말했다.
“이 부장님, 경계를 풀지 말아 주세요.”
“알았어요.”
그런 강신의 생각이 옳았던 것일까.
다시금 다른 입구에서 조금 다르게 생긴 기계공들이 굴러왔다.
요원들은 강신의 외침으로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었기에 공이 굴러오자마자 다시금 소총의 방아쇠를 당겼다.
하지만 결과는 조금 전과 전혀 달랐다.
타다다다당-!
퍼버버벙!
요원들이 사용한 특수 탄환이 기계공의 외피에 부딪히자, 작은 폭발이 일어났다.
그것을 본 송기덕이 깜짝 놀라서 말했다.
“반응 장갑이라고?”
보통 전차에서 사용하는 장갑으로 장갑 내부에 TNT 같은 화약을 설치해 외부 충격을 받으면 폭발해 그 충격을 상쇄시키는 장비였다.
인간도 보유하고 있는 기술이었지만 송기덕이 놀란 부분은 다른 곳에 있었다.
인간이 보유한 내부에 있는 TNT가 터지면서 방어하는 특수 장갑은 당연히 한번 사용하면 장갑을 교체할 때까지 사용하지 못하는 게 보통이었다.
애초에 전차를 부수기 위해 사용하는 대전차 화기를 막기 위한 장갑이었으니, 사용횟수가 많지 않아도 괜찮았다.
하지만 기계공이 가진 반응 장갑은 전차보다 소형화되어 있으며 한번 작동한 장갑들이 똑같은 곳에 탄환이 박혀도 몇 번이고 작동했다.
일반 상식으로는 저게 가능할 리 없었다.
교체형 화약을 넣는다고 해도 자칫 다른 충격으로 한꺼번에 폭발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기계공들의 반응 장갑은 안정적이었다.
기계공들이 작은 폭발을 만들며 끝끝내, 콜로세움 내부까지 들어왔다.
내부에 기계공들이 들어오자 갑자기 몸통에서 뾰족한 6개의 다리와 좌우측에 화기처럼 생긴 무기들을 뽑아 강신과 일행들에게 겨누었다.
“헉….!”
“피해!”
당황한 요원들이 다급하게 외쳤다.
절체절명의 순간 가장 먼저 움직인 것은 강신이었다.
강신은 본능이 시키는 대로, 요원들의 외침대로 피하지 않고 엄지로 파지하고 있는 소총의 조정관을 연발로 돌렸다.
그리고 기계공이 막 뽑아낸 6개의 다리가 있는 곳들을 노려 그대로 방아쇠를 당기며 쭉 긁어버렸다.
드르르륵-!
다른 이들의 소총과 다르게 소음기를 장착해두어서인지 그리 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위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디디딩-!
많은 탄환이 지면에 부딪히며 불꽃이 튀었지만, 그래도 강신이 노렸던 다리들을 명중시킬 수 있었다.
다행히도 몸속에서 꺼낸 다리엔 따로 반응 장갑이 설치되어 있지 않았고, 적중된 탄환들은 다리를 박살 내는 것에 부족함이 없었다.
윙-! 윙-!
뭔가 울리는 소리와 함께, 빛덩어리들이 사방으로 난사되었다.
다리가 박살 나 중심을 잃은 기계공들은 엉뚱한 곳을 사격했고, 일행 중 그 빛덩어리에 맞은 이는 없었다.
하지만 1차 공격을 막았다고 해서 끝나는 일이 아니었다.
기계공들은 파괴되지 않은 다리들로 중심을 잡고는 다시 강신과 일행들을 노리려고 했다.
‘움직임이 빨라!’
강신은 서둘러 두 번째 공격을 막기 위해 다시금 다리를 노리려 했지만, 그보다 먼저 기계공들에게 달려든 이가 있었다.
“합!!”
기합과 함께 기계공들에게 달려든 이는 바로 심석현이었다.
그는 일행들과 비교했을 때, 기계공과 가까운 위치에 있었다.
그리고 총기류 무기가 통하지 않는다는 걸 파악하자마자, 소총에서 손을 떼고 허리춤에 걸려 있던 일본도를 잡고 기계공을 향해 뛰쳐나갔다.
그리고는 그대로 빠르게 발도했다.
그가 노린 곳은 강신이 파괴하고 남은 다리들이었다.
인간이 만든 반응 장갑은 일정 충격이 가해지면 작동하는 형식이었지만, 렙틸리언이 만든 장갑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었기에 이미 검증된 약점을 노린 것이었다.
스거걱!
그의 일본도가 기계공의 남은 다리를 가르고 지나갔다.
그가 지닌 일본도는 여러 커스텀을 거쳐 절삭력을 극한으로 끓어 올린 장비였기에 다리를 자르는 게 가능했다.
그의 판단은 그리 나쁘지 않았지만, 결과가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윙-! 윙-!
“으악!!”
“피해!”
다리를 잃은 기계공들이 굴러다니며 빛덩어리들을 사방으로 쏘아댔기 때문이었다.
눈먼 공격에 적중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에서 강신은 일행들을 지키기 위해 움직였다.
그는 세 명의 요원이 들고 온 문의 파편으로 다가갔다.
‘이거라면 눈먼 공격 정도는 막아 주겠지.’
강신이 요원들에게서 문의 파편을 빼앗듯이 들었다.
체력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세 명이 들고 있었지만, 혼자서도 못들 무게는 아니었다.
그리고 애초에 강신은 혼자서 이 문의 파편을 들 생각이 없었다.
“초코야!”
-멍!
강신이 초코를 부르자, 초코가 강신이 든 문의 파편을 함께 들어주었다.
그렇게 강신은 문의 파편을 들고 빛을 사방으로 뿌리는 기계공들과 일행들이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심 대리까지는 무리야.’
이미 기계공과 딱 붙어 있었기에 그를 지킬 수는 없었다.
강신은 동료들을 위해 중간에서 문의 파편을 방패처럼 세웠고, 초코가 그림자를 이용해 문의 파편이 흔들리지 않게 지탱해 주었다.
그렇게 기계공들이 뿌리는 빛들이 문의 파편에 적중했다.
기계공들이 쏘아대는 광자 무기들은 빛뿐만 아니라 다른 물질이 섞여 있는지, 문의 파편에 충격이 가해졌다.
펑-! 펑-!
문의 파편에 맞은 빛들이 흩날리며 불꽃놀이처럼 아름답게 퍼졌다.
“크윽….”
생각보다 강한 충격에 강신이 살짝 당황했지만, 자신이 문의 파편을 놓치면 뒤에 있는 일행들이 위험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굳건하게 버텨냈다.
빛들이 날아오길 얼마나 지났을까, 어느 순간 공격이 멈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