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535
534화
언제나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살 수 없다는 건 어린아이도 아는 사실이었다.
스스로 위험을 자진한 심석현도 그 말에는 깊게 공감하고 있었다.
그가 항상 선두에 서서 위험을 자진하는 건, 자신이 그 대단한 성신 요원들을 앞에서 이끈다는 묘한 쾌감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상황이 달랐다.
검증의 영역이었다.
그것도 목숨을 걸어야 하는….
아무리 나서는 걸 좋아한다고 해도 심석현은 목숨까지 걸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도 앞서 말했듯이, 사람은 언제나 하고 싶은 일만 할 순 없는 노릇이었다.
심석현은 강신의 입에서 검증과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이라는 이야기가 나오자, 다른 동료들의 시선이 자신을 향하는 걸 깨닫고는 강한 압박감을 받아야 했다.
그런 일행들의 시선에 눈을 돌리고 싶었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동료들이 생각하는 심석현은 자신의 목숨보다 동료의 안위를 생각하는 용감한 요원으로, 항상 일행들의 선두를 지켜주는 든든한 요원이었으니까.
‘내가 나서지 않으면 그동안 만들어 둔 동료들의 신뢰가 깨질 거야…. 그러면 팀장님은 앞으로 현장에서 선두를 다른 요원에게 맡길지도 몰라. 그건 안돼….’
그래서 그는 동료들의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 자신이 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음….”
강신은 갑자기 끼어든 심석현을 보며 조금 당혹스러워했다.
그가 갑자기 나서서 목숨을 걸겠다고 한 것에 당황한 것은 아니었다.
그를 보는 다른 요원들의 시선이 마치 사고뭉치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뭐지? 왜?’
어째서 요원들은 스스로 위험을 감수하겠다는 숭고한 의지를 품은 동료를 그런 눈으로 보는 것일까,
강신은 쉽게 이해할 수 없었다.
“그게…. 심대리가 관종끼에 살짝 망상병도 있고, 조금 변태 같은 취향이 있어서 그럽니다.”
송기덕이 다가와 조용히 강신에게만 들릴 정도로 작게 속삭였다.
심석현은 자신이 동료들에게 엄청나게 신뢰를 받아서 선두에 설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그건 그만의 착각이었다.
동료들은 그를 나사가 하나 빠진 미친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항상 선두에서 일행을 이끌며 쾌감에 중독된 것 같은 기괴한 미소를 종종 보이니, 그런 취급은 어찌보면 당연했다.
마치 정신병이 있는듯한 행동을 하지만, 의외로 정신 감정에서는 언제나 정상이 나왔다.
그리고 심재현은 척후로써 능력이 매우 뛰어났기에 아무 말하지 않고 그냥 내버려 두었을 뿐이다.
지금도 요원들이 그를 바라본 진짜 이유는 뭔가 나서는 걸 좋아하는 그가 이곳에서도 그런 행동을 할까 봐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낸 것이었다.
“제가…. 제가 꼭 하고 싶습니다! 저에게 맡겨주십시오!”
저렇게까지 박력 있게 하고 싶다고 말하니, 그를 말릴 순 없었다.
“……하고 싶다면 하셔야죠. 그렇게 하세요.”
강신의 허락이 떨어지자, 스스로는 하기 싫은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다르게 그의 입가에는 소름 끼치는 미소가 걸렸다.
그 미소를 본 강신은 자기도 모르게 등골이 오싹해져 한 발짝 뒤로 물러서야 했다.
“제가 그랬잖아요.”
“그래도 저 정도일 줄은….”
그렇게 모든 정비를 끝내고 강신과 일행들은 검증을 위해서 각기 다른 크기로 잘린 문의 파편을 챙겼다.
가장 작은 파편은 한사람이 들어도 충분했지만 거대한 파편은 다섯이 들어도 조금 힘들 정도로 무거웠다.
하지만, 요원들은 불만 없이 무거운 문의 파편을 짊어졌다.
그렇게 그들은 가장 거대한 문이 있었던 통로로 진입했다.
“언제 어떻게 튀어나올지 모르니, 항상 파편으로 몸을 가려주세요.”
강신이 심석현에게 주의를 시키자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알겠습니다.”
그는 아무 걱정하지 말라는 듯이 대답했지만, 그의 입가에 그려진 소름 끼치는 미소 때문인지 영 믿음직스럽지 않았다.
‘그래도 이 부장님이 척후로서 능력은 따라올 자가 없다고 했으니까….’
지금은 그를 믿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심석현이 가장 작은 문의 파편을 들고 일행들과 멀찍이 거리를 벌려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뜬금없지만 척후의 재능이란 무엇일까,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시야?
적에게 들키지 않을 정도로 옅은 존재감?
아니면, 재빠른 몸놀림?
모두 중요한 능력이지만, 강신은 척후의 진정한 재능은 빠른 판단과 날카로운 직감이라고 생각했다.
특히 날카로운 직감은 척후에 있어서 필수에 가까운 능력이었다.
아무리 존재감이 옅고 빠르며 잘 본다고 해도 자신이 본 것들을 본대에 알리지 못하면 척후의 임무는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척후라는 것은 적진 한복판에서 최소한의 정보를 가지고 활동하기에 생존율이 극히 낮았다.
그러니, 위험한 지대를 피하거나, 갑자기 날아오는 기습을 막는 직감이 가장 중요한 것이다.
믿음직하지 못했던 모습이었지만, 이순자가 말했던 대로 심석현의 척후로서의 능력은 인정해야 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지금 일어난 상황에서 아무런 대처도 하지 못했을 테니까.
타다당!
아무런 전조도 없이 벽면에서 튀어나온 터렛이 심석현이 쏜 특수 탄환으로 인해 순식간에 벌집이 되어 파괴됐다.
마치 그 벽면에서 터렛이 튀어나오리란 걸 알고 있는 듯한 번개 같은 움직임이었다.
평소라면 감탄했겠지만, 지금은 차마 그를 칭찬할 수 없었다.
“음…. 심 대리, 지금 우리는 파편으로 터렛의 공격을 막을 수 있는지 검증을 해야…….”
송기덕이 말하자, 그가 아차 하는 표정을 지었다.
“아…. 맞다. 죄송합니다. 저도 모르게 몸이 먼저 움직여서 그만…. 다음에는 제대로 하겠습니다.”
다음 기회는 금방 찾아왔다.
다시금 벽면에서 터렛이 튀어나왔다.
심석현은 터렛이 뭔가 하기 전에 이미 문의 파편을 터렛쪽으로 들어 올렸다.
다시금 재빠른 행동에 감탄이 나왔지만 정작 놀라야 할 일은 그다음이었다.
“으음….”
터렛이 문의 파편에 빛을 뿌리기도 전에 심석현은 들고 있던 파편을 그대로 놓고는 몸을 뒤로 빼냈다.
갑자기 겁이 나서가 아니었다.
이제까지 자신의 신뢰를 저버린 적이 없던 직감이 그에게 위험하다는 경고를 날렸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런 그의 직감은 다시금 그의 목숨을 구해 주었다.
지이잉-!
다른 때와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터렛에서 한 줄기의 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 모습을 본 이순자가 당황해 소리쳤다.
“열선!?”
이전까지 들었던 것과 전혀 다른 공격 방식이었다.
터렛에서 발사된 빛줄기는 방금까지 심석현이 들고 있었던 문의 파편을 두 동강 내버리는 걸로 모자라 바닥에 긴 상흔을 만들었다.
몸을 피했던 심석현은 다급하게 들고 있던 소총의 방아쇠를 당겼다.
타다당-!
콰지직!
특수 탄환에 맞은 터렛이 망가지자, 그 모습을 지켜보던 강신과 일행들은 모두 아무 말도 잇지 못했다.
‘위험했어.’
그래, 정말로 위험했다.
방금 상황은 심석현의 직감이 아니었다면 치명상을 입었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계획을 다시 세워야겠네요.”
강신은 바닥의 상흔을 보며 또다시 동료를 죽음으로 내몰뻔했다는 죄책감에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강신과 일행들은 그곳에서 잠시 멈추고 방금 있었던 일에 의견을 나누었다.
“존 멕커니가 말했던 병기는 분명 이런 종류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애초에 이전에도 이런 무기가 사용되었다면 저렇게 흔적을 남겼을 테죠. 우리가 이곳까지 오면서 본 절단 흔적은 대부분 문이나 터렛 같은 기계 쪽에 생긴 흔적뿐이었죠.”
보안을 지키는 기계가 보안을 지키는 다른 장치들을 망가트릴 일은 없으니, 그 흔적은 분명 인간이 낸 것일 터였다.
그러니, 이제까지 저런 무기는 사용되지 않았다고 봐야 했다.
다른 일행들도 강신의 의견에 동의하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 이제 와서 처음 보는 무기라니, 곤란하군요.”
“그러게나 말입니다. 중요한 시설이라 방위 등급이 높아져서 그런 걸까요?”
이순자와 송기덕이 말하자 강신은 부정하듯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만약 그 말대로라면 저 앞쪽에 이미 지나간 흔적에도 이런 상흔이 남아 있어야 합니다.”
이곳으로 향하면서 몇 번이고 봤던 인체 모양의 그을음이 상흔을 만든 터렛보다 뒤쪽에 있었다.
어쩌면 이곳에서 처음 사용되었을지도 모를 무기 체계였다.
‘그렇다면 어째서 지금일까….’
성신 요원들이 위협적이라서?
‘그건 아니겠지.’
여기까지 오면서 제대로 된 전투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처음 이곳에 들어와 문을 가르고, 길을 만든 이들이 더 위협적이었을 것이다.
‘우리와 다른 사람들이 다른 것이 뭐지?’
생각보다 결론은 간단하게 나왔다.
“아무래도 상대의 장비 상태에 맞추어 장비가 바뀐다고 봐야겠네요.”
다른 이들과 다르게 현재 성신은 광자 무기를 막기 위해 문의 파편을 들고 있었다.
그것을 인식한 터렛이 들고 있는 문의 파편을 파괴할 무기를 사용했다고 생각하면 앞뒤가 들어맞았다.
문제를 알아냈지만, 그렇다고 해서 문제의 원인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들이 들고 온 문의 파편이 무용지물이라는 걸 알게 되었으니, 적의 공격을 막을 수 있는 수단은 없다고 봐야 했다.
이순자가 아미를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흐음…. 그럼 어떻게 할까요?”
렙틸리언이 만든 무기들은 그들이 입고 있는 보호 장비가 일반 옷으로 느껴질 만큼 하나 같이 위험했다.
‘위험성을 줄여야 해, 어떻게?’
터렛이 나타나는 위치는 무작위였으며 전혀 예측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 터렛이 가진 무기는 탄환보다 빠른 광자였으니, 피하기도 어려웠다.
‘심 대리님처럼 예측해서 피하는 것이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이곳에 있는 이들은 수많은 사선을 넘은 이들이었기에 심석현만큼은 아니어도 그와 비슷하게는 따라 할 능력이 있는 이들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한두 번일 것이다.
조금이라도 늦는 순간 그들은 저기 있는 그을음 중 하나가 될 터였다.
“어렵게 됐네요.”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분명 렙틸리언은 인간보다 더 뛰어난 기술력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준비가 부족했던 것도 아니었다.
다만, 그런 준비가 무색할 정도로 이곳의 방비가 더 잘되어 있었을 뿐….
‘애초에 이곳에 있는 전자 장치는 작동되는데, 침입자의 장치만 쓰지 못하게 막는 것부터 말도 안 되는 일이지….’
다시 생각해보자니, 이건 진짜 반칙에 가까웠다.
그렇다고 해서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아무래도 강행돌파 해야겠죠?”
이순자가 올곧은 눈으로 강신을 보며 말했다.
전장 경험이 많은 그녀가 그 말의 의미를 모를 리가 없었다.
이곳에서 강행돌파를 하겠다는 말은 선행했던 팀들과 마찬가지로 어느 정도 희생을 감수하겠다는 소리였다.
팀원들은 그런 그녀의 말에 이견을 달지 않았다.
‘어쩔 수 없나….’
강신에게도 딱히 방법은 없었기에 이순자가 말한 대로 강행돌파를 하기로 결정하려는 그때, 누군가가 손을 들었다.
“그러면 제가 계속 앞장서도 되겠습니까?”
극한의 쾌감을 억지로 참는 듯한 표정으로 왼쪽 입꼬리가 올라가 있는 심석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