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551
550화
앞서 말했듯이 기계 장치의 신을 믿는 이들의 심볼은 매우 희귀한 물건이었다.
그러니, 크림을 가지고 이동한 이들은 짐을 정리하는 말단들이 다른 이들에게 붙잡혀도 자신의 위치가 들키지 않으리라 확신하고 있을 터였다.
그런 강신의 생각을 말하자, 이순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그렇긴 하겠네요. 기계 장치의 신을 믿는 광신도들은 다른 비밀 종교 단체들과 다르게 사람들이 살아가는 사회에 잘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니, 어지간해선 자신의 심볼을 알아보지 못하리라 생각하겠죠.”
그러자, 뒤늦게 강신의 옆좌석에 앉아있는 송기덕이 이어질 말을 예상하고 물었다.
“그럼 그들을 잡으려면 지금이 가장 적기라는 거군요?”
“네, 송대리님 말대로 지금이 그들을 잡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강신은 손에서 움직이는 톱니바퀴의 장식품에서 눈을 떼지 않고 대답했다.
끼릭…. 끼릭….
처음보다 조금 더 빨라진 듯한 장식품을 보며 강신은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운전하고 있는 현지 요원에게 지시를 내렸다.
“이 방향이 맞습니다. 이대로 쭉 달려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렇게 강신은 손에 들린 톱니바퀴가 움직이는 속도로 쉽게 방향을 잡아서 움직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빠르게 움직이는 톱니바퀴를 볼 수가 있었다.
끼릭, 끼릭, 끼릭.
이순자는 차가 멈춤 지점이 어디인지 확인하고는 입을 열었다.
“하, 다행히 멀리 가지는 못했네요.”
톱니바퀴가 빠르게 움직이는 장소는 그들이 원래 있던 오버랜드 파크의 반대편인 리버티의 한 호텔이었다.
한번 네트워크를 사용하면 주를 옮기던 전과 다른 행보에 신하린이 걱정스레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함정일 수도 있으니, 제가 먼저 정찰할게요.”
그러자, 강신은 고개를 저었다.
“함정은 아닐 거야, 아마 이 심볼을 가지고 있던 이들이 이곳으로 합류하면 다른 주로 떠날 생각이었겠지.”
심볼은 다른 짝의 대략적인 위치밖에 알려주지 않으니, 거리가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찾기가 더 어려워졌을 것이다.
그러니, 그들은 다른 주로 이동하고 싶어도 이동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들에게 인적 자원은 매우 귀중한 자원일 테니까.’
일회용 마냥 버림패로 사용하는 다른 광신도들과 다르게 기계 장치의 신을 믿는 이들은 아무리 말단이라고 해도 함부로 버릴 수 없는 자원이었다.
‘이미 많은 이들이 데우스 엑스 마키나를 만져서 소실되었으니, 현재 종교를 구성하는 인원들이 매우 적을 거야.’
기계 장치의 신을 믿는 대사제는 물론이고 사제급 인원들도 다수 공석일 가능성이 컸다.
‘지금 이 상황을 주도하는 사람은 아무리 높아 봐야 사제급 혹은 복수의 종교자 정도겠지.’
원래라면 신하린의 말대로 강신은 현재 장소에서 대기하며 그녀를 정찰을 보내고 천천히 공략했겠지만,
‘혹시 사제가 심석현 대리처럼 위협 감지 같은 재능을 가지고 있다면, 신하린이 은신하고 들어갔을 때 바로 위기를 감지하고 도망칠 가능성이 있어.’
아주 낮은 확률이었지만 현재 상황은 단 한 명이라도 놓치면 곤란한 상황이었다.
신하린이 그런 상황에서 그들을 아무리 빠르게 제압한다고 해도 그녀가 한 번에 사용할 수 있는 손은 고작 두 개뿐이었다.
적들이 작정하고 도망칠 목적으로 움직인다면 그녀라도 놓칠 수밖에 없었다.
‘이곳에서 놓치면 그 이후부터는 더 고달파지겠지.’
지금과 다르게 광신도들의 경계는 극에 달할 것이며 이처럼 쉽게 쫓을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러니, 어떻게 해서라도 이번에 끝을 봐야 했다.
“오히려 네가 외부에서 대기하다가 우리가 놓친 인원들을 잡아줘야 하는 상황이야.”
강신의 설명을 들은 신하린이 고집을 부리지 않고 순순히 물러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할게요. 대신 위험하다 싶으면 바로 호출해 주세요.”
그녀는 지금 상황에서도 강신을 호위한다는 자신의 임무를 잊지 않고 있었다.
그러자 강신은 각자 챙겨온 무기를 만지작거리는 송기덕과 이순자를 보며 말했다.
“송대리님뿐만 아니라 이부장님까지 합류하셨으니, 괜찮을 거라 생각이 들지만…. 네 말대로 위험하다면 바로 호출할게.”
강신의 대답이 마음에 들었던 것일까, 신하린은 살짝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 말 믿을게요.”
신하린은 그 말을 끝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이미 열려있는 차 문으로 신하린이 떠난 것 같아 보이자, 강신도 자리에서 일어나 일행들에게 말했다.
“그럼, 저희도 슬슬 움직이죠.”
강신은 심볼을 들고 광신도들을 찾기 위해 호텔 내부를 꼼꼼하게 탐색하며 돌아다녔다.
그러면서 강신은 프로네시스에게 호텔 내부에 있는 CCTV를 조작해 달라는 것도 잊지 않고 말했다.
CCTV를 자체를 멈추는 것이 더 편할지도 몰랐지만 그랬다가 혹여나 크림이 누군가가 이곳에 도착했다는 걸 눈치챌 수도 있었기에, 멈추는 게 아닌 내용을 조작해 달라고 한 것이다.
덕분에 CCTV는 강신과 일행들이 움직이는 모습을 화면에 담지 못했고 빈 복도만 반복 재생하고 있었다.
그렇게 짧은 탐색 끝에 강신은 한 방에서 멈춰야 했다.
끼릭끼릭. 끼리릭끼릭.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돌아가는 톱니바퀴를 보며 강신은 일행들과 잠깐 눈을 마주치고는 서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 어떤 망설임도 없이 강신과 송기덕, 이순자는 타이밍을 맞추어 동시에 발로 현관문을 걷어찼다.
쾅!
외부인이 들어오지 못하게 잠금쇠가 걸려 있었지만 고작 그 정도로는 그들 앞을 막을 수 없었다.
이는 평소 강신이라면 절대 하지 않을 과격한 행동이었다.
‘그래, 평소라면 이러지 않았겠지.’
평소였다면 직원으로 위장해 접근하던가 마스터키를 받아 몰래 문을 따고 조용히 침투했겠지만,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
강신이 들고 있는 광신도들의 심볼이 맹렬하게 움직이는 순간, 더는 지체할 수 없었다.
강신이 손에 있는 심볼이 움직이는 것처럼 광신도가 들고 있는 나머지 한쪽도 맹렬하게 움직이고 있었을 테니까.
그런 상황에서 뒤처리를 맡겼던 말단이 바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면 이들은 바로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간다고 생각할 게 분명했다.
그래서 사전에 일행들에게 도착하자마자 곧장 문을 부수자고 말해두었다.
셋이서 같이 객실 문을 부쉈지만, 방 내부로 들어간 건 호신용 너클을 들고 있는 송기덕 혼자였다.
강신은 혹시라도 광신도의 숫자가 생각보다 많아 심볼을 가지고 있는 인원과 크림을 들고 있는 이가 다른 방을 사용할 수도 있음을 상정했다.
“뭐…. 뭐야, 당신 누구야!”
“경찰을 부르겠어!”
“당장 나가!”
방 내부에서는 괴한처럼 등장한 송기덕을 보고 당황한 목소리들이 들려왔다.
그리고….
퍼억! 퍽!
“컥!”
“갑자기 이게 무슨, 억!”
“사…. 살려줘!”
“도와주세요!”
어떤 가죽이 터지는 소리와 함께 사람 비명이 복도에 울려 퍼졌다.
그들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일부러 비명을 더 크게 냈다.
강신은 그들이 지르는 비명이 매우 인위적이라는 것을 바로 깨달았다.
‘마치 누군가가 듣기라도 원하는 것처럼 말이지….’
그런 강신의 생각이 틀리지 않았던 걸까.
그 순간 그들의 옆방이 아주 천천히 열렸고, 작게 열린 문틈으로 한 남성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내밀었다.
그렇게 주변을 살피다 복도에 있는 강신과 눈을 마주쳤다.
흠칫.
남자가 강신을 발견하자 몸을 과하게 떨었고 이내, 문을 벌컥 열고는 강신이 있는 방향과 반대편으로 뛰며 도주하려고 했다.
하지만 평범해 보이는 남성이 강신을 따돌릴 방법은 없었다.
강신은 곧장 그를 뒤 따라가서 그대로 목덜미를 잡고는 지면에 처박았다.
-민간인이면 어떻게 하려고!
그저 갑자기 들려오는 비명에 놀란 투숙객일 수도 있었다.
프로네시스의 우려 섞인 말에도 강신은 멈추지 않았으며 그의 손은 거침이 없었다.
“일단 제압하고 나서 판단하는 게 나아.”
자신이 제압한 것이 진짜 겁에 질린 민간인이라면 범죄 조직을 잡기 위해 특수 작전 중이었다며 변명하면 그만이었다.
‘일은 조금 커지겠지만, 그 정도는 와플에게 부탁하면 알아서 처리해 주겠지.’
비록 프로네시스가 부탁해 움직이고 있었지만 지금 하는 일은 어디까지나 와플의 지원 요청을 받고 움직이고 있는 것이었다.
그들은 절대 강신의 요청을 거절하지 못할 게 분명했다.
강신이 남성을 제압한 이후로도 몇몇 문이 열리며 도주를 시도했지만 모두 강신과 이순자의 손에 붙잡혀야 했다.
점점 나오는 사람이 늘어나자, 이순자가 기지를 발휘했다.
“지금 위험한 범죄자를 잡는 작전을 수행 중입니다! 위험할 수도 있으니, 시민 여러분들은 방에서 나오시지 마시고 대기해 주세요!”
한국이라면 위험한 범죄자라 해봐야 기껏해야 날붙이라 호기심이 들어 문을 열고 구경했을지도 모르지만, 여기는 총기 소지가 합법인 미국이었다.
자칫하면 그대로 몸에 구멍이 뚫릴지도 모르니, 평범한 시민이라면 이순자의 경고대로 절대 밖으로 나오지 않을 확률이 높았다.
‘역시 이부장님, 현장 경험이 많아서 대처가 빨라.’
강신이 짧게 감탄했다.
하지만 어딜 가나 별종은 있는 법이었다.
조심스레 문을 열고 휴대폰을 들어 현재 상황을 촬영하려는 이가 있었다.
하지만, 그런 그의 시도는 한 A.I에 의해서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촬영 중인 휴대폰 해킹해서 그대로 오류를 일으켜서 촬영하지 못하게 만들었어.
“고마워, 네시스.”
그렇게 복도가 얼추 정리되자, 홀로 방으로 들어갔던 송기덕이 내부에 있던 이들을 아라미드 로프로 엮어 굴비처럼 줄줄이 끌고 나왔다.
그런 그의 손에는 강신이 들고 있는 장식품과 비슷하게 생긴 톱니바퀴가 들려 있었다.
“팀장님.”
송기덕은 굳이 적들로 판단되는 이들 앞에서 강신의 이름을 부르지 않으며 들고 있던 장식품을 넘겨주었다.
강신은 그 장식품을 받아서 자신이 들고 있는 장식품과 비교해 이리저리 살펴보고 이내, 두 장식품을 조립했다.
철컥, 끼릭. 끼릭…. 끼릭…….
뭔가 들어맞는 소리와 함께 맹렬하게 돌던 톱니바퀴들이 서서히 느려지더니 곧 멈춰버렸다.
“역시, 딱 맞네요.”
강신이 고개를 끄덕이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송기덕에게 끌려 나왔던 이들은 그런 강신을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저걸 어떻게….”
“우리 말고는 잘 모를 텐데….”
그들은 원래 심볼을 가지고 있던 말단이 배신했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 것으로 보였다.
‘포획한 이들과 이간질은 힘들겠지. 말단이라도 광신도니까, 그러면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이들로 낚아볼까.’
“기계 장치의 신을 믿는 이들의 대사제가 어디로 갔는지 궁금하지 않나요?”
뜬금없는 말이었지만 자신들이 누구인지 아는 것처럼 말을 시작해, 사라진 대사제의 행방을 알고 있다고 말하니 광신도들의 동공이 사정없이 흔들렸다.
그들은 현재 한국 근처에 있는 섬에서 살고 있던 대사제와 많은 신도들을 찾고 있었다.
그러니, 그들로서는 강신의 말에 동요할 수밖에 없었다.
“대…. 대체 당신이 누구시길래. 그런 것을 아는 거죠?”
누군가가 강신에게 묻자, 강신은 피식 웃으며 여유로운 태도로 말했다.
“지금 내가 누군지 중요한 게 아닐 텐데요? 당신들이 가지고 있는 물건 중 제가 원하는 걸 내어준다면 방금 말한 이들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알려드리죠.”
“원하는 게 뭡니까?”
다른 광신도가 묻자, 강신이 대답했다.
“당신들이 와플에서 빼돌린 A.I, 크림.”
강신이 원하는 것을 요구하기 무섭게 옆에서 도주하다 잡힌 남성이 갑자기 목소리를 높였다.
“저…. 저 불신자의 말을 믿지 마라! 저자가 말하는 것은 모두가 거짓이다!”
아직 제대로 뭔가를 말하지도 않았는데, 다급하게 말을 막는 모습에 강신은 눈을 게슴츠레 떴다.
그리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남성을 흘기며 말했다.
“당신은 다른 이들과 다르게 사라진 이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알고 있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