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582
581화
“지금 과로로 쓰러지면 회사에서 산재처리는 해주겠죠?”
빌리가 개인 큐브에서 노트북을 두드리며 퀭한 눈으로 말하자, 프로네시스가 그에게 대꾸했다.
-일하다가 쓰러진 것이니, 당연히 산재처리가 가능하죠.
“아, 그건 다행이네요.”
그 말을 끝으로 빌리가 그대로 노트북에 머리를 박았다.
쿵!
꽤 아파 보이는 소리가 들렸지만 빌리는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혹시나 빌리가 잘못되지는 않았을까, 걱정되는 마음에 옆에서 다른 일을 하고 있던 팔에 통깁스를 한 케빈이 친구의 상태를 살피곤 다른 이들에게 말했다.
“그냥 잠든 것뿐이니, 걱정하지 말고 다들 맡은 일 해주세요.”
몇몇 지원 요원이 그 소리를 듣고 빌리와 똑같이 퀭한 눈으로 아쉬워했다.
사람이 쓰러졌는데, 걱정하지 말라니 친구치고는 냉정한 말이었지만 상황이 상황인 만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태도였다.
포식 악어 현장이 마무리되고 일주일이나 시간이 흘렀지만, 쌓여있는 일들이 줄어들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으니까.
포식 악어를 운송할 계획부터 그들 가족이 살만한 집을 짓고 그들을 장기적으로 지원할 계획과 약속했던 대로 박채원의 과외 선생님을 구하는 것까지 적잖은 시간이 걸릴 일이었다.
그런데 실시간으로 그런 가족들이 하나씩 늘어나고 있었으니 그들의 일감이 눌으면 늘었지 줄어들 리가 없었다.
그나마 케빈은 환자라 힘들게 일을 시키지 않고 휴식과 일을 병행하고 있었지만 다른 친구들과 지원 나온 지원 요원들은 그렇지 않았다.
방금 쓰러진 빌리만 하더라도 사흘 동안 먹고 씻는 것을 제외하면 제대로 쉬지 못했고, 잠도 자지 못한 채 온종일 컴퓨터를 두드리고 있었으니까.
이렇게 혹독하게 일을 진행하고 있음에도 맥스와 친구들, 지원 요원들은 아무런 불만을 토로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자신들은 연구소 내부에서 편하게 앉아서 일하고 있었으니까.
현장으로 나간 이들은 직접 발로 뛰어다니며 밤을 지새우고 산을 뛰어다니고 있었다.
‘그래, 그래도 힘든 일은 오늘까지다.’
강신과 다른 요원들이 이세림이 알려준 마지막 장소로 향했으니, 오늘만 지나면 더는 일이 늘어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케빈의 기대에 부응하듯 마지막 현장으로 향했던 강신과 일행들이 개인 큐브로 돌아왔다.
“후아, 죽겠다.”
송기덕이 가장 먼저 개인 큐브로 들어오며 바로 앓는 소리를 냈다.
그리고는 책상에서 엎드려 쓰러진 빌리를 발견하고는 깜짝 놀라고는 이내 빌리가 숨을 쉬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말했다.
“오우씨…. 과로사한 줄 알았네.”
그리고는 이내, 동병상련의 아픔을 느낀 듯 쓸쓸한 시선으로 다시 한번 바라봤다.
“에이, 그래도 잠은 제대로 자야지….”
송기덕이 측은한 모습으로 자는 빌리를 번쩍 들어서 근처 있는 간이침대에 그를 눕혔다.
그가 그러는 동안 그 뒤로 이순자나 장웨이, 신하린, 카밀라가 순서대로 들어왔다.
그들도 말은 하지 않았지만 눈 밑으로 짙은 다크서클이 있는 것을 보아 애써 피곤함을 참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뒤늦게 들어온 이순자는 갑자기 당이 당기는 건지, 탁자에 준비된 사탕 하나를 까서 자신의 입으로 집어넣고 우물거리며 말했다.
“아, 오랜만에 정말 힘들군요.”
약한 소리를 내뱉지 않는 이순자조차도 그리 말하니, 이곳에 있는 이들이 얼마나 피로에 찌들어 있는지 알 수가 있었다.
현장 요원 지원 요원 누구 할 것 없이 모두 피로에 찌든 상태였지만, 그중 가장 고생한 사람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일행들은 모두 입을 모아 강신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강신은 전투가 일어날 수 있는 현장으로 나가는 요원들을 위해 최소 휴식을 보장했다.
그래서 현장에 나가는 인원들을 로테이션으로 돌려 번갈아 가며 휴식을 할 수 있게 배려했다.
연구소에서 지원 임무를 맡은 인원들은 추가 지원 요원을 모집해 인력을 늘렸고 프로네시스와 크림의 도움을 받았다.
하지만 강신은 모든 현장을 직접 나간 것도 모자라 차량으로 이동하는 약간의 시간을 이용해 자신이 한 약속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프로네시스에게 직접 보고를 받고 있었다.
그 일정은 가히 철인이라고 부를만한 것이었다.
혹독한 일정을 강신이 모두 소화하는 것도 놀라운 일이긴 했지만, 일행들이 더 질색한 건 다른 부분이었다.
모든 일행이 피곤한 기색을 내비치며 개인 큐브로 들어온 것과 달리 가장 마지막으로 들어온 강신은 일주일 전과 전혀 달라진 곳이 없었다.
마치 방금 출근한 것 같은 표정이었다.
아무리 강신이 신단수의 열매를 먹어 회복력이 좋아졌다고는 해도 이건 말도 되지 않는 일이었다.
12곳의 현장 중에는 말로 설득되지 않았던 곳도 있었다.
그때마다 강신은 단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선두에서 전투를 이끌어갔고 간혹 상처를 입기도 했다.
그런데도 가장 상태가 좋다니, 일행들은 뭔가 억울할 정도였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아무리 안색이 좋다고 해도 강신이 고생한 것은 변함이 없었는데.
개인 큐브로 들어온 일행들은 일주일 동안 복귀할 때마다 앉았던 의자에 앉자 강신이 입을 열었다.
“다들 일주일 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강신의 격려에 살짝 눈물을 글썽이는 지원 요원도 있었다.
“급한 일은 대충 다 마무리한 것 같군요. 그간 제대로 된 휴식도 없이 일이 고되었을 텐데, 하던 일은 여기에서 멈추고 모두 나흘간 유급휴가를 다녀오시죠.”
마지막 현장을 다녀온 강신은 일행들이 그토록 원하던 휴일을 제공했다.
크툴루를 믿는 이들이 어떤 상황인지 몰라 상황이 매우 급한 것은 맞았지만, 그만큼 쉬는 것도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강신은 생각했다.
일행들은 힘든 일이 끝났다는 것에 기뻐하며 서로 격려하고 휴일을 만끽하기 위해서 빠르게 개인 큐브를 벗어났다.
맥스와 케빈은 송기덕의 도움을 받아 잠든 빌리를 챙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렇게 일행들이 모두 떠나자 개인 큐브에는 강신 혼자서 홀로 남았다.
강신은 일행들이 모두 떠난 것을 확인하자마자 자신의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일행들 앞에서는 철인 같은 모습을 보였지만 사실 강신도 매우 힘들었다.
회복이 아무리 빠르다고 해서 힘들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강신도 사람이었으니 육체적으로 회복해도 정신적으로는 피로가 쌓이고 있었다.
“아…. 죽겠네. 이번엔 확실히 조금 무리한 것 같아.”
-고생했어.
-고생했어요.
프로네시스와 크림이 약한 소리를 내뱉는 강신을 격려했다.
“둘 다 고마워, 아, 네시스, 이번에 돌았던 모든 현장 보고서를 열어 줄래?”
-지금 바로? 너도 조금 쉬는 게 좋을 것 같은데?
프로네시스가 걱정스레 말했지만, 강신은 고개를 저었다.
“정신적으로는 조금 힘들긴 하지만 체력은 전혀 문제가 없어. 이 일만 마무리하고 쉬도록 할게.”
-그래, 네가 그러겠다면야….
프로네시스는 강신이 지금 일이 끝나도 제대로 쉬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강신을 말릴 수는 없었다.
그렇게 프로네시스는 강신이 요구한 대로 강신이 작성했던 보고서를 홀로그램을 띄어주었다.
강신은 자신이 일주일 동안 돌아다녔던 12개의 현장에 관한 내용이 빼곡하게 적힌 보고서에서 뭔가 빠진 것이 없나 다시 한번 확인했다.
‘말로 설득되었던 이들은 총 4곳.’
4곳은 강신에게 회유된 이들로 모두 각자의 사정이 있었다.
크툴루를 믿는 이들이 가진 위험성에 대해 알고 있으며 그들과 원수 관계인 이들과 이세림처럼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고 싶어 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 외에 그저 금전에 눈이 멀어 크툴루를 믿는 이들에게 합류하지 않는 조건으로 많은 돈을 요구하는 이들과 숨어 사는 것이 지쳐 사회로 나오고 싶어 하는 이들도 있었다.
강신은 그들이 원하는 모든 것을 들어주었다.
크툴루를 믿는 이들과 원수를 진 이들에게는 그들에게 광신도들이 절대 접근하지 못하게 막아주며 복수를 약속했다.
새로운 보금자리를 원하는 이에게는 그에 걸맞은 장소를 제공했고, 돈을 요구하는 이에게는 강신이 사비를 털어 입이 벌어질 만큼 돈을 쥐여주었다.
그리고 숨어 사는 것에 지친 이들에게는 사회로 나올 수 있도록 그들이 모시는 U.M.A를 비밀 연구소에서 보호하기로 했다.
‘그들이 원하면 언제든 U.M.A를 볼 수 있도록 조치하는 것이 까다롭긴 했지만….’
아무리 강신이라도 외부인을 비밀 연구소 쉽게 들일 수는 없었다.
그것도 U.M.A가 몰려 있는 30층이라면 더욱 그랬다.
하지만 연구로 바쁜 권영식이 그들에게 몇 가지 서약을 받고 그들에게 출입증을 발부해 주었다.
여기까지는 그나마 괜찮았다.
시간과 돈, 자원이 들어가긴 했지만 무난하게 대화로 해결되었으니까.
문제는 나머지들이었다.
‘무력으로 제압한 이들은 5곳.’
모두 포악한 U.M.A가 있는 곳이었다.
늑대를 닮은 U.M.A는 비교적 간단하게 제압했지만, 산군이라 불리는 거대 호랑이는 강신도 상처를 입으며 사살할 수밖에 없었다.
‘그 장소에 없었던 이들은 3곳.’
이들은 정말로 애매했다.
아예 사람 사는 흔적이 없는 곳도 있지만, 최근까지 누군가가 살았던 흔적이 있던 곳도 있었으며 포식 악어가 날뛰었던 것처럼 엉망이 된 장소도 있었다.
‘아예 살던 곳을 떠났거나, 반항하다 끌려갔거나 크툴루를 믿는 이들에게 협력한 이들도 있었을 거야.’
확증은 없었지만 그렇지 않다면 잘 살던 장소를 떠날 이유가 없었다.
그리고 강신은 반항하다 끌려간 것으로 추정된 장소에서 아주 중요한 정보를 얻었다.
‘이 가루….’
강신은 그 장소에서 노란색 가루를 발견할 수가 있었다.
엉망이 된 집안에서 한 움큼이나 발견되었다.
그 가루는 바로 연구실로 가져와 분석했지만, 제대로 성분이 나오지 않는 미지의 가루였다.
사실 강신은 그 가루가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다만 그 가루를 확실하게 판단하기 위해서는 섭취해 봐야 했지만, 주변에서 말렸기에 분석을 먼저 했을 뿐이었다.
강신은 아주 소량의 가루를 찍어서 입에 넣고 확신할 수가 있었다.
그 가루는 한 비밀 종교의 상징과도 같은 가루였으니까.
‘환락의 집단.’
그들에게 이 가루는 기적과도 같은 물건이었다.
그래서 그들이 이 가루를 부르는 것도 미라클(miracle)이라고 불렀다.
환락의 집단은 오로지 이 미라클을 위해 만들어진 교단이며 그들 대다수가 약쟁이였다.
‘미라클은 부작용이 없는 마약이야.’
그저 섭취하는 것만으로도 천국에 있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약이었다.
이 약이 일반적인 마약과 같은 것이었다면 신경 중추가 고장 나고 신체가 망가졌을 테지만, 미라클은 의존성이 크다는 것을 제외하면 아무 부작용도 없었다.
그 의존성마저도 강하게 마음먹으면 얼마든지 끊을 수 있는 수준이었다.
언제든 자신의 의지만 있다면 끊을 수 있는 약이지만, 미라클을 접한 이들이라면 그 누구도 끊을 수 없었다.
아니, 끊지 않았다고 봐야 했다.
천국을 보여주는 약임에도 몸에는 그 어떤 부작용도 없었으니 끊을 이유가 없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