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604
603화
강신 일행은 무탈하게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처리해야 할 일들이 매우 많았다.
우선 발작 증세를 이어가던 남성을 성신 병원에 입원시켰다.
그리고 투항한 사제들을 바로 비밀 연구소로 데리고 올 수는 없었기에 그들을 우선 수원에 있는 안전가옥으로 안내했다.
그제야 회사로 돌아온 일행들은 장비를 반납하고 현장에 있었던 일들을 보고서로 작성했다.
강신은 거기에 더해 제니라고 불린 여사제가 연구소로 출입할 수 있도록 허가를 받기까지 해야 했다.
그렇게 바쁘게 시간이 흘렀고 제니의 출입 허가가 떨어지기 전, 성신 병원으로 이송했던 파라다이스에서 포획한 남성의 진료 결과가 강신에게 넘어왔다.
마침 울프팀 요원들이 개인 큐브에 모여 있었기에 강신은 일행들과 함께 그 자료를 확인했다.
강신과 일행들이 자료 내용을 확인하자 활기찼던 분위기가 물을 끼얹은 것처럼 한 번에 가라앉았다.
“개자식들….”
송기덕이 평소와 다르게 진심을 담아 욕을 내뱉었지만, 그 누구도 그에게 뭐라 하는 사람은 없었다.
“이래서 파라다이스에 있었던 거군요….”
이순자는 송기덕과 다르게 동정심이 가득 담긴 말을 중얼거렸다.
다른 일행들도 누군가를 욕하거나 동정하는 분위기였다.
강신조차도 손에 들려 있는 정보원의 소견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평범한 인간보다 심박수가 매우 빠르며 환자의 피는 마치 따로 독립된 생명체처럼 특정 형질을 가지고 있음.
그 덕분에 기적이라고 불려도 좋을 만큼 높은 재생력을 가지고 있지만, 재생할 상처가 없으면 그의 특별한 피가 육체를 파괴하고 재생하기를 반복. 환자가 이상 반응을 일으키는 건 이때 느끼는 고통으로 인한 것으로 추정됨.
환자가 느끼는 고통은 일반적인 CRPS(Complex Regional Pain Syndrome. 복합부위 통증 증후군)의 약 3배에 해당하는 고통으로 판단되며 이 체질은 선천적으로 가지고 있던 게 아닌 후천적으로 생긴 것으로 인위적으로 노리고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매우 큼.
CRPS, 일명 복합부위 통증 증후군이라 불리는 이 병은 사람을 죽이는 최악의 병이었다.
작은 통증에도 일상생활이 할 수 없을 정도로 큰 고통으로 느껴지는 이 병은 심한 사람은 옷을 입을 때 살짝 피부가 쓸리는 것만으로도 끔찍한 고통을 느끼게 되었다.
이 병이 최악의 병인 이유는 치료제가 없다는 것도 한몫했다.
CRPS에 걸리는 순간 평생을 고통 속에서 살아야 하며 이에 고통을 참지 못해 환자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우도 허다할 정도로 악독한 병이었다.
‘오죽하면 의사들이 환자들에게 마약성 진통제를 처방해줄까….’
그런 CPRS를 걸린 이들도 매우 힘들 텐데, 그 고통의 3배라니….
평범한 인간이 버틸 수 있는 고통이 절대 아니었다.
그래도 CPRS에 걸린 사람이었다면 방금 말했던 것처럼 고통에 이기지 못해 목숨을 끊을 수 있기라도 하지만 인위적으로 조작된 그의 육체는 그를 죽지 못하게 막고 있었다.
그래서 그 고통을 끝내기 위해서 그가 할 수 있는 건 오로지 노화로 인한 죽음밖에 없었다.
그가 가진 재능은 인위적으로 만들어지긴 했지만, 불사에 가장 근접한 재능이었다.
그리고 그런 그의 재능은 그에게 있어 축복이 아닌 저주에 가까웠다.
그런 그가 약에 의존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순서일지도 몰랐다.
‘그것뿐만 아니라 자해도 했겠지.’
일부러 몸에 상처를 만들어 피가 몸을 재생하는 동안 그 고통을 피하려고 해왔을 것이다.
그런 그가 미라클이라는 약과 파라다이스에 빠진 게 이상한 것이 아니었다.
고통이 쾌락이 되는 곳, 어쩌면 그에게 있어 그곳은 정말 천국일지도 몰랐다.
“흐음…. 악당에게도 사연은 있다는 거군요.”
아무리 사연이 있다고 해도 그가 저지른 일들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었다.
그래도 일행들은 그가 환락의 집단에 가담한 것을 동정해 줄 수는 있었다.
자신이 그 남성과 같은 상황이었어도 그와 똑같이 행동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으니까.
“도대체 어떤 놈들이 사람을 가지고 이런 잔혹한 실험을 했는지, 궁금하군요.”
송기덕은 그들의 정체만 알게 된다면 당장이라도 달려가 그들을 흠씬 패버릴 기세로 말했지만, 입원한 남성은 고통에 제대로 입도 열지 못하고 있었기에 그들이 누구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남성의 사정을 파악하는 동안 크툴루를 믿는 이들이었던 제니의 출입 허가가 떨어졌다.
그렇게 강신과 송기덕, 장웨이는 사제들이 지내고 있는 안전가옥으로 이동했고 그곳에서 전혀 예상하지 못한 정보를 듣게 되었다.
“그 남자, 크툴루를 믿는 이들이 진행하던 실험의 참가자예요.”
“뭐라고요?”
송기덕이 되물었지만, 여사제는 그가 잘못 들은 것이 아니라는 듯 계속 설명을 이어갔다.
“그 남자는 환락의 집단에 잠입시키기 위해 교단에 의해 만들어진 사람이에요.”
기득권층인 사제가 아닌 평신도, 그중에서도 세뇌당하지 않는 신도 중 목숨을 걸어서 교단을 위해 일하는 이가 얼마나 있을까?
그 수는 상당하겠지만 분명 그들 중에도 그렇지 않은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병원에 입원한 남성은 그들 중 하나였다.
크툴루를 믿는 이들은 그런 그들을 데리고 인체 실험을 강행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재능은 쓸모없다고 대부분 폐기하긴 했지만, 그 남성은 죽여도 죽지 않는 육체를 가지게 되었다고 했었어요.”
그녀는 자신이 교단에서 교육을 받았던 것을 그대로 강신에게 이야기했다.
“그리고 사제 선배 중 하나가 묘안을 냈다고 하더군요.”
어차피 폐기할 목적이라면 필요한 곳에 사용해보자, 그것이 바로 그가 제안한 것이었다.
그렇게 결정된 게 바로 이중 스파이었다.
교단은 그 남성에게 환락의 집단에 들어가 계속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교육과 세뇌를 반복했다.
이미 고통으로 인해 마약성 진통제에 중독된 그였기에 약쟁이들 사이로 들어가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약이 없이 버틸 수 없는 그의 몸 상태를 알고 있는 환락의 집단은 의심은커녕 오히려 그에게 우호적으로 나왔다.
그런 그가 파라다이스에 처음 발을 내딛는 순간, 이제까지 그가 겪어왔던 모든 세상이 변했다.
그는 파라다이스에 들어가는데 모든 것을 걸었고 결국 성공했다.
그리고 그는 세뇌 당한 대로 크툴루를 믿는 이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며 파라다이스에서 고통을 잊은 채 살아가고 있었다.
그가 처음 파라다이스로 진입했을 당시, 제단 위에 있는 사람은 매일 바뀌고 있었지만, 그가 등장한 이후로는 사람이 바뀌지 않았다.
“그래서 크툴루를 믿는 이들은 그를 통해서 엔젤과 거래를 했습니다.”
이미 환락의 집단에 대한 정보 수집은 끝난 상태였으니, 그들이 환락의 집단과 거래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강신은 거래 자체가 성립한 것보다 그들이 주고받은 것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혹시 거래 내용을 알고 있습니까?”
강신이 묻자, 제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거래 담당자였으니, 모를 수가 없죠. 저희가 환락의 집단에 원한 것은 미라클과 고기 방패였어요.”
“고기 방패요?”
제니의 대답에 옆에 있던 송기덕이 엔젤이 제공할 수 있는 방패가 있었나 고개를 갸웃거렸다.
미라클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품목이었지만 고기 방패는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쉽게 말하자면 미라클에 취해 고통을 쾌락으로 느껴 두려움이 없이 몸을 던질 수 있는 인간을 원한 거죠.”
자세한 설명을 들은 송기덕이 질색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진짜 기가 차서 말도 나오지 않는군요.”
“듣기로는 조만간 중요한 의식을 해야 하고 그때 다른 이들에게 방해받지 않기 위해서 사용한다고 했었습니다.”
강신은 파라다이스에서 상대했던 광신도들을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의 몸에 불이 붙어도 끈질기게 쫓아오는 광신도들이 크게 위협적이지는 않았지만, 시간을 끌기에는 충분했다.
그런 이들이 발목을 붙잡고 서브 몬스터 소속의 U.M.A가 공격을 해온다면 어지간한 요원들은 그냥 당할지도 몰랐다.
“확실히 나쁘지 않은 전술이긴 한데, 그러면 크툴루를 믿는 이들은 엔젤에게 무엇을 주기로 했었습니까?”
강신이 묻자, 제니가 나지막하게 어떤 물건의 명칭을 입 밖으로 꺼냈다.
“에볼루션.”
진화의 뜻을 가진 단어였다.
그리고 이전에 포식 악어가 등장한 현장에서 들었던 단어이기도 했다.
강신은 제니가 말하는 에볼루션이 광신도 중 하나가 사용했던 특이한 색을 가지고 있던 물약을 지칭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U.M.A를 강제로 이레귤러로 만드는 액체인가….”
강신이 에볼루션에 대해 알고 있자, 제니는 깜짝 놀랐다.
“그걸 어떻게….”
에볼루션은 교단 내에서도 엄중히 다루는 정보였기에 일반 신도 중에서도 극소수만 그 물건이 무엇인지 알고 있으며, 사제 중에서도 에볼루션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이 허다했다.
심지어 제니조차도 엔젤과 거래를 하는 처지가 아니었다면 알지 못했을 내용이었다.
그런 물건을 강신이 알고 있으니,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녀의 질문에 대답한 것은 송기덕이었다.
“저희는 그 물건을 이전에 한 번 겪어봤습니다.”
“아…. 교단과 부딪히다 보면 그 물건을 봤을 수도 있겠군요.”
다시 생각해보니, 성신은 크툴루를 믿는 이들과 매번 부딪히는 입장이었으니, 에볼루션을 봤다 해서 이상한 것은 아니었다.
제니가 납득하고 고개를 끄덕이자, 강신이 그녀에게 물었다.
“그런데, 엔젤에게 주기로 했던 에볼루션은 어디에 있습니까?”
“그건 아직 받지 못했어요. 엔젤이 고기 방패, 아니 신도들과 미라클을 보내주긴 했지만 처음 계약했던 만큼 보내준 게 아니라서 거래 내용을 조율 중이었거든요.”
크툴루를 믿는 이들은 더 많은 신도를 달라고 했지만 한번 파라다이스에 들인 이들은 어지간해서는 파라다이스 밖으로 나오려고 하지 않았기에 생긴 일이었다.
그나마 밖에서 미라클을 공급받는 신도들에게 대량의 미라클을 주며 보냈다.
‘그래서 서브 몬스터가 있었던 장소에 미라클이 남아 있던 거군.’
크툴루를 믿는 이들에게 협력하고 있는 환락의 집단에 소속된 신도였다면 대량의 미라클을 받았으니, 거기서 많은 양을 흘린 것도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수는 크툴루가 믿는 이들이 원했던 것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교단은 신도 공급에 차질이 생기자 대신 미라클을 더 받으려고 했어요. 그리고 그걸 우리 교단의 평신도에게 사용할 생각이었죠.”
즉, 멀쩡한 사람은 환락의 집단 소속의 광신도들처럼 약쟁이로 만들 생각이었다는 것이다.
인체 실험뿐만 아니라 평신도를 소모품처럼 다루는 크툴루를 믿는 이들의 행적에 송기덕은 다시금 인상을 찌푸렸다.
“진짜 까도 까도 계속 나오네…. 이쯤 되면 그들이 진짜 인간인지 의문이 들 정도군요.”
강신은 태연한 척하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송기덕의 말에 공감하며 입을 열었다.
“제니가 에볼루션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은 엔젤이 원하는 만큼 미라클을 주지 않았다는 것이겠군요?”
“네, 맞아요. 재능을 가진 인간이 그리 흔한 것도 아니라서 엔젤도 미라클을 만드는데, 원하는 양을 받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했어요.”
그리고 다행히도 엔젤이 미라클을 만들기 전, 강신과 일행들이 파라다이스에 들이닥친 것이다.
강신은 자신이 늦지 않아서 다행이라 생각하며 속으로 안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