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606
605화
자리를 비웠던 시간이 길지 않아서일까, 강신이 없는 동안 특별한 사건은 따로 없었다.
다만, 한가지 강신의 눈을 사로잡는 것이 하나 있었다.
“HG 그룹에서 긴급으로 협력을 요청했다라….”
다른 기업의 협력 요청은 언제나 받고 있었기에 그리 드문 일은 아니었지만, 이번 협력 요청이 강신의 눈길을 사로잡은 이유는 따로 있었다.
-요청자, HG 그룹 구성만.
구성만, 강신에게 블랙 카드를 쥐여준 장본인으로 강신과 우호 관계를 이어가려고 했던 사람이었다.
대중들은 그를 구회장이라고 불렀기에 이름보다 그쪽이 더 친밀하게 느껴졌다.
어지간해서는 직접 움직이지 않는 그가 이렇게 성신으로 직접 협력 요청을 하는 경우는 꽤 이례적인 일이었다.
‘직접 협력 요청을 한 것을 보아하니, 내가 보길 원했겠지.’
그리고 그 내용은 절대 사적인 내용이 아닐 것이다.
만약 사적인 내용이었다면 강신에게 직접 연락했을 테니까.
아쉽게도 협력 내용은 자세하게 적혀 있지 않았다.
-U.M.A ‘전문가’가 직접 봐주었으면 하는 물건이 있음.
여러 미사여구가 사용되었지만 결국 내용은 이것이 전부였다.
U.M.A 전문가가 정확히 어떤 전문가인지 말하는지는 몰랐지만, 의도는 뻔히 보였다.
‘시간의 여유가 있으니, 도와주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
아직 장비들은 정비와 보충 중이었고 오늘 확인한 현장들도 특별한 것도 없었다.
일행들 또한 휴식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빌려준 블랙 카드를 유용하게 쓰고 있으니….’
받은 게 있으니 도와주는 것이 당연했다.
애초에 구회장은 이런 상황을 위해서 강신에게 블랙카드를 빌려준 것이었으니까.
‘물건을 봐달라고 했으니 이미 입수한 물건일 거고,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겠지.’
HG 그룹의 협력에 견적을 뽑은 강신은 그대로 HG 그룹에서 보낸 협력 요청을 수락했다.
HG 그룹이 아무리 강신에게 우호적이라고는 해도 성신 상부에서는 강신 혼자서 HG 그룹에 방문하는 것을 반대했다.
그래서 강신은 어쩔 수 없이 휴식하고 있는 일행 중 하나를 동반해야 했다.
평소라면 당연히 전담 호위인 신하린이 붙었겠지만….
“하린씨는 지금 제니를 감시하느라 바빠서 제가 왔습니다.”
신하린은 아직 제니에 대해서 의심을 풀지 않는 상태였고, 몰래 그녀의 주위를 맴돌며 감시하고 있었다.
따라서 강신에게 합류한 것은 바로 송기덕이었다.
강신은 송기덕이 개인 큐브로 들어오자 식겁할 수밖에 없었다.
그야 그는 보호 장비뿐만 아니라 평소 U.M.A 현장에 나갈 때 사용하는 톤파와 여러 장비를 챙겨 중무장하고 나타났기 때문이다.
강신은 그런 그를 보며 어렵게 입을 열었다.
“송대리님, 저희는 HG 그룹 연구소에 가는 겁니다만….”
“네? 알고 있습니다.”
“장비가 너무 과한 것 같습니다. 저희는 그저 HG 연구소에 들려 물건 하나만 봐주고 오면 되는 겁니다. 그들과 싸우려는 것이 아니에요.”
“음…. 그래도 HG 그룹인데 이 정도 준비는….”
송기덕이 고집을 부리려 하자, 강신은 단호하게 그의 말을 끊고 대답했다.
“지금 당장 보호 장비를 제외한 나머지 장비를 다시 반납하고 오세요.”
“……네.”
그렇게 송기덕이 축 처진 체 장비를 다시 반납하고 돌아왔다.
작은 해프닝이 있었지만, 강신은 그대로 송기덕과 함께 바로 HG 그룹에서 운영하는 비밀 연구소로 향했다.
이전과 마찬가지로 연구소 근처에 도착하자, 보안 요원이 카메라나 통신 장비를 받고는 눈에 안대를 씌우고 연구소 내부로 안내했다.
연구소 내부에서 안대를 풀어주자 이전과 똑같은 연구소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여전히 인간미가 느껴지지 않는 삭막한 장소군.’
철과 기계들로 만들어진 연구소 내부는 다시 봐도 정이 들지 않았다.
저번과 다른 것이 있다면 연구소 내부에서 구회장이 강신 일행을 기다리고 있다는 점이었다.
“어서 오게. 요즘 바쁘다는 소리는 들었네.”
“아, 회장님 오랜만에 뵙겠습니다. 저번보다 더 정정해지신 것 같으시네요.”
강신은 너스레를 떨며 반갑게 인사를 했지만, 속으로는 지금 상황이 좋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구회장이 아무리 강신에게 호의적이며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려 한다 해도 대기업 회장이 연구소 입구까지 직접 마중 나오는 일은 너무 과한 일이었다.
‘따로 마중을 나온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연구소에 있었던 거라면?’
현재 상황이 HG 그룹 회장이 직접 나서야 할 정도로 심각한 사안이라는 소리였다.
‘아무래도 이번 일은 쉽게 생각하면 안 되겠는데….’
강신은 머리로 빠르게 계산하며 미소를 짓고 구회장에게 안부를 묻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간 별일 없으셨죠?”
“허허…. 별일이야 많았지, 지금도 일이 생겨서 자네를 부른 게 아니겠나.”
“음…. 그것도 그렇네요. 그보다 지금 상황이 상당히 좋지 않으신 모양이네요.”
강신이 넌지시 묻자 구회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안 좋지, 정말 안 좋아. 후…. 일단 이대로 이야기하기도 뭐하니 자리를 옮기지.”
그렇게 구회장은 강신과 송기덕을 연구소 내부에 있는 넓은 공간으로 안내했다.
그 공간에는 수많은 기게 장치뿐만 아니라 HG 소속의 연구원과 현장 요원들로 추정되는 이들이 발에 땀이 나도록 돌아다니고 있었다.
“범위가 더 넓어졌어! 1차 방호 지점 폐쇄하고 거기에 있던 요원들은 바로 물러나도록 조치해!”
“이미 요원 다섯이 말려들었습니다!”
“젠장, 괜히 사람 구하겠다고 안으로 들어가면 안 되는데. 그냥 경고만 하고 뒤로 빠지라고 해!”
흡사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광경이었다.
그들의 모습을 본 구회장이 길게 한숨을 내쉬고는 따로 준비된 자리에 앉았다.
“일단 앉지, 앉아서 설명하지.”
강신이 구회장이 권한 자리에 앉자, 구회장은 미리 준비한 자료를 강신이 볼 수 있도록 올려놓았다.
“지금 우리 연구소 이 난리가 난 것은 모두 거기 있는 물건 때문이라네.”
강신은 구회장이 건네준 자료를 들어서 내용을 확인했다.
가장 첫 장에 있는 것은 이 사건을 일으킨 원인으로 보이는 나무 상자가 찍혀 있었다.
네모난 직사각형 나무 상자 안에 뭔가 돌기가 돋아난 원통형 금속이 있었으며 그 주위에는 이상한 장치들이 달려 있었다.
오르골 자체는 외형이 다양했지만, 사진에 찍힌 상자는 누가 봐도 오르골처럼 보였다.
사진 뒷장에는 해당 물건의 부품들이 상세히 적혀 있었다.
강신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구회장에게 물었다.
“이거 오르골 맞습니까?”
“맞네, 오르골이지. 물론 평범한 오르골은 아닐세.”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강신이 묻자, 구회장은 HG 그룹이 오르골을 입수하게 된 계기부터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 오르골을 발견한 것은 유럽이었네.”
성신과 마찬가지로 HG 그룹 또한 해외에 많은 지부를 가지고 있었다.
유럽에 있는 HG 그룹은 어떤 제보를 받고 오지에 있는 마을을 찾아갔다.
“제보자는 그 마을에 특별한 힘을 가진 물건이 있다고 했지.”
모든 제보를 믿을 수는 없었다.
잘못된 제보도 많았고 허위로 제보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래도 만에 하나, 그 말이 사실일 수도 있었기에 제보를 받으면 조사를 위해 사람을 보내는 게 기본이었다.
“그래서 평소처럼 조사원을 보냈지, 그리고 파견된 조사원은 이틀을 넘기지 못하고 실종되었네.”
편히 말해 조사원이지, 성신으로 치면 HG 그룹의 조사원은 신하린이 소속된 첩보 부서의 요원 같은 느낌이었다.
즉, 전투 능력도 현장 요원에 비해 떨어지지 않으며 은밀히 움직이는 것에 특화된 인물이라는 소리였다.
그런 이가 임무 중 실종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었으며 실종되면서 어떠한 흔적도 남기지 못했다는 것도 이상했다.
“조사원이 실종되었으니, 뭔가 있어도 있겠구나 생각하고는 팀을 꾸려서 그 마을로 보냈네.”
요원들이 방문한 마을은 외부와 교류가 거의 없는 매우 폐쇄적인 마을이었다.
그래서일까, HG 그룹의 현장 요원들이 그 마을에 도착했을 때, 마을 사람들은 요원들을 반기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그들의 시선에는 적대감이 가득했다.
그나마 그들이 요원들에게 덤비지 않은 건 현장 요원들이 모두 중무장한 덕분이었다.
“현장 요원들은 사라진 조사원을 찾기 위해 그 지역을 수색했지만, 요원들의 힘만으로는 사라진 조사원을 찾을 수 없었네.”
마을 사람들은 뭔가를 알고 있는 것 같았지만 그들은 끝까지 입을 열지 않았다.
“시간만 계속 흐르고 성과가 없자, 초조해진 현장 요원들은 인원을 둘로 나누기로 했지.”
사라진 조사원을 찾는 인원들과 처음 들어왔던 제보대로 특별한 힘을 가진 물건을 찾는 인원들이 나뉘었다.
하지만 그 행동은 무의미했다.
“무의미했다고요? 어째서죠?”
“그 특별한 힘을 가진 물건이 있는 장소에 사라졌던 조사원이 발견되었거든.”
“아….”
애초에 특별한 물건을 조사하기 위해 파견된 이었으니, 이상한 일은 아니었지만 그렇게 발견된 조사원은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는 게 문제였다.
“사인은 무엇이었습니까?”
“과다 출혈, 사망한 조사원의 주변 벽면과 바닥에는 피로 그려진 악보가 가득했다고 하더군.”
자신의 피를 사용해 악보를 그렸다는 말에 강신은 뭔가 떠오르는 것이 있었지만 섣불리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다.
오르골을 입수하는 과정도 그리 편했던 건 아니었다.
현장 요원들이 원인이 되는 오르골을 챙기자, 안 그래도 적대감이 가득했던 마을 사람들이 현장 요원들에게 달려들었다.
현장 요원들은 마을 사람들과 대화를 시도했지만 이미 눈이 뒤집힌 그들에게 대화가 통할 리가 없었다.
혹여나 오르골 때문에 그런 것일까, 현장 요원들은 오르골을 바닥에 내려놓고 뒤로 떨어져 보기도 했지만 그래도 그들은 멈추지 않았다.
어떤 평화적인 시도도 통하지 않았고, 일행이 위험해지자 결국 보다 못한 한 요원이 방아쇠를 당겨버렸다.
“처음에 방아쇠를 당기기는 건 힘들었지만, 그 이후는 아주 쉬웠겠지. 그렇게 얻은 오르골은 바로 한국으로 수송되었고 지금 이 사태를 만들었지.”
구회장은 자세한 설명은 하지 않았지만, 그곳에 있던 이들의 끝이 어떻게 되었을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다 죽었겠지.’
덤벼드는 민간인을 쏴 죽였다.
어찌 보면 HG 그룹으로서는 치부에 가까운 이야기였을 것이다.
그런데도 구회장은 이번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서 그 치부를 꾸밈없이 솔직하게 모두 말했다.
그리고 그 덕분에 강신은 지금 이 사태가 된 원인이 무엇인지 짐작할 수는 있었다.
다만, 아직 의문이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혹시나 해서 여쭤보는 겁니다만, 그 오르골이 있다고 한 제보자가 누구였습니까?”
“익명이라 누군지는 알 수 없네. 다만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다고 해서 움직였다고 했었네.”
“누가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알 수 있겠습니까?”
강신이 오르골이 아닌 다른 것을 질문하자, 구회장의 표정이 눈에 띌 정도로 굳어졌다.
“……뭔가 걸리는 것이 있나?”
“네. 구회장님이 찾은 오르골은 영감이 샘솟는 오르골이라 불리는 물건입니다. 그리고 그 오르골은 한 비밀 종교의 교단에서 신이 내린 성물이라며 보관하는 물건이죠.”
여기까지만 한다면 강신의 질문 의도를 파악하기 어려웠지만, 이어지는 강신의 말을 들은 구회장은 강신이 어째서 그런 질문을 했는지 알 수가 있었다.
“성물을 보관하는 장소는 보통 마을 단위이며 그 마을 전부가 그 교단의 사람입니다. 즉, 교단 사람들로만 이루어진 마을에서 그 물건이 그곳에 있다고 제보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는 소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