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616
615화
강신이 의미심장하게 말했지만, 사실 강신과 일행들이 당장 해야 할 일은 그리 비장한 일은 아니었다.
개인 큐브에 대기하면서 베가가 보내오는 정보를 확인해 PMC 업계의 움직임을 주시한다.
그리고 광신도가 어떻게 행동하는지 확인하는 것이었다.
‘유독 저항이 거세거나, 인원이 집중되는 곳으로 확인하는 게 좋겠지.’
저항이 거세거나 병력이 몰리는 곳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이니, 그곳에 물건이나 혹은 그들이 중요하게 여길 전략적 요충지일 가능성이 컸다.
베가가 PMC와 접촉하는 광신도에 대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보내주기로 했지만, 그 정보를 분류하는 일이었다.
소수 정예인 베가로서는 정보를 보내는 일만으로도 꽤 힘들 것이 분명했기에 보내온 정보는 강신과 일행들이 직접 분류해야 했다.
아무리 프로네시스와 크림이 도와준다고 해도 사람의 손이 필요한 부분이 있는 법이었으니까.
평소라면 다른 직원의 도움을 받아 편하게 일을 했겠지만, 강신과 PMC가 엮여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이 적어야 했기 때문에 다른 이들에게 맡길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강신은 울프팀을 소집한 것이다.
그렇게 드디어 PMC 업계가 들고 일어났다.
그들의 분노는 생각보다 거대했기에 국가와 다른 기업들은 그들의 행보를 숨죽이며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국가와 기업은 PMC를 고용했던 이들인 만큼 PMC가 얼마나 위험한 이들인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따라서 PMC가 하는 행동을 제지할 수 없었다.
“와, 얘네, 이번에 진짜 작정하고 움직이네요.”
송기덕이 실시간으로 쏟아지는 정보를 눈으로 좇으며 말했다.
“말했잖아요. 그만큼 쌓인 것이 많았다고….”
“그래도 이렇게 적극적으로 움직일 줄은 몰랐습니다.”
그들이 보고 있는 정보는 확인하기 힘들 정도로 빠른 속도로 갱신되고 있었고, 그 내용은 대부분 PMC가 광신도를 공격하는 내용이었다.
PMC는 광신도라고 확실하게 판명된 개인부터 광신도가 만든 작은 마을 단위까지 그간 쌓인 울분을 터트리듯이 무분별하게 공격을 감행했다.
그런 PMC의 과격한 행보는 당연하게 흔적을 남겼다.
그것도 일반인이 그 과정을 눈으로 확인할 정도로….
하지만 그들의 흔적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인간과 U.M.A의 싸움이었다면 모를까.
인간과 인간의 싸움이었기에 일 자체를 은폐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으니까.
실제로….
-17세 대만 소년이 기관단총을 들고 44초 동안 51발을 전당포에 난사해 사람들을 경악하게 만들었습니다. 조사에 따르면 소년은 폭력 조직의 사주를 받아….
개인 큐브 한쪽에 틀어둔 TV에서 떠들고 있는 뉴스의 사건도 PMC가 광신도의 거점을 공격한 것을 폭력 조직의 항쟁으로 은폐한 것이었다.
“저 대만 쪽에 있는 광신도 지부는 대부분 전당포 형식이라고 하네요, 이쪽이 보관 쪽일 가능성이 있겠는데요?”
돈을 빌려주고 물건을 담보를 잡는 전당포라면 특이한 물건을 가지고 있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그러니, 담보로 잡힌 물건처럼 특별한 물건을 보관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확실히 일리가 있군요. 그럼 송대리님이 대만 쪽은 전담해서 분류해주세요.”
“알겠습니다.”
“네시스, 들었지?”
-알겠어, 저쪽으로 대만 정보는 모두 보낼게.
그렇게 강신과 일행들은 의심되는 정보를 착실하게 모으고 있었지만, 갑작스럽게 문제가 생겼다.
“이런…. 분위기가 너무 과열된 곳도 있어요.”
PMC가 이번에 광신도들을 상대로 하기로 했던 행동은 광신도들이 하는 행동을 방해하는 게 전부였다.
그 과정에서 광신도가 다치는 것까지는 크게 신경 쓰지 않기로 단합했다.
‘광신도를 제압하고 국가에 넘겨봐야 한국처럼 대처해 주는 곳은 많지 않을 테니까.’
폭스팀이 국내에서 활약할 수 있는 것은 성신과 국가가 모종의 거래가 있었던 덕분이었다.
그 거래가 없었다면 정부는 폭스팀이 잡은 ‘아직’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광신도들을 특수 감옥에 가두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건 다른 국가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오히려 더 심한 곳도 있었다.
강신은 이미 국제회의를 통해 그들이 단합이 제대로 되지 않으며 이익이라는 유혹에 약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러니, 그들 중 광신도와 직접 손을 잡은 이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런 국가는 PMC가 광신도를 잡고 정부에 보내도 수감은커녕 체포조차 하지 않을 것이다.
‘최악의 경우 PMC에 소속된 이를 체포하겠지.’
그러니, 광신도들을 제압하는 것보다 그냥 그들이 하는 일을 방해하는 것으로 모든 PMC가 동의한 상태였다.
그 과정에서 팔다리가 잘리고 선혈이 튀는 상황까지는 짐작했지만, 광신도를 직접 살해하는 것은 금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광신도들로 인해 동료를 잃은 분노가 일을 방해한다고 해서 모두 해소될 리가 없었다.
몇몇 PMC는 난잡한 지금 상황을 이용해 광신도를 살해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전쟁을 방불케 하는 모습에 PMC를 이용하고 있는 강신은 괜히 입맛이 쓰게 느껴졌다.
광신도를 동정해서가 아니었다.
그들이 과격해지면 해질수록 은폐하기 어려워지며 다른 이들이 그들의 행동을 문제 삼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금 상황에서는 내가 참견할 수도 없는데….’
강신이 그들을 멈추는 방법이 있다 해도 지금은 강신도 움직일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괜히 강신이 나서서 PMC를 말렸다간 PMC 쪽에서 성신을 광신도와 한패라고 생각하거나, 반대로 광신도들이 강신의 행동을 이상하게 여기고 다른 대책을 만들지도 몰랐으니, 섣부르게 움직일 수는 없었다.
‘현재로서는 그저 베가와 딘을 믿을 수밖에 없나….’
그들도 다른 PMC처럼 각자 맡은 곳에서 광신도를 공격하는 중이라 정신이 없겠지만 그래도 그들을 믿는 것밖에 방법이 없었다.
“더 심하게 과열되지만 않았으면 좋겠는데….’
하지만 그런 강신의 바램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PMC가 움직이고 며칠이 지나자, 광신도들을 고의로 죽이던 PMC들은 같은 PMC들에게 제재를 당했다.
그 이후 다른 PMC의 행동이 달라졌다.
원래부터 피 맛에 익숙한 PMC라 그런가, 시간이 지날수록 광신도의 일을 방해하며 생기는 불상사가 많아졌다.
고의로 죽이지는 않아도 일을 방해하다 죽여도 별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경우가 허다해진 것이다.
그 때문에 바빠진 것은 국가와 기업, 그리고 U.M.A 국제회의였다.
안 그래도 그들이 저지른 일들을 은폐하기 위해 고생하고 있었는데, 대량으로 사람들이 죽어 나가니, 그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더 골치가 아파진 것이다.
“이거 안 좋은데요….”
장웨이가 U.M.A 국제회의에서 내려온 공문을 꺼내 들었다.
어려운 단어로 꾸며진 공문의 주된 내용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PMC에 대한 경고가 가득 담겨 있었다.
이대로 PMC가 계속 똑같이 움직인다면 U.M.A 국제회의가 직접 움직일지도 몰랐다.
‘같은 목적을 가진 이들끼리 충동해 전력을 깎아 먹게 할 수는 없으니, 여기까지인가….’
강신은 한숨을 내쉬고 결국 베가에게 전화를 걸어야 했다.
-안 그래도 슬슬 통제가 안 되는 것 같아서 말하려고 했는데….
고작 며칠이었지만 활기찼던 베가의 목소리는 사라진 상태였다.
그 며칠 동안 베가는 PMC라는 집단이 그간 어째서 하나로 뭉치지 못했던 것인지, 뼈저리게 깨달았다.
같은 목적으로 움직이고 있긴 하지만 그 목적에 도달하는 방법이 각자 너무나도 달랐다.
그러니 서로 맞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고작 며칠 손발을 맞췄을 뿐인데, 벌써 PMC 내부에서 분란이 일어나려고 하고 있었다.
그 분란이 불만으로 생긴 것인지 PMC 내부에 있는 광신도들이 만든 것인지는 알 방도가 없었지만, 그래도 확실한 것은 지금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쯤에서 작전을 마무리해야겠군요. 보내주신 정보만으로도 충분할 겁니다.”
며칠 만에 쏟아진 정보는 아직 반의반도 정리하지 못했지만, 강신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여겼다.
‘부족하면 또 다른 수단을 취하면 되니까.’
무리하게 정보를 모으겠다고 지금 이대로 두면 PMC끼리 내분이 일어나는 것은 물론이고 U.M.A 국제회의와 마찰이 생길 것이다.
그런 식으로 같은 목적을 가진 이들의 전력이 깎이는 모습은 강신이 원하는 모습이 아니었다.
“PMC를 물릴 수 있겠습니까?”
-딱 마지노선이었네, 지금이라면 가능해.
“그럼 그렇게 해주십시오.”
-그래, 끝까지 맡겨만 달라고.
베가와 통화를 끝낸 강신은 국제회의 의장에게 전화해 베가와 이야기했던 내용을 설명했다.
-알겠습니다, PMC 업계가 알아서 멈춰준다면 저희도 참견할 이유가 없죠.
“이야기를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별말씀을…. 앞에서 돕지 못하니, 이렇게 뒤에서라도 도와줘야죠.
그렇게 간단히 전화를 끝내고 몇 시간 뒤, 베가가 자신만만하게 말했던 것처럼 광신도만 보면 미친 듯이 쫓던 대부분의 PMC 업체들이 돌연 행동을 멈추었다.
베가는 처음 서명을 받았던 협약서를 들먹이며 지금 하는 행동이 너무 과하다는 걸 핑계로 실망했다며 협약 자체를 파기했다.
그들을 묶어주던 협약이 파기되자, 그들은 각자 광신도들을 상대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PMC가 항상 광신도에게 당하면서도 보복하지 못했던 건 그 규모 때문이었다.
이번 협약으로 업계가 모두 묶여서 광신도를 공격하는 게 가능할 정도로 규모가 커졌지만, 베가가 협약을 깨면서 다시 소규모로 돌아간 이상 다시금 광신도를 공격하기에는 부담이 너무 컸다.
‘이마저도 더 분위기가 과열되면 불가능했겠지.’
그랬다면 베가가 협약을 깨든 말든 PMC는 자기들끼리 다시 뭉쳐서 광신도를 공격했을 테니까.
PMC가 날뛰었던 며칠은 업계 사람들의 뇌리에 강하게 남기며 끝이 났다.
PMC가 모든 분노를 쏟아낸 듯한 며칠이 지나자, 사람들은 그들이 저지른 일들에 본격적으로 뒷수습에 나섰다.
마을 단위가 사라진 장소는 재난으로 은폐되었고 도심에서 일어난 일들은 정신 이상자의 행동으로 포장되었으며, 차량으로 인한 사고는 차량의 급발진으로 은폐되었다.
그 외에도 해당 나라, 문화에 맞추어 며칠간 있었던 일들이 모두 은폐되었다.
그 일을 은폐하기 위해서 여러 곳에서 야근을 해야 했지만, 덕분에 일반인들은 요즘 사회가 어수선하다고만 생각할 뿐이었다.
그리고 야근해야 하는 이들은 그들만이 아니었다.
“으어…. 아니 고작 며칠 날뛰었을 뿐인데, 이렇게 많은 곳을 공격할 줄은….”
야근을 넘어 사흘 동안 뜬눈으로 밤을 새우며 정보를 분류한 맥스가 중얼거렸다.
“그래도 분류가 다 끝났네요.”
“자, 이제 분류가 끝났으면 바로 확인해보죠.”
일행들은 자신들이 분류한 정보를 가지고 토론을 시작했다.
PMC가 보내온 정보에는 유용한 정보들이 많이 담겨 있었다.
“생명력 관련된 물건들을 파괴한 것도 모자라 강탈한 PMC도 있네요.”
“광신도가 운영하는 연구소를 파괴한 곳도 있어요.”
PMC의 행동은 꽤 과격했지만, 그들의 활동은 확실하게 광신도들에게 큰 피해를 남겼다는 증거가 그대로 담겨 있었다.
빌리는 자신이 분류한 정보를 일행들에게 꺼내며 말했다.
“정보를 분류하다 보니, 광신도들이 이 섬을 과할 정도로 지켰다고 합니다.”
그가 말한 섬이 있는 곳은 아이슬란드에 있는 섬이었다.
“보니까, PMC가 마지막까지 뚫지 못했다고 하네요.”
신하린이 빌리가 건넨 자료를 보며 중얼거렸다.
다른 곳은 다 초토화했으면서 섬 하나를 제대로 공략하지 못한 것은 분명 이상한 일이었다.
“투입된 PMC도 꽤나 힘쓰는 곳이었어요. 그런데도 뚫지 못했다면 확실히 이곳에 뭔가가 있을 가능성이 크군요.”
일행들의 의견에 강신이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확인해봐야겠군요.”
그렇게 강신과 일행들의 다음 목적지가 정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