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618
617화
“인체 실험, U.M.A 연구, 그리고 에볼루션이라…. 쯧, 이런 곳에서 이런 연구를 하는 줄 알았으면 진작에 습격했을 텐데….”
하나 같이 괴랄한 연구 내용을 확인한 송기덕이 이곳에 있던 광신도들을 처리하지 못한 것에 못내 아쉬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물론 다른 일행들도 모두 송기덕과 같은 마음인 것은 말하지 않아도 당연한 일이었다.
-어떻게 같은 인간에게 이런 실험을 할 수가 있는 거죠?
데이터의 부족으로 아직 성숙하지 못한 크림이 강신이 착용한 만능렌즈를 통해 광신도들의 연구 자료를 보고는 의문을 표했다.
그녀와 반대로 그간 많은 데이터를 축적한 프로네시스가 대답했다.
-크림, 같은 인간이기에 이런 일을 하는 거예요.
-저는 이해할 수가 없어요.
-조금 더 많은 데이터를 쌓고 인간에 대해서 알게 된다면 자연스럽게 알게 될 거예요.
크림을 가르치는 듯한 프로네시스의 음성에서 어째서인지, 조금 씁쓸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강신은 바닥에 A.I들의 대화를 들으며 바닥에 눌어붙은 액체였던 흔적을 잘 떼어내 환경 보존용 보관 용기에 집어넣는 걸 마지막으로 일행들에게 말했다.
“이곳에서 더 얻을 수 있는 것은 없어 보이니, 이만 철수하죠.”
실제로도 이곳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더 없었으니, 강신의 의견에 토를 다는 사람은 없었다.
기껏 아이슬란드까지 갔지만, 그들이 얻은 것이라고는 종이 뭉치와 뭔지 모를 액체의 흔적뿐이었다.
그렇게 강신과 일행들은 허무한 마음으로 회사로 복귀했다.
강신은 광신도의 비밀 연구소에서 얻은 자료들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권영식에게 보낸 후, 다시금 일행들을 자신의 개인 큐브로 불러 모았다.
복귀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일까, 다행히도 일행들은 모두 회사에 있었고 금방 개인 큐브로 모여주었다.
“후…. 마음 같아서는 워라벨을 위해 여러분의 휴식 여건을 보장해드리고 싶지만, 이번에 가져온 자료에서 생각하지 못했던 정보를 찾아서 이렇게 여러분을 다시 부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에? 그런 정보가 있었습니까?”
강신과 마찬가지로 모든 자료를 확인했었던 송기덕은 강신이 말한 정보가 무엇인지 전혀 모르겠다는 눈치였다.
실제로 광신도의 연구소에서 가져온 연구 자료에는 그리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은 없었다.
어떤 의도를 가지고 실험을 했는지, 그리고 실패로 점철된 내용만 가득했으니까.
그나마 도움이 되었던 것은 U.M.A를 대상으로 한 연구 기록과 에볼루션과 관련 있어 보이는 약에 대한 자료뿐이었다.
‘그마저도 대부분 타다만 것들이라, 제대로 내용을 확인하지도 못했지만….’
그런데 그 속에서 울프팀을 바로 부를 정도로 중요한 내용이 있었다고 하니, 송기덕이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이걸 보시죠.”
강신은 일행들이 오기 전 미리 스캔해 두었던 자료의 특정 부분을 일행들이 편하게 볼 수 있도록 홀로그램으로 띄웠다.
“음…. 이건…. 그냥 겉표지 아닌가요?”
“네, 맞습니다.”
강신이 띄운 연구 자료는 연구의 개요와 의도 같은 것이 간략하게 적혀 있는 연구 일지의 첫 페이지였다.
그리고 거기에는 개요와 의도 말고도 실험에 사용한 연구 물품이 적혀 있었다.
“여길 보시면 들어간 연구 물품이 적혀 있죠.”
간단한 실험 도구부터 인간과 U.M.A 그리고 특별한 물건들까지 아주 세세하게 적혀 있었다.
“물품이 연구에 제대로 사용되었는지, 확인하려는 목적이었겠지만 여기에 기재된 내용이 자꾸 눈에 걸리더군요.”
간단한 실험 도구는 그 출처가 적혀 있지 않아 따로 구매해 사용하는 것인지, 다른 곳에서 구해오는 건지 알 수 없었지만, 특정 물건들은 달랐다.
실험에 사용한 인간, U.M.A 그리고 특별한 물건들 옆에는 그 물건들이 어디에서 건너온 것인지 출처로 추정되는 단어가 적혀 있었다.
인간이나 U.M.A를 가져온 출처는 더샘이라고만 적혀 있어 의미를 알 수가 없었지만, 특별한 힘을 가지고 있는 물건들의 출처만은 달랐다.
“파운샵(Pawnshop, 전당포.), 이 단어를 보니 떠오르는 것이 하나 있더군요.”
“전당포요? 그걸 보고 왜…. 아! 대만!”
뒤늦게 송기덕이 PMC가 보내왔던 정보들을 떠올렸다.
“아마 그때 송대리님이 하셨던 추측이 정답이었나 봅니다.”
연구 일지에서 말하는 전당포가 대만에 있는 곳들을 뜻하는지 아닌지 정확하지는 않았지만, PMC가 보내온 정보에는 광신도가 운영하는 전당포는 오직 대만에만 존재했다.
“이런 귀중한 물건들을 남에게 맡기지는 않았을 테니까, 정황상 그곳을 가리키는 것이 맞습니다, 그리고 그곳이 정말 송대리님 말대로 광신도들의 물건을 보관하는 장소라면 다른 곳에서 물건이 필요하다면 그곳으로 물건을 수송할 것이고 그 소리는 그런 물건이 필요한 장소들을 알 수 있다는 소리겠죠.”
강신의 설명을 들은 일행들이 모두 눈을 빛냈다.
지금 이곳에서 강신의 말뜻을 이해하지 못한 사람은 없었다.
강신의 말은 전당포에 보낸 물건들이 비밀 연구소뿐만 아니라 어쩌면 의식이 진행되는 장소까지 흘러갈 수도 있다는 소리였다.
끊긴 줄 알았던 정보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오자, 일행들이 살짝 흥분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들 중 가장 흥분한 것은 송기덕이었다.
“자…. 잠시만요! 제가 분류했던 자료들을 바로 가지고 오겠습니다.”
그가 허둥지둥하며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자, 강신이 그를 말렸다.
“송대리님, 괜찮습니다. 대리님이 분류한 자료들 이미 프로네시스도 알고 있으니까요.”
“아, 맞다….”
그는 뒤늦게 자신이 너무 흥분했음을 깨닫고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강신은 송기덕이 자리에 앉자, 다시금 회의를 진행했다.
“PMC가 알려왔던 대만의 전당포는 총 4개, 타이베이, 가오슝, 타이중, 타이난입니다.”
“대만의 주요 도시들이군요.”
“네, 맞습니다. 그 외에도 작은 전당포가 있을 수도 있지만, 별로 중요하지 않으니 그 부분은 생략하겠습니다.”
오지에 있는 전당포에서 전 세계로 물건을 보낸다면 어떻게든 눈에 띄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내용이 전혀 없는 걸 봐서는 그 전당포는 물건을 해외로 보내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 강신의 말대로 생략해도 전혀 문제가 될 것이 없었다.
“우선 여기 타이베이에 있던 전당포는 이미 이전에 PMC에게 점거당한 이력이 있습니다.”
며칠 지나지는 않았지만, 점거당했다는 것이 중요했다.
제대로 방어했었던 비밀 연구소가 숨겨진 예배당이 PMC에게 위치를 들켰다고는 이유로 다른 곳으로 장소를 옮긴 것처럼 타이베이에 있는 전당포도 그곳을 점거했던 PMC가 빠져도 본래 모습을 찾지 못했을 가능성이 컸다.
“그러니까, 저희는 PMC가 공격하지 않았던 전당포를 찾아가야 합니다.”
PMC가 움직인 지 겨우 며칠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간 그들이 얼마나 부지런하게 움직였는지, 공격당하지 않은 전당포는 아이러니하게도 고작 한곳이었다.
“타이중, 그것도 펑지아 야시장이 있는 근처네요.”
신하린이 공격당하지 않은 전당포가 있는 장소를 중얼거리자, 강신이 고개를 끄덕이며 일행들에게 말했다.
“다른 전당포가 공격을 받았으니, 저들도 언제 움직일지 모릅니다. 복귀한 지 몇 시간 되지 않은 상황에서 미안하지만 지금 바로 움직여야 합니다.”
제대로 쉬지 못했지만, 일행 중에 불만을 품는 사람은 없었다.
아니, 오히려 마침 잘됐다는 듯 의지를 불태웠다.
“비행기 표를 바로 구해봐야겠군요.”
“이번에는 놓치지 않겠습니다.”
“인간이 상대라면 저도 도움이 될 거에요.”
일행들은 바로 다음 목적지를 향할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지원팀은 비행기 표와 숙소를 알아봤으며 전투 요원들은 다시금 자신들의 장비를 점검했다.
그렇게 울프팀은 다시금 대만으로 향해야 했다.
* * *
한편, 강신과 일행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이, 강신에게 자료를 받은 권영식은 광신도들의 연구 자료를 보며 고민에 빠져 있었다.
권영식이 보고 있는 연구 일지는 U.M.A를 대상으로 하는 연구가 아닌 인간을 대상으로 했던 연구 일지였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현재도 성신 병원에 입원해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는 어마어마한 재생력을 가진 남자에 관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그 남자의 피를 이용한 연구들이었다.
“그쪽도 나와 똑같은 생각을 했었나.”
광신도들도 권영식과 마찬가지로 남자가 가진 거대한 재생력을 이용하려고 한 듯 보였다.
그리고 권영식이 그랬듯, 당연히 실패와 실패를 거듭했다.
하지만 그들이 접근한 연구의 방식은 권영식과 조금 다른 목적이었다.
권영식은 재생력이 날뛰는 남자의 피를 억제해 최소한의 재생력을 끌어내려고 했다면 광신도들은 반대로 재생력을 더 높이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이다.
즉, 권영식은 연구 결과로 나온 물건을 사용하면 그 사람을 치료하는 것에 중점을 둔 것이다,
반대로 광신도는 단기간 어떤 상처를 입어도 멀쩡하지만, 사용자가 그 이후를 장담할 수 없는 최후의 수단인 일종의 병기를 만든 것이다.
목적은 달랐지만, 광신도가 가진 연구 내용은 지금 권영식에게도 충분히 도움이 되는 내용이었다.
단기간 연구한 그와 다르게 광신도들은 꽤 오랜 기간 연구를 진행해왔기에 많은 데이터를 가지고 있었던 덕분이었다.
“그래, 그 재생력이 이런 식으로 발현되어서 팽창하고 신체가 파손되는 것이었군, 그렇다면 이걸….”
그는 광신도가 인체 실험을 했든 말든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
오히려 고맙기까지 했다.
그들 덕분에 자신의 연구가 한발 더 나아갈 수 있었으니까.
광신도의 연구 일지를 확인하며 뭔가를 계산하던 권영식이 중얼거렸다.
“좋아, 이 정도면 완성할 수 있겠군.”
그는 바로 자신이 도출해낸 계산을 토대로 기존의 물건을 모두 폐기하고 주황빛을 띠는 새로운 물건을 만들어 냈다.
권영식은 곧바로 그 액체를 주사기에 옮겨 담고 그 액체를 실험하기 위해서 이동했다.
그가 이동한 곳에는 한쪽 팔을 잃은 한 남성이 있는 장소였다.
“흐…. 흐….”
그는 입에서 침을 질질 흘렸고, 초점이 제대로 잡히지 않아 마치 실성한 듯 보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가 권영식이 다가오는 것을 발견하자, 초점이 제대로 잡히지 않았던 눈이 또렷해지며 공포가 깃들었다.
“힉…. 다가오지 마!”
하지만 권영식은 그런 그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처럼 천천히 그에게 다가갔다.
그 남성은 권영식이 다가올 때마다 경기를 일으키며 몸을 떨어댔지만, 그런다고 해서 권영식의 발걸음은 멈출 리가 없었다.
권영식은 덤덤하게 이제는 팔 하나밖에 남지 않은 남성의 팔에 주사기를 꽂았다.
주욱.
그리고 아무 망설임 없이 주사기에 담긴 액체를 밀어 넣었다.
“으…. 으아!”
남성이 공포에 질려 갈라진 목소리로 비명을 질러봤지만, 이곳에서 그를 도울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렇게 약간의 시간이 흐르자, 이전과 마찬가지로 남자의 팔이 요동치며 팽창하기 시작했고 그런 남성의 팔을 본 권영식은 실망스럽다는 듯 중얼거렸다.
“음…. 또, 실패인가?”
“아아악! 악!”
그러다 이변이 일어났다.
권영식은 저번과 마찬가지로 팔이 폭발할 거로 생각했지만, 남성의 팔이 갑자기 팽창하던 것을 멈추고는 갑자기 팽창하기 전으로 돌아갔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그렇게 돌아간 팔은 아주 오래된 상처까지 사라져 마치 아기 피부처럼 깔끔해진 상태였다.
하지만….
“쿨럭! 웨엑.”
남성이 피를 토했다.
“효과 자체는 성공인 것 같은데, 몸에 부담이 가는 건가…. 흠, 확실히 일반인은 사용하기 힘들겠어. 그렇다면….”
권영식은 중얼거리며 뭔가를 다시금 계산했다.
그런 그의 얼굴에는 오랜만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걸려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