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653
652화
대화가 생각보다 길어지자, 제임스는 중간에 시간을 확인하고는 대화를 마무리하려고 했다.
“어느 정도 호기심은 모두 해결되신 것 같으니, 다음 질문을 마지막 질문으로 해도 되겠습니까?”
그의 말대로 강신의 호기심은 많이 해결되었고, 강신은 별 불만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말에 동의했다.
“그러시죠. 그럼 마지막 질문은 제가 먼저 하겠습니다, 황금만능주의는 앞으로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 방침이 정해졌습니까?”
“아….”
강신의 질문에 제임스가 살짝 곤란한 듯 표정을 굳히고는 말을 아끼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는 이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걸 제가 말해도 될지 모르겠군요. 큰 비밀은 아니지만, 그런 중대사는 보통 대사제님이 직접 정하시는 것이라 제가 알고 있는 내용이 언제 바뀔지 모릅니다.”
“지금 당신이 알고 있는 것만 알려주어도 괜찮습니다. 나머지는 제가 알아서 할 일이니까요.”
“그러시다면야…. 우선 지금 저희 교단은 강책임님이 알려주신 내용을 토대로 크툴루를 믿는 이들이 다른 교단에 심어둔 세작들의 증거를 모으는 중입니다.”
강신이 그들에게 알려준 정보는 어디까지나 정황에 가까운 것들이었기에 크툴루를 믿는 이들을 확실하게 비밀 종교에서 축출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많은 증거가 필요했다.
그래서 대사제인 테일러는 교단 내에서 돈을 갉아먹는 쥐새끼들만 처분하고 따로 크툴루를 믿는 이들에게 항의조차 하지 않은 상태였다.
만약 테일러가 그들에게 항의했다면 현재 다른 교단에 심어진 이들이 세작이라는 증거를 모두 처분하고 아닌 척 발뺌할 수도 있었으니까.
“증거를 모두 모으면 크툴루를 믿는 이들을 비밀 종교에서 축출하기 위해서 직접 움직이신다고 하셨습니다. 그 외에 저희 교단의 행동 방침이 달라지는 것은 따로 없을 겁니다.”
그들은 언제나 그랬듯이 누군가가 돈만 제대로 낸다면 가지고 있는 모든 걸 팔 것이다.
그것이 특정 물건이든, 정보든, 노동력이든 간에 말이다.
그건 크툴루를 믿는 이들이라고 해도 다를 것은 없었다.
‘황금만능주의 교단은 그들을 축출하고도 그들과 계속 거래를 이어가겠지.’
황금만능주의 교단이 크툴루를 믿는 이들과 확실한 적대 노선을 잡지 않았지만, 그래도 강신은 크툴루를 믿는 이들이 비밀 종교에서 축출되는 것만으로도 상황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걸로 그들의 행동도 조금 더 위축되겠지.’
크툴루를 믿는 이들의 위세가 아무리 대단하다고 하더라도 비밀 종교에서 축출되는 순간 지금처럼 마음껏 활개 치지는 못하게 될 것이다.
그런 그들의 행동에는 여러 제약이 걸릴 것이고 그만큼 그들의 의식은 늦춰지게 될 것이다.
아무리 크툴루를 믿는 이들의 대사제가 치밀한 작전을 세우는 자라고 해도 그런 상황에서 초조함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비원을 앞두고 팔다리가 잘려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게 될 테니, 답답해하겠지.’
그리고 초조함은 사람의 실수를 유발하게 하는 감정이었다.
“그럼 저도 마지막 질문을 해도 되겠습니까?”
“아, 그러시죠.”
잠깐 생각에 빠져 신경 쓰지 못한 제임스가 마지막 질문을 시작했다.
“저는 강책임님이 행운의 천칭을 만졌을 때를 봤습니다. 어떤 사람이 만져도 기울던 천칭이 완벽한 수평을 이루더군요. 혹시 이에 관해서 이야기해 주실 게 있으십니까?”
모른다고 잡아떼도 제임스는 그냥 넘어갈 테지만, 강신은 그가 성실히 답변해 주었던 것을 떠올리고는 그러지 않기로 했다.
“그 이야기에 대답은 되지 않겠지만, 연관이 있으니 하나 물어보죠. 행운의 천칭은 누가 만들었을까요?”
강신의 질문에 제임스는 쉽게 대답할 수가 없었다.
그야, 행운의 천칭을 누가 만들었는지 알지 못했으니까.
“글쎄요…. 강책임님은 그걸 누가 만들었는지, 알고 계신 겁니까?”
제임스는 정보꾼인 강신이라면 알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강신도 모르는 건 마찬가지였다.
“아니요, 저도 모릅니다.”
“아니, 그게 뭔….”
눈으로 욕한다고 했던가, 지금 제임스가 강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딱 그랬다.
그가 그런 태도를 보이는 것도 당연했다.
그는 강신이 자신에게 장난을 치는 것처럼 느끼고 있을 테니까.
하지만 이는 분명 필요한 질문이었다.
‘초월적인 존재가 만들었든, 특별한 재능을 가진 이가 만들었든, 그냥 평범한 장인이 만들었든,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니까.’
“중요한 건, 누가 만들었냐가 아닙니다. 그 물건을 누가 만들었든 행운의 천칭을 만든 이는 ‘천칭’이라는 것이 정확히 어디에 사용하는 물건인지 알고 있는 존재라는 겁니다.”
“음?”
천칭, 지레를 이용해 질량을 측정하는 저울.
즉, 제작자는 적어도 저울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저울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존재는 바로 ‘인간’이었다.
“행운의 천칭은 인간이 사용하기 위해 만들어진 물건입니다. 그러면 여기서 다른 질문을 해보죠. 인간이 사용하기 위해 만들어진 행운의 천칭을 인간이 아닌 다른 무엇인가가 만진다면 어떻게 작동하게 될까요?”
제임스는 강신이 하고자 하는 말을 단번에 이해했다.
“설마 인간이 아닌 이가 만지면 작동을 하지 않는다는 겁니까?”
“네, 바로 그겁니다.”
“아니, 하지만 강책임님은 인간이잖아요?”
“네, 인간이죠. 저는 그냥 조금 편법을 쓴 것에 불과하죠.”
강신은 건틀릿을 벗어 자신의 손을 보여주었다.
검은색 연기가 일렁이는 손을 보며 제임스는 두 눈을 깜빡일 수밖에 없었다.
“저는 행운의 천칭을 만질 때, 초코, 아. 그러니까. 그림자 반려를 구성하는 일부를 보이지 않게 몸에 두르고 만졌을 뿐입니다.”
“하…. 그런 것이군요.”
테일러는 그것도 모르고 강신에게 뭔가 특별한 이유가 있으리라 착각한 것이었다.
의문이 풀리긴 했지만, 제임스에게는 또 다른 의문이 생겼다.
‘굳이 그렇게까지 해서 행운의 천칭을 만진 이유가 뭐지?’
끽해봐야 자신의 현재 행운을 보는 것이다.
그런데 어째서 강신은 그런 행동을 하면서까지 자신의 행운을 보기 싫어했던 것일까.
의문이 목 끝까지 올라왔지만, 제임스는 차마 강신에게 물을 수가 없었다.
그야 자신이 방금 한 질문이 마지막이라고 못을 박아두었으니까.
‘이럴 줄 알았으면 마지막이라는 말은 하지 말걸….’
제임스는 후회했지만 이미 지난 일이었다.
“대답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임스의 찜찜한 표정이 그대로 드러났지만, 강신은 그걸 보고도 모르는 척했다.
‘그렇게 중요한 내용도 아니기도 하니, 굳이 말해줄 필요는 없겠지.’
강신이 초코의 도움을 받으면서까지 행운의 천칭에 닿지 않은 이유는 행운의 천칭을 확인하는 순간, 현재 행운에 영향이 가기 때문이었다.
행운의 천칭이 행운 쪽을 가리켜 무모한 짓을 할 예정이라면 행운으로 기울었던 천칭을 당연히 불운 쪽으로 돌아서기 마련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강신은 행운이라는 것에 의존하고 싶지 않았다.
강신도 사람인 이상 천칭을 보게 되면 자기도 모르게 자신의 운에 의존하게 되었을 테니까.
이 사실을 알려줘도 상관없었지만, 어차피 이제 행운의 천칭은 황금만능주의 교단이 아닌 세그레드 조라에게 귀속되었으니, 그들에게 행운의 천칭에 대해 알려 줘봐야 소용이 없을 것이다.
그렇게 모든 대화는 마무리되었다.
이제 하수도에서 나가, 밖의 상황만 파악하면 끝이 나는 상황에서 제임스가 강신을 불러세웠다.
“잠시만요. 강책임님.”
무슨 용건이 남은 것일까, 강신이 그를 가만히 바라보자, 그가 조금 민망한 듯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죄송하지만 제가 여기서 나가는 것을 도와주실 수 있겠습니까?”
강신은 그제야 제임스가 기생하고 있던 남성을 처리했다는 것을 떠올렸다.
평범한 인간처럼 보였지만 그의 본질은 그림자 반려였으니, 그가 아무리 에볼루션으로 이레귤러가 되었다고 해도 살아 있는 사람의 생명력이 없이는 오래 버틸 수가 없었다.
강신의 생명력을 갈취하게 되겠지만, 제임스는 강신이 초코를 데리고 있는 것을 보고 강신도 테일러처럼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는 특별한 뭔가를 가지고 있다고 판단하고 부탁한 것이었다.
강신은 방금까지 대화를 나누었던 이를 무정하게 버리고 갈 사람은 아니었다.
“나가는 건, 도와드리죠.”
“그거면 충분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렇게 제임스는 강신의 그림자 속으로 들어가 하수도를 나갈 수 있었다.
그들이 밖으로 나오자, 동이 트고 있었다.
“그럼 다음에 기회가 있다면 또 뵙겠습니다.”
제임스는 강신에게 짤막하게 인사만 건네고 쿨하게 자기 갈 길을 떠났다.
애초에 강신을 돕는다는 목적과 강신이 만진 천칭이 수평을 이루는 이유를 알게 되었으니, 더는 강신을 쫓을 이유가 없었던 탓이었다.
강신은 그가 떠나고 자신이 그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외부 상황이 어떻게 되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의태로 모습을 감추고 엉망이 된 거리를 거닐었다.
시끄러웠던 거리가 잠잠해진 것을 봐서는 상황이 어느 정도 수습이 된 것처럼 보였지만, 밤새 있었던 전투의 여파는 여실히 드러났다.
쓰러진 사람들을 나르는 구급대원, 낙오자들로 보이는 이들을 체포하고 있는 경찰들, 그리고 그들 뒤쪽에서 다친 몸을 치료하고 있는 PMC 요원으로 추정되는 이들까지.
망가진 자동차와 파괴된 도로, 그리고 도심 곳곳에는 회색 연기가 피어오르기까지 했다.
강신은 그대로 세그레드 조라 애너하임 지부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에 도착했을 때, 강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가 있었다.
자신이 떠나고 얼마나 많은 공격을 받았는지 몰랐지만, 상점이 잠기지 않은 것을 보아하니, 올리버가 호언장담했던 것처럼 기어이 약속을 지켜낸 듯했으니까.
강신이 보호 장비의 의태를 풀자, 입구를 지키고 있던 올리버가 종업원을 따라 이동했던 강신이 입구를 통해 들어오니 두 눈을 끔뻑이며 물었다.
“어라? 왜 그곳에서 오십니까?”
“돌아서 왔습니다. 그보다, 올리버에게는 이번 새벽은 꽤 고단했나 보군요.”
올리버의 상태는 좋은 말로 해도 멀쩡해 보이지 않았다.
옷이 뚫려도 멀쩡했던 그의 모습은 어느샌가 작은 상처들로 가득했으며 입고 있던 옷은 넝마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맑았던 그의 눈은 야근하고 새벽에 퇴근하는 직장인처럼 변해 있었다.
“후…. 중간에 나타난 이능을 가진 이들은 그나마 상대하기 편했는데 말이죠. 마지막에 단체들이 서로 협력하고 비집고 들어오려고 한 게 생각보다 거세서 조금 무리를 했습니다. 티미가 소장품을 빌려주지 않았으면 막아내지 못할 뻔했어요.”
그러고 보니, 옷은 넝마가 되었지만, 그는 처음 나타났을 때, 가지고 있지 않던 각반과 짧은 단검을 들고 있었다.
주변에 시체들이 즐비한 것을 보아하니, 손속에 자비를 둘 수 있는 여유가 없었던 것처럼 보였다.
“아직 처리하지 못한 잔당이 남아 있을 수도 있으니, 일단 들어가서 이야기하죠.”
올리버는 주변을 살피더니, 강신을 상점 내부로 들어오게 했다.
상점 내부는 외부보다 더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강신이 떠날 때만 해도 멀쩡했었는데, 어느새 상품 진열대가 부서져 있었고 귀한 물건들이 아무렇게나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티미는 낑낑대며 시체를 끌어 한곳으로 모으고 있었다.
“어? 강책임님? 왜 거기서?”
티미는 올리버와 들어오는 강신을 보고 올리버가 보였던 것과 같은 반응을 보였지만, 한편으로는 강신이 나타나 안도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렇게 세그레드 조라 애너하임 지부를 노렸던 사건은 막을 내리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