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700
699화
“어음….”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자, 기대했던 강신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도 작동이 안 되는 건가?’
실망한 강신의 얼굴을 본 이고르가 옆에서 입을 열었다.
“꽤 흥미로운 장치군, 이전에 이곳에서 생겼던 그 공간을 열려고 한 것인가? 조금만 손을 보면 제대로 작동할 것 같으니, 내가 좀 거들어 주지.”
이고르가 강신의 허락도 없이 작동을 멈춘 큐브를 한 손으로 들어 올려 이리저리 만지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금방 큐브의 구조를 파악한 것인지, 뭔가를 이해한 듯 연신 고개를 끄덕이고는 짊어지고 있던 모노리스를 바닥에 내려놨다.
쿵!
이고르가 모노리스 옆면을 손으로 쓸자, 모노리스 내부에서 작은 수납공간이 튀어 나왔다.
이고르는 수납공간에서 손바닥만 한 막대기를 꺼내 들고는 그대로 큐브에 가져다 댔다.
그러자, 놀랍게도 그가 들고 있던 막대기가 따로 조작하지 않았음에도 수십 개의 기다란 손가락으로 갈라져 큐브를 만져대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큐브의 홈에 맞는 도구로 변해 빠르게 큐브를 해체하기 시작했다.
위이잉~! 드르륵.
수십 가지의 공구들이 움직이자, 큐브는 눈 깜빡할 사이에 해체되었고 이고르는 해체된 큐브 속에서 부품의 배열을 바꾸거나, 몇몇 부품은 도구를 이용해 깎아냈다.
그리고 모노리스에서 아주 작은 원석 하나를 꺼내 조각해 추가하기까지 했다.
“특이점에서 나온 물질로 고중력의 벽을 무너트리는 발상은 나쁘지 않았지만, 너무 급하게 만든 티가 나는군. 그래, 마치 뭔가에 쫓기는 사람이 만든 것처럼 말이야.”
이고르는 큐브의 상태만 봐도 그걸 만든 사람이 어떤 마음으로 큐브를 만들어냈는지 아는 것처럼 말했다.
“그래서 제작의 절박함이 물건에 고스란히 담겨있어. 그리고 난 이런 물건을 꽤 좋아하는 편이기도 하지.”
이고르는 큐브처럼 한 사람의 간절함이 들어가 있는 물건을 좋아했고 그런 물건을 쉬이 넘기지 않았다.
“나는 종종 간절함을 담고 있지만 완성되지 못한 물건들을 이렇게 직접 손을 봐주고는 하지.”
모든 물건이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이고르가 그렇게 손을 댄 물건은 제작자의 소망을 이루어 주는 경우가 있었다.
고도로 발달한 과학은 마법과 구별할 수 없다는 말이 있듯, 그런 이고르가 가진 기술로 완성된 물건은 인간의 눈에는 물건이 마법을 부리는 것처럼 보일 때도 있었다.
“…….”
강신은 차마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야 특별한 힘을 가지고 있는 물건들 일부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게 된 것과 마찬가지였으니까.
‘세계에 미스터리 일부를 알게 된 것 같네.’
이고르는 그 외에도 여러 잡담을 했지만 그들의 대화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이고르가 큐브의 조정을 금방 끝내버렸기 때문이었다.
“자, 완성이군.”
이고르가 손을 떼자, 분해했던 큐브가 다시 온전한 모습으로 조립되어 있었다.
그렇게 큐브를 바닥에 내려놓은 이고르는 분해하며 빼두었던 중력침을 강신에게 건넸다.
강신이 중력침을 건네받는 순간 이고르가 중력침의 뾰족한 끝부분을 살짝 깎아버렸다.
“물건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건 섬세함이지. 출력 안정도 잡아놨으니, 터지거나 그러지 않을 거야. 인원들을 넓게 퍼트리지 않아도 괜찮을 것이네.”
송기덕이 그 이야기를 듣고는 강신을 바라보고는 이순자에게 전달했고 넓게 펴진 진영은 금방 좁혀졌다.
그러는 사이, 강신은 기다리지 않고 두 번째로 장치를 작동시켰다.
강신이 중력침을 큐브에 집어넣자,
파직-!
큐브에서 작은 스파크가 튀었다.
혹시 뭔가 잘못된 것은 아닐까, 조마조마한 눈으로 바라보길 잠시 큐브는 길게 늘어나며 원을 만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작은 원에서 점차 그 크기를 키워나갔던 이전과 다르게 이번에는 처음부터 아예 3m가 넘는 큰 원을 만들었다.
강신이 의문 가득한 눈으로 이고르를 바라보자, 그가 설명하듯 중얼거렸다.
“벽을 넓게 뚫으려면 한점에서 시작해서 천천히 넓히는 것보다 통조림을 따는 것처럼 조금씩 외곽부터 잘라 한 번에 여는 게 좋은 방법이지.”
지이잉-! 위잉~ 철컥!
3m 크기의 원이 빙글빙글 돌며 이고르의 말처럼 중앙이 아닌 외곽에서부터 벽을 뚫기 시작했다.
그렇게 잘린 부분은 붓으로 선을 그은 것처럼 선명하게 선이 남았다.
빠르지도 그렇다고 느리지도 않은 속도로 천천히 원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처음 출발했던 지점과 끝 지점이 닿는 순간,
후욱!
원 내부에 있던 공간이 캔이 찌그러지는 것처럼 접히며 순식간에 사라졌고 이내, 그곳에는 검은 공간만이 남게 되었다.
“……성공한 건가?”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송기덕이 중얼거렸지만, 강신은 그에게 어떠한 대답도 해줄 수가 없었다.
그야 지금 상황은 강신도 성공한 것인지, 실패한 것인지 알지는 못했으니까.
‘겉으로 보기에는 성공한 것 같긴 한데….’
어느새 진영이 밀집되었지만, 그 누구도 쉽게 입을 열지 않았다.
강신이 작동한 장치가 성신에게 얼마나 중요한 물건인지 이미 사전에 다 들었기 때문이었다.
만들어진 구멍이 잠시 일렁이자, 큐브였던 외골격이 빙글 돌며 일렁이던 구멍을 안정화하길 몇 번, 만들어진 구멍은 완전히 안정되어 ‘게이트’ 역할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잠시 시간이 흘러도 게이트에서는 척준신은커녕 다른 요원들조차 나오지 않았다.
그러자, 강신은 초조해졌다.
‘시간이 많지 않은데….’
척준신을 구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긴 했지만, 그보다 멸망을 막는 게 더 우선순위가 높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균열은 더 넓어질 것이고, 거기에서 그 크기에 맞는 촉수 생물이 나오는 건 물론, 마지막에는 자신을 바라봤던 그 시선의 주인까지 튀어나올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따라서 여기서 시간을 허비해서는 좋을 것이 없었다.
기다리다 못한 강신이 만들어진 게이트 내부를 확인하기 위해 게이트 내부로 얼굴을 집어 넣으려고 하자, 중간에 있던 이고르가 그런 강신을 붙잡았다.
“이쪽과 저쪽이 흐르는 시간이 달라서 지금 그 행동은 매우 위험한 행동일세, 저쪽에서 이쪽으로 넘어오는 것은 안전장치를 걸어두었지만 반대로는 걸려 있지 않더군. 그러니, 저쪽에서 걸어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지.”
“음…. 그러면 내부에 있는 이들은 언제쯤 나올 수 있을 것 같습니까?”
강신은 이고르라면 알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하며 물었지만, 그건 이고르조차 정확하게 알 수가 없었다.
“글쎄, 그건 나도 가늠할 수가 없네. 다만, 외부와 이곳에 시간의 괴리가 있었으니, 그리 오랜 시간은 걸리지 않겠지.”
그리 오랜 시간, 강신은 이고르가 가진 시간 개념은 인간과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더욱 자세히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십 분이면 되겠습니까?”
그러자, 이고르가 고개를 저었다.
“그럼 한 시간?”
다시금 이고르가 고개를 젓고는 입을 열었다.
“만약 저쪽에서 게이트를 보고 빠르게 반응한다면 최소 반나절 정도 걸릴 것 같군.”
“이런….”
휴식 전이였다면 모를까, 휴식이 끝난 지금 이곳에서 반나절이나 죽치고 앉아 있을 수는 없었다.
‘최소 반나절이니, 시간이 더 걸릴 수도 있고….’
강신이 인상을 찌푸리자, 옆에서 듣고 있던 이순자가 대화에 끼어들어 자신의 의견을 냈다.
“그러면 인원을 둘로 나누죠, 이곳에서 기다렸다가 척부장과 요원들이 나오면 밖으로 내보낼 인원과 이대로 균열을 닫는 인원들로요.”
그녀의 의견을 들은 송기덕이 불안한 눈으로 말했다.
“괜찮을까요? 안 그래도 인원이 부족하고 인원을 나눈다고 해도 촉수 생물을 처리하려면 저분이 가진 모노리스가 필요할 텐데….”
“아…. 맞다. 그랬죠.”
송기덕이 핵심을 짚자, 이순자가 아차 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때, 이고르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저 만들어진 생물체를 처리할 방법은 꼭 이 장치가 있어야 하는 것만은 아니지.”
이고르가 바닥에 꽂아둔 모노리스의 옆면을 쓸었고 이번에도 모노리스 내부에 있던 수납공간이 튀어 나왔다.
하지만 수납공간에서 튀어나온 것은 이전 도구와 다른 물건이었다.
‘미니 모노리스?’
모노리스와 똑같은 밋밋한 금속 기둥이었다.
하지만 매우 큰 모노리스와 달리, 크기가 고작 사람 허리까지 밖에 오지 않았다.
“범위는 극히 줄어들겠지만, 이 게이트를 중심으로 방어할 정도의 범위는 될 것이네.”
그렇게 촉수 생물을 처리할 수 있는 문제가 해결되었지만, 송기덕의 불안은 모두 사라지지 않았다.
“그래도 인원을 나누면 전력이 약화될 텐데….”
“꼭 그렇지만도 않아요. 큐브를 들고 있어서 움직이지 못했던 강책임이 본격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되었고 여기에 남길 이들은 부상자나, 체력을 제대로 회복하지 않은 이들로 남기면 되니까요.”
현재 중상을 입어 움직이지 못하는 이는 초반에 다쳤던 박동팔 하나뿐이었다.
나머지 인원은 자잘한 부상이었으니, 전투가 가능한 상태였다.
‘그래도 인원이 조금 부족하군.’
딘과 몇몇 인원들이 남긴 하겠지만 그래도 게이트를 지키기에는 인원이 부족해 보였다.
그래서 강신은 어쩔 수 없이 멀쩡한 인원들도 몇몇 남기기로 했다.
“구팀장님과 HG 그룹 요원 몇 분을 이곳에 더 남기고 가도록 하죠.”
“네? 제가요?”
“네, 이곳에도 지휘할 수 있는 이가 필요합니다. 저에게 저 게이트를 넘어오는 이들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니, 구팀장님이 이곳을 맡아주세요.”
처음에는 불만이 가득했던 구은혜가 강신의 부탁에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그럼 인원은 정해졌으니, 나머지 인원들은 바로 출발하죠.”
그렇게 딘과 구은혜, 몇몇 인원들을 남긴 강신과 일행들은 계획보다 시간을 많이 소모한 만큼 더 서둘러 균열을 향해 이동했다.
이전처럼 촉수 생물은 끝도 없이 밀려왔지만, 큐브가 사라져 거동이 편해진 강신이 초코의 도움을 받아 취약한 지점을 보완하며 전진했다.
그 덕분일까, 인원수는 줄었지만, 속도는 이전보다 빨라졌다.
물론 그렇다고 그들의 앞길이 마냥 평탄한 것은 아니었다.
“젠장, 저기 또 이상한 재능을 사용하는 개체가 있습니다!”
촉수 포대를 사용했던 특이 개체처럼 온갖 재능을 사용하는 특이 개체들이 중간중간 강신과 일행들을 방해했다.
그럴 때마다 강신뿐만 아니라 일행 중에도 정예라고 불릴만한 이들이 나섰지만, 피해가 아예 없을 수는 없었다.
아니, 오히려 이전은 장난이었던 것처럼 부상자가 속출했다.
“쿨럭, 저는 가망이 없습니다. 그러니 저는 이곳에 놓고 가세요.”
도브에서 지원 나온 요원이 북부를 부여잡으며 말했다.
그가 붙잡고 있는 복부는 구멍이 뚫려있었고 내부에 있던 장기가 쏟아지고 있었다.
기계 장치라도 작동되는 곳이었다면 성신의 응급 구조 키트로 어떻게든 조치하겠지만, 아쉽게도 구역에서는 기계 장치가 작동하지 않아 따로 챙겨오지 않았다.
즉, 그가 여기서 살 수 있는 확률은 제로에 가깝다는 말이었다.
그걸 알고 있기에 강신이 서글픈 눈으로 그에게 물었다.
“뭔가 남기고 싶은 말은 없습니까?”
“이곳으로 온다고 했을 때, 하고 싶은 말은 모두 유서에 적어놨습니다. 이미 다 각오했던 것이니, 그런 눈으로 보지 마십시오.”
그는 자신이 죽어가고 있음에도 오히려 자신을 바라보는 강신을 위로하듯 말했다.
“제가 바라는 건, 단 하나, 제 이름이 세상에 남을 수 있도록 멸망을 막아주십시오.”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확률로 보자면 낮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래도 강신은 죽어가는 요원을 보며 약속할 수밖에 없었다.
“꼭 막아내겠습니다.”
“멸망을 막기 위해서는 서둘러야 하니, 이제 뒤돌아보지 말고 앞만 보고 가세요. 강책임님.”
강신은 입술을 깨물고는 다른 이들의 피로 만들어진 길을 걸으며 그들의 희망대로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