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79
78화
강신은 김대리와 단둘이 현장에서 빠져나왔다는 심마니를 수소문하기 시작했다.
심마니의 소재를 알아내는 건 크게 어렵지 않았다.
양구는 그리 크지 않은 동네였고, 약초를 취급하는 가게는 한 곳밖에 없었다.
그 가게의 주인은 이 지역 모든 심마니들과 거래하고 있었고, 그들의 연락처와 거처를 알고 있었다.
그는 처음에 심마니의 정보를 주는 것을 꺼려했다.
하지만 부모님을 위해 약초를 찾는다고 말하며 돈을 찔러주자, 금방 심마니의 거처와 필요한 정보들을 알려주었다.
그렇게 강신이 찾는 심마니가 방산이라는 곳에서 홀로 살고 있다는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강신과 김대리가 찾아간 심마니의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산을 타고 있으신건가….”
“강선임님, 어떻게 할까요? 내일 다시 찾아올까요?”
심마니들은 산에 올라가서 그날 내려올 때도 있지만, 산속에 만들어놓은 은신처에 머물며 약초를 캐는 경우도 허다했다.
약초 가게 사장은 이곳의 심마니가 보통 일주일 간격으로 찾아오며, 가게에 방문한 지 5일이 지났다고 했다.
아직 이틀이 남았지만 산에서 캐온 약초를 구분하고, 말리려면 오늘이나 내일쯤은 집으로 돌아올 거라고 예측했다.
“그냥 기다리죠.”
“괜찮으시겠어요?’
“네, 늦어도 내일이면 올 테니까요.”
결국 강신의 의견대로 그들은 집 앞에서 심마니를 기다렸다.
시간이 잘 맞은 건지 다행히도 해가 질 때쯤, 그들이 기다리던 심마니가 망태기를 등에 짊어지고 산을 내려왔다.
흰머리에 마르고 왜소한 체구의 노인은 자신의 집 앞에 있는 사람들을 경계하는 눈빛으로 바라봤다.
“거, 누구요?”
“안녕하십니까. 이석길 선생님 맞으시죠?”
“선생이라고 불릴만한 사람은 아니지만, 내가 이석길이 맞수다.”
“양구에서 약초상을 운영하는 김 씨 아저씨 소개로 왔습니다.”
“김가놈 소개라고? 하여튼 썩을 놈이 개인 정본가, 뭐시기를 개똥으로 안다니까. 뭔진 모르겠지만 산타고 와서 힘드니까, 일단 들어가서 이야기합시다.”
심마니는 약초 가게 사장과 꽤 친한 사이인지, 별 의심없이 강신과 김대리를 자기 집으로 들였다.
낡고 허름한 기와집 내부는 사람의 온기라고는 찾아 볼 수 없이 썰렁했다.
심마니는 약초를 달인 물을 디자인이 가지각색인 컵에 담아왔다.
“험, 그래. 뭘 찾길래 김가놈이 나를 소개시켜줬수?”
“반대입니다. 저희가 이석길 씨를 찾았더니, 이곳을 알려주더군요.”
“뭐? 나를?”
“네.”
“나를 어떻게 알고?”
“이석길 씨, 얼마 전 HG 그룹의 사유지에서 길을 헤매신 적이 있으시죠?’
“산에 전세 냈다고 하던 HG 인가 뭔가 하는 곳에서 오신 거였나…. 난 그날에 대해서 더 할 말이 없수다.”
심마니의 표정이 영 좋지 않았다.
“저번에 이야기했던 대로 옆산을 타다가 실수로 그 지역으로 들어갔고, 그냥 길을 헤매다가 나온 것뿐이오.”
HG 그룹 사람들이 심마니에게 어떤 태도를 보였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협조적이지 않았다.
“뭔가 오해가 있군요. 저희는 HG 그룹에서 나온 사람들이 아닙니다.”
“으응? HG가 아니라고?”
“네, 단지 그날 있었던 일들을 듣고 싶은 사람들이죠.”
“허어…. 아니, 어차피 그쪽은 사유지라 들어가지 못하게 하더만, 알아서 뭐 하실라고?”
“이미 HG 그룹에 허가를 받았습니다. 사실 저희가 아는 사람들이 그곳에서 실종이 되어서요.”
아는 사람이 실종되었다는 소리를 듣자, 심마니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저런…. 쯧쯧, 내가 그럴 줄 알았수다.”
“그럴 줄 알았다고요? 어떻게요?”
다시 심마니에게 질문을 던진 것은 강신이 아닌 김대리였다.
“그야 수십 년 동안 산을 타던 나도 길을 잃고 헤맸는데, 나보다 산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이 올라갔으니, 당연한 거 아니것소.”
“그렇긴 하지만…. 원래라면 선생님도 헤매지 않았을 길이잖아요?”
김대리의 질문에 심마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게 알았는지는 모르겠지만, 평소라면 헤매지 않았겠지. 내가 봤을 때 산의 주인이 엄연히 따로 있는데, 자기들 것이라 우기니 산신이 노하셔서 길을 찾을 수가 없게 만드는 게야.”
“산신이라….”
“뭔가 아시겠습니까?”
김대리가 조심스럽게 강신에게 물었지만, 강신은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선생님 혹시 그날 있었던 일들에 대해서 상세히 말해주실 수 있을까요?”
“뭐, 그건 어렵지 않지. 그러니까 그날도 평소처럼 아침 일찍 일어나 부지런히 몸을 움직였는데…….”
* * *
어두운 새벽부터 심마니는 열심히 걸음을 옮겼다.
그는 산을 타다보면 금세 태양이 지상을 비출 것을 알고 있었다.
산의 중턱, 사람 손길이 닿지 않아 오솔길도 없는 험한 산을 능숙하게 올랐다.
심마니는 코끝을 강하게 찌르는 향기를 맡으며 약초들을 찾기 시작했다.
그날은 이상하게 평소보다 많은 양의 약초들이 심마니의 눈에 들어왔다.
오랜만에 찾아온 운을 그냥 보낼 수가 없었기에, 심마니는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약초를 캤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점점 더 산 깊숙이 들어가게 되었다.
약초를 찾는 것에 심취해있던 심마니는 결국 해가 지고 나서야 채집 활동을 멈출 수가 있었다.
산속에서는 해가 굉장히 빨리 진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지만, 도저히 약초들을 포기하지 못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다.
어두운 산속에서 가장 무서운 건 아무래도 고라니의 울음소리가 아닐까 하고 심마니는 생각했다.
심마니 행세를 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는 사람의 비명처럼 들리는 고라니 소리를 듣고 겁에 질린 적도 있었다.
지금은 그때와 다르다.
어두운 산속에 익숙해진 심마니는 가끔 이렇게 산속에서 노숙하는 일이 드물지 않았다.
그렇게 산에서 밤을 보내고 일어난 심마니는 주변을 살펴보고는 당황했다.
그는 약초를 캐면서도 지리를 살피면서 움직였다.
그리고 야밤에 길을 잃을까봐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잠자리를 폈는데, 눈을 떠보니 자신이 처음 보는 산세였다.
이상한 일이었지만, 심마니는 일단 산을 내려가기로 결정했다.
자신이 어제 캤던 약초가 들어있는 망태기를 짊어지고, 아래 방향으로 하염없이 걸었다.
산 아래로 내려와도 이상하지 않을 시간이 흘렀지만, 심마니는 산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산을 내려오기는커녕 같은 곳을 빙빙 맴돌고 있었다.
자신이 아침에 일어난 흔적이 있는 작은 평지가 눈앞에 나타난 것이다.
심마니는 뭔가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걸 느끼기 시작했다.
이번엔 다른 방향으로 움직여봤지만, 한참을 걸은 끝에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거의 반평생을 산에서 살아왔고, 언젠가 산에서 죽고 싶다고 생각했던 심마니는 처음으로 산이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심마니는 지쳐갔다.
심마니는 혹시 자신이 어제 너무 많은 약초를 캐서 산신이 노하신 게 아닐까 걱정했다.
약식으로 작은 제단을 만들어 가지고 있는 물건들을 활용해서 제사를 드렸다.
그렇게 어제 캤던 약초들 중에서 가장 귀한 약초들을 제단 위에 올리고 나서야, 심마니는 겨우 그 산을 벗어날 수 있었다.
심마니가 산에서 내려오자, HG 그룹의 사람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그를 잡아 심문했다.
그러나 그는 그저 길을 잃고 산을 헤맸다는 말을 할 뿐이었다.
* * *
“여기까지가 내가 그곳에서 겪은 일이요.”
“감사합니다.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꼭 그 아는 사람을 찾기를 바라겠수다.”
강신은 심마니에게 감사의 인사를 건네고, 김대리와 함께 집을 나왔다.
차를 타고 3팀이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이동하는 데, 김대리가 강신에게 말했다.
“방금 그 이석길 씨가 산신이 노했다고 했는데, 산신이라고 불리던 존재가 이번 U.M.A일까요?”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에? 그게 무슨 말입니까?”
“민간에서 이야기하는 산신과 제가 알고 있는 산신은 조금 다르거든요.”
산신(山神)
대중에게 알려지기로는 산을 지키고, 산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관장하는 신을 뜻했다.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내려온 이야기들에서 산신은 대부분 동물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강신이 알고 있는 산신은 사실 조금 특별한 힘을 가지고 있는 동물들이었다.
예를 들자면 지난번에 잡았던 불타는 시리즈의 고라니도 민담에서 말하는 산신에 해당하는 동물 중 하나였다.
특별한 힘을 가지고 있으니, 당연히 사람들의 눈에 띄게 된다.
옛사람들은 그런 힘을 가진 동물을 산신으로 신격화했다.
그리고 동물의 모습이 아닌 기괴한 모습을 한 존재들은 요괴나 도깨비라고 불렀다.
현대에 이르러 비밀 연구소는 두 종류를 모두 U.M.A라고 칭했다.
“그러니까 동물형 U.M.A라는 건가요?”
“모릅니다. 이석길 씨가 산신에게 제를 올렸다고 했지만, 그 모습을 봤다는 말은 하지 않았으니까요. 다른 U.M.A일 수도 있죠.”
“어…. 그럼 정말 아무것도 알아낸 게 없네요.”
“아닙니다. 그래도 U.M.A가 어떤 식으로 힘을 쓰는지 알게 되었죠. 길을 헤매게 만들 때 지형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정신을 간섭하는 힘을 쓰는 U.M.A였어요.“
강신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는 김대리.
“하긴, 이석길 씨가 길을 헤맸던 이야기를 들어보면, 강선임님 말씀처럼 정신에 영향을 주는 것 같더군요.”
“중요한 건 어째서 U.M.A가 이석길 씨를 놓아줬냐는 것입니다만…. 이건 조금 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어요.”
강신은 머릿속의 거대한 퍼즐 조각판에서 몇 개 되지 않은 퍼즐 조각을 이리저리 돌려봤다.
‘만약 이석길 씨를 해칠 마음이 있었다면 그가 잠든 사이 얼마든지 기회가 있었을 거야.’
위험성 낮음. 하지만 정신 간섭이 가능하고 산속에서 사는 개체.
‘또 뭐가 있지? 이석길 씨는 빠져나올 수 있었지만, 어째서 현재 투입된 요원들은 돌아오지 못하는 것일까?’
심마니처럼 나올 수 있었다면 투입된 팀들은 재정비와 상황 보고를 위해서라도 한 번은 나왔어야했다.
하지만 그들은 그 지역에서 나오지 않았고, 결국 나오지 않은 게 아니라 못 나온 것이라고 봐야한다.
‘이석길 씨와 투입된 요원은 뭐가 다르지?’
강신은 답을 내리지 못한 채, 결국 3팀이 대기중인 회의실에 도착했다.
“오셨군요, 강선임, 어때요? 뭐 다른 정보라도 있었나요?”
“큰 소득은 없었지만 그래도 정보를 얻기는 했습니다.”
정보를 얻었다는 이야기에 요원들의 표정이 밝아졌다.
“이 부장님, 혹시 사전에 투입된 HG 그룹의 요원들과 척부장님이 이끄시는 1팀이 어떤 복장을 하고 있었는지 알 수 있을까요?”
“그건 제가 압니다.”
강신이 이순자에게 질문한 내용을 듣고 있던 한 요원이 손을 들어 올렸다.
예전 현장에서 강신과 잠깐 트러블이 있었던 한 대리였다.
물론 그동안 같이 현장을 다니며 이제는 강신과 사이가 좋아진 상태였다.
한 대리는 자신이 알고 있는 내용을 이야기했다.
“1팀은 검과 같은 무기뿐만 아니라 개인 화기까지 소지해서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HG 그룹도 비슷한 수준의 무장을 했다고 들었습니다.”
“중무장이라.”
한 대리의 이야기를 들은 강신의 머릿속에는 퍼즐 조각이 몇 개가 더 생겨났고, 강신은 그 조각들로 퍼즐을 맞췄다.
그리고 조금씩 U.M.A의 윤곽이 보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