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91
90화
모노리스.
하나의(mono-) 돌(lith)이라는 의미로 커다란 크기를 가졌지만 한 덩어리의 석재로 만들어진 돌기둥을 칭할 때 쓰는 단어였다.
그 바위는 각 변의 비율이 1:4:9로서 1,2,3의 제곱을 나타내는 제곱수로 만들어졌는데,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자연적으로 발생한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모노리스를 외계에서 온 기둥이라고 생각했다.
SF를 좋아하는 강신도 모노리스에 대해 알고 있었다.
평소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흥미진진하던 것과 다르게 그는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 같았다.
“이게 모노리스라고요?”
“자네가 왜 그런 표정을 짓는지 알겠군.”
강신이 인상을 쓰는 이유, 그건 바로 모노리스라고 불리는 물건은 영국의 한 소설가가 쓴 소설에서 나온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 소설이 영화화되면서 대중들에게 알려졌으며, 그 영화는 인간이 달로 떠나기 전에 제작되었던 것이었다.
1968년에 개봉한 영화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았으며, 그때 당시 우주를 다룬 다른 SF 영화들보다 현실 고증이 잘되어있어 많은 사람들이 열광했었다.
추후 많은 소설, 만화, 게임, 영화 등에서 이 영화 속 모노리스를 차용했다.
그래서 대중들에게는 모노리스가 외계에서 온 기둥이라는 이미지가 생기게 되었다.
즉, 지금 권영식이 모노리스라고 말한 기둥은 단지 명칭만 따온 것이지, 사람들이 생각하는 외계에서 온 기둥이 아니었다.
“나도 외계에서 온 기둥이 존재한다고 믿지는 않네. 그냥 부르기 편한 명칭이라 그렇게 지칭했을 뿐이니까, 너무 그렇게 인상 쓰지 말게나.”
“후…. 알고 계신다니 다행이네요. 그런데, 이런건 저보다 훨씬 전문가인 사람들이 많을 텐데, 왜 저에게 물으시는 겁니까?”
강신이 쓰는 소설의 내용들에는 U.M.A, 음모론뿐만 아니라, 저런 정체불명의 물건들을 다루는 내용도 분명히 존재했다.
하지만 강신은 저 기둥을 이루는 물질을 전문적으로 조사할 수 있는 전문지식은 없었다.
저 기둥을 전문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사람들은 따로 있었고, 강신이 알기로 그런 전문가들이 모인 곳이 바로 이 연구소였다.
“사실, 나도 이번 일의 적임자가 자네가 아니라는 것은 아네만. 박상진 전무가 자네를 추천하더군.”
“박상진 전무님이요?”
그는 신단수 사건 이후로 크게 접점이 없었던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의 갑작스러운 추천이라니, 영문을 알 수가 없었다.
“임상무도 이번 일은 거절할 이유가 없다면서, 관광을 다녀온다 생각하고 다녀오라고 하더군.”
평소 미확인 현장을 결정하는 데에 있어 단 한번도 큰 참견을 하지 않았던 임상무였다.
그런 그가 박상진 전무의 의견을 거들었다는 소리에 강신은 의아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임상무님까지 그러셨다고요?”
“뭐, 임상무야 그 늙은 호랑이랑 사이가 좋은 편이니, 직접적으로 부탁을 받으면 거절하지 못했겠지.”
“에휴…. 이건 뭐, 말만 울프팀이고 독립 작전 권한이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네요.”
요즘 들어 현장으로 향하는 빈도수가 늘어났는데, 대부분 자신이 고른 게 아니라 대부분 위쪽에서 구해온 일들이었다.
“원래 어딜 가든 잘하는 놈이 보이면 그놈만 죽어라 굴리는 게 사람 심리지.”
“아오, 전무님이 직접 추천한 것이고, 지금 맡고있는 일도 없어서 거절할 명분이 없으니…. 어쩔 수 없네요. 하지만 큰 기대는 하지 말아달라고 해주세요.”
“어차피 이번 일에 큰 기대를 하고 있지 않으니까. 그냥 임상무 말대로 휴가를 다녀온다고 생각하게나.”
강신은 일을 맡았다는 사실이 싫은 건 아니었다.
허나 가고 싶은 현장들이 있었는데도 타인에 의해 다른 곳으로 가야 한다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여기가 정확히 어디입니까?”
“미국 유타주 근방의 사막일세.”
미국이라는 소리를 듣고 강신의 표정은 살짝 굳어졌다.
“여권부터 만들어야겠네요..”
목적지가 정해졌지만, 강신은 바로 그곳으로 출발할 수가 없었다.
해외 여행을 가본 적이 없었던 강신은 여권을 만들어야 했으며, 비자도 발급받아야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강신이 가장 신경 써야 했던 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장비들의 해외 반출이었다.
강신은 굳이 보호 장비와 다른 물건들이 필요할까 싶었지만, 상부에서는 무조건 장비들을 챙겨가라며 이례적으로 ‘지시’를 내렸다.
그 지시를 받은 강신은 그렇게 걱정되면 보내질 말라며, 투덜댈뿐이었다.
여권과 비자 발급만으로도 며칠의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HG 그룹과의 분쟁은 끝이 났고, 뒷수습을 하던 척준신과 김대리도 합류했다.
명목상으로 척준신은 강신의 보호, 김대리는 영어를 잘하지 못하는 강신의 통역을 자처했다.
* * *
출국 준비가 끝나고 비행기를 타는 당일.
강신은 일을 부탁받았을 때 궁시렁댔던 것과 달리 출장이긴 해도 처음 해외로 나간다는 사실에 설렜다.
설야와 초코도 강신과 같은 마음인지, 평소 특별한 일이 아니면 강신의 머리에서 벗어나지 않던 설야가 주변을 계속 날아다녔다.
초코도 사람들이 없는 곳에서 모습을 드러내서 뛰어다니다, 사람이 나타나면 숨기를 반복했다.
강신은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살짝 들뜬 마음으로 공항 면세점에서 가족들의 선물들을 구매하고, 회사에서 예약한 비즈니스 좌석에 앉아 미국으로 이동했다.
비행기는 LA를 경유해 유타주에서 가장 큰 도시인 솔트레이크시티로 향했다.
대략 17시간의 비행 끝에 강신 일행은 솔트레이크시티로 도착할 수 있었다.
“아으으…. 오랜 시간 비행기를 타니까, 몸이 찌뿌둥하네요.”
“그러게요.”
“오랜 시간 한 자세로 있었으니, 당연한 것이겠지. 스트레칭이나 하게나.”
김대리가 투덜대자 다른 일행들도 고개를 끄덕였고, 척준신의 충고대로 각자 스트레칭을 했다.
공항에서 입국심사까지 모두 마친 일행들이 입국장을 나오자, 울프팀이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있는 두 명의 남성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검은 선글라스를 끼고 덩치가 척준신만한 외국인 남성들.
그들은 정장 차림이었으며 다른 피부색을 가지고 있었다.
강신 일행이 그들에게 다가가자, 그들은 쓰고 있던 선글라스를 벗어서 상의 앞주머니에 살짝 걸었다.
하얀 피부의 백인 남성은 금발과 푸른색의 눈동자를 가지고 있었으며, 덩치는 컸지만 살짝 어리숙해 보였다.
검은 피부의 흑인 남성은 피부와 같은 머리색과 눈동자 색을 가지고 있었는데, 척준신과 비슷하게 강인한 인상을 주었다.
그들은 강신 일행을 반겨주었다.
금발의 남성이 영어로 무엇인가 이야기를 시작했다.
강신이 못 알아듣자, 김대리가 중간에 나서서 통역을 하기 시작했다.
“강선임, 반갑습니다. 저는 솔트레이크에 있는 성신 그룹 소속, 지원과 존입니다. 그리고 이쪽은 유타주 야생보호 당국 소속의 스미스입니다.”
“스미스입니다.”
자신을 스미스라고 소개한 흑인 남성이 손을 내밀며, 악수를 청했다.
강신은 손이 민망하지 않게 악수에 응했다.
“반갑습니다. 강신입니다.”
시간은 이미 해가 진 이후였다.
서로의 간단한 소개가 끝나고, 존이 강신 일행을 미리 예약해둔 호텔로 안내했다.
5성급 호텔에서 각자 배정된 방에서 짐을 풀었다.
존과 스미스는 오랜 비행으로 피로가 쌓인 강신 일행을 배려해, 오늘은 휴식을 취하고 다음날 이야기하자며 돌아갔다.
* * *
다음날, 아침 해가 뜨기 무섭게 존과 스미스가 호텔 라운지에서 강신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둘은 여유있어 보였던 어제와 달리 다급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어제는 편히 쉬셨는지 모르겠군요. 원래 일정대로라면 오늘 이곳에 있는 연구소를 견학시켜드리려고 했는데…. 상황이 좋지 않아서 아침 일찍 찾아왔습니다.”
말을 하면서도 존의 다급함이 느껴졌다.
“무슨 일이 생겼습니까?”
“그게 말입니다. 이제까지 유타주 공공안전부가 조난의 위험을 핑계로 그것이 있는 위치를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네, 그 얘긴 들었습니다.”
“그런데 어제 레딧이라고 부르는 사이트에서 어떤 사람이 위성 사진을 분석해 ‘그것’의 위치를 대중들에게 공개해버렸습니다.”
“이런….”
이전까지는 근처 지역에서 길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나 찾아갈 수 있었던 곳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모노리스로 의심되는 기둥을 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몰려온다는 말이었다.
앞으로 강신이 거기서 무슨 일을 하던지, 정보 통제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을 막게 되면 쓸데없는 음모론이 양산될 확률이 높았다.
“……아무래도 바로 출발해야겠네요. 모노리스가 있는 곳으로 가보죠.”
“죄송합니다.”
“그게 존의 잘못은 아니잖아요.”
강신은 미안한 표정을 짓는 존에게 괜찮다는 듯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여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해외 출장이 그들의 생각과는 반대로 급박하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 * *
모노리스의 정확한 위치는 유타주 동남부 쪽에 있는 협곡이었다.
유타주 야생보호국 소속의 스미스가 야생보호국에서 운영하는 헬기를 이용하자고 제안했지만, 강신은 그 제안을 거절했다.
“이대로 헬기를 타고 그곳으로 가면 누가 봐도 수상하겠죠. 그러면 우리를 수상하게 생각하고 몰래 따라다니는 사람이 붙을 수도 있어요.”
스미스가 강신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옷을 편한 여행용 복장으로 바꾸고, 모노리스가 있는 곳은 차량으로 이동하는 편이 좋겠습니다. 여행자나 관광객으로 보이도록 말이죠.”
“그럼 협곡 근처에 있는 도시까지만 헬기를 타고 가죠.”
존과 스미스에게 있어 강신은 상관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강신의 의견에 어떠한 토를 달지 않고, 강신이 제시한 의견을 따랐다.
다른 일행들이 여행복으로 갈아입는 동안, 강신은 자신의 방에서 시계를 조작해 보호 장비를 여행용 복장으로 변형시켰다.
기본적인 장비를 챙긴 일행들은 존이 준비한 헬기를 타고, 스페니시 벨리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오프로드 차량으로 갈아타고, 모노리스가 있는 장소로 향했다.
그곳은 금속 기둥 말고는 아무것도 없는 황폐한 공간이었지만, 이미 위치가 밝혀져서인지 스무 명의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뭐, 볼 게 있다고 이렇게 몰려들 왔는지…….”
척준신은 기념사진을 찍는 시민들을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우리도 저분들과 똑같은 목적으로 온 것처럼 움직여야 하니까 저희도 저쪽 줄에서 기다려보죠.”
강신은 일행들은 저들과 마찬가지로 관광객 인척, 사진을 찍고 있는 대열에 자연스럽게 합류했다.
그곳에서 강신은 사람들이 하는 행동을 지켜봤다.
어떤 사람은 사람 키보다 높은 모노리스로 힘겹게 올라가, 사진을 찍었다.
모노리스를 껴안거나, 미는 행동을 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들은 뒤쪽에서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의 눈치를 보고, 사진을 찍으면 바로 비켜주었다.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강신 일행의 차례가 돌아왔다.
강신은 챙겨왔던 카메라를 김대리에게 건네주며 귓속말을 했다.
“최대한 사진을 찍으며, 시간을 벌어주세요.”
“맡겨만 주세요.”
강신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자신이 한 말을 후회하게 되었다.
일행들이 모노리스를 조사하기 위해 다가가자, 김대리가 마치 사진 전문가처럼 과장되게 행동하면서 시선을 끌어모았기 때문이었다.
“좋아요! 아주 좋아요! 올라잇! 자, 웃으시고요!! 스마일! 좋아요!”
찰칵! 찰칵!
김대리가 들고 있는 카메라에서는 플래시가 계속 터졌다.
어째선지 부끄러움은 일행들의 몫이었다.
어쨌든 김대리 덕분에 일행들은 충분히 모노리스를 관찰할 시간을 벌수 있었다.
모노리스에 너무 집중한 것일까.
그런 그들을 몰래 숨어서 지켜보는 이가 있었지만,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