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90
89화
일주일 만에 찾아온 권영식의 발치에는 완전히 친해져 딱 달라붙어 있는 길을 헤매게 하는 토끼가 있었다.
경계심은 어디로 갔는지, 그를 따라서 강신의 개인 큐브로 들어왔다.
이렇게 U.M.A가 연구소를 돌아다닐 수 있는 이유는 위험도가 전무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대신, U.M.A가 큐브 밖으로 나오려면 사람과 동행해야 했다.
“팰로우님 어서 오세요. 산토도 어서 오고….”
강신은 어미 U.M.A에게 산토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길을 헤매게 하는 토끼는 자신을 부르는 명칭이 꽤나 마음에 들었는지 기분이 좋아 보였다.
“항상 드는 생각이네만…. 자네의 작명 센스는 정말이지. 언제 봐도 슬플 정도야.”
가끔 마주치게 되는 U.M.A를 야, 너, 저기라고 부를 수가 없었기에 길을 헤매게 하는 토끼에게도 이름이 필요했다.
토끼는 그 권리를 자신을 도와준 강신에게 주었다.
그래서 지어진 이름은 산토, 산에서 사는 토끼의 줄임말이었다.
당사자를 빼면 다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정도의 작명 센스였다.
“크흠. 그래서 오늘은 어쩐 일로 찾아오셨나요?”
강신은 헛기침을 하고, 주제를 바꾸기 위해 권영식이 찾아온 이유를 물었다.
“아, 몇 가지 알려줄 것이 있고, 또……. 이걸 자랑하려고 왔지.”
권영식은 그렇게 말하며 작은 원통형 물건을 꺼내들었다.
원통형 물건에는 상단부의 스위치만 있을 뿐이었다.
그가 물건을 꺼내자, 산토가 왠지 모르게 우쭐대는 것처럼 보였다.
“그건 이번에 제작하신 물건인가 보네요?”
“그렇지. 산토와 함께 밤을 새우고 목숨까지 갈아가면 만든 물건이지!”
“으음, 둘이 같이 만들었다면 사람의 정신에 간섭할 수 있는 물건인가요?”
권영식의 힌트를 듣고 강신은 만든 물건의 용도를 유추해봤다.
그러나 강신의 기대치가 너무 높았던 것일까, 권영식은 강신의 대답을 듣고 조금 시무룩해졌다.
“아…. 아니, 그런 대단한 물건은 아니지…….”
“그럼, 뭐 하는데 쓰는 물건인가요?”
“일종의 재머같은 물건이네.”
“재머요? 그런 기능을 하는 물건은 이미 개발된 걸로 알고 있는데요.”
재머(Jammer).
일종의 방해 전파를 보내 통신장비나 그 외 GPS 같은 장치의 수신을 방해하는 장치들을 말했다.
그리고 강신이 알기로 시중에서 구하기는 조금 어렵지만, 그런 물건이 없는 건 아니었다.
“후후.. 평범한 재머였다면 자네에게 이렇게 자랑하려고 오지도 않았겠지. 이 물건은 다른 재머들과 달리 교란당한 사람들이 자기가 교란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기 어렵다네.”
“…!”
그냥 듣기에는 별것 아닌 것처럼 들릴 수도 있었지만, 권영식이 들고 있는 재머의 본질을 파악한 강신은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일반적으로 재머를 사용하면 통신 장비의 경우, 듣기 싫은 소음이 동반되어 전파 방해를 받았다는 것을 곧바로 인지할 수 있었다.
GPS 같은 경우에는 화면 연결이 끊어진다거나, 시간이 틀어진다거나 해서 어떻게든 그 흔적이 남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권영식이 가지고 온 물건은 달랐다.
“자, 한번 보게나.”
권영식은 말보다 기능을 실제로 보여주려고 하는 것인지, 들고 온 물건의 버튼을 눌렀다.
달칵!
철컥! 위이이잉….
작은 원통형 물건의 중간부가 살짝 열리고, 안에서는 기계가 돌아가는 작은 소음이 들렸다.
“입자가 충분히 퍼지도록 한 다음….”
약 5분의 시간이 지나자, 권영식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자, 이제 웨어러블 장치를 조작해서 렌즈를 통해 내비게이션을 사용해보게.”
강신이 그의 말대로 손목에 달려 있는 시계를 조작했다.
목적지를 찍으면, 다용도 렌즈로 위치를 알려주는 내비게이션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았다.
내비게이션이 작동하지 않는 걸 확인 강신이 시계를 조작해서 확대 기능을 켰다.
권영식의 얼굴이 바로 앞에 있는 것처럼 확대되어서 보였다.
그 다음으로 강신은 통신 패치를 사용해 통신 상태를 확인했다.
일반적인 재머를 사용한다면 통신 방해 전파 특유의 전자음이 들릴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고요한 상태가 유지되면서 통신은 전달되지 않았다.
“……확실히 산토와 함께 만들어서 그런지, GPS 장치나 통신 쪽에서는 확실한 성능을 보이겠네요.”
재머를 당했을 때 일어나는 특유의 전자음과 같이 기능들이 마비되는 현상이 보이지 않으면, 상대방은 기계의 오작동이나 고장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즉, 이쪽에서 재머를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한다.
강신이 칭찬하자, 잠시 조금 시무룩해져있던 권영식이 어깨가 펴졌다.
그리고 산토도 함께 우쭐해졌다.
저 둘이 이 물건을 만들기 위해서 일주일 동안 어떤 노력을 했을지, 안 봐도 눈에 선했다.
“이 짧은 시일 동안 이런 걸 만들어 내시다니, 정말 대단하시네요.”
“후후. 내가 누군가! 이 정도는 간단하지!”
강한 척 말하고 있었지만, 절대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강신도 안다.
강신은 작동하고 있는 물건을 보며, 산토의 능력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했다.
길을 헤매게 하는 토끼는 말그대로 대상의 길을 헤매게 만드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대상자의 정신을 간섭해 길을 잃게 하는 만드는 능력이었지만, 사실, 그 능력에는 꽤나 많은 구멍이 존재했다.
첫 번째는 다수에게 동시다발적으로 사용하지 못한다는 점이었고, 둘째는 U.M.A와 능력에 걸린 대상자가 멀어지면 그 효과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능력이 걸린 대상자가 아닌,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는다면 어렵지 않게 빠져나올수 있었다.
그런 치명적인 단점을 가지고 있음에도, 이번 현장에서 애를 먹었던 건 그 단점들을 메꾸어 주는 형태로 능력을 발휘했기 때문이었다.
산토의 구역 안에 있는 모두가 길을 잃는다.
게다가 그 능력을 사용하는 데 방해되는 것들을 철저히 배제할 수 있었다.
그래서, 통신 장비, GPS 같은 송수신 장비를 사용하지 못했다.
대신 방향이나 길을 찾는 것과는 관계가 없는 의태 장비와 웨어러블 기기는 아무 이상 없이 작동한 것이었다.
어찌 보면 마법이라고 생각이 들 정도의 특별한 능력을 권영식은 고작 일주일만에 장비로 만들어온 것이었다.
그 의미를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권영식이 얼마 대단한 사람인지, 주변 사람들에게 알릴 게 분명했다.
“시제품이라 아직 조정해야 할 부분이 많지. 아직은 지속 시간도 짧고, 범위도 그렇게 넓지 못해. 더 연구해야 하네.”
“그래도, 이게 어딥니까.”
“흠흠, 이걸로 끝이 아니라네. 더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
할 말이 더 있다는 소리에 강신은 권영식을 쳐다보았다.
“이번에 산토를 통해 그 ‘구역’이라는 걸 연구하면서 느낀 건데, 저번에 데우스 엑스 마키나라고 불렀던 U.M.A 기억하나?”
“그걸 어떻게 잊겠어요.”
릴리스가 아니었다면 영원히 시간 속에서 갇혀 살뻔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그때만 생각하면 강신은 아직도 등이 축축해질 정도로 식은땀이 흘렀다.
“그렇다면 그 섬에 있던 광신도 마을도 기억하겠지?”
“물론이죠.”
최신 전자제품으로 가득했던 외딴섬에 지어진 마을을 떠올렸다.
강신은 권영식이 어째서 저런 이야기를 하는지 곰곰이 생각해 봤다.
구역과 마을, 공통점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하다가 강신은 뭔가 떠오른 듯이 입을 벌렸다.
“아, 설마?”
“역시 짐작이 가는가 보군. 그 U.M.A는 비록 사람의 손에서 탄생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믿는 신이라면 구역도 충분히 만들 수 있었겠지.”
권영식은 자신의 생각을 신이 나서 이야기했다.
“그래서 나는 U.M.A가 자신을 만들어준 마을 사람들을 위해 마을 전체의 전력을 공급해준 능력을 그 U.M.A의 구역이라고 판단했네.”
덕분에 데우스 엑스 마키나를 연구하면서 난항에 빠져있던 연구가 올바른 방향을 잡게 되었다.
연구가 진행되며, 데우스 엑스 마키나라고 불리는 U.M.A가 있던 큐브는 30층에서 16층으로 이동됐다.
16층으로 이동된 큐브는 비밀 연구소 전체의 전력을 공급해주었다.
이제 비밀 연구소에 들어가는 막대한 전력에 대한 걱정을 할 필요 가 없어졌고, 그것만으로도 엄청난 이익이었다.
물론 데우스 엑스 마키나의 구역에서 전기를 빼내보려고 했지만, 일정 범위를 벗어나면 아쉽게도 전기가 사라지는 특수성을 가지고 있었다.
“다행이네요. 그것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연구원분들이 많이 보이셨는데.”
“후후, 안 그래도 요즘 연구원들의 표정이 아주 밝아. 아, 그리고 이건 연구와는 크게 관련이 없는 이야기지만, HG 그룹과 시작한 분쟁이 어제부로 끝났다고 하더군.”
“네? 김대리님은 이번 분쟁이 적어도 한 달은 이어질 거라고 하던데요?”
“HG 그룹에서 광신도와 거래를 제안하고 협의한 사람이 알고 보니, 광신도 소속으로 밝혀졌다고 하더군.”
“와…. 이건 전혀 예상하지 못했네요.”
작전 지역의 정보를 알고 있을 정도라면 꽤나 중요한 직책이었을 것이다.
그런 직책을 가진 사람에게까지 비밀 종교 집단의 손길이 닿았다는 말에 강신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짜고 치는 고스톱이었다고 하더군. 내부에서 협력하고 있던 광신도가 산토의 가치를 엄청나게 부풀려서 사람들에게 보고했다던데.”
권영식은 HG그룹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 대가로 광신도들이 원하는 물건들을 다수를 제공하는 쪽으로 설계 당했다고 하더군.”
“허, 그래서 HG 그룹에서는 뭐랍니까? 자기들의 잘못은 아니라고 했습니까?”
강신은 HG 그룹의 주장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가 없었다.
그들의 행동은 성신과의 분쟁을 피하기 위해서, 직원 한 명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시키고 빠져나가려는 것처럼 보였다.
“아니, 아닐세. 책임을 회피한다기보다는 그냥 깔끔하게 자기들의 잘못을 인정하고, 모든 잘못에 대한 배상을 하겠다고 하더군.”
“음…. 그러면 그들의 말이 사실인가 보네요.”
“배상까지 한다는데, 거짓말을 할 이유는 없지.”
“그래도 이렇게 빨리 항복한 걸 보면 현장에 나가있는 척 부장님과 이 부장님이 어지간히도 HG 그룹 요원들을 괴롭혔나 보네요….”
HG그룹이 분쟁을 피하기 위해 항복을 선언했다고 생각한 강신이었다.
허나 그의 말을 들은 권영식은 고개를 저었다.
“고작 일주일일세. 그들이 나가봐야 겨우 한두 번 마주쳤는데, 이번 항복은 척 부장과 이 부장 때문이 아니야.”
“그럼 왜 그들이 그렇게까지 손해 보는 행동을 한 거죠?”
HG 그룹에서 굳이 더 손해 보는 선택했다는 말에 강신은 쉽게 이해할 수가 없었다.
강신의 궁금증은 이어지는 권영식의 말을 듣고 바로 해소되었다.
“HG 그룹에서 구은혜인가? 그 아가씨가 직접 회장에게 찾아가, 성신 그룹에게 목숨을 빚졌다고 하면서 이번 일을 직접 마무리 짓겠다고 했다는군.”
“아….”
솔직히 목숨까지는 아니었지만, 회장을 설득하기 위해서 꽤나 과장되게 이야기한 것처럼 보였다.
“일처리 하나는 확실하네요.”
“그렇지? 어쨌든 이번 일로 우리 회사는 여러 곳에서 많은 이익을 얻었다고 상부가 좋아하더군. 이번 인센티브는 기대해도 좋을 것 같아.”
성신 그룹의 인센티브는 굉장히 높았다.
상부에서 저렇게까지 말했다면, 아마도 인센티브 최대치에서 플러스알파까지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네가 봐줬으면 하는 물건이 있네.”
“제가요?”
권영식은 개인 큐브의 벽면을 톡톡 두들기고, 미리 지정해 두었던 사진을 강신이 볼 수 있도록 벽면에 띄었다.
사진 속 배경은 갈색의 황야였다.
아무것도 없는 황야에 금속으로 된 삼각 기둥이 있었다.
그리고 기둥 옆에는 여러 사람들이 마치 기념사진을 찍는 것처럼 다양한 포즈를 잡고 있었다.
“이게 뭔데요?”
사진 속 인물들은 모두 외국인이었다.
“해외에서 발견된 기둥이네. 용도는 알 수 없었고, 위치도 상식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곳에 위치해 있지. 외형을 보면 절대 자연적으로 생길 수 없는 것이야.”
“다른 기업이나, 정부 쪽에서 만든 것은 아닐까요?”
권영식은 강신의 의견을 듣고 고개를 저었다.
“이미 확인해 봤지만, 근처에 있는 비밀 연구소나 해당 국가 연구소에서는 저런 물건을 만든 적이 없다고 하더군.”
“그렇다면 일반인이 만들었을 가능성은요?”
“불가능하네. 사진만 보면 모르겠지만 저게 있는 위치는 협곡일세.”
협곡은 차량이 들어가기 쉽지 않은 곳이었다.
그리고, 저 금속 기둥의 크기를 보면 단순히 소형차나 중형차로 옮기는 건 불가능해 보였다.
큰 차량이 동원되었다면 어떻게든 눈에 띄었을 것이고, 이미 기둥이 어디서 온건 지 알아냈을 것이다.
“지금 문제는 저 물건이 시민들에게 먼저 발견되었다는 것이네. 저 위치를 아는 소수의 사람들은 기념사진을 찍기 위해서 협곡으로 간다고 하더군.”
“아이구야…. 저길 가더라도 사람들 눈치를 봐야겠네요, 저게 무엇인지, 전혀 예상이 되지 않는데…. 팰로우님이 보실 때, 저건 뭐 하는 물건으로 보이십니까?”
“나라고 자네와 다를 게 없지. 단지, 처음 발견한 사람들은…….”
권영식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저걸 모노리스(monolith)라고 주장하고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