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is Life, The Greatest Star In The Universe RAW novel - Chapter (1146)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1146화
이노우에 미나.
현재 일본의 유명 주간지에서 에디터로 일하고 있는 그녀는 선명주의 열렬한 팬이었다.
팬이 된 계기는… 솔직히 말해서 처음에는 잘생긴 얼굴 때문이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선명주라고 합니다.]버블 경제 이전 일본의 황금기라고 불렸던 80년대.
시티팝이 유행하고 대중들이 다양한 음악을 향유하던 그 시기에 선명주는 그야말로 혜성처럼 나타난 스타였다.
압도적인 실력을 지닌 천재.
누구나 그를 보고 반했으며, 그가 피아노 연주를 하고 나면 그를 사랑하게 됐다.
심지어 그가 일본을 떠나 미국에 새로운 둥지를 틀었을 때 아무도 그걸 배신이라 하지 않았다.
모두가 아쉬워하기는커녕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선명주는 불세출의 천재야. 그는 더 큰 곳으로 가야 해.
이노우에 미나 역시 그렇게 생각했던 사람 중 하나였다.
학창 시절에는 방에 온통 선명주 포스터로 도배되어 있었을 만큼 선명주에게 푹 빠졌던 소녀 팬.
그리고 그녀에게는 아주 특별한 기억도 있었다.
공연이 끝나고 나서 우연히 선명주와 마주칠 기회가 있었을 때.
[저… 저 오늘 생일이에요!]그 말을 듣자마자 선명주는 즉석에서 동료들과 악기를 연주하면서 그녀의 생일을 축하해 주었다.
그때 찍었던 사진이 보인다.
손가락을 구부려서 브이를 하고 있는 소녀 팬 옆에서 마찬가지로 브이를 해 주고 있는 선명주.
괜히 눈시울이 벌게져서 고개를 흔들었다.
‘좋은 날이야. 울면 안 돼.’
오늘은 시사회에 초대를 받은 날이었으니까.
바로 우주 덕분이었다.
지금으로부터 3년 전, 그녀가 잡지 에디터로서 뉴블랙을 취재했을 때 그의 아버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저는 선명주 님의 열혈 팬이거든요.]그 아들 앞에서 괜히 부끄럽게 아버지의 팬이었다고 말한 기억.
그녀의 말을 들은 최애의 아들이 지었던 따스한 미소가 아직도 잊히지 않았다.
[정말요? 감사합니다.]선우주를 보면서 ‘참 아버지를 많이 닮았구나’ 하면서 추억에 잠겼던 게 엊그제 같은데.
3년이 지나 그녀는 선명주의 영화 시사회에 초청 받았다.
정말 믿기 힘든 일이었다.
‘이게… 가능한 거구나.’
15년도만 해도 뉴블랙은 한국에서 반짝 떠오르는 아이돌 중 하나였다.
그랬기에 그녀가 생각한 우주의 미래는 대체로 성공한 아이돌의 그것과 같았다.
도쿄돔 공연을 하고, 아시아 투어를 돌고.
하지만 지금의 뉴블랙은 그녀가 상상했던 모든 것을 깨부수고 있었다.
한국인들에게 사랑 받는 그룹이 되고, 빌보드 1위와 세계 스타디움 투어 등등.
그러더니 이제는 할리우드 영화사와 손잡고 부친의 전기 영화까지 제작했다.
솔직히 말해서 이런 일이 벌어질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영화라니.’
정말 가슴이 벅차올랐다.
일본 시사회에 초청한다는 우주의 연락을 받지 않았더라면 휴가를 내서 한국으로 먼저 보러 갔을 만큼 그녀의 덕심은 여전히 뜨거웠다.
선명주의 팬 모두가 마찬가지였다.
그때 당시 덕질을 했던 사람들의 네트워크는 여전히 살아 있었고, 최근 들어 굉장히 활발한 활동을 하는 중이었다.
그저 과거에는 전화로 소통했던 것이 지금은 트위터상으로 멘션이 올라온다는 차이 정도.
-시사회에 초청 받았다 (눈물) (눈물) (눈물)
-에 어째서 나는 초대를 받지 못한 거지.. 내가 뭔가 잘못했던걸까—라고 생각하던 참에 티켓이 도착했습니다. 감동의 눈물 도가니였습니다. 우주 상 정말 고마워요
-내일이 온다는 게 믿기지 않아
-이 날만을 기다려왔다!! 시사회 현장에서 아저씨의 순정도 아름답다는 사실을 보여 주겠어—!
모두가 한 마음 한 뜻이었다.
그렇게 팬들이 선명주의 영화 시사회에 간다는 사실로 들뜨는 한편, 미디어들이 을 대서특필하면서 선명주의 일본 팬들은 뚱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 달가운 관심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또 하시모토 겐지냐.’
미디어에서 또 분명히 하시모토 겐지와 라이벌이니 뭐니 하는 말을 할 게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올해 초에 선명주의 공연에서 ‘라이벌은 없다고 생각한다’는 인터뷰 영상이 나왔는데도 일본 미디어는 단체로 모른 척을 하고 있었다.
-또 하시모토냐..
-하시모토 겐지의 기사를 볼 때마다 운동화 밑창에 붙은 껌 같은 느낌을 받는다. 껌은 껌칼로 뗄 수라도 있지.
-영감의 노욕은 세계제일wwww
-라이벌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못생겼어 최저야
-초등학교 동창 중에 한신 타이거즈의 선수가 있는데 말이지. 내가 초등학교 운동회에서 내가 그 녀석을 달리기로 이겼었거든. 그럼 내가 그 친구의 라이벌이란 말이야??
-심지어 하시모토는 이긴적도 없어
한국인들이야 주기적으로 ‘저 영감은 뭐야…’ 하고 말지만, 매일 똑같은 언플을 TV나 라디오 등에서 보는 일본 팬들은 미치고 팔짝 뛸 지경이었다.
그나마 최근의 KMA 시상식에서 피아니스트 폴 로랑의 연주를 듣고 아마추어 같다고 했던 발언 이후로 좀 자중하고 있긴 하지만.
이번 영화가 개봉하면서 또 슬금슬금 기어 나와 인터뷰를 해 대고 있었다.
[하시모토 상! 시사회에 초대를 받으셨나요?] [받지 못했습니다.]기자에게 고개를 젓는 하시모토 겐지.
[아무래도 여전히 그와 나의 사이에 감정적인 앙금이 남아 있던 것일 수도 있겠죠. 한 시대를 두고 경쟁했던 사이이다 보니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가 기대되는군요.]선명주의 팬들은 혈압이 치솟았다.
포켓몬처럼 상태창이 있었다면 [하시모토 겐지(♂)의 혈압 올리기 효과는 굉장했다!] 라고 뜰 법한 느낌.
그들은 분개했다.
‘진짜 뒤엎어 버리고 싶다.’
무엇보다 열이 받는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선명주와 선우주 부자의 성격 때문이었다.
겸손하고 예의 바르고, 선량한 성격.
하시모토 겐지가 헛소리를 해도 ‘개쌉소리 하지 마시죠’ 라고 대꾸하지 않고 ‘그렇군요~’ 하고 넘기는 성격이었다.
그걸 알기에 하시모토 겐지가 저렇게 나오는 거였다.
누구보다 선씨 부자의 선량함을 믿고 있으니까.
“아으으으으으!”
하시모토 겐지를 생각하던 이노우에 미나가 괜히 허공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열 받아! 영감탱이 똥이나 먹어라!’
짜증이 치솟는다.
그럼에도 이런 상황 속에서 선씨 부자에게 ‘사이다를 달라!’ 하는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애초에 그들이 선명주의 팬을 아직도 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그의 인품이었으니까.
“후우.”
시사회장으로 향하는 택시에 올라탄 그녀가 핸드폰을 보았다.
선명주의 시사회를 기념해서 오렌지색으로 점등될 예정이라는 도쿄 타워의 사진.
의 기사나 댓글을 보던 이노우에 미나의 입가에 금세 미소가 그려졌다.
그리고 이것은 현재 시사회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선명주의 팬들이 똑같이 짓고 있는 표정이었다.
-기다려요. 우리의 태양.
자서전조차 없었던 최애가 아들의 손을 빌려 20년 만에 발간하는 자서전.
그 첫 페이지를 감상할 수 있다는 생각에 모두의 가슴이 부풀어 있었다.
하지만….
오늘 있을 일에 대해 무수한 상상을 하던 모든 팬들이 잘못 알고 있는 사실이 하나 있었다.
그건 바로 선씨 부자의 성격이 그들이 생각한 것과 다르다는 사실이었다.
「얼마 전에 하시모토 겐지 상이 인터뷰에서 ‘그의 영화에 내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취지로 말씀을 하셨거든요. 어떻습니까? 영화 내용에 대해 살짝 스포일러 가능할까요!?」
「그 부분 역시 영화를 보게 되면 답이 되실 거라 생각합니다.」
TV 인터뷰에 나왔던 우주의 웃음이 무슨 뜻이었는지 알게 된 것은 불과 몇 시간 후였다.
* * *
시사회가 열리는 곳은 일본의 멀티플렉스 영화관이었다.
“와아아아아아아-!”
“와아아아아아!”
확실히 아시아권 국가라 그런지 수플레들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들도 여기저기서 관심을 보이는 분위기였다.
특히나 우리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은 한류 스타기도 하니까.
대중들도 환호를 보낼 만큼 어마어마한 인기를 지닌 스타가 바로 내 곁에서 서 있었다.
“하하하하하! 곤니찌와-! 하하하… 우주야. 나 자리 좀 바꿔 주라.”
“넵.”
…물론 본인은 이런 관심을 조금 힘겨워하는 것 같았지만 말이다.
레드 카펫 행사를 하면서 영화관에 마련된 의 특별 이벤트 존을 감상하기도 했다.
영화 속 한 장면을 고스란히 재현한 포토존이라든가.
무대 의상을 전시한 전시회장이라든가.
「어떠신가요?」
관계자가 뿌듯한 표정으로 우리들에게 물었다.
「전시가 예쁘게 되어 있죠? 다른 사람도 아닌 선명주 님의 영화인 만큼 최선을 다해 준비했습니다.」
「너무 멋져요. 정말로.」
일본 영화관은 처음 와 보는데 확실히 우리나라나 미국 극장보다 더 예쁘게 꾸며져 있었다.
그렇게 레드 카펫에서 일본어로 여러 행사를 치른 후.
입장을 기다리고 있던 아빠의 팬들과도 인사를 나눴다.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오프라인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활발하게 활동을 했던 분들이었다.
「올해 초에 있었던 공연은 잘 보셨나요? 제가 그때도 초대권을 보내드렸던 것 같은데.」
「네-!」
힘차게 대답하는 사람들.
정말이지 다양한 사람들이 눈에 들어온다.
우리 대표님처럼 민머리이신 분도 있고, 안경을 쓰고 불뚝 튀어나온 배를 자랑하는 털보 아저씨도 있고, 나와 인터뷰를 했던 에디터님도 있고, 차분한 인상의 아주머니도 있다.
모두의 공통점은 눈이 초롱초롱하다는 것.
「정말….」
내가 그들에게 고개를 꾸벅 숙이며 인사를 했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
「긴 시간이었죠?」
몇 마디 안 했는데 털보 아저씨가 눈물을 쏟기 시작했다.
뭐라 말로 형언하기 힘든 표정을 짓고 있는 사람들에게 내가 입구를 손짓으로 가리키며 웃었다.
「오늘 영화에 대해서 다른 건 몰라도 딱 한 가지는 약속 드릴 수 있을 거 같아요.」
고개를 갸웃하는 아빠의 팬들에게 내가 말했다.
「그동안의 기다림만큼 기쁨도 클 거라는걸요.」
「…….」
다들 목이 멘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는 가운데.
누군가 주섬주섬 무언가를 꺼내 나한테 건넸다.
「이게 뭔가요?」
「제가 예전에 경매 사이트에서 구매한 물건이거든요. 선명주 님이 썼던 물건 중 하나인데….」
「만년필이네요. 안경이랑….」
「선명주 님이 예전에 기부금을 마련하실 때 팔았던 물건들이에요. 돌고 돌아 우리의 손에 들어온 것들이지만.」
만년필을 비롯해 여러 물건이 담긴 상자들.
자신들이 모은 소중한 애장품을 담은 상자를 바라보던 아빠의 팬들이 내게 상자를 내밀었다.
「받아요.」
「네…?」
「우리들끼리 한 이야기인데 이걸 우주 씨한테 주는 게 제일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거든요.」
「이런 귀중한 걸 저에게…….」
손이 떨린다.
단순히 아빠의 물건이어서가 아니라 이 사람들에게 이게 어떤 의미가 있는 물건인지 알기 때문이었다.
정말 받아도 되는지 망설이는 나에게 선명주의 팬들이 활짝 웃으며 말했다.
「고마워요. 우주 씨.」
「이렇게 많은 걸 받았는데 우리가 줄 수 있는 게 이것밖에 없어서 미안해요.」
정말이지 눈부신 미소였다.
* * *
왠지 모르게 뉴블랙의 리더가 축축한 눈망울로 상영관에 들어온 후.
오늘 시사회에 초대된 선명주의 팬들, 기자들, 그리고 일반 관객들이 박수를 마치고 영화를 기다렸다.
조용하고 진중한 분위기.
“와악-!”
선명주의 털보 팬이 영화 로고에 혼자 환호를 지르다가 머쓱한 얼굴로 입을 다물었다.
이윽고 영화가 시작되면서 작은 탄성이 흘러나왔다.
‘잘생겼다.’
일본에서도 탑 배우로 유명한 이견우가 연기한 선명주의 비주얼 때문이었다.
그걸 비롯해 한국 드라마를 봤다 싶으면 아는 얼굴들이 스크린에 흘러나오고 있었다.
초반부는 역시나 군산 씬.
‘한국은 저 시절에 가난했구나.’
‘왜 저렇게 가난했지?’
일본 관객들이 그런 생각을 하며 낙후되었던 당시의 군산을 보고 있을 때.
당시의 젊은 김덕순 여사를 연기한 중견 배우 오현숙의 대사가 흘러나온다.
[하여튼 좋은 건 일본 것들이 다 쓸어 갔어-!!]일본인들이 먼 산을 바라보았다.
‘그랬군….’
금세 머릿속으로 방금의 기억을 지운 관객들이 영화를 보았다.
초반부에 잠시 미국 유학을 떠났던 선명주가 한국으로 복귀하고, 본격적으로 재즈의 길에 입문하면서 그들이 기다렸던 장면들이 흘러나왔다.
[TOKYO]일본인들에 헤에- 하며 입을 벌렸다.
‘80년대다!’
‘우와아아…….’
아카데미에서 미술 부문으로 상을 받았던 한국인 스탭이 참여했을 정도로 고증에 공을 들인 .
일본인들이 항상 마음에 품고 사는 80년대가 흘러나왔다.
현란한 네온사인.
젊은이들로 문전성시를 이룬 롯폰기 거리.
괴상한 차림을 한 다케노코 족들이 버스킹을 하는 장면.
방금 전까지 나왔던 한국과는 완벽하게 다른 배경이었다.
“허어어…….”
일본인들이 그 시절의 추억에 잠겨서 영화를 볼 때.
처음에는 일본의 번화가에 낯설어 했던 선명주가 점차 익숙해하는 장면이 흘러나왔다.
[여러분! 선명주입니다!]당시 팬들의 열띤 응원에 신나하는 선명주.
잘 팔리는 앨범.
유명 시티팝 가수와도 콜라보를 하는 등 일본에서 선명주가 승승장구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맞아. 저랬지.’
선명주의 팬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덕질을 시작한 시점은 달라도 몇 월 며칠에 선명주가 뭘 했는지 알 수 있을 만큼 그의 족적을 꿰고 있는 팬들이었다.
그랬기에 감탄이 나왔다.
‘영화의 고증이 대단한걸? 사건의 순서가 조금 틀리긴 하지만 전부 고증이야.’
그리고 이게 고증이라는 건….
‘나머지 역시 모두 현실이라는 건가?’
당시 선명주가 밝히지 않았던 속내나 내부의 에피소드들이 나오면서 덕후들의 눈이 초롱초롱해졌다.
새로운 떡밥이었기 때문이었다.
아마도 그가 남긴 메모나 주변 사람들의 증언, 기록에서 비롯되었을 실화들.
[어때? 일본은 마음에 들어?]연습실에서 조용히 연주를 하고 있는 남편에게 이명은이 묻자,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도수 없는 와인을 들이켰다.
연주가 한껏 경쾌해진다.
[난 이곳의 팬들이 좋아.]선명주가 피아노를 연주하며 말했다.
[어쩌면 여기서 연주자로서 정착하는 것도 나쁘진 않을 거 같아. 공연이 있는 동안에는 쭉 여기 살면서 말이야.]자신의 음악을 인정해 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에 행복해하는 천재 아티스트의 모습에 팬들이 미소를 지었다.
그랬기에 더 궁금했다.
‘어쩌다 미국으로 가게 된 거지?’
과연 그 당시 어떤 비하인드가 있었는지가 궁금했다.
그들이 단편적으로 알고 있는 것은 선명주의 음악이 미국에서 반응이 와서 떠나갔다는 것 정도.
하지만 정확한 이유는 아무도 몰랐다.
특별한 인터뷰 없이 일본을 떠났으니까.
그런 의문에 답하듯 영화 속 분위기가 바뀐다.
[…네?]선명주에게 다가오는 어두운 손.
[공연이 취소가 됐다고요? 취소가 된 공연에는 누가 들어오는데요?]영화 속에서 직접적으로 이름이 언급되지는 않았다.
그냥 상황만이 언급이 될 뿐.
[또 취소가 됐다는데?] […뭐?]선명주의 공연이 있을 때마다 은근슬쩍 공연장에 압박을 넣어서 공연을 취소시키는 누군가.
[선 군. 이번에 말이야. 자네가 라디오에 출연하기로 했던 거 그거 다른 사람이랑 같이 좀 나갔으면 하는데.] [단독으로는 안 됩니까?] [자네가 한국에서 와서 이곳 물정을 아직 잘 모를 수도 있는데 말이지. 일본에서는 타협을 하지 않으면 참으로 인생이 고달프달까, 그런 면이 있다는 걸 알아줬으면 해.]어딘가에 출연할 때마다 같이 엮어서 나오려고 하는 인물.
모두가 누군가를 떠올릴 수 있었다.
‘그놈이군.’
반짝 떠오르는 천재와 자신을 묶어서 홍보를 하고, 천재 대 천재로 이미지 메이킹을 하려고 했던 인물.
그뿐만 아니라 당시 하시모토 겐지를 중심으로 선명주를 배척했던 음악인들과 업계 분위기가 묘사됐다.
음습한 따돌림.
집요한 집착.
처음에는 친절했지만 한국인이 성공을 거두고 큰 사랑을 받게 되자 선명할 정도로 악의를 드러내는 업계인들의 실감 나는 모습에 일본 관객들도 침을 꿀꺽 삼킬 정도였다.
그제야 왜 그가 떠났는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미국이라…….]일본에서 지내던 집에서 미국행 티켓을 바라보며 한참 동안 생각에 잠기는 선명주와 이명은 부부.
[고별 공연이라도 하고 갈까?] [그래야지.]하지만 고별 공연 역시 무산되고 만다.
팬들에게 인사라도 하고 싶다고 하지만 그조차 거부당하고 만다.
지금처럼 인터넷으로 소통이 가능했던 시기도 아니었기에 선명주는 쓸쓸히 공항으로 향한다.
그저 공항에 전시된 피아노 앞에 앉아 부드러운 선율을 연주할 뿐.
팬들을 위한 곡을 연주한 선명주가 훌쩍 떠나면서 배경이 뉴욕으로 바뀐다.
뉴욕에 도착한 부부가 춤을 추고, 경쾌한 음악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일본 관객들은 왠지 모르게 멍한 얼굴로 바닥을 바라보았다.
마치 영화가 그들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그는 떠난 것이 아닙니다. 그들이 그를 쫓아냈을 뿐.
꽈아아아악-
꼬옥 쥐어지는 주먹.
선명주 팬들의 눈에 불꽃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