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is Life, The Greatest Star In The Universe RAW novel - Chapter (1147)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1147화
의 도쿄 시사회.
자리에 참석한 일본의 미디어 기자들이 눈을 빛냈다.
‘훌륭한 영화야.’
세계 어디를 가든 취향의 차이는 있어도 좋은 영화를 보는 눈은 별로 다르지 않은 법이었다.
‘근래 보기 드문 영화야. 재미와 감동을 모두 붙잡고 있어. 음악은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답고.’
영화의 첫 30분을 보는 순간 기자단 모두가 예감했다.
이 영화가 일본에서도 굉장히 히트를 칠 것이라는 걸.
인터넷에 영화 관련 칼럼을 기고하는 기자가 까슬까슬한 턱수염을 매만지며 생각에 잠겼다.
‘흥행을 위한 모든 요소가 다 갖춰져 있다.’
전문가가 냉정한 얼굴로 생각을 정리했다.
우선은 상황적인 요소였다.
그가 생각했을 때 의 홍보에 일본 언론들이 열을 올리는 근본적인 이유는 하시모토 겐지 같은 이유 따위가 아니었다.
그것은 바로 뉴블랙의 대성공이었다.
[세계 최고의 그룹 뉴블랙! 마침내 오버쿡으로 세계를 접수하다!]마치 만화 속 주인공처럼 업적을 이루어 내는 뉴블랙.
그들이 공상 속에서나 상상했던 일들을 어느 K팝 아이돌이 실제로 해내고 있었다.
수천만 명이 보는 TV 쇼에서의 라이브.
세계 최대 패션 행사에서의 주목.
그들의 음악에 맞춰 유럽과 아프리카에서 플래시몹을 맞춰서 춤을 추는 영상 등등.
여기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바로 뉴블랙 전원이 한국인이라는 점이었다.
그리고 이런 성공에 일본이나 중국이 전혀 기여한 바가 없다는 사실이 중요했다.
그 때문에 지금처럼 큰 성공을 거둔 상황에 대해 일본의 미디어들은 묘하게 불만족스러웠다.
-세계 최고의 아이돌 뉴블랙! 그들은 일본에서….
-일본에서?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선우주의 아버지에 대해서라면 이야기가 달라졌다.
-한국인들은 알아보지 못했지만, 우리 일본이 키워 낸 아시아의 자랑! …의 아들인 선우주가 세계를 제패하고 있다!
그런고로 이런 등식이 성립하는 것이다.
냉소적인 기자가 보았을 때 미디어들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명확하게 보였다.
‘선명주를 띄워 주면서 그 아들인 선우주의 업적에도 지분을 가져가겠다는 거지. 아들의 뿌리는 결국 아버지니까.’
이런 계산 때문에 현재 미디어들이 그렇게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기자가 이 영화가 흥행할 거라 보는 첫 번째 이유였다.
그리고 두 번째는 바로 일반 대중들의 선명주에 대한 인지도가 굉장히 높다는 점이었다.
일본에는 그의 음악을 좋아했던 사람들이 정말 많으니까.
또한 그의 음악을 세계에서 제일 먼저 좋아했다는 데서 오는 자부심도 만만치 않았다.
여타 한국 영화와 달리 선명주라는 이름 자체가 주는 친근함이 있는 것이다.
‘거기에 이견우 같은 한류 대표 스타도 있고, 아들인 선우주도 팬덤이 많으니까. 팬들도 무한 관람을 하겠지.’
그런 생각을 하던 전문가가 화면으로 시선을 던졌다.
사실 흥행에 대한 분석보다 그는 오히려 다른 곳에 호기심이 갔다.
‘영화가 나오면 과연 다들 어떤 반응을 보일까?’
기존 미디어와 일본의 관객들이 이 영화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가 너무나도 궁금했던 것이다.
바로 선명주를 푸대접하던 당시 일본의 음악 업계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최대한 모른 척을 하면서 박수를 칠지, 아니면 그들을 비난할지 짐작할 순 없지만….
“푸우우우우우…….”
“쉬이이이이익….”
거칠게 숨을 몰아쉬는 선명주의 팬들을 보니 꽤 소란이 일 거란 생각이 들어 미소가 그려졌다.
그는 이런 게 너무나 재미있었다.
‘애매하겠지.’
단순히 반일 영화라고 비난하기에는 반일 영화가 아니었다.
당시 일본 사회의 화려했던 면을 보여 주면서 긍정적인 면들을 그리고 있었으니까.
이 영화는 단순히 사실을 건조하게 나열할 뿐이었다.
상대를 절대적으로 악하고 나쁜 사람으로만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현실에서 볼 수 있는 욕심이 많은 그런 인물로 그릴 뿐, 어떠한 비난을 퍼붓거나 하는 것도 없었다.
하지만 오히려 그것이 더 가슴으로 와닿았다.
‘하시모토는… 어쩌면 일본을 잠시 떠나 있어야 할지도 모르겠군.’
그런 생각을 하던 기자가 고개를 돌려 1열에 앉아 있는 누군가를 바라보았다.
본인은 알지 모르겠지만 아마 개봉 후에 어마어마하게 크게 터질 폭탄을 던진 인물.
-얼마 전에 하시모토 겐지 상이 인터뷰에서 ‘그의 영화에 내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취지로 말씀을 하셨거든요. 어떻습니까? 영화 내용에 대해 살짝 스포일러 가능할까요?
-그 부분 역시 영화를 보게 되면 답이 되실 거라 생각합니다.
그때는 그게 무슨 표정인지 잘 해석이 안 됐는데 지금 1열에 앉은 이의 미소를 보니 알 것 같았다.
그것은 바로 오랫동안 기다려 온 사람의 미소였다.
* * *
일본 시사회는 성공적이었다.
「와아아아아아아-!」
시사회가 끝나고 열렬히 박수를 쳐 주는 관객들에게 모두 다 같이 인사하면서 마무리를 지었다.
마지막 엔딩이 감동적인 것은 마찬가지였는지 눈가가 촉촉한 관객들.
그중에서 특히나 아빠의 팬들은 아예 폭포수처럼 눈물을 쏟고 있었다.
「어떠셨나요?」
먹먹한 표정을 짓고 있는 팬들이 나의 말에 대답했다.
「정말 인생 최고의 영화였어요.」
…라는 말을 하려 했던 것 같다.
왜냐하면 이분들 모두가 꺼흐흐흑… 하면서 말을 했던 터라 제대로 말을 알아듣기 힘들었으니까.
중간중간 들려오는 ‘감동’, ‘눈물’ 같은 키워드를 들으며 훈훈하게 웃을 뿐이었다.
그리고 모두가 공통적으로 결의에 찬 표정을 짓기도 했다.
「반드시 이 영화에 있었던 일을 온 세상에 알릴 거예요.」
「가, 감사합니다.」
「반드시…!」
예전에 마에다 선생님이 ‘이혼당합니다! 반드시!’ 하고 말했을 때와 같은 단어가 들려왔다.
어둠의 오오라에 휩싸인 듯한 아빠의 팬들.
영화에 나온 일본 장면들이 굉장히 강렬한 감정을 불러일으킨 모양이었다.
그렇게 결의에 찬 표정으로 흩어지는 아빠의 팬들을 배웅한 후.
“휴우.”
그제야 숨을 조금 편하게 돌릴 수 있었다.
“끝났구나.”
“고생했어요.”
리혁이가 내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이것도 이거대로 힘드네. 앨범 활동이랑은 또 다른 느낌인데 뭔가 색다르게 힘든 느낌이 있어. 뭐, 그래도 거의 다 끝났으니까.”
사실상 주요 시사회 일정은 대부분 마무리가 되었다고 할 수 있었다.
이 영화의 타깃인 주요 국가인 3곳이 바로 한국과 미국, 그리고 일본이었으니까.
나머지 국가들의 시사회도 있긴 하지만 나는 그중에서 일부만 참석할 예정이었다.
예컨대 프랑스 파리의 시사회나 몇몇 중요 일정 정도.
다행스럽게도 큰 일정들은 모두 다 끝나서 그런지 배우들과 감독님 역시 긴장이 풀린 모습이었다.
“어우…….”
“어으으으….”
김보라 감독님이 뻐근한 어깨를 주무르며 말했다.
“긴장이 풀렸나 봐요. 온몸이 뻐근하네.”
“고생하셨어요. 감독님. 우리 이제 조금만 더 힘내요.”
“우주 씨는 추가 일정이 또 있죠?”
“네.”
씩 웃으며 대답했다.
“신곡 홍보 돌아야죠.”
나의 경우에는 끝이 끝이 아니었다.
멤버들과 함께 와 의 프로모션을 돌아야 했기 때문이었다.
「모두들 안녕하세요! 뉴블랙의 귀염둥이 지호입니다!」
「후후! 뉴블랙의 고인돌 같은 미남 김중현입니다. 고인돌이라는 것은… 일본어로 표현하기 어렵습니다. 저의 일본어 실력이 짧기 때문입니다.」
「비주입니다!!」
아침 방송에 출연해서 ‘헤에! 월드 스타!’ 하는 MC, 패널들과 수다를 떨기도 하고.
일본의 유명 음악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짧게 무대를 하기도 하고.
유명 잡지들과 인터뷰를 하면서 열심히 우리의 곡들을 프로모션한 결과!
“어때. 비주야?”
“하나도 변화가 없는데요…?”
“그, 그래?”
정말이지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보통 그래도 홍보를 돌면 일시적으로 차트 순위가 상승하고 그래야 하는데 희한하게 아무 변화가 없었다.
미세한 상승 정도.
TF팀으로부터 이번 홍보 활동으로 인해 우리의 인지도가 더 올라갔다- 하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가수에게 가장 중요한 곡의 성적은 정작 큰 변화를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영어 곡이라 그런가.”
“그런 걸 수도요.”
글로벌 성공을 목표로 만든 곡들이었는데, 정작 일본 내수 시장에는 영 먹히지 않는 분위기였다.
일본 국내 가수나 애니메이션 OST들이 포진한 차트를 바라보며 고심에 잠겨 있을 때였다.
반짝-
연후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연후 [행님덜 지금 일본이신가요??]
연후 [이거 보시죠]
틴스피릿의 연후가 뭔가 보여 줄 게 있다며 우리에게 사진을 보냈다.
톡을 톡 누르자.
“…….”
“…….”
일본의 음원 차트를 캡처한 사진이 떴다.
#3. Teen Sprit – DISLIKE (Japanese Ver.)
..
#17. The New Black – Overcooked
“…….”
“…….”
반짝-☆
연후 [엌ㅋㅋㅋㅋㅋㅋㅋ]
연후 [발렸죠?]
연후 [나ㅇㅁㅎㄹ멀ㅂ]
휘연 [죄송합니다 저희집 애새끼 제가 관리 잘하겠습니다..]
누군가 끌려가는 소리가 어디서 들려오는 듯했다.
하지만 우리는 그 상태 그대로 푸근하게 웃고 있을 뿐이었다.
턱-
내가 노트북을 열고 말했다.
“다음에 일본에 올 때는 일본어 곡을 들고 온다.”
“예.”
“오버쿡 앨범에 나올 곡 중에 일본 요리를 테마로 한 곡으로 일본에서 컴백을 한다.”
“예.”
“가만두지 않겠어….”
최근 들어서 경쟁자가 별로 없었던 가요계.
간만에 나의 승부욕을 자극하는 이웃집 아이들의 도발에 기꺼이 응해 주기로 했다.
* * *
일본에서의 일정을 마무리한 후.
한국으로 돌아온 우리는 연말 준비에 들어갔다.
망고 차트 어워드와 K넷 뮤직 어워드를 비롯해 온갖 연말 무대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고,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지만.
-뉴블랙 님들! 저희가 여러분을 위해서 마지막의 마지막 40분을 통째로 비워놨습니다.
-예…? 몇 분이요?
-좋죠?!
그런 제안들이 들어왔지만 우리는 대부분 20분으로 줄였다.
연말 무대 특성상 무대마다 다른 걸 보여 줘야 하는데, 저렇게 30~40분씩 준다 해도 이쪽이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
농담이 아니라 정말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한 것이다.
“진짜 격세타령이네요. 우리 신인 때는 5분이라도 받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그랬는데.”
“격세지감이겠지. 지호야….”
그 외에도 지금 가 대히트를 치면서 다른 나라들에서 공연도 해야 했다.
12월에는 영국의 유명 라디오 방송국에서 주최하는 Jingle Bell Ball이라는 공연에 참석하기로 했고, 뉴욕에서 열리는 크리스마스 공연에서도 초청을 받아 무대에 서게 됐다.
스케줄이 얼마나 많은지 리혁이가 머리를 감싸 쥐고 끙끙댈 정도였다.
“도저히 스케줄 정리가 안 돼요. 뭘 어떻게 해도 효율적으로 준비할 수 있는 방법이 안 떠오르니까.”
“스케줄 정리할 시간도 없다. 리혁아. 우리 그냥 바로바로 연습 들어가야 해.”
정말 생각할 틈이 없을 정도로 일정이 많았다.
시상식 무대 준비, 연말 무대 준비, 크리스마스 공연 준비.
여기에 의 500만 축하 감사 인사 메시지를 보내고, 지혁이 레슨도 봐주고, 곧 발매하게 될 한별이 앨범을 손 보면서 마지막으로 보컬 디렉팅도 해 주고.
내가 출연하는 히어로 영화 의 제작진과도 주기적으로 화상 미팅을 가졌다.
거기서 이런 질문을 받았다.
-써니, 당신은 초능력을 가지면 뭘 가지고 싶나요?
예전이었다면 시간을 거슬러 가는 능력, 하늘을 나는 능력이라고 대답을 했을 것 같은데 최근에는 생각이 바뀌었다.
“나 스스로를 복제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겼으면 좋겠어.”
파리로 향하는 비행기에서 내가 동생들에게 말했다.
“몸을 여러 개로 나눈 다음에 나중에 합치는 그런 능력 있잖아. 한 명은 작곡을 하고, 한 명은 보컬을 연습하고, 한 명은 댄스를 연습하고, 나머지는 개그를 연습하고.”
“저도요.”
비주가 행복한 상상을 하는 얼굴로 말했다.
“제가 여러 명이면 군무할 때 진짜 춤선 예쁠 거 같아요. 다 같이 이렇게 동작을 맞춰서…….”
“오. 그거 완전 농사지을 때 편할 거 같은데.”
“평상시 하지 못했던 공부들도 할 수 있겠죠. 물리나 화학 같은 것도 제대로 공부할 수 있고.”
우리가 그런 이야기를 하며 공감대를 공유하는 동안 막내가 왠지 모르게 우리를 질린 얼굴로 바라보았다.
“넌 그런 거 필요 없니. 지호야? 이런 능력 있으면 대본 여러 개 준비할 수 있잖아.”
“전 진짜 별로예요.”
“왜?”
막둥이가 말했다.
“제가 여러 명이면 형들의 사랑을 독차지할 수 없잖아요.”
“아… 그런 큰 뜻이…….”
깨달음을 얻은 우리가 슥슥 쓰다듬어 주자 막내가 히히 웃었다.
그렇게 프랑스에 도착한 우리는 유럽에서 열리는 의 시사회에 참석했다.
[신사 숙녀 여러분! 선명주의 아들, 선우주입니다!]유럽 지역에서 대표로 열리는 시사회.
아빠가 유럽 지역에서 가장 인기 있었던 곳이 바로 프랑스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선명주가 키워 낸 대표적인 키즈 중에서 가장 유명한 폴 로랑 씨가 있는 곳이기도 했다.
「써니.」
「폴.」
가볍게 비쥬를 한 금발의 피아니스트가 미소를 지었다.
「이 무대에 설 수 있게 되어서 정말 영광이에요. 그를 위한 무대를 하는 게 나의 꿈이었으니까.」
그 말을 하며 피아노 앞에 앉는 한 남자.
낭만적인 조명이 깔린 무대 너머로 멀찍이 프랑스의 상징인 에펠탑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바람에 모두의 머릿결이 흔들린다.
찰칵- 찰칵-
미국 타임스퀘어에서 1,700만의 온라인 시청자를 동원한 공연 때문일까.
프랑스를 비롯해 유럽 각국에서 온 취재진들이 연신 셔터를 눌러 대는 동안, 나와 출연진이 세계적인 피아니스트가 연주하는 반주에 맞춰 노래를 불렀다.
차가운 바람이 연신 불어왔지만….
기분은 정말 좋았다.
낭만적인 배경의 도시에서 사람들과 함께 손을 맞잡으며 우리의 태양을 외친다는 건.
[감사합니다.]시사회에서의 반응 역시 좋았다.
모두가 칸 영화제의 관객들처럼 일어나서 열렬히 박수를 치는 모습에 김보라 감독님이 눈시울을 붉히고, 배우들도 행복한 얼굴로 관객들의 호응에 손을 흔들며 화답했다.
감독님이 손수건으로 눈가를 찍으며 말했다.
“정말 잊지 못할 날들이 될 거 같아요.”
“저도요.”
그렇게 글로벌 시사회를 마무리하는 한편.
의 출연진과 스탭들이 한국과 미국으로 돌아가는 동안 우리는 잠시 유럽에 남아 있었다.
그 이유는 바로 특별한 시사회 때문이었다.
-외교부에서 공문이 왔다. 우주야.
-응?
-아버님 영화를 직접 보고 싶다고 하더라고. 한 번 방문을 해 줬으면 좋겠대.
이번에 우리가 외교부를 통해 정식으로 초청을 받은 국가가 있었다.
인구는 적지만 1인당 GDP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
그리고 우리를 굉장히 보고 싶어 하지만 특별한 이유 때문에 외출이 힘든 사람이었다.
* * *
궁전.
아주 화려한 융단이 깔린 곳에서 근위병들이 엄숙한 자세로 총을 들고 서 있었다.
그리고 제복 차림으로 그 누구보다 카리스마 넘친 얼굴로 서 있는 흰 수염의 노신사가 있었다.
“흐음…….”
그는 바로 이 나라의 국왕이자 대공왕 리하르트 3세였다.
‘곧 오는가.’
이곳에 방문할 손님을 위해 만반의 준비를 끝낸 분위기.
누구라도 침을 꿀꺽 삼키게 될 만큼 삼엄한 분위기가 감도는 곳에서 안 어울리는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으니.
뽀짝- 뽀짝-
무언가 작고 귀여운 생명체가 걸어 다니는 소리였다.
짤뚱한 팔다리.
프릴 드레스.
앙증맞은 구두를 신은 갈색 머리의 소녀가 뚠땅뚠땅 걸어오고 있었다.
바로 이 나라의 후계자인 조피 공주였다.
“할아버지!”
“허허허허.”
살얼음 같던 대공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그의 다리에 꼬옥 안기는 작은 아이가 히히 웃는다.
“기분이 어떠니? 널 위해 뉴블랙을 초청했단다.”
“할아버지 최고!”
“헛헛헛. 이 할아비는 조피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해 줄 수 있단다.”
그 말에 행복하게 웃던 어린아이가 히히 웃으며 몸을 꼬았다.
그렇게 조손이 행복한 얼굴로 뉴블랙을 기다리고 있을 때.
“근데 할아버지.”
“응.”
“조피 궁금한 게 하나 있어요.”
“허허. 우리 손녀가 궁금한 게 뭘까?”
“나중에 조피가 여왕이 되면 우리 슈테른 왕국의 이름도 바꿀 수 있어요?”
똘망똘망한 눈으로 바라보는 손녀의 말에 대공왕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럼. 조피가 왕이 되면 뭐든 할 수 있단다.”
“후후후후.”
“??”
“후후훗….”
분명 귀여운 얼굴이지만 왠지 모르게 음험한 웃음소리를 내고 있는 손녀.
대공왕은 무언가 찜찜한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