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is Life, The Greatest Star In The Universe RAW novel - chapter (746)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746화
시작은 어느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었다.
[내일 뉴블랙 콘서트 게스트로 의심 중인 라인업.jpg]공교롭게 뉴블랙의 콘서트 타이밍에 맞춰 입국한 아티스트들에 대해 조명하는 정보글이었다.
뉴블랙과 호주에서 버스킹을 한 바 있는 락 밴드 기타리스트.
뉴블랙과 콜라보 음원을 낸 미국의 톱스타.
우주가 작곡과 녹음을 맡았던 뮤지컬 노스탤지어의 배우들.
‘이게 우연의 일치일 수가 있나?’
모두가 똑같이 하고 있는 생각이었다.
다만 반신반의하긴 했다.
-아니 근데 저 라인업이 찐일수가 있긴 한가???
-헤일리 블루 작년 코첼라 헤드라이너임ㅋㅋㅋㅋㅋ 출연료만 90억이었음
-근데 그건 90분짜리고 이건 짧게 우정출연이니까 가능한 거 아닌가..? 그래도 비싸긴 하겠지만
-저 라인업이 실화라면 국내 3대 뮤직페스티벌에 뉴블랙콘이 들어가야 함
-우정출연이고 뭐고 서양인들 출연료는 겁나 깐깐할걸
-찐이면 콘서트 적자 예정임ㅋㅋㅋㅋ
사람들의 의심은 대체로 비슷했다.
‘돈이 남아나지 않을 텐데?’
아무리 게스트로 한 곡 부르고 간다고 해도 출연료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지 않을까.
하지만 아니라고 하기엔 너무나 정황증거가 명확하다.
-여행 온 거치고는 스탭들 규모 되게 크더만
-헤일리 블루 김포공항에서 공연 스탭들이랑 같이 내리는 거 사진 나옴
-글렌 데이비스 인천공항 사진 뒤편에 보면 기타만 10대임ㅋㅋㅋㅋㅋㅋ
-뮤지컬 배우들 사진 보면 백퍼 공연각이던데
만약 실화라면 공연 덕후들의 가슴에 불을 지를 일이었다.
한국에서 공연할 만한 좋은 곳이 없어서 잘 오지 않는 헤일리 블루와 이제는 은퇴해서 볼 수도 없는 전설의 기타리스트.
브로드웨이 최고의 배우들.
돈이 문제가 아닌 것이다.
‘어떻게 표 구할 방법이라도 없나.’
6만 명이나 입장하는 뉴블랙의 상암 콘서트.
그 때문에 팬들만이 아니고 뉴블랙을 좋아하는 일반인들도 대거 들어와 있었다.
[뉴블랙 콘서트 표 구합니다]암표를 구한다는 글이 우후죽순으로 올라왔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았다.
평소라면 표를 팔았을 사람들도 공연을 보러 가기로 결정했는지 매물이 하나도 안 보였다.
하기사 원래도 표를 구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였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근데…….’
정말 저 게스트들이 나오는 것은 맞는 걸까?
그런 관심이 쏟아지면서 레몬 엔터 홍보팀의 전화기에 불이 나기 시작했다.
“지금 기자들한테 미친 듯이 전화 오는데요.”
“무음모드 했어요. 저.”
“조금 있으면 잠잠해지겠지. 효도 코스로 안마 의자나 받고 있자. 이건 뭐 우리가 어떻게 할 수가 없어.”
본래 레몬 엔터가 ‘서프라이즈~’ 하면서 놀래키려고 했던 게스트 라인업이었다.
그런데 게스트들 네임 밸류가 너무나 대단하다 보니 홍보를 하기도 전에 소문이 나 버린 것이다.
기자들의 ‘전화 받으세요’ 하는 문자를 보며 근심하던 신입 직원이 팀장에게 물었다.
“저, 팀장님.”
“응?”
뉴블랙이 설정해 준 효도 코스를 누르던 팀장이 고개를 돌렸다.
“왜 그래? 무슨 문제라도 있어?”
“아뇨. 저… 이게 홍보 자료 안 돌려도 괜찮나 해서요. 뭐라도 해야 할 거 같은데…….”
“아.”
홍보팀장이 웃었다.
“규용이가 아직 모르는구나.”
“예?”
“이런 식으로 논란이 아니고 좋은 쪽으로 추측이 막 무성할 땐 말이야. 제일 좋은 대처가 뭔지 알아?”
“……모르겠습니다.”
“아무것도 안 하는 거야.”
덜덜덜 떠는 안마의자에 몸을 맡기며 홍보팀장이 말했다.
“논란이라면 광속으로 칼차단하는 게 맞지. 하지만 이런 건 사람들끼리 불을 지피게 놔둬야 해. 과연 저게 진짜일까? 아니면 우연의 일치일까? 그런 식으로 활활 타오르게 놔두는 거지.”
“아하…….”
“홍보라는 게 반드시 광속으로 움직여야 하는 게 아니야. 조용히 있어야 할 때와 아닐 때를 구분하는 게 진정한 홍보지.”
깨달음을 얻은 듯한 표정을 짓던 신입을 보며 홍보팀장이 웃었다.
“물이 100도가 될 때까지 천천히 기다려야 돼. 정말 딱 물이 끓었다 싶을 때쯤이 되면 말이야.”
그가 안마의자에 몸을 맡기며 말했다.
“그때부터는 우리 아티스트들이 나서기 시작할 거야. 우리 애들이 맹해 보여도 이쪽으로는 전문이거든.”
* * *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
콘서트를 하루 앞둔 오늘, 경기장 앞으로 무수한 취재 차량이 몰려들고 있었다.
“신분증! 신분증 확인하겠습니다. 네… 엔터 아시아 조은영 기자님, 네 들어가시고요.”
TF팀과 경호원들이 문 앞에 서서 신원을 확인하는 프레스 룸.
간단한 다과를 우물거리던 기자들이 아는 사람들을 찾았다.
“선배!”
“추 기자도 왔네. 여기 오는 거 치열하지 않았어?”
“엄청 치열했죠. 뉴블랙 콘서트 기자회견 보러 가겠다고 죄다 손을 드는데… 우리 부장이 가위바위보로 정하라고 한 거 있죠.”
“그래? 우린 그냥 짬순으로 잘랐는데.”
콘서트 기자회견 오는 것도 경쟁이 뭐 이리 치열하냐며 웃던 기자들이 오늘의 메인 화두를 꺼냈다.
“그나저나 이따 그거 누가 물어보겠지?”
“꼭 물어볼걸요.”
추 기자가 상대에게 은근하게 물었다.
“그런데 선배는 뭐 얘기 들은 거 없어요? 레몬 엔터 윤 팀장이랑 좀 알고 지내시잖아요.”
“운은 띄워 봤는데 대답을 안 해 주네.”
“헤일리 블루 쪽 한국 에이전시도 아무 대답을 안 해 주더라고요.”
그들이 그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였다.
“어? 오 기자님이다! 오 기자님!”
날카로운 인상을 지닌 30대 여성이 그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추 기자가 손을 흔들며 그녀를 반겼다.
“오 기자님도 소식 못 들으셨어요?”
“무슨 소식?”
“레몬 엔터한테서요.”
“글쎄. 나도 못 들었는데…….”
고개를 젓는 오소희 기자의 모습에 두 기자가 눈빛을 교환했다.
‘진짜 비밀로 하고 있나 보네.’
초창기부터 뉴블랙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은 덕에 남들은 못하는 독점 인터뷰도 잘 따내는 오소희 기자였다.
현재 연예부 기자 중에 가장 승승장구 중인 기자.
그런 기자도 레몬 엔터의 사정을 모른다면 아무도 모른다는 뜻 아니겠는가?
“아무튼 저는 엔터 칠 준비만 하고 있을 거예요.”
추 기자가 포부를 밝혔다.
“일단 기사 준비는 다 해 놨거든요. 송고 버튼만 누르면 돼요. 뉴블랙이 Yes랑 No 하는 버전 둘 다 준비했어요.”
“난 모른다는 버전까지 3개.”
기자들이 훈훈하게 웃고 있을 때 자리에 앉아 달라는 윤석환 팀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곧이어 뉴블랙 멤버들이 입장했다.
“이야…….”
추 기자의 입이 헤벌쭉 벌어졌다.
뉴블랙 콘서트 기자회견을 보러 오기 위해 경쟁이 어마어마하게 치열한 이유.
단순히 취재거리 때문만은 아니었다.
‘눈이 호강하는구나.’
블링블링한 악세사리들을 착용한 아이돌 멤버들이 카메라 플래시에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뉴블랙입니다!”
활기찬 인사와 함께 자리에 앉는 멤버들.
저마다 가볍게 필기구를 체크하고는 기자들에게 오늘 콘서트의 취지에 대해 설명했다.
우주가 마이크를 들었다.
-오늘 저희 뉴블랙 콘서트의 피날레는…….
타닥타닥.
한마디, 한마디가 이어질 때마다 노트북 자판소리가 울려 퍼진다.
그렇게 멤버들이 콘서트에 대한 소감이나 계획 등에 대한 이야기를 마무리할 때.
“…….”
꿀꺽.
침을 삼키며 바라보는 기자들에게 윤석환 팀장이 웃어 보였다.
“많이 기다리셨죠?”
여기저기서 나오는 웃음.
“지금부터 Q&A 시간을 가지도록 하겠습니다. 기자 분들께서 손을 들어 주시면 저희가 지목하도록 하겠습니다.”
모두가 손을 번쩍 들었다.
윤석환 팀장이 가까운 기자를 지목했다.
“네, 블록미디어 장현수 기자님.”
“예!”
지목 받은 기자가 침을 삼키자 뉴블랙 멤버들이 미소를 지으며 바라봤다.
“다들 알고 계시겠지만 지금 인터넷이 어마어마하게 시끌벅적하거든요. 내일 콘서트 게스트 라인업에 대해서…….”
-음.
우주가 아리달송한 미소를 지었다.
-어떤 라인업이요?
“지금 헤일리 블루랑 지미… 아니 글렌 데이비스가 뉴블랙 콘서트에 게스트로 선다는 소식이 퍼졌거든요.”
-아아.
“사실입니까?”
기자들의 시선이 선우주의 입으로 향했다.
오묘한 미소.
사람을 간질간질하게 자극하는 미소에 기자들이 ‘얼른! 얼른 말해! 엔터 칠 거야!’ 하며 바라볼 때.
-음…….
최고의 미남이 은근한 미소를 지으며 되물었다.
-그건 내일이 되면 알 수 있지 않을까요?
그 순간.
장내에 모인 기자들의 입에서 ‘와아아-’ 하는 탄성이 흘러나왔다.
‘진짜였네!’
‘미친!’
기자들이 저마다 ‘뉴블랙 우주.. “내일 되면 알 수 있을 것”’ 하는 헤드라인을 고치고 있을 때였다.
추 기자가 빠르게 타다닥 자판을 치며 엔터를 쳤다.
‘내가 제일 빨랐다!’
하지만 포털 메인에 뜬 기사는 그녀의 것이 아니었다.
[우주 ‘깜짝 게스트 질문’에 “내일 되면 알 수 있을 것”]오소희 기자 | 연예IN
추 기자가 고개를 획 돌렸다.
방금 전까지 ‘나도 모른다’고 시치미를 떼던 오소희 기자가 여유로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게 사회구나.’
추 기자가 감탄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기자회견에서 사회생활을 배우는 연예부 기자였다.
* * *
콘서트 기자회견이 끝나자마자 포털 연예란에 기사들이 속속 뜨기 시작했다.
-역대급 규모에 역대급 게스트.. 뉴블랙콘 앞두고 ‘기대감 폭발’
-우주 “내일 되면 알 수 있을 것” 말에 네티즌들 ‘뉴블랙 뮤직 페스티벌인가!’
-[연예돋보기] 1일 앞둔 뉴블랙 피날레 콘서트 ‘관전 포인트 세 가지’
“포털 메인에 콘서트 기자회견 기사가 뜨는 건 처음이네.”
“진짜 처음 같아요.”
콘서트를 앞두고 기자 회견은 종종 하는 행사지만 이렇게까지 주목을 받는 행사는 아니다.
기사를 바라보다가 동생들과 시선을 교환했다.
“이게… 이렇게까지 커질 일인가?”
“생각보다 일이 너무 커졌는데요.”
중현이마저 ‘으으음’ 하며 턱을 매만지고 있었다.
막내가 말했다.
“우리는 그냥 수플레들 재미있자고 부른 건데…….”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뭔가 어마어마한 라인업이긴 해.”
자주 연락하고 지내서 그렇지, 헤일리도 미국에서 어마어마한 슈퍼스타니까.
헤일리에 대한 이야기를 더 이어 나가려고 할 때였다.
달칵!
호랑이도 제말하면 온다더니 헤일리가 위풍당당하게 들어섰다.
「내가 왔다! 이 애송이들아!」
격한 애정이 담긴 욕에 우리가 쫄래쫄래 뛰어갔다.
「와아아아아-」
「역시 나는 누구에게나 사랑 받는…….」
「써머!」
엄마 뒤편에 숨은 귀염둥이 아가에게 달려갔다.
자기 딸내미에게 환호를 보내는 우리 모습에 헤일리의 뺨이 파들파들 떨렸다.
「너희는 사람을 열 받게 하는 법을 잘 알고 있구나.」
「헤일리한테 배운 걸요.」
「내가 곶감 먹는 호랑이를 키웠군.」
한국 속담을 이상하게 인용하는 스타의 말에 웃음이 터졌다.
헤일리의 남편인 크리스와도 인사를 나누고, 그들을 대기실 안으로 안내했다.
비주가 손님 대접할 사과를 깎자 돌돌돌 말리는 껍질에 써머가 신기한 것을 바라보듯 눈을 빛냈다.
「비행은 괜찮았어요?」
「난기류 때문에 엿 같았어.」
우리 만나러 오느라 고생을 많이 했다며 헤일리가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니까 피처링 팍팍 잘해 주고.」
「아유. 여부가 있겠습니까.」
오늘 콘서트에 헤일리가 온 이유는 바로 저것 때문이다.
-피처링 해 준다고 하면 게스트 한 번 서 줄까 말까 고민해 볼래.
-콜.
-한복도 한 벌 더 보내 주고. 예쁜 걸로. 써머 것보다 더 예뻐야 돼.
딸내미보다 더 돋보이는 한복+피처링 약속으로 이뤄 낸 콘서트 게스트였다.
당연히 섭외비는 섭외비대로 나갔다.
돈은 기본이니까.
거기에 이제 플러스 알파가 있어야 하는 거다.
헤일리나 글렌, 브로드웨이의 배우들은 단순히 돈만으로 움직이는 사람들이 아니다.
이 사람들을 돈으로 움직이고 싶다면 아랍 왕족 수준이어야 한다.
-내 생일에 공연 한 번 해 주면 수십 억 드림!
-싫은데?
-수백 억 드림!
-좋은데?
이런 게 아니고서야 오직 돈만으로는 움직일 수 없는 사람들이었다.
이미 재산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어지간한 금액이 아니고서야 별로 의미가 없는 수준이다.
이 사람들에겐 하겐다즈나 메로나나 가격 차이가 없는 것이다. 그냥 똑같이 아이스크림인 거지.
그렇기 때문에 어떤 일을 할 때도 돈보다 본인의 취향이 더 중요하다.
그냥 본인이 좋으면 하고, 싫으면 안 하고.
「그나저나 영감님은?」
「곧 오실 거예요.」
곧이어 경호원 군단을 대동한 노인이 등장했다.
「글렌!」
「하하하, 오랜만일세. 가난한 청년들!」
방금 전까지 걸걸하게 말을 하던 헤일리 블루가 글렌 데이비스에게 수줍게 손을 내밀었다.
「팬이에요.」
「오! 블루 양이 나의 팬이라니.」
「어릴 적에 선생님이 기타로 스토커의 두개골을 깨부수는 모습을 보고 가수의 꿈을 키웠거든요.」
「영광의 시절이었지…….」
별로 끼고 싶지 않은 대화였다.
곧이어 브로드웨이에서 노스탤지어의 공연을 맡았던 배우들까지 도착하면서 대기실이 복작거렸다.
각자의 경호원들까지 섞이다 보니 넓은 곳이 꽉 찼다.
지호가 말했다.
“분위기가 무슨 천하제일 무술대회 같아요.”
“그러게.”
190이 넘는 흉흉한 인상의 경호원들이 무리 지어 있다 보니 우리 팀의 원석이 형이나 민수 씨가 왜소해 보일 정도였다.
“일단 다들 내보내고.”
저마다 대기실을 안내해 준 후에 아티스트들만 다시 또 이곳으로 불렀다.
감독님까지 불러 함께 자리를 잡은 가운데.
“감독님?”
“어… 어?”
“왜 그렇게 떨고 계세요?”
“……너희는 안 떨리니?”
“떨려야 하나요?”
강심장이라며 감탄하는 콘서트 감독님의 모습에 도리어 우리가 좀 의아했다.
새삼스럽다는 눈으로 바라보는 모습에 왠지 어깨만 으쓱일 뿐.
물론 떨리긴 한다.
공연 업계 최고의 프로들과 함께 무대 몇 개를 하는 만큼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과 기분 좋은 긴장감 정도.
「자.」
내게 시선을 집중하는 이들에게 웃으며 말했다.
뚱한 표정 대신에 생기 가득한 미소를 짓는 헤일리 블루.
녹음 때와 비슷한 표정을 짓는 브로드웨이의 주연 배우.
커피를 홀짝이며 허허 웃는 글렌 데이비스 옹.
대단한 사람들이지만 말 그대로 게스트인 만큼 이들이 무대에 등장하는 것은 다 합쳐도 10분 정도.
하지만 그만큼 중요한 무대들이었다.
「그럼 지금부터 계획을 설명해 드릴게요.」
그리고 우리가 이 사람들을 부른 이유가 있는 무대들이었다.
* * *
콘서트 당일.
토요일 아침부터 괜히 설레고 흥분되어서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은 수플레들이었다.
‘콘서트다!’
그 어려운 티켓팅을 뚫고 얻어 낸 티켓.
낮부터 버스, 택시, 지하철 등 각종 교통수단을 타고 도착한 수플레들이 맑은 하늘 아래 인파를 보며 비명을 질렀다.
‘미친다. 정말.’
바람에 펄럭이는 콘서트 깃발을 바라보며 여기저기 홍보 부스가 펼쳐져 있다.
나눔 현장을 보며 흐뭇하게 웃기도 하고.
콘서트가 시작하기 전이라 그런지 뭘 봐도 행복하고 몽글몽글했다.
“와아아아…….”
계단을 걸어 올라가 콘서트장에 입장하자 상암 월드컵 경기장의 전경이 펼쳐졌다.
자리에 앉아 달봉이 전원을 똑딱거리며 확인하자 옆자리에 앉은 다른 수플레가 말을 걸어왔다.
“사람 진짜 많다. 그죠?”
“엄청 많네요. 대박인데요.”
“제가 들은 건데 원래 6만 명까지 들어오는 공연장이 아니라고 하더라고요.”
수용 인원만 따지면 잠실 주경기장보다 더 적어야 하지만 스탠딩을 꽉꽉 채워 넣은 상암 콘서트였다.
‘규호야…….’
돈 좋아하는 머리 반질반질한 누군가가 떠오른다.
스탠딩에 콩나물시루처럼 꽉 찬 이들을 바라보며 ‘어이구’ 하다가도 한편으론 이해가 간다.
‘이번에 티켓팅 장난 아니었다고 하던데.’
이틀간 12만 명.
그런데도 표 구하려는 사람들이 넘쳤다나.
그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꽉꽉 집어넣은 모양이다.
‘근데 저기선 마려우면 그냥 자리에서 싸야겠는데.’
스탠딩 석에 있는 이들이 부러우면서도 안타까운 한편.
“아, 너무 좋다.”
“절경이네요…….”
점점 꽉 차기 시작하는 사람들을 바라보자 미소가 지어졌다.
콘서트장 스크린에서 뮤직 비디오가 흘러나오면서 팬들의 응원과 함성이 들려왔다.
“선우주! 김비주! 김중현! 서리혁! 왕지호!”
“뉴블랙!”
“크르르르르륵!”
“캬아아악!”
쩌렁쩌렁한 함성.
‘그나저나 머글들도 엄청 많네.’
대중픽이라서 그런지 멀찍이 높은 자리들에 일반인들이 보인다.
달봉이를 처음 샀는지 발광력에 신기해하는 모습.
그런 모습을 조용히 바라보던 수플레가 두 손을 모으고 침을 꼴깍였다.
‘이제 곧 시작한다…….’
해가 서쪽 너머로 서서히 스러져 가고 있을 무렵.
늦가을 저녁 특유의 쌀쌀한 바람에 옷을 여미고 있을 때였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
“쿠아아아악!”
음향이 콘서트 음향으로 바뀌면서 수플레들이 제자리에서 미친 듯이 함성을 질러 대기 시작했다.
시작도 안 했는데 소리를 지르면서 온몸의 스트레스가 뻥 뚫리는 느낌!
그런 수플레들의 앞 스크린에 VCR이 떠올랐다.
[둠칫둠칫!]시작은 올해 초에 발매한 스페셜 앨범의 타이틀곡 도깨비였다.
서울과 부산 등 유명 관광지에서 도깨비 춤을 추는 최애의 모습이 나오더니, 리얼리티에서 버스킹을 하는 장면이 나오고.
[저희의 신규 타이틀곡 Coin 입니다.] [반딧불이 님!]코인 쇼케이스에서 나오는 수플레 어워즈의 모습에 잠시 웃음이 흘렀다.
해외 투어의 시작을 알린 고척돔 콘서트.
빌보드 어워즈 등등.
[Please welcome! The New Black!]뉴블랙이 2017년에 거두었던 어마어마한 성과들이 빠르게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와아아아아아!”
함성이 끝을 모르고 올라갈 때였다.
필름이 촤르르륵-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더니 화면에 누런 필터가 끼기 시작했다.
마치 오래된 영화처럼.
테이프가 거꾸로 가듯이 마지막 장면부터 역재생으로 빠르게 흘러간다.
그러면서 서서히 암전되는 화면에 떠오르는 자막.
[2017 Hello, WOrLD Tour : Grand Finale]그 아래 오늘의 주제를 설명하는 자막.
[RE-PLAY 2017]리플레이 2017.
해외 활동이 많았던 올 한 해.
멀찍이서 지켜보기만 했던 국내 팬들을 위해 직접 빌보드 무대와 버스킹 무대 등을 재현하려는 듯했다.
‘미친…!’
거대한 환호성을 지르는 수플레들의 귓가에 환청이 들려오는 듯한 기분이었다.
-미국에 못 가면?
-미국을 가져오면 된다!
정말로 미국을 가지고 온 최애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