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leashed and Talent Explosion RAW novel - Chapter 18
방출되고 재능폭발 18화
피칭을 끝낸 정우는 김중호와 함께 상세데이터를 확인했다.
“이제 메이저리그 공인구로도 이전 한국 공인구만큼의 수치가 나오고 있다.”
“확실히 요즘 던지는 게 편하더라고요.”
“이렇게 빨리 적응하는 걸 보면 넌 적응력도 뛰어난 거 같다. 미국에 가서도 잘하겠는데?”
“흐흐, 감사합니다. 다른 데이터는 어때요?”
김중호가 엔터키를 누르자 화면이 바뀌었다.
“패스트볼의 구속이 최저 146㎞에서 최고 155㎞까지 약 9㎞정도의 차이를 보인다. 딱 마지노선을 찍은 느낌이야.”
“하이 패스트볼을 던졌을 때 수치가 가장 좋네요.”
“음, 그리고 네 수직무브먼트를 생각하면 타자를 상대로 효율적으로 던질 수 있는 것도 하이 패스트볼일 거다.”
정우도 동의하는 내용이었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문제는 내구력이겠네요.”
“그렇지. 바뀐 투구폼에 아직 몸이 완벽하게 적응하지 못한 상태다. 무엇보다 하체에 부담이 크게 걸리는 투구폼이라 30구 이상부터는 제구와 구위 모두 하락하고 있어.”
단기간에 투구 메커니즘을 바꿔 구속이 상승한 사례는 의외로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메이저리그는 물론 한국에서도 많은 투수가 비시즌기간에 투구폼을 건드려서 구속 상승의 효과를 본다.
정우 역시 그걸 노렸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내구력이란 숙제를 그에게 남겼다.
“이 부분은 결국 꾸준한 훈련을 통해 극복해 나가야 한다.”
“예.”
“그래도 이 정도면 투구 메커니즘의 수정은 성공적이라고 봐야 해.”
“사장님이 도와주신 덕분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반은 맞고 반은 틀려.”
정우의 시선이 김중호에게 향했다.
“이건 너의 훈련을 도우면서 느낀 건데. 너는 좀 특이한 녀석이야.”
“특이해요?”
“어. 나도 그동안 많은 레슨생을 가르쳐 왔지만, 너처럼 극단적인 케이스는 처음 봐. 그래서 고민을 좀 해봤지. 얘는 뭐가 다른 걸까? 그리고 나름대로 하나의 결론을 내렸다.”
정우가 귀를 기울였다.
“넌 남이 가르치는 것보다 스스로 공부해서 배우는 게 더 빠른 타입인 거 같아.”
“그런 타입도 있나요?”
“뭐, 세상에는 워낙 많은 타입이 있으니까. 넌 뭔가 이 훈련이 내게 왜 필요한지 그리고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모두 알고 있어야 효율이 높아진다.”
“아……. 그래서…….”
“맞아. 초반에는 나도 너에게 이것저것 알려줬지만, 나중에는 먼저 자료를 보여주고 이건 어떠냐고 물어봤지. 너의 반응을 확인해 보고 싶었거든. 그리고 나중에는 나도 너와 의논하면서 배우는 게 생각보다 많았다.”
괜한 소리가 아니었다.
김중호가 생각하기에 정우의 진정한 능력은 분석에 있었다.
더 놀라운 건 그걸 스스로에게 적응시키는 적응력 역시 뛰어났다.
물론 스스로 훈련의 구조 자체를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는 문제가 있었다.
“이 가정이 맞다고 가정하면 네가 프로에서 제대로 재능을 발휘하지 못한 것도 설명이 돼.”
김중호의 시선이 모니터로 향했다.
“주입식으로 가르치는 곳에서 네 재능이 개화하는 일은 없었겠지.”
환경이 그의 재능을 짓누르고 있었다.
그리고 이건 정우 한 사람만이 아닐 거다.
“즉, 저는 앞으로도 지금처럼 발전해 나가야 한다는 거군요.”
“그렇지. 너 스스로 공부를 많이 해야 할 거다.”
“공부하는 건 재밌으니 잘됐네요.”
“그러냐?”
재밌는 녀석이었다.
비록 과거의 일이라고는 해도 화가 날 수도 있었는데.
정우는 오직 앞만 보고 있었다.
그게 마음에 들어 도와주고 있는 거긴 했지만 말이다.
“참, 그리고 미국으로 가기 전에 계획을 잘 잡아야 할 거다. 지금 네 구속과 내구력이라면 선발은 힘들 거야.”
“만약 테스트에 통과하더라도 메이저리그가 아닌 마이너리그로 가게 될 가능성이 높으니 거기에서 체력을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가야 할 거 같아요. 그리고 선발을 노리는 것보단 불펜으로 일단 자리를 잡는 게 좋겠죠.”
“그렇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고 거기에서 내구력과 구속을 더 올리고 마지막으로 확실한 무기를 하나 더 장착해야 해.”
정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미국에는 언제쯤 들어갈 거야?”
“1월 초에 들어갈 계획입니다. 그래야 가디언즈의 테스트와 다른 구단의 트라이아웃 기간에도 맞출 수 있을 거 같아서요.”
“괜찮네. 만에 하나 널 원하는 구단이 하나도 없다면 곧장 한국의 구단들과 접촉해서 계약을 맺고 스프링캠프에 합류할 수 있겠어.”
“그게 딱 제 계획이죠.”
“좋아. 그럼 마지막 스퍼트를 올리자.”
“옙!”
“참, 그리고 이전에 말했듯이 네 데이터는 우리 아카데미에서 계속 사용한다?”
정우의 데이터는 매우 귀중했다.
단기간에 성장한 훈련법이었기에 이걸 홍보하면 김중호의 아카데미는 더욱 흥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이죠.”
“좋아. 그럼 계속 훈련하자.”
두 사람의 훈련이 계속 이어졌다.
* * *
일주일 뒤.
야구의 신이 본격적인 방송을 시작했다.
[레전드 플레이어들의 귀환! 그리고 슈퍼 유망주들의 합류!! 과연 이번 야구의 신에서는 어떤 경기들이 펼쳐질 것인가?!]나레이션과 함께 방송이 시작됐다.
뒤이어 야구의 신에 출연하는 플레이어들의 인터뷰가 흘러나왔다.
“어머어머! 방금 정우 너 아니었니? 분명 훈련하는 장면에서 나왔던 거 같은데!”
TV를 보는 어머니는 화면이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아들의 모습을 찾아냈다.
정작 본인조차 놓친 장면을 찾아내는 것이 어머니의 대단함을 느끼는 정우였다.
그때 화면이 전환되며 정우의 모습이 나왔다.
“아들!”
“콜록!”
김치찌개의 국물을 먹던 정우는 어머니의 외침에 사레가 들렸다.
급히 물을 마시고 화면을 바라봤을 때, 반쯤 입을 벌리고 질문을 듣는 자신의 모습이 흘러나왔다.
‘와……. 진짜 얼빵하다…….’
왜 저렇게 찍었을까?
후회가 막심했지만, 되돌릴 수 없는 일이었다.
“아들, 저거 언제 찍은 거야?”
“미국에 갔을 때 인터뷰를 땄었는데. 그때 화면인 거 같은데요?”
“그래~? 우리 아들 화면빨도 잘 받네!”
누가 보더라도 잘 안 받는 화면 속 자신의 얼굴이었다.
하지만 어머니 눈에는 그런 자식이 예뻐 보이기만 했다.
지잉-!
그때 울리는 어머니의 스마트폰.
번호를 확인한 어머니가 곧장 전화를 받았다.
“언니~ 응. 아~ 봤어? 우리 아들내미야. 맞아! 맞아! 내가 저번에 TV 나온다 그랬잖아. 호호호! 그게 오늘이었지 뭐람~ 응! 우리 아들이야 뭐, 잘생겼지~”
어머니만이 아니었다.
“크흠, 예. 형님. 아 보셨습니까? 예, 예. 안 그래도 최근에 프로구단들에게 러브콜이 온다 하더군요. 하하! 예, 그렇게 됐습니다.”
아버지의 전화도 불이 나기 시작했다.
평소에는 무뚝뚝한 아버지였지만, 자식 자랑에는 그러한 모습이 사라졌다.
하지만 무작정 저렇게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아버지.”
자신의 부름에 아버지가 엄지와 검지를 합쳐 동그라미를 만들어 보였다.
알고 있다는 뜻이었다.
“아~ 그거야 전 모르죠. 뭐, 성인이니 어련히 알아서 잘하지 않겠습니까? 예, 예. 조만간에 소주나 한잔하시죠. 예, 끊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아버지가 정우를 보며 말했다.
“자슥아. 나도 알고 있다. 너 미국에 가는 거 말하면 안 된다는 거.”
“혹시나 해서요.”
“이 아버지가 그렇게 입이 가벼운 타입이 아니야. 그러니 걱정 마라.”
“예.”
“그런데 정말 미국에 갈 생각이냐? 한국의 프로구단에서도 조건을 더 높여 불렀다면서?”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도전해 보고 싶어요. 그리고 만약 안 된다면 국내 구단과 계약을 진행할 계획이에요. 그러기 위해서는 제가 미국에 나가 트라이아웃에 참여한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는 게 좋아요.”
“하긴, 트라이아웃에 실패했다는 게 알려지면 협상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으니까.”
아버지는 맥을 정확히 집고 있었다.
야구광인걸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 일 줄은 몰랐기에 정우의 눈이 커졌다.
“자식, 이 아버지가 옛날에는 인터넷에서 야구박사님으로 불렸다.”
“하하…….”
“아, 그리고 여보. 그거 좀 가져와요.”
“네.”
어머니가 자리에서 일어나 서랍을 뒤지더니 통장 하나를 가져왔다.
“이게 뭐예요?”
“옛날에 네 이름으로 만들어두었던 통장이다. 너 돌잔치일 때 만들었지. 그 뒤로 할머니 할아버지나 삼촌 이모들이 너한테 용돈 주면 다 거기에 넣었다.”
“오……. 그런 게 있었어요?”
“응. 물론 다 썼었다.”
“예…….?”
“너 야구 하는 데 돈이 한두 푼 들어가야 말이지. 그때 부족할 때마다 조금씩 꺼내 쓰다 보니 다 썼어.”
그런데 이걸 왜 건네주신 거지?
의아함에 통장을 열어 안에 있는 내역을 확인했다.
확실히 조금씩 꺼내 쓴 흔적이 보였다.
그러다 마지막 장의 잔고를 보고 눈이 커졌다.
“잔고가 있는데요?”
“네가 프로에 들어간 뒤로 우리한테 줬던 용돈들 모아둔 거다. 원래 너 소연이랑 결혼할 때 보태서 전셋집이라도 마련해 주려고 했는데. 지금이 더 필요할 거 같아서 말이지.”
정우는 10라운드에 지명되어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하위라운드 지명이었기에 계약금은 없다시피 했다.
그나마 최저연봉을 받고 야구를 할 수 있다는 게 위안이었다.
그렇게 받았던 연봉 중 일부를 떼어 부모님에게 매달 용돈을 드렸다.
그동안 많은 돈을 투자하신 부모님에게 보답을 해드리고 싶었다.
은퇴 이후에도 트레이너로 일하면서 용돈은 꾸준히 드렸는데.
그걸 하나도 쓰지 않고 모아두셨다.
덕분에 제법 많은 돈이 통장에 찍혀 있었다.
“미국에서 지내게 되면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많은 돈이 들어갈 거다. 특히 마이너리그 생활은 각오한 것보다 더 고될 거야.”
아들이 실패할 거란 생각은 1도 하지 않는 아버지의 말에 정우는 알 수 없는 감정에 휩싸였다.
부모님은 항상 그러셨다.
언제나 자신을 응원해 주시고 지원해 주셨다.
그런 부모님이 있었기에 야구를 해올 수 있었다.
“감사합니다…….”
“감사는 무슨, 네가 성공하면 더 많이 받아먹을 테니까. 각오해.”
“으이그! 아들한테 그게 할 말이에요?!”
“크흠!”
어머니의 타박에 헛기침을 하는 아버지를 보며 정우가 씩 웃었다.
“꼭 성공할게요.”
“다치지만 말렴.”
어머니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 * *
새해가 됐다.
정우는 신년휴일이 끝나자마자 움직일 준비를 시작했다.
“짐은 다 챙겼어?”
소연이는 연차까지 써서 아침 일찍부터 정우의 짐을 챙겨주고 있었다.
“응, 다 챙겼어.”
“옷이 너무 없는 거 아니야? 거기 테스트 합격하면 오래 머물러야 하잖아.”
“짐이 너무 많으면 움직이기 힘들어서 최소한으로 했어. 거주지가 정해지면 부모님한테 말해서 옷 보내달라고 해야지.”
“음음, 상비약도 잘 챙기구.”
“응.”
소연이가 하나하나 체크해 주면서 미국으로 떠날 준비를 끝냈다.
“비행기 시간 늦겠다. 가자.”
“네.”
아버지가 운전해 주는 차를 타고 공항으로 이동했다.
차 안에서도 어머니와 소연이의 걱정이 이어졌다.
“어휴……. 우리 소연이 없었으면 우리 아들 미국도 못 갔겠네.”
“헤헤, 그렇죠 어머님? 오빠는 저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해요!”
“크하하! 그건 맞는 말이지. 그나저나 소연아, 넌 괜찮냐? 정우 녀석이 테스트에 통과하면 미국에 오래 머물러야 할 텐데.”
“에이~ 괜찮아요. 그냥 군대 두 번 갔다고 생각하죠 뭐.”
살벌한 소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소연이었다.
그렇게 웃고 떠드는 사이 공항에 도착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차를 주차하러 가셨고 정우는 소연이와 함께 출국수속을 밟았다.
수속을 모두 밟고 의자에 앉아 쉬는 정우의 삐뚤어진 모자를 소연이 고쳐주었다.
“모자 좀 잘 쓰고 있어~괜히 사람들이 알아보면 오빠 미국 가는 거 다 알잖아.”
“에이……. 너무 오버 아니야? 내가 무슨 연예인도 아니고…….”
“에헤이! 지금 야구 커뮤니티에서는 오빠 안 데려오냐고 난리라니까? 이 많은 사람들 중에 거기 하는 사람이 없을 거 같아? 언제나 조심하는 게 최고야!”
소연이의 말이 맞았기에 얌전히 그녀의 손길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사실, 그녀의 손길이 워낙 기분이 좋았기에 딱히 거부할 생각도 없었지만.
“미국에 가서 잘해.”
“물론이지.”
“연락 자주 하구…….”
모자의 챙에 가려 얼굴이 보이지 않았지만, 그녀의 목소리가 촉촉하게 젖은 게 느껴졌다.
마지막까지 씩씩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하지만 만약 정우가 테스트에 통과하면 자주 볼 수 없을 수도 있단 생각이 자꾸 머리에 떠오르자 가슴이 아팠다.
그래도 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울음을 참았다.
그 마음을 알기에 정우는 살며시 그녀를 안아주며 말했다.
“매일매일 연락할게.”
“안 하면 혼나.”
“응.”
두 사람의 모습을 멀리서 오던 어머니가 발견하고는 아버지의 팔을 잡아끌었다.
“저기 가서 커피나 마셔요.”
“응? 왜? 애들 저기…….”
“아이참! 왜 이렇게 눈치가 없어요?”
“아……. 알았어.”
아들과 예비며느리의 오붓한 시간을 위해 아버지를 타박하는 어머니였다.
그리고 잠시 후.
비행기가 이륙했고 정우는 미국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