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leashed and Talent Explosion RAW novel - Chapter 36
방출되고 재능폭발 36화
최근 에이전트 업계에서는 한 선수의 이름이 자주 거론되고 있었다.
“가디언스의 한이라고 들어봤어?”
“아~데뷔 이후 현재까지 무실점 피칭을 하고 있는 투수 말이지?”
“걔가 아직 계약 전이라고 하더군.”
“진짜? 프리 상태라고?”
그 선수는 한정우였다.
메이저리그 콜업 이후 무실점 피칭을 선보이면서 8월 모든 이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거기에 9월 첫 경기에서는 100마일의 강속구를 뿌리며 또 한 번의 충격을 주었다.
그런 선수가 아직 에이전트 계약을 맺지 않았다는 것은 황금이 길가에 놓여 있는 것과 같았다.
“그런데 이 선수 28살인데?”
“나이가 너무 많네. 서비스타임은?”
“아직 1년도 채우지 못했는데? 내년에 개막전부터 나온다면 1년을 채우겠군.”
“이제 막 시작했다는 거잖아? 그럼 첫 연봉협상을 시작하더라도 32살은 되어서야 가능하다는 거네.”
“거기에 포지션이 구원투수고.”
“쩝, 그 나이에 선발투수로 바꿀 수 있을 리도 없을 테고. 너무 늦게 데뷔했네.”
에이전트들은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20대 초반의 루키투수가 100마일을 던지며 무실점 피칭을 했다면 이야기가 달랐을 거다.
하지만 정우의 상세한 정보를 알수록 그리 매력적이지 않았다.
“그래서 포기하려고?”
“그럴 리가 있나?”
“그렇게 의욕이 나는 선수는 아니지만, 그래도 계약은 해두면 좋겠지.”
에이전트는 선수를 계약할수록 이득이었다.
그들의 연봉에서 3퍼센트에서 많게는 5퍼센트까지 수수료로 받을 수 있었으니 말이다.
‘28살에 갑자기 메이저리그에 등장해서 100마일을 뿌리고 무실점 피칭을 이어가는 선수라고?’
그리고 동료들의 이야기를 듣던 맥클레인도 정우에게 관심을 보였다.
“조엘, 가디언스의 정우 한에 대한 정보를 모아서 보내줘.”
“네, 알겠어요.”
비서에게 지시를 내리고 자신도 정보를 모으기 시작했다.
* * *
도브스와의 4연전을 끝낸 가디언스는 다음 상대인 타이탄즈와 경기를 펼쳤다.
원정 클럽하우스에 도착한 정우가 가볍게 몸을 풀고 있을 때였다.
“그러고 보니 정우형은 샌프란시스코 경기는 처음이지?”
같이 몸을 풀고 있던 페드로가 물었다.
“응. 오늘이 처음이야.”
“흐흐, 그럼 마음 단단히 먹어야겠네.”
“그게 무슨 소리야?”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유명한 라이벌 관계 중 하나가 우리랑 타이탄즈거든. 거기다 올해는 1, 2위를 다투고 있어서 평소보다 더 과격해.”
페드로의 말이 무슨 뜻인지는 경기가 시작되고 알 수 있었다.
“오늘 저 자식들 걸어 나가면 너네들이 뒤질 줄 알아!!”
“가디언스 새끼들 잡고 1위 탈환해라!!”
“저 새끼! 여기가 어디라고 가디언스 저지를 입고 있어?!”
“당장 벗겨!!”
“이 새끼들이야! 너희들이나 그 주황색 유니폼 찢어버려!”
“어쭈? 넘어와? 와봐!!”
경기가 시작되기도 전부터 가디언스의 원정팬들과 타이탄즈의 홈팬들이 목소리를 높이며 욕설을 뱉고 있었다.
“이거 참, 원정경기 오기 무섭네.”
“순위 싸움이 되니까, 팬들도 제대로 집중하기 시작했어.”
“그러게 말이야.”
가디언스에 오래 있었던 베테랑 불펜투수의 말에 정우가 그들에게 물었다.
“원래 타이탄즈와 붙으면 이런 분위기인가요?”
그의 질문에 방금까지 대화를 하던 젊은 두 투수가 정우를 빤히 바라보다 이내 자신들이 할 일을 이어나갔다.
예상치 못한 반응에 정우가 당황하고 있을 때, 옆에 앉아 있던 안드레가 말했다.
“자식들, 사람 무안하게 대답은 좀 해주지.”
안드레는 대답을 해주지 않았던 젊은 투수들을 나무라고는 정우의 질문에 답해주었다.
“한, 너도 뉴욕 데빌스와 보스턴 몬스터스의 관계를 알고 있지?”
“예. 메이저리그 최악의 앙숙으로 불리는 사이죠.”
“아메리칸리그에 걔네들이 있다면 내셔널리그에는 우리와 타이탄스가 있다고 보면 돼.”
“그 정도입니까?”
안드레가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조용히 말해주었다.
“실제로 팬들 사이에서는 폭행은 다반사고 살인까지 일어났던 적도 있어.”
살인이란 말에 정우의 얼굴이 굳어졌다.
아무리 스포츠에 몰입했다지만, 그런 일까지 벌이다니?
“뭐, 최근에는 그렇게 심하진 않았어. 두 팀이 순위 싸움을 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거든. 그런데 지금은 1, 2위를 다투고 있잖아?”
“아……. 그래서 다시 이렇게 험악해진 거군요.”
“그렇지. 오늘 마운드에 올라가면 각오 좀 해야 할 거야.”
사방에서 쏟아지는 F와 A 그리고 S의 향연들은 그의 말을 실감할 수 있게 해주었다.
“아, 그런데 혹시 제가 뭔가 잘못을 했나요?”
“응? 아아, 쟤네들 반응 때문에?”
“예. 혹시 제가 모르는 메이저리그의 불문율이나 클럽하우스 룰을 어겼다거나…….”
“그런 거 없어. 우리 클럽하우스 룰이라 해봤자 지각하지 않기, 훈련에 빠지지 않기 정도인데 뭐.”
클럽하우스 룰은 각 구단마다 다르다.
대표적으로 데빌스는 수염을 기르지 못한다는 클럽하우스 룰이 있었다.
이렇게 각 구단마다 룰이 다르기에 정우는 혹시나 자신이 모르는 룰이 있나 싶었다.
하지만 안드레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그냥 위기의식을 느끼기 시작한 거야. 네가 8월에 너무 잘 던지니까, 불펜에서 자리가 없어질까 봐 겁내는 거지.”
“아…….”
“물론 나처럼 은퇴가 몇 년 안 남은 노인네들은 신경을 안 쓰지 하하!!”
안드레의 올해 나이는 37세, 언제 은퇴를 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필승조를 뛰고 있다는 건 그만큼 연륜 있는 피칭을 이어가고 있다는 뜻이었다.
“어쨌든 너무 신경 쓰지 마. 쟤네들도 처음에나 저렇게 경계하지 조금 친해지면 좋은 녀석들이니까. 너는 그냥 지금처럼 해나가면 된다.”
“예.”
안드레의 조언에 고개를 끄덕였다.
* * *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메이저리그 관계답게 경기는 박빙으로 흘러갔다.
5회까지 양 팀은 4 대 3이라는 스코어를 유지한 채, 가디언스가 약간의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하지만 1점 차 승부였기에 언제 뒤집혀도 이상할 게 없었다.
이런 상황에선 투수교체가 승부의 키가 된다.
타이밍이 조금이라도 늦으면 승부의 추가 단숨에 기울 수 있는 상황이었다.
“불펜에 연락해.”
양측 더그아웃에서 먼저 움직인 건 가디언스의 로버트 감독이었다.
“안드레와 라이언을 준비시키도록 해.”
사실상 필승조인 두 사람을 준비시키면서 6회부터 경기를 잠그겠다는 의도였다.
그때 로건 투수코치가 말했다.
“감독님, 한을 믿어보시는 건 어떻습니까?”
“한? 물론 그의 컨디션이 좋지만, 이런 압박감 속에서 제대로 던질 수 있겠어?”
“메이저리그 데뷔전에서도 본인의 공을 던지고 티핑 피치가 읽힌 상태에서는 오히려 백 마일을 뿌렸던 배짱 있는 녀석입니다.”
“그 이야기는 들었지만…….”
“무엇보다 6회를 녀석이 막아주면 7회부터 안드레를 투입하면서 체력을 아낄 수 있습니다.”
베테랑 투수인 안드레는 안정적인 피칭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 역시 나이로 인한 체력이 약점이었다.
시즌 막판까지 순위 싸움이 계속될 거라는 점과 포스트시즌까지 생각하면 안드레의 기용은 조심할 필요가 있었다.
‘무엇보다 로건이 이렇게까지 투수를 추천하는 경우는 잘 없었는데.’
로건과 제법 오랜 시간을 보낸 로버트였기에 그의 말을 신용했다.
“자네를 믿어보도록 하지. 한을 준비시켜.”
“예.”
자신을 믿겠다.
그 말이 얼마나 무거운 건지 로건 역시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것을 감내했다.
‘내가 본 한의 능력은 틀리지 않았어.’
그가 전화를 들었다.
* * *
6회 초.
가디언스의 공격은 삼자범퇴로 마무리됐다.
그리고 타이탄즈의 말 공격에 정우가 마운드에 올라왔다.
“뭐야? 저 햇병아리는?”
“헤이! 가서 엄마 젖이나 더 먹고 와!!”
“가디언스는 얼마나 투수가 없으면 고등학생을 올리는 거냐?!”
본래 서양인들이 보기에 동양인은 무척 어리게 보였다.
그런데 정우는 키도 작았고 얼굴은 더 동안이었기에 팬들의 조롱이 거기에 집중됐다.
하지만 이 정도는 약과에 불과했다.
포수의 뒤쪽에 있는 몇몇 관중들은 눈을 찢는 칭키 아이나 칭크라는 인종차별적인 욕설을 하는 이들도 있었다.
몇몇은 주위에 있던 구장 경비에 의해 끌려나갔지만, 만원 관중을 모두 통제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설마 인종차별을 직접 당할 줄이야.’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그들의 행동에 화가 났다.
기선제압을 위한 야유나 욕설이 아닌 인종으로 욕을 하는 그들의 태도는 분노를 일으키게 만들었다.
그런 정우의 상태를 눈치챈 걸까?
아직 마운드를 내려가지 않은 로건이 그에게 조언했다.
“한, 저들의 행동에 흥분하면 결국 너만 손해다. 저런 몰상식한 행동을 하는 녀석들에게 본때를 보여주려면 침착해라.”
“예.”
시간 때문에 그 말을 끝으로 마운드를 내려가는 로건이었지만, 걱정이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때 포수인 코빈이 정우에게 다가갔다.
“열 받으면 초구에 헤드샷 하나 던지는 게 어때?”
“저 녀석들을 맞출 수 있으면 그렇게 하겠는데. 죄 없는 선수를 맞출 순 없지.”
“마음에 드는 대답이네. 저기 자기가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레이시스트 놈들을 조용히 시켜보자.”
고개를 끄덕이는 정우를 뒤로하고 코빈이 마운드를 내려갔다.
홀로 마운드에 남은 정우는 분노를 삼키며 로진을 손에 묻혔다.
‘다들 닥치게 만들어주겠어.’
이 분노를 풀 시간이었다.
* * *
-6회 말, 한정우 선수가 마운드에 올라왔습니다.
-현재까지 모든 경기에서 무실점 피칭을 보여주고 있는 한정우 선수가 중요한 순간에 올라왔네요.
-이전 도브스와의 경기에서 100마일의 강속구를 보여주었던 그가 오늘 경기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됩니다.
사인을 교환한 정우가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초구 던집니다!
쐐애애액-!!
뻐어억!!
“스트라이크!!”
-초구 바깥쪽을 강하게 찌르는 포심 패스트볼! 구속은 97마일이 나왔습니다!
-우타자의 입장에서는 거의 끝에 걸리는 아슬아슬한 공이었습니다.
첫 번째 스트라이크를 잡아낸 정우가 연달아 2구를 뿌렸다.
쐐애애액-!!
이번에는 중앙 가슴 높이로 들어오는 공에 타자의 배트가 돌았다.
딱!!
“파울!!”
-2구는 파울입니다. 이번 공의 구속은 99마일이 찍혔습니다!
-공의 구속도 좋았지만, 수직 무브먼트가 매우 훌륭합니다. 마치 공이 떠오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예요.
투스트라이크로 유리한 볼카운트를 잡은 정우에게 코빈이 한 번 더 패스트볼을 요구했다.
하지만 정우는 고개를 저었다.
‘체인지업?’
고개를 끄덕인 정우가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투스트라이크에서 3구 던집니다!!
“흡!!”
쐐애애액-!!
몸쪽을 무섭게 파고드는 공에 타자가 기다렸다는 듯 배트를 돌렸다.
‘세 번이나 패스트볼을 던지면……!’
타닥!!
‘눈 감고도 치겠……!’
후웅!!
배트가 돌아가는 순간.
휘릭!!
공의 궤적이 급격하게 변하며 뚝 떨어졌다.
부웅!!
퍽!!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삼진입니다! 한정우 선수가 첫 타자를 삼구삼진으로 돌려세웁니다!
-결정구는 싱커였던 걸로 보입니다. 마지막 순간 몸쪽을 파고들면서 타자의 헛스윙을 유도해 냈어요!
-구속도 91마일이나 찍히는 싱커라니! 정말 대단합니다!
해설진은 공의 움직임만 보고 싱커라고 판단했다.
그리고 더그아웃에서 지켜보고 있는 로버트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한이 싱커도 던질 수 있었나?”
“싱커가 아니라 체인지업입니다.”
“저게 체인지업이라고?”
“예. 마치 싱커처럼 보였지만, 저게 한의 새로운 체인지업입니다.”
“허…….”
저런 공을 제대로 때릴 수 있을까?
아마 한 번 보고는 쉽지 않을 거다.
딱!!
“아이 갓 잇!!”
실제 두 번째 타자도 몸쪽으로 파고드는 체인지업을 빗맞혀 2루수 땅볼로 물러났다.
두 번째 아웃카운트를 올린 정우가 침착하게 다음 공을 준비했다.
“지금까지 보여준 게 전부가 아니었던 거군.”
“재밌는 녀석이 들어왔습니다.”
로건의 말에 로버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승부욕도 있는 거 같고.”
뻐어억-!!
“스트라이크!!”
“예. 조금 조용하고 내성적인 거 같지만, 마운드에 올라가면 자신의 공을 확실히 던질 수 있는 투수입니다.”
딱!!
“파울!!”
로버트와 로건이 정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투스트라이크로 유리한 볼카운트를 잡아낸 정우가 와인드업에 이어 공을 뿌렸다.
“흡!!”
쐐애애애액-!!
가슴 높이로 들어오는 공에 타자의 배트가 돌았다.
후웅!!
하지만 공은 배트의 위를 지나.
뻐어어억-!!
그대로 미트에 꽂혔다.
“스윙! 스트라이크 아우웃!!”
-삼진입니다!! 101마일의 하이 패스트볼로 헛스윙을 유도해 내는 한정우 선수…… 음?
그때 마운드에 우뚝 서 있던 정우가 검지를 입술로 가져갔다.
조용하라는 제스처를 취하는 그의 모습에 타이탄즈 관중석이 들썩였다.
“이 새끼가!!”
“감히 우리를 도발해?!!”
“저 새끼 죽여 버려!!”
“우우우우우!!”
엄청난 욕설과 야유가 쏟아지는 가운데에서도 정우는 잠깐 동안 포즈를 유지하다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로건이 말했다.
“조용하고 내성적이란 말은 취소해야겠군요. 완전 파이터였네요.”
“오히려 저런 게 더 마음에 드는군.”
로버트만이 정우의 그 제스처를 좋아하는 게 아니었다.
“헤이! 루키!! 마지막 제스처 뭐야?”
“시그니처 포즈로 결정한 거야?”
“크으-! 한순간 타이탄즈 놈들을 조용하게 만드는 게 예술인데?”
“아주 잘했어!!”
타이탄즈 팬들에게 고통받던 가디언스의 선수들 역시 그의 배짱에 감탄하며 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