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leashed and Talent Explosion RAW novel - Chapter 88
방출되고 재능폭발 88화
-정우 안타 허용
-시작하자마자 얻어맞네.
-결국 몬스터즈와의 경기는 뽀록이었나?
-코스 나쁘지 않았는데.
-점수 내준 것도 아니고 안타인데. ㅈㄹㄴ.
-브라이언 도루 35개 기록 중 아니냐?
-달리겠네.
-정우 견제능력 좋음?
ㄴ모름.
ㄴ나온 적 없지 아마.
-불안하다~
경기중계를 보고 있는 팬들은 불안하단 반응을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노히터를 기록한 뒤, 나락으로 떨어진 투수들이 제법 있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노히터의 저주라고 부르기도 했다.
사실 노히터라는 것이 투수에게 무리를 주는 일정이다.
정우는 101구에서 이닝을 끝내긴 했지만, 대부분 투수는 완투를 하기 위해 120구를 던지는 일도 허다했으니 말이다.
투수의 어깨는 소모품인 만큼 한 경기에 너무 많은 투구 수를 던지면 무리가 가는 경우도 있었다.
-물론 한 경기에 무리가 갈 정도로 엘리트 운동선수들의 신체가 약하진 않습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다른 이유를 꼬집고 있습니다.
-다른 이유요?
-바로 노히터를 이룬 것에 대한 환상에 잡힐 수 있다는 심리적인 부분입니다.
노히터는 대단한 기록이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한 명의 투수가 노히터를 이룬 케이스는 드물다.
그런 기록을 남긴 투수는 아무래도 당시의 좋았던 모습을 떠올리려는 경향이 컸다.
-그래서 노히터 이후에도 그때의 기억을 토대로 공을 던지려 하지만, 잘 되질 않는 경우가 많죠.
-아~그런 거였군요. 확실히 그런 기억에 사로잡혀 있으면 이후의 경기에서도 영향이 갈 거 같긴 합니다.
-맞습니다. 한정우 선수가 오늘 경기에서 잘 던지기 위해서는 노히터의 기억을 머리에서 지워야 합니다.
말은 쉽지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정우는 크게 개의치 않았다.
‘음, 잘 때리네.’
어차피 안타 하나다.
‘뭐, 맞은 건 어쩔 수 없지.’
점수를 내준 것도 아니었다.
‘이제부터 제대로 잡으면 되겠지.’
크게 생각할 일이 아니었다.
의외로 정우는 마운드 위에서 무던한 성격이었다.
신경질적이지도 않았고 한 가지 생각을 오래 가져가지도 않았다.
그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할 뿐이었다.
‘이 녀석도 출루율은 4할이 넘었지만…… 타율은 브라이언보다 낮지.’
2번 타자 도미닉을 바라보면서 정보를 떠올렸다.
브라이언보다는 확실히 덜 성가신 타자라고 할 수 있었다.
‘문제는 저 녀석인데…….’
세트포지션에 들어간 정우가 어깨너머로 1루 주자가 된 브라이언을 바라봤다.
브라이언은 벌써부터 뛸 생각이 가득한 듯, 리드폭을 늘리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틈을 보이면 뛰겠다는 거네.’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의 투구는 없을 때와 달라져야 한다.
딜리버리를 빠르게 가져가야 하기에 아무래도 정확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컸다.
그걸 알기에 코빈도 전력투구를 주문했다.
‘한 번 맞았다고 조심할 이유는 없어. 네 공은 충분히 좋으니까, 전력투구로 가자.’
정우 역시 같은 생각이었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눈으로 한 번 더 브라이언을 견제하고는 스트라이드를 내디뎠다.
타닥!!
동시에 브라이언이 스타트를 걸었다.
뒤이어 정우의 손에서 공이 떠났다.
빠르게 날아간 공이 다소 높게 날아들었다.
코빈은 그걸 확인하자마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며 발을 뒤로 뺐다.
뻐억!!
그리고 공이 미트에 꽂히자마자 빠른 동작으로 공을 빼내 그대로 2루로 뿌렸다.
쐐애애애액-!!
정우는 반사적으로 자세를 낮추고 고개를 들었다.
낮게 날아가는 공을 따라 고개를 돌리자 슬라이딩하는 브라이언의 모습이 보였다.
그의 진로 방향으로 2루수 앤서니의 글러브가 놓였고 공은 정확히 그 안으로 들어갔다.
뻐억!!
촤아아앗!
퍽!
“아웃!!”
2루심이 바로 아웃을 선언할 정도로 완벽한 송구에 주자가 사라졌다.
이런 멋진 장면을 만들어낸 코빈을 바라보자 그가 가슴을 두드리며 주먹을 뻗었다.
“나이스!”
정우가 그에게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
* * *
1회.
첫 타자를 주자로 내보냈지만, 코빈의 엄청난 송구로 주자가 삭제됐다.
덕분에 정우는 안정을 찾고 공을 던질 수 있었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삼진입니다! 한정우 선수가 5회에도 세 명의 타자를 깔끔하게 돌려세우며 무실점 피칭을 이어갑니다!
-이야~ 노히터 이후 경기에서도 이런 훌륭한 피칭을 선보이다니! 정말 대단합니다!
더그아웃으로 들어온 정우에게 로버트 감독이 다가왔다.
“오늘은 이쯤에서 마무리하는 게 어때?”
투구 수는 어느덧 82개까지 올라갔다.
직전 경기와 달리 투구 수가 많아진 건 그만큼 양키스 타선이 훌륭했다는 말이었다.
“알겠습니다.”
이전 경기에서도 100구를 넘게 던졌기에 두 번째 경기는 이쯤에서 마무리하는 게 정답이었다.
-한정우 선수가 아이싱을 시작했네요.
-아무래도 직전 경기에서 완투를 했고 오늘 경기에서도 승리투수 요건을 채웠으니, 이쯤에서 휴식을 주는 거 같습니다.
정우의 두 번째 등판이 마무리됐다.
5이닝 0볼넷 3피안타 무실점 8탈삼진을 잡아낸 그는 이번 경기에서 두 번째 승리를 기록했다.
* * *
노히터 이후 2경기 연속 승리투수.
거기에 경기내용 역시 훌륭했다.
‘내 생각보다 더 선발에 어울리는 선수였군.’
그런 정우를 보면서 시소코 단장의 머리가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아직 이른 생각이긴 하지만, 2년 계약을 한 게 실수였을 수도 있겠어.’
28시즌을 앞두고 그를 계약할 때만 하더라도 사람들은 시소코 단장의 선택을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시즌이 시작되고 구원투수로서 경기에 나서기 시작한 그를 보고는 사람들은 시소코 단장의 선택에 찬사를 보냈다.
그리고 시소코 단장 역시 1년 차에 300만 달러로 잡아낸 것에 속으로 뿌듯해했다.
‘2년 차에도 저런 활약을 펼쳐주면 700만 달러도 아깝지 않지. 하지만 문제는 그 이후다.’
구원투수에서 이제는 선발투수로 전향했다.
그런데 2경기에서 무실점 피칭을 펼쳤다.
42명의 타자를 상대하면서 내준 안타는 단 3개에 불과했고 볼넷은 하나도 없었다.
거기에 그의 피칭스타일은 한마디로 임팩트가 강했다.
누가 보더라도 기억에 강하게 남을 수밖에 없었다.
‘만약 올 시즌 올해의 루키를 받고 내년에도 이런 활약을 이어간다면 그의 몸값은 수직 상승하게 된다.’
무엇보다 정우는 바로 FA로 풀리게 된다.
이는 그를 노리는 팀들과 모두 협상을 할 수 있다는 소리였다.
‘여기에서 잡아야 할까?’
지금 계약하면 구단은 일종의 도박에 나서는 것이다.
극히 적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그를 잡을 때 생기는 비용은 FA로 풀렸을 때보다 줄일 수 있었다.
반면에 위험부담도 컸다.
투수란 포지션은 원래 언제 부상을 입어도 이상할 게 없었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웬만한 스타급 플레이어가 아니면 장기계약은 피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물론 그 선수가 에이스급 투수라면 이야기가 다르지만 말이다.
“또 머리가 아파 오는군.”
하나를 해결하니 또 다른 문제가 다가오고 있었다.
그의 활약을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는 시소코 단장이었다.
* * *
정우가 LA로 돌아왔다.
뉴욕 원정을 2승 1패로 마무리하면서 1위 대결은 가디언스의 승리로 돌아갔다.
그 2승 중에는 정우가 올린 1승도 있었기에 그의 인지도는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LA로 돌아온 정우는 오랜만에 양 PD와 만남을 가졌다.
“한정우 선수 오랜만입니다!”
“미국에서 만나게 되니 반갑네요. 잘 지내셨죠?”
“하하! 저야 덕분에 아주 잘 지냈습니다.”
“이번에 방송국을 나오셨단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자리에 앉으며 대화를 시작했다.
“한정우 선수의 도전을 보고 있으니 저도 가만히 있을 순 없었습니다. 무엇보다 타이밍 좋게 아주 좋은 조건을 제안받기도 했고요.”
“닷컴플릭스 말씀이시군요.”
양 PD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결국 방송국을 퇴사하고 닷컴플릭스와 일을 하기로 결정했다.
원래는 방송국에서 닷컴플릭스와 협업하기 위해 윗선을 설득했지만, 잘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방송국을 나올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국장이 했던 말인 “시청률을 위해서라면 도구를 잘 써야지!”라는 말을 듣고 나오기로 결정했다.
‘그 녀석이 말했던 도구라는 게 한정우라는 걸 알게 된 뒤로는 환멸이 느껴졌지.’
시청률의 노예가 되어버린 그들의 밑에서는 자신이 원하는 프로그램을 만들 수 없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 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시는 건가요?”
“맞습니다. 구단 측과도 협의해서 진행하기로 결정이 되었습니다.”
“예, 들었습니다. 데이비드에게 들으니 이메일로 이미 모든 논의가 끝났다고 들었는데요.”
“맞습니다.”
최근 자신의 훈련에 데이비드가 카메라를 들고 쫓아다녔다.
별로 불편한 것은 없었기에 내버려 뒀지만, 이제는 정말 촬영팀이 따라다니게 되었다.
“출연료는 김대진 대표님과 상의한 대로 지급하도록 하겠습니다.”
“예.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이미 모든 조건은 협의가 끝난 뒤였다.
조건도 나쁘지 않았다.
아무래도 글로벌 공개를 목표로 이루어지는 프로그램이다 보니 상당히 좋은 조건을 제시받았다.
‘이제는 확실히 다른 삶을 살고 있다는 게 느껴지네.’
닷컴플릭스는 세계적인 OTT 서비스업체였다.
독보적인 1위 업체에서 자신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한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었다.
“그런데 닷컴플릭스에선 원래 다큐멘터리를 제작했었나요?”
“예. 그리고 상당히 인기를 끌었습니다. 한국에는 공개된 것이 제한적이었지만, 미국에서는 정말 다양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 공개되고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었죠.”
양 PD의 말을 들은 정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최근에는 축구의 신이란 다큐멘터리를 공개하면서 미국 닷컴플릭스의 기록을 모두 갈아치웠습니다.”
“축구의 신이라면 메시를 말씀하시는 거군요.”
“맞습니다. 안 그래도 마이애미를 우승시키면서 그에 대한 관심이 하늘을 찔렀는데. 다큐멘터리까지 공개되면서 한마디로 국민적 영웅이 되었죠.”
아르헨티나에서는 이미 신이나 다름없던 그가 미국에서도 명성을 떨치면서 많은 것을 얻었다.
다른 선수들과는 차원이 다른 명성을 얻게 되면서 진정한 축구계의 신이 된 메시였다.
“그런 케이스가 있기에 닷컴플릭스에서도 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겠다고 하는 거군요.”
“맞습니다. 무엇보다 한정우 선수의 스토리는 프로그램으로 만들면 대중들에게 어필하기 좋은 이야기이니까요.”
“뭐, 사람 사는 게 다 똑같죠.”
정우는 정말 그렇게 생각했다.
자신이 은퇴하고 메이저리그에 데뷔하는 과정을 거쳤다지만, 어차피 사람이 살아가는 하나의 방법이었다.
“그걸 잘 만드는 게 제가 할 일이죠.”
“어쨌든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예! 맡겨주십시오!”
의욕이 넘치는 양 PD와 악수를 나누었다.
* * *
정우의 촬영은 집을 제외하고 모든 곳에서 이루어졌다.
원래 양 PD는 집에서도 촬영을 하고 싶어 했지만, 소연이 임신 중이었기에 그것은 미룰 수밖에 없었다.
“2세가 생기셨군요. 정말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촬영은 양 PD가 직접 카메라를 들고 정우를 촬영했다.
촬영팀을 최소화해서 정우가 신경을 덜 쓰게끔 하기 위해서였다.
‘음성은 차후에 프로그램으로 만져도 되니까.’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생기면서 촬영 인원을 줄여도 크게 상관은 없었다.
물론 상황에 따라서는 촬영팀이 따라올 계획이었다.
하지만 1년간의 촬영 일정을 매일같이 대규모의 촬영팀이 따라다니면 정우가 부담을 느낄 거라 생각한 양 PD의 배려였다.
‘그나저나…….’
양 PD는 카메라의 앵글로 보이는 정우의 훈련장면을 보면서 얼굴이 굳어졌다.
‘원래 선수의 훈련이란 게 이렇게 빡센 거였나?’
거기에는 땀을 뻘뻘 흘리며 자신의 훈련을 이어가고 있는 정우가 있었다.
‘이런 고된 훈련이 있기에 그런 한정우가 나올 수 있었던 건가?’
양 PD는 정우의 비밀을 엿보는 거 같아서 흥분되기 시작했다.
‘좋은 프로그램이 나올 거 같아.’
프로그램에 대한 열의가 높아지는 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