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canic Mine RAW novel - Chapter 184
184화
카캉! 차장창창!
검과 검, 무기와 무기가 부딪치며 터지는 강렬한 쇳소리가 끝도 없이 울려 퍼졌다.
집단과 집단, 수천에 달하는 양 진영의 무인들이 뒤엉키며 시작된 난전은 끝도 없이 계속됐다.
막상 뚜껑이 열린 전면전은 그 어느 쪽도 밀리지 않는 그야말로 백중세였다.
숫자만 놓고 보면 분명 엇비슷했다.
하지만 그 질은 압도적으로 정파 진영이 우세였다.
화산파 쪽 대부분의 인원이 검성의 손에 살아남은 흑회의 삼류 무사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평균적인 무인들의 수준은 압도적으로 정파 쪽이 우세했다.
그럼에도 비등한 전력이 유지된 것은 오직 화산파의 검신무 때문이었다.
이미 그 위용이 널리 알려져 있다지만 눈으로 직접 목격한 검신무의 위력은 실로 무시무시했다.
화산파가 더 이상 밀리지 않고 견뎌내는 가장 큰 힘 역시 이대와 삼대제자들이 펼쳐내는 검신무에 있었다.
그 위로 일대제자들은 자연스럽게 천룡십이숙과 맞붙었다.
송자건 등이 분전을 해보지만 경험과 연륜에서 천룡십이숙에 밀리며 위태위태한 형국을 유지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는 일이었다.
그에 반해 든든한 원군이 되어준 무당파 도사들은 북검회 고수들과 어울려 확연한 우세를 취했다.
천예검군 조문신이나 섬전신창 이응교 등 북검회의 원로들이 속절없이 무당파 고수들에게 밀리기를 거듭했다.
그리고 그런 난전 속에서 누구보다 빛을 발하는 절대 고수들이 존재했다.
조의선문의 백학검선과 동성국의 무인들은 강했다.
일신의 무공도 무공이지만 온갖 기기묘묘한 술법을 사용하는 그들이 난전 속에 뛰어들었다면 화산파 진영은 순식간에 쓸려 버렸을 것이다.
오십 명에 달하는 동성국의 무인들, 그들을 막고 있는 것은 단 세 명이었다.
신응담과 기영도, 그리고 연산홍이었다.
그들은 그저 막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하나둘 동성국 무인들을 쓰러뜨려 나갔다.
그럼에도 언제나 끝날지 그 끝을 측량할 수 없었다.
그만큼 동성국 무인들과 백학검선의 존재감은 대단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 모든 난전의 중심에 검성 엽무백이 있었다.
그를 에워싸고 폭풍 같은 공격을 해 나가는 이들은 화산 장문인 진무와 팔선이라 칭해지는 장로들이었다.
누구라도 검성의 압도적 우위를 예측했으나 결과는 또 달랐다.
검성의 새하얀 옷자락 여기저기 베어지고 찢긴 흔적으로 가득했다.
엷게 물든 선홍빛 역시 점점 더 짙어지는 중이었다.
“이! 이놈들이!”
검성이 입술을 씹어 삼키며 노성을 내뱉었지만 팽이처럼 휘돌며 사방팔방에서 휘몰아치는 장로들의 검은 너무나 매서웠다.
카카캉!
“크윽!”
서림과 범중, 경담의 검을 간신히 받아낸 검성의 입에서 또 한 번 비명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그 시간조차 용납지 않고 지면을 쓸어오는 빛 무리가 있었다.
장로 대종해와 방도유가 좌우에서 양쪽 다리를 삭둑 잘라버릴 듯이 강렬한 검강을 뿌려왔다.
캉! 쿠캉!
정신없이 검을 들어 두 개의 검을 튕겨냈더니 이번엔 다시 등 뒤를 꿰뚫어 오는 검이 있었다.
자칫 했다간 그대로 심장이 꿰뚫릴 수 있을 정도로 위협적인 진무의 검이었다.
그뿐이 아니었다.
그 짧은 사이 풀쩍 뛰어오른 손괴가 일도양단의 힘으로 검성의 머리를 쪼개려 했다.
대경실색한 검성이 그 자리에서 미친 듯이 휘돌며 진무와 손괴의 공격을 정신없이 튕겨냈다.
콰쾅!
혼이 나가 버린 듯한 검성이 찰나간 안도의 눈빛이 되는 순간.
서걱!
“컥!”
허벅지 아래로 기다란 자상이 생기며 핏물이 흥건하게 바짓단을 적셔왔다.
쩔룩거리며 절로 뒷걸음질 치는 검성.
검에 묻은 피를 스윽 털어낸 장로 유학선이 그런 검성을 노려보며 싸늘한 한마디를 더했다.
“누군가 그러더구나. 싸움은 공력만 높다고 되는 게 아니라고.”
검성의 얼굴은 와락 일그러졌지만 잠시 잠깐 찾아온 기회 동안 최대한 공력을 끌어 올리려 했다.
하지만 그런 기회를 절대 허용할 리 없는 화산파의 장로들이었다.
“그분이 또 말했다. 숨통은 끊을 수 있을 때 끊어야 한다고!”
유학선은 연달아 싸늘히 입을 뗀 뒤 그대로 허공으로 뛰어올라 검을 뿌렸다.
슈캉!
연달아 장로들 또한 쉼 없이 검을 뿌렸다.
카카카카캉!
검성은 그야말로 미친 듯이 검을 휘두르며 간신히 그걸 막아낼 뿐이었다.
장로들이 스스로의 무공을 더해 새롭게 변형시킨 검신무와 매화검진은 끝도 없이 검성을 휘몰아쳤다.
그때마다 검성의 온몸은 조금씩 핏물로 덧칠되어 갔고, 정신없는 난전이 넓게 펼쳐진 가운데 양측 모두가 힐끔거리며 그 싸움을 주시할 수밖에 없었다.
한눈에도 검성이 확연히 밀리고 있는 상황.
검성이 진다면 이 싸움에서 진다는 의미임을 알기에 누구라도 그를 돕고자 했다.
하지만 화산파 제자들은 결코 그것을 허용치 않았다.
화산의 제자들 또한 알기 때문이었다.
잠시의 틈만 허용해도 지금 잡고 있는 우위가 깨질 수 있는 고수가 바로 검성이라는 사실을.
“이이익! 비겁한 놈들!”
또 한 번의 폭풍 같은 연격을 막아낸 검성이 목소리를 높였지만 오히려 역효과만 났다.
“비겁이라? 한꺼번에 덤비란 놈이 누구였더라.”
“잔대가리 굴리지 마라. 그 속셈이 훤히 보이니까!”
손괴와 서림이 연달아 목소리를 내뱉은 뒤 간신히 호흡을 고르던 검성을 다시 몰아세웠다.
검성은 허우적거리고 위태위태하면서도 어떻게 든 화산 장로들의 공세를 견뎌냈다.
누구라도 나서서 한 두 호흡만 견딜 수 있게 해준다면, 결코 방심하지 않고 이들을 갈가리 찢어죽이고 말겠다는 생각으로 오직 버티고 버틸 뿐이었다.
그 기회가 온다면 단번에 전세를 뒤집을 수 있단 생각 또한 끝없이 계속했다.
그래야만 간신히 버텨내는 것이 가능할 정도로 너무나도 무섭고 소름 끼치는 검진이기 때문이었다.
그런 검성의 상태는 물론 전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던 두 개의 머리가 맹렬히 돌아갔다.
좌문공과 사마군은 사태가 심상치 않음을 직감하고 그 해결책을 강구해 냈다.
통천심안과 명견혜도, 그들이 그러한 별호를 얻고 거대한 집단을 움직이는 것에는 그만한 능력이 있기 때문이었다.
“현무검대와 주작검대는 검군을 도와 무당파를 견제하라!”
좌문공의 우렁우렁한 목소리가 울리자 흑회의 무사들과 더불어 화산파 어린 제자들과 뒤엉켜 있던 백여 명의 무인들이 일제히 물러섰다.
그 순간 다시 좌문공의 커다란 외침이 이어졌다.
“검군과 신창께서 화산의 꼬맹이들을 치시오!”
“……!”
“……!”
천예검군 조문신과 섬전신창 이응교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비록 무당파 장문과 장로들에게 밀리는 모습을 보였다지만 화산의 꼬맹이들을 상대하라니.
무인으로서 자존심이 허용치 않는 일이었다.
순간 좌문공이 버럭 목소리를 높였다.
“검성 어르신을 죽일 셈이시요! 어서 빨리!”
주문신과 이응교가 화들짝 놀라더니 그 자리를 박차고 전방으로 뛰어나갔다.
두 사람의 빈자리를 현무검대와 주작검대가 메운 뒤 무당파 도사들을 견제하기 시작했다.
반면 조문신과 이응교가 날아들자 화산파 제자들이 당황하기 시작했다.
천예검군 조문신은 북검회의 부회주로 천하십강에 이름이 올라 있는 고수였다.
과거 칠절패도 여양종과 같은 수준의 무인이란 뜻이다.
아무리 지난 일 년 새 많은 발전이 있었다지만 그 수준의 무인과는 급이 다를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조문신 혼자도 아니고 천하십강에 버금가는 창술의 고수 이응교까지 가세했다.
거기에다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정파 쪽 고수들이 빽빽하게 사방으로 포위한 상황까지 더해진 때였다.
“검군! 손에 사정을 두어선 안 되오!”
다시 한 번 귓가로 꽂힌 좌문공의 다급한 음성에 조문신도 이를 악물었다.
통천심안의 지략과 꾀를 잘 아는 터라 생각은 더 이상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걸 통해 검성을 구하고 전황을 뒤집을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벨 수 있었다.
조문신에게도 검성과 북검회는 인생을 걸어온 전부이기 때문이었다.
슈앙!
조문신의 검이 번뜩이며 허공을 갈랐고 연이어 찢어지는 비명 하나가 울려 퍼졌다.
“아아악!”
삼대제자 하나의 옆구리가 순식간에 반쯤 갈라지더니 내장을 쏟아내 버린 것이다.
그와 한 조인 이대제자 표심강이 검을 내던지고 다급하게 지혈을 해보지만 삽시간에 생명의 불씨가 꺼져가는 어린 제자를 지켜낼 수는 없었다.
“표 사… 사숙님… 아파요……!”
“현오야! 쉬… 쉬… 곧 괜찮아질 거다. 크윽!”
삼대의 어린 제자 현호가 숨을 들썩이다 고요해졌다.
이제 고작 열여섯 살, 그 죽음이 이제껏 너무나 잘 싸워내던 이대와 삼대제자들을 동요케 했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 때문은 절대 아니었다.
오히려 현오의 복수를 위한 산발적인 공격이 오직 천예검군을 향해 이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카캉!
카카카카캉!
검신무가 일제히 휘몰아쳐 오자 조문신도 적잖이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공력 같은 것은 형편없는 것이 분명한데 그 빠르기와 매서움, 그리고 현묘한 변화는 절대로 우습게 상대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조문신은 공격도 한 번 제대로 못하고 연신 뒷걸음질 치느라 혼이 빠져 버릴 지경이었다.
그 순간이 되자 좌문공이 기다렸다는 듯 소리쳤다.
“뭐해? 천강검대 백호검대는 흑회의 떨거지들 쓸어버려!”
그 싸움에 전신이 퍼뜩 난 듯 북검회 무단들이 일제히 흑회 무인들을 향해 쏘아져 나갔다.
이제껏 검신무로 이루어진 균형이 단번에 무너지며 흑회 무사들이 속절없이 쓰러져 나갔다.
“형! 나는 이쪽!”
“아버님! 좌열은 소자가! 풍검대 설검대는 가운데를 막앗!”
그나마 설매산장의 무인들이 당황치 않고 적들을 막아냈지만 검신무가 전부 천예검군을 향해 이동한 후, 숫자와 전력에서 속절없이 밀릴 수밖에 없었다.
이대로 시간이 지난다면 흑회나 설매산장은 전멸할 것이 불을 보듯 뻔했다.
그러한 변화는 누구라도 눈치챌 수 있는 일이었다.
누구라도 다급한 얼굴일 수밖에 없는 때, 가뜩이나 밀리던 일대제자들은 오히려 더욱더 궁지에 몰려갔고 장문인과 장로들 역시 오롯이 검성과의 싸움에 집중할 수 없게 돼버렸다.
그런다고 누구 하나 몸을 빼서 도와줄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시간이 조금씩 흘러갈수록 더욱 화산파 도사들의 정신은 산만할 수밖에 없었다.
이대로라면 결과는 명약관화했다.
그 순간 동성국 무인들과 정신없이 싸우던 연산홍의 목소리가 다급하게 터져 나왔다.
“두 분 중 누구라도 가야 합니다.”
신응담과 기영도가 일순간 서로 눈을 마주쳤다.
연산홍의 의도가 무엇인지 단숨에 깨달은 것이다. 그리고 결정은 망설임 없이 내려졌다.
“잘 버티게. 곧 오겠네.”
“제자들을 지켜주십시오, 기 사형.”
신응담은 남았지만 기 사형의 신형이 그 자리에서 촛불처럼 사라졌다.
셋이서 간신히 막고 섰던 동성국 무인들과의 싸움이 이제는 둘로 줄어들었다.
당연히 엄청난 압박과 함께 뒤로 조금씩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이를 악물며 연산홍과 신응담은 악착같이 버텨냈다.
잠시 뒤엔 두 사람 얼굴에 미소까지 걸렸다.
우두둑!
콰득!
섬뜩한 비명이 쉴 새 없이 들려왔기 때문이었다.
보나마다 기영도가 만든 소리였다.
그리고 그 끔직한 소리와 더해진 비명 소리는 점점 더 빠르고 점점 더 광범위하게 퍼져 갔다.
어린 제자의 죽음을 접한 기영도!
순간 기영도의 눈은 살기로 뒤집어졌고 온몸은 시뻘건 핏물로 덧칠되어 버렸다.
암향표, 산화무영수, 생사응사박을 펼치는 기영도에 의해 전황은 또 한 번 뒤바뀌어 갔다.
사파인들이 느꼈던 무시무시한 공포를 그들 또한 뼈저리게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정파인들에게도 탈출구는 있었다.
콰콰콰쾅!
“크윽!”
“으음!”
진무를 비롯한 장로들의 신형이 사방으로 튕겨지듯 날아간 것.
그 중심에 분노와 살기로 번들거리는 검성 엽무백이 있었다.
“버리지 같은 놈들이 감힛!”
검성 또한 온몸에 피칠갑을 한 모습이었다.
그 주변으로 빼곡하게 자리 잡은 빛나는 검들이 섬뜩한 예기를 발했다.
어린 제자들을 신경 쓰느라 생긴 찰나의 틈.
좌문공이 벌어준 그 시간은 검성이 반격을 준비하기에 충분하고도 남았다.
“죽엇!”
슈슉슈슈슈슈슈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