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l Street of the Third Empire RAW novel - Chapter (11)
“DWM?”
“아, 독일의 방위산업체군요. 티센(Thyssen)사, 크루프(Krupp)사와 함께 독일의 방위산업을 책임지는 거대기업입니다. 마우저와 FN 등을 소유하고 있고요.”
“……마우저랑 FN?”
뭐냐 그 먼치킨은.
나는 입을 쩍 벌렸다. 마우저랑 FN이면 현대 총기시장을 양분하는 양대산맥이 아닌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해체된 Mauser의 기술자들이 만든 기업이 H&K고 FN은 FN 에르스탈의 전신이다.
H&K와 FN 에르스탈은 내가 빙의하기 전, 세계 총기시장을 양분하던 먼치킨들이었는데.
‘그 둘을 전부 소유하고 있다고? 게다가 독일제국 방위산업을 중공업, 철강으로 유명한 티센(Thyssen)사, 크루프(Krupp)사와 삼분할하고 있다니.’
이거 미친놈들이네.
하지만 제임스는 편지봉투를 쓱 훑더니, 태연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뭐야, 왜 그렇게 태연해.
“로이드(Lloyd)에서 근무했을 적, 딜을 성사시킨 고객들의 정보는 하나도 빠짐없이 전부 기억하고 있습니다. DWM도 저희 신디케이트의 고객이었죠.”
“…..그럼 제임스, 이런 거물이 왜 나한테 투자제안서를 보냈을까.”
“뭐, 한마디로 설명할 수 있겠네요.”
“한마디?”
“DWM 소유주가 유대인입니다.”
“아.”
독일, 유대인, 총기.
이 세 가지가 조합되자 한 가지 사건이 기억났다.
“유대인 카빈 사건.”
“네. DWM에서 제조한 88 소총과 니트로셀룰로오스 화약이 결함으로 치명적인 사고들을 일으켜 독일제국에서 한동안 유대인의 음모라는 찌라시가 돌았죠. 뭐, 결국 재판에서 승소했습니다만.”
“승소 따위가 중요한게 아니지.”
88 소총과 니트로셀룰로오스 화약의 결함.
이 두 가지 결함으로 DWM은 독일제국 군부의 신뢰를 잃었고, 유대인이라는 낙인이 찍혀버렸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흠, 먹음직스럽네.
“독일제국이 허가해줄까?”
“도련님, DWM의 승소를 이끌어낸 건 비스마르크 재상이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그 비스마르크 재상은 빌헬름 2세에 의해 실각해버렸지. 완벽하군.”
DWM만큼 거대한 기업이 내게 투자제안서를 보냈다는 것은 모종의 이유로 유렵계 로스차일드에서 빠꾸를 먹었단 의미다.
JP모건은행의 자금 상당수가 로스차일드에서 끌어온 자본인 만큼, JP모건은행도 DWM을 건드리지 않겠지.
DWM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을 것이다.
“윈윈(win-win).”
나도 DWM가 필요하다.
JP모건은행의 경영권을 두고 잭 모건과 경합을 벌이는 지금, 큰 건수가 필요했으니까.
좋아.
탁-!
탁자를 내리쳤다.
“제임스, 콜트(Colt) 사 인수계획은 당분간 동결이다. 대신 뉴욕 항구에 머물고 있는 로에베 회장을 월도프-아스토리아로 모셔오게. 한시가 급한 건이니 빠르게 부탁하네.”
“네! 맡겨주시죠.”
제임스는 빠르게 겉옷만 챙겨들고,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DWM에게 투자를 대가로 무엇을 받아낼지, 듣는 순간 바로 떠올렸다. 그리고 내 계획대로 된다면, 고사한 콜트(Colt) 사를 껌 값에 인수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일석이조로군.”
팔랑.
나는 남아있던 하나의 투자제안서를 탁자 위에 살짝 던져놓았다. 지금은 DWM를 우선적으로 상대해야한다.
미끄러진 투자제안서는 탁자의 모서리에 아슬아슬하게 걸쳤다.
– Dow Jones & Company
또 다른 거물의 이름을 남긴채.
***
1898년 1월.
뉴욕 주.
월도프-아스토리아 호텔.
“DWM의 이시도르 로에베 이사입니다.”
풍성한 콧수염에 험상궂은 아저씨 한명이 내게 투박한 손을 내밀었다. 검은색 정장이 찢어질 것 같은은 불곰같은 비주얼.
나는 그와 악수했다.
“헤지펀드의 디트로이트 모건 이사입니다. 미합중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하하, 독일제국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더군요. 신선했습니다. 특히 오는 길에 뉴욕 월가를 둘러봤더니, 과연 시티오브런던 다음가는 금융도시란 위명에 알맞더군요.”
‘초장부터 얼굴에 금칠을 해준다. 라.’
DWM의 자금사정이 얼마나 급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헤지펀드의 자본이 1000만 달러라 해도 DWM의 규모와 비교하면 왜소하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이상했다.
강도같은 19세기 국제외교 스타일대로라면, 초면부터 압박해도 충분히 먹혔을 텐데.
‘어쩌면 내 생각보다 유대인 카빈 사건의 상처가 훨씬 깊을지도 모르겠군.’
총기회사는 신뢰와 대형거래로 먹고 사는 기업이니만큼, 한번 신뢰가 흔들리면 대형거래가 우수수 떨어져나가 바로 파산이었으니까.
21세기의 콜트 사는 그렇게 망했다.
그래서 로스차일드나 JP모건은행에서 자금수혈을 거부했을지도 모른다.
그럴지도 모르지만, 이상한건 확실하다.
‘왜지? JP모건은행은 자금의 출처가 로스차일드라고 친다해도, 로스차일드는 왜 거부했지? 로스차일드에게 문제라도 생긴건가? 그들이 왜 거절했는진 나중에 알아봐야겠군.’
뭐. 보통, 회사가 파산하는 원인이 되는 채무금액은 그리 크지 않을 수 있다.
1조짜리 회사가 고작 10억을 변제하지 못해서 파산하는 경우도 허다했으니까.
나는 시선을 들어 살짝 피로해 보이는 로에베 이사와 눈을 마주쳤다.
‘물론 DWM에게 있어 내 헤지펀드외에도 자금을 수혈할 방법은 많긴 한데, 이름만 다르지 결국 사채자금들일테니까.’
DWM은 최후의 수단인 유대계 사채까지는 쓰기 싫으니 여기까지 왔을 테고. 독일제국에 도움을 요청하자니 빌헬름 2세의 야욕에 집어삼켜질까 겁먹었겠지.
잘 왔다.
우린 엔젤투자자니까.
성공이 약속된 기업에게만 엔젤이긴 하지만. DWM은 방위산업체의 엑스칼리버같은 존재니 상관없다.
지금은 DWM이 우선이다.
“크흠.”
내가 잠시 생각하느라 침묵하자, 로에베는 긴장한 듯 꽉 조인 넥타이를 살짝 풀어헤쳤다.
나는 천천히 다리를 꼬았다.
“로에베 이사님, 독일인들은 단도직입적이고 직설적인 대화를 선호한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니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얼마의 자금수혈이 필요하십니까?”
“푸훕-! 켁-! 켁! 콜록!”
로에베는 내 직설적인 말에 놀랐는지, 마시던 커피에 사례가 걸렸다. 로에베는 제임스가 건네준 물을 마시고 안정을 되찾았다.
로에베는 한숨을 푹 쉬었다.
“이곳 월도프-아스토리아로 오는 길에 모건 이사님의 비서에게 헤지펀드가 DWM을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 경고아닌 경고를 받았습니다. 후려치지 말고 솔직하게 말하란 의미였겠죠. 그래서 솔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렇습니까.”
“예, 저희가 필요한 최저 자금은 700만 달러. 그리고 저희가 드릴 수 있는 DWM의 지분은 20%입니다. 20% 이상은 저희도 양보할 수 없습니다.”
“아, 뭔가 오해가 있었군요.”
나는 미소를 지었다.
DWM의 지분 20% 따위를 받으려고 로에베를 월도프-아스토리아까지 모신게 아니다.
‘어차피 먹을 수 없다.’
어차피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나면 전범기업 취급일텐데 뭐 하러 독일제국 본토 본사의 지분을 받아내야 하는가.
어차피 독일 제국에게 호로록 빨아먹힐 운명의 회사 따위 필요 없었다.
로에베의 얼굴이 삽시간에 굳었다.
“……그럼?”
“DWM의 기술공유와 DWM 북미대륙사업권의 100%를 원합니다.”
“……!!!”
로에베는 눈을 부릅떴다.
생각지도 못했던 조건이었던 걸까. 하긴 미국 총기산업은 콜트 사와 윈체스터 사, 그리고 레밍턴 사가 총기시장을 꽉 잡고 있긴 하다.
허무맹랑한 소리로 들리겠지.
‘하지만 19세기의 총기시장점유율 따위, 앞으로 나올 기관총과 기관단총, 돌격소총으로 다 갈아엎을 수 있다.’
게다가 앞으로 FN 에르스탈로 섭외될 존 브라우닝까지 있으면 보라돌이 건틀렛의 스톤을 전부 모을 수 있다.
츄릅. 군침이 도는군.
하지만 로에베는 북미대륙의 사업권과 700만 달러의 저울질이 힘든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이사님, 잠시 시간을 좀 내주실 수 있으십니까. 저희 DWM 실무진과 회의를 좀 해봐야할 것 같습니다.”
“Sure. 옆방도 예약해놨으니 체크인 하시면 될 겁니다.”
“아! 감사합니다.”
“다만, 로에베 이사님. 이것만큼은 기억해 주세요. 이 계약은 서로에게 윈윈입니다. 절대 손해 볼 일은 없으실 겁니다.”
손해는 없다.
다만 내가 북미대륙의 꿀을 다 빨아먹을 예정이라 그렇지.
나는 뒷말을 속으로 삼켰다.
“…..예.”
로에베는 복잡해진 표정으로 방을 빠져나갔다. 내가 손짓으로 부르자, 제임스가 내게로 다가왔다.
“제임스, 자네는 내가 내세운 조건이 어떻다고 생각하는가?”
“사실상 북미대륙사업권의 100%와 기술공유이 북미대륙사업권이란 카테고리 안에 포함된다는 걸 감안했을 때. 700만 달러면 저희가 조금 손해일 수도 있어 보입니다.”
“손해라…..”
사실 DWM의 북미대륙사업권은 700만 달러 따위로는 결코 얻을 수 없는 엄청난 이권이다. 독일제국의 공업력은 미국과는 궤가 다른 하이테크를 가지고 있었으니까.
다만, 현재 미국의 스텐스를 봤을 때, 700만 달러인 내 쪽이 불리해 보이는 이유는 단순하다.
‘먼로 독트린이 내게 돈주머니를 안겨주는군.’
미국의 고립주의.
19세기 제국주의 시대, 대부분의 무기는 식민지 통치를 위해 소비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은 남북전쟁의 전후복구를 위해 먼로 독트린을 고수하며 고립주의 정책을 펴고 있었다. 식민지가 없다.
그러니 유럽에서만큼 무기가 팔리겠는가?
‘1달 뒤면 메인함 폭침이 일어나겠지만, 그 전까지 미국의회나 여론은 고립주의 노선을 이어나가겠지.’
그 미국-스페인 전쟁조차도 결국 먼로 독트린의 고립주의 정책을 크게 벋어나지 않는다.
그러니 제임스나 로에베는 북미대륙사업권을 고작 700만 달러에 저울질하며 고민하는 것이다. 가뜩이나 시장도 작은데 윈체스터, 레밍턴, 콜트가 치열하게 물어뜯고 있으니까.
현재만 보면 레드오션 그 자체였다.
현재만 보면.
철컥-
15분도 지나지 않아, 로에베와 실무진들이 방문을 열고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씨익.
“제임스.”
“예, 도련님.”
“아무래도 자유의 여신은 내게 미소를 지어주시는 것 같네.”
자본주의 미소를 말이지.
로에베와 실무진들은 서류뭉치를 가득 안고, 협상장으로 복귀했다.
**
“로에베 이사님, 700만 달러에 북미대륙사업권과 기술공유, 받아들이시겠습니까?”
내 물음에 로에베는 조용히 몇 부의 계약서들을 내밀었다. 로에베의 서명란에는 이미 서명이 되어있었다.
“저희 DWM은 700만 달러 투자에 DWM 북미대륙사업권과 기술공유 조건. 받아들이겠습니다. 다만, 추가조건으로 20년간 매년 10만 달러씩 채권을 매입해주셨으면 합니다.”
“잘 생각하셨습니다. 저희 헤지펀드도 추가조건, 받아들이겠습니다. 단, 북미대륙사업권에 아일랜드도 포함시켜 주시죠.”
“……받아들이겠습니다.”
로에베는 추가조건이 받아들여질지 몰랐는지, 눈을 휘둥그레 떴다. 20년간 10만 달러면 200만 달러의 거금이었으니까.
‘뭐, 헤지펀드 포트폴리오에 안전자산도 필요했는데 오히려 잘됐네.’
10만 달러면 코카콜라 1분기 배당금으로 충분히 매꿀 수 있다. 우리 코카콜라 본사의 친애하는 캔들러씨는 쏟아지는 현금더미에 정신을 잃어버릴 것 같다며 매주 편지로 기쁜 비명을 질러대고 있었다.
코카콜라는 실시간으로 현금부자였다.
“여기에 서명하면 되는 겁니까?”
“예, 저희 DWM의 서명은 다 완료한 계약서입니다.”
사각사각.
나는 폭발할 듯이 맥동하는 심장을 가까스로 억누른 체, 덜덜 떨리는 손으로 펜을 쥐고 서명란에 서명을 마쳤다.
나는 잉크로 DWM의 로고와 헤지펀드의 로고가 그려진 빳빳한 흰 계약서 내려다보았다.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됐다.’
세 번째 스톤이 내 건틀렛에 들어온 순간이었다.
이걸로 독일제국의 기술력을 얻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