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l Street of the Third Empire RAW novel - Chapter (112)
영국군 진영.
가젤리 육군준장은 레드코트의 부대를 이끌고 상해 와이탄의 중심지까지 치고 들어왔다. 드레드노트함대의 해안장악력으로 보급선을 빠르게 깔 수 있어 거의 달리듯이 와이탄까지 진격했다.
“제군들! 대청은행까지 진군한다!”
영국육군의 친구.
기관총 몇정과 야포들을 끌고 와이탄으로 들어왔지만 이미 와이탄에는 불길이 끓어오르고 있었다. 빠르게 대청은행에 도착한 가젤리의 원정대는 대략 1만명이었다.
“다행히 늦지는 않았나.”
피어오르던 연기는 의화단의 폭도들이 날뛴 결과물이었지, 총독군대의 정당한 은괴추심은 아니었다. 정당한 은괴추심이 아닌 이상 정당한 권리로 추심하면 그만이었다.
“우리는 의회단으로부터 영국인들을 보호한다!”
영란은행(Bank of England)까지 상해에 상륙했다. 사실상 은행들의 추심에 국가가 숟가락을 얹은 모양새였지만, 부족한 재정을 위해선 어쩔 수 없었다.
다우닝 10번가의 의향을 따를 수밖에.
한창 대청은행을 중심으로 청제국 총독부의 녹영군과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 부관이 달려왔다.
“녹영군의 장군이 대청은행 1층 로비에서 협상을 하자고 하십니다.”
가젤리로선 반가운 일이었다.
어차피 자신들이나 녹영군이나 서로를 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둘다 의화단을 처단하겠다는 명분이 가장 컸었다.
서로의 정규군을 총으로 쏘면 그건 곧 전면전을 의미했고, 두 군대는 모두 불필요한 인력낭비는 피하고 싶었다.
녹영군은 가뜩이나 탈영하고 군대가 바스러지는 상황이었고, 영국군은 상해에서 일이 마무리되면 톈진까지 북상해 베이징으로 파견가야했기 때문에 인원의 로스는 뼈아픈 상황.
“협상 받아들이지.”
그는 협상을 수락했다.
“가젤리 육군준장이오.”
대청은행 1층 로비.
가젤리 원정대사령관은 수백의 레드코트들을 우르르 이끌고 약식 회담장으로 입장했다.
녹영군의 장군 역시 한패거리를 끌고 왔기 때문에 둘다 별말은 없었다.
“녹영의 장군이라면, 이 상황에서 서로에게 총질하는게 최악이라는 사실을 알고 계시겠지.”
“당연하오. 서로에게 그 어떤 이득도 없이 손해라는 사실은 인지하고 있소. 애초에 명분도 없고, 남는게 없지 않소.”
“그렇다면 서로간 협상할 준비는 되어 있는 것 같군.”
시원시원한게 생각보다 수월하게 진행될 것 같았다.
가젤리 육군준장은 나직히 부관들에게 속삭였다.
“영란은행 이사님을 모셔오게.”
가젤리 육군준장은 일을 최대한 빨리 그리고 효과적으로 끝내고 싶었다. 시미너 해군제독이 추천해준 인물을 이번 원정에 대동했다.
영란은행 이사는 레드코트들의 호위를 받으며 회담장으로 들어왔다.
“협상조건은 이분께서 말씀해주실 것이오.”
“반갑습니다. 영란은행에서 이사직을 맡고 있습니다.”
“반갑소.”
통역사를 중간이 끼고 대화하려니 여간 불편한게 아니었지만, 영란은행 이사는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다. 오히려 디트로이트 이사의 계획대로 진행되는 국면에 대한 감탄이 이를 중화시키고 있었다.
그는 잔잔한 미소로 무장했다.
“저희 영란은행은 귀하의 녹영군에게 무기를 제공하는 대신 수수료를 수취할 것을 제안드립니다.”
녹영군.
가뜩이나 팔기군에 밀려 비실비실해진 상태에서 청제국이 골로가자 아예 위상이 무저갱으로 추락해버린 비운의 군대.
탈영병은 기본으로 발생하는 해이해진 군기에 제대로 된 장비조차 없이 꾸려진 총독부의 군대는 항상 무기가 모자랐다.
그런 상황에서 녹영의 장군은 귀가 솔깃했다.
“수수료라 함은?’
“어차피 수만명 단위로 의화단 폭도들이 밀려온 상태라 제대로 된 활동도 못하지 않으십니까.”
막말로 일부만 조총만 들었지, 나머지는 사실상 의화단 폭도들이랑 별다른 차이점이 없었다.
디트로이트 이사는 청제국의 사정에 밝았고, 이런 이들의 헛점을 노려 친구로 만들라는 조언을 건네주었다. 군수물자라는 선물을 안겨주며 말이다.
과연 녹영 장군의 눈에 이채가 서렸다.
“그래서 저희는 군수물자와 기관총을 은행이 인수해 녹영군에 제공해드리는 대신 수수료로 통화스와프의 30%를 수취하고 싶습니다.”
30%.
강하다. 하지만 영국군의 핵심이 기관총이라는 사실은 잘 알고 있었다. 모를리가 없지. 영국군은 식민지들을 상대로 기관총을 갈아넣고 있었고 기관총만 투입했다하면 만명단위로 토착세력들이 삭제되었다.
파쇼다사건때도 마흐디신군을 말그대로 기관총으로 지워버렸으니.
녹영군의 장군은 킁 코를 훔쳤다.
‘어차피 의화단들을 때려잡아야 그놈들이 삼킨 은괴들을 토해내게 만들 수 있는데, 기관총을 빌리고 30% 수수료를 내는게 더 낫겠군.’
한 15%만 줘도 되겠지.
영국군과 영란은행도 30%전부 줄거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 틀림없었다. 애초에 은괴를 일일히 사고 있을 행정력도 없이 주먹구구식이어서 불가능하기도 했고.
“3할이라. 좋소. 대신 확실한 성능의 기관총으로 제공해주셔야하오.”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레드코트들이 무거운 DWM의 기관총을 탁자에 텅-! 하고 올려두자 녹영장군은 만족스러운 얼굴로 받아들였다.
“받아들이도록 하지.”
영국군이나 녹영군이나 의화단부터 쓸어내야했고, 의화단은 두 진영을 합친 머릿수의 몇배를 넘어갔으니 먼저 신식무기들로 상해 와이탄에서 찍어내야했다.
“부청멸양! 부청멸양!”
“우리들의 의화권엔 총칼도 듣지 않는다! 대포 쏴보라지! 온몸이 두른 철포삼이 우리를 보호해줄 것이다!”
“전장들 싹 털어! 은괴라면 땅속에 파묻어져 있다!”
쾅-!
대청은행의 1층 로비로 녹영군측 장교가 급하게 들어왔다. 장교를 뒤따라온 군인들의 손에는 녹영의 탈영병들이 잡혀있었다. 의화단원 사이에 숨어있던 모양인지 복장이 추레하고 누더기로 기워져있었다.
영국군 앞이라 긴장한 장교는 척 절도 있어보이게 경례했다.
“탈영병들을 체포하고 은괴들을 추심했습니다.”
장교의 말에 녹영장군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가젤리 육군준장도 협상이 잘 마무리되었으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녹영장군은 슬며시 그에게로 다가갔다.
“가젤리 육군준장, 권총 있으시오?”
“있긴 하오. 하지만 당신도 권총 있지 않소?”
“성능이 안좋아서 한번에 죽이지 못하오.”
철컥.
가젤리 육군준장은 녹영장군에게 권총을 내밀었다. 리볼버가 한바퀴 빙그그 돌며 탄환의 뒷모습을 드러냈다. 녹영의 장군은 그대로 리볼버를 장전했다.
탕-!
눈을 가늘게 뜬 장군은 그대로 탈영병을 내려다보았다. 권총을 쥔 그는 일말의 망설임없이 탈영병의 머리를 쏴버렸다.
일순 갑작스러운 총성에 녹영의 군인들은 번뜩 놀랬다.
‘기선제압인가.’
가젤리 육군준장은 속으로 픽 웃었다.
가끔 있다. 영국군의 사기를 줄이기 위해 잔인하게 눈앞에서 즉결처형으로 사살해버리는 그런 기선제압. 영국령 인도제국에서 근무할 때 충분히 경험해봤다.
“다 썼으면 돌려주시오.”
이미 닳고 닳았다.
그는 눈썹하나 흔들리지 않았다.
***
“의화단을 단 4일만에 쓸어버렸다고 합니다.”
홍콩총독부.
홍콩총독 블랙경은 홍콩주둔군사령관의 직함도 가지고 있었다. 이번에 불려온 것은 명분상 남청조보 창간의 축하연이었지만, 행사는 이미 끝났고 홍콩총독과 별실에서 독대타임을 가졌다.
‘농무부차관보….그 양반 신경쓰이네.’
이홍장과 양광총독부는 이걸로 뒤집어졌다.
농무부차관보가 의화단에게 살해당하는 순간 필리핀의 20만 대군이 중화대륙에 상륙할 것임이 틀림없었고, 이는 총독부의 입장에서 목에 칼끝을 겨눈만큼 심각한 위협이었다.
이홍장은 발벗고 나서 온 광동성에 끌어올 수 있는 가용인력은 전부 수색대로 편성해 풀어버렸다.
사실 홍콩총독과의 독대도 농무부차관보의 수색요청을 위해서였지만, 총독은 간단하게 그리 해주겠다고 했다.
그의 확답을 받은 나는 이어서 비즈니스로 토크로 넘어갔다.
“저희가 드린 기관총은 어떠셨습니까?”
나는 미소를 지었다.
그러자 홍콩총독은 반색했다.
“영국육군, 녹영군 양측에서 모두 호평일색입니다. 저렴한 가격에 질은 떨어지지 않고 기존 DWM의 기관총과 다를게 없더군요. 오히려 업그레이드된게 아닐까라고 느껴질 정도였답니다.”
도쿄병기국.
이번에 새로 지어진 공장라인을 돌려서 기관총 몇정을 홍콩주둔군에게 보급했고, 홍콩주둔군을 포함해 1만명의 군을 통솔하는 가젤리 육군준장은 이 기관총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시험삼아 제공한 물량이었다.
도쿄병기국 공장라인이 불량품 없이 제대로 돌아가는지 확인하는 용도라 가격도 절반정도만 받고 넘겨주었다.
일본인들이 생산한 기관총이라 불량률이 높을 수 있었지만 다행히 불량은 없었다고 한다.
도쿄병기국도 불량률을 줄이고 숙련공을 키우기 위해 4조 2교대 방식에 높은 임금을 책정했다.
“계약하시겠습니까?”
“군수를 담당하는 홍콩주둔군의 군정권은 홍콩총독인 제가 가진 정당한 권한입니다. 제가 계약하겠다고 한다면 계약하는 것이죠.”
“그래도 홍콩주둔군은 상해원정대의 일부 아닙니까.”
“눈가리고 아웅입니다. 누가 무슨 무기를 쓰는지 일일히 확일할 수도 없고, 기관총이면 환장하거든요. 식민지에서 놀던 군인들이라 더더욱 그렇습니다.”
전능해지는 느낌이 들거든요.
홍콩총독의 말이 어느정도 일리는 있었다. 식민지에 파견된 영국군들은 기관총으로 식민지민들을 지우고 다녔기 때문에 마치 자신이 사신이라도 된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전능해졌다는 표현이 크게 틀리진 않지.
‘뭐, 어찌되건 상관없지만.’
아무튼 마케팅은 성공했고.
나는 전쟁특수를 볼 수 있으면 만족이었다.
“기관총의 가격을 살짝 흘리자 양강총독부에서도 저희 홍콩총독부로 은밀히 연락이 오더군요. 그들도 거래할 의사가 있다고 합니다.”
“그쪽도 재미 좀 본 모양입니다.”
“하하, 지금 상해에 진출한 모두가 재미를 보고 있습니다. 설마 한족들이 그렇게 많은 은을 숨기고 있을지 누가 알았겠습니까.”
홍콩총독은 헤실헤실 웃었다.
은괴들이 쏟아질 것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녹아내리는 듯했다.
은괴는 말그대로 ‘미친듯이’ 쏟아져나오고 있었다.
“산시성의 표호들의 습관이죠. 그들이 활동하는 산시성은 토양이 썩지않고 지반이 단단합니다. 그래서 땅속에 은괴를 넣고 보관하는 습성이 생겼다더군요.”
“그건 처음 알았군요.”
“더불어 중국의 금융인들은 본래 사업에 대한 투자보다는 고리대금업을 해오던 사람들입니다. 전통적인 금융업에 목을 메는 사람들이죠.”
산시성의 표호를 현대인들이 모르는 이유?
명확하다.
망했으니까.
그들은 명청시기동안 중국의 금융계를 꽉쥐던 세력들이지만 점점 갈수록 보수적으로 변해 단단한 콘크리트 기득권을 형성했다.
현대금융이 들어서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들이 얼마나 전통적인 방식에 매몰되어있었냐면 표호들에게 4번의 투자제안이 위안스카이를 통해 들어갔다고 한다.
현대식 은행에 투자하라고.
그들은 절대 안했다.
그리고 망했지.
“전통적인 방식을 고수한 나머지 고리대금업에 매몰되어 돈의 흐름이 막힌 것입니다. 투자라 해봐야 상단에 투자하고, 원자재에 투자하고, 꽌시에 투자하는 정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죠.”
“확실히 경직된 자금운용방식이군요.”
“사실 미국도 크게 다르진 않습니다.”
미국에서 투자은행이 천시받는 이유랑 거의 똑같다. WASP가 상업은행을 틀어쥐고 투자은행은 유대인들이나 하는 금융업으로 변한 구조적인 이유가 이것이었다.
예금과 대출업무가 신성시 되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은 자본주의의 국가.
적어도 투자만큼은 리스크 다 벗어던지고 미친듯이 이뤄졌다.
자금이 고이지 않는다.
하지만 중국은 인맥에 의한, 황실에 의한, 관에 의한 거래들이 더 익숙한 국가였다.
경직적인 투자는 자금흐름을 악화시켰고, 그들의 땅속엔 은괴들이 쌓여만 갔다.
심지어 청제국 시기엔 전세계의 은괴들이 쏟아져들어올 시기였다. 영국이 은유출로 아편전쟁을 일으킬정도로 막대한 은들이 말이다.
묵혀있던 그 은괴들을 퍼올리고 있었다.
“아마 상해의 적어도 100배 이상의 은괴가 산시성의 바닥에 잠들어있을 겁니다.”
산시성은 청제국의 월스트리트.
막대한 재화가 잠들어있을 것이 틀림없었다.
수백년간 땅속에 잠들어있던 자금흐름은 통화스와프라는 형태로 캐지고 있었다.
삽으로 팔때마다 은괴가 쏟아진다.
아마 눈돌아갔을 것이다.
상해는 시작일 뿐이다.
그리고 30%의 수수료를 수금할 시간이기도 했다.
“레이스는 이제 막 시작되었습니다.”
***
독일 베를린궁.
빌헬름 황제와 라이히스방크(중앙은행) 총재는 별실에서 독대를 나누고 있었다.
“독일정부의 보증을 받아오라고 했단 말이지.”
“예, 폐하. 덕화은행과 덕화철도공사가 현재 칭다오의 중심금융세력입니다. 그들이 통화스와프 계약을 인수해야하는데, 칭다오가 산동성에 위치하다보니 보증금정도로는 불안한 모양입니다.”
“일리는 있군.”
의화단운동이 산동성에서 발호했다.
그 누가 산동성의 은행들에게 대출을 해주겠는가. 확실히 독일정부의 보증이라도 없으면 자신같아도 안해줄 것 같았다.
“그 장어젤리나 퍼먹는 놈들이 쏠쏠하게 재미 좀 봤다지? 조지(George)가 참 좋아하겠어.”
“예, 영국은행들이 상해에서 은괴를 추심한 결과 은괴가 말그대로 쏟아져나왔다고 합니다. 함대에 다 싣지도 못할만큼 쏟아져나온다고 하더군요.”
라이히스방크.
중앙은행의 총재는 엉덩이가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독일은행들도 한시라도 더 빨리 산동성에 들어가 추심작업을 하고 싶었다. 산동성은 베이징 바로 근처에 있는 성. 수도권인 직례성의 바로 옆에 붙은 성도인 만큼 은괴가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었다.
채굴비용과 제련비용 거의 없다니 은광도 이런 은광이 없는 셈이다.
“호엔촐레른 황실이 라이히스방크와 덕화은행들에게 국가보증의 수수료를 메겨도 불만은 없겠지?”
“당연합니다 폐하. 오히려 군주정에 가까운 저희 독일제국의 위대한 황실이 보증을 선다면 오히려 더 높은 신용도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좋다. 허락하지.”
“정말입니까!”
라이히스방크 총재의 얼굴이 화악 밝아졌다.
하지만 빌헬름 황제도 나름 꿍꿍이가 있었다. 크루프사를 국유화시키려면 막대한 재화가 필요하다고 자문들이 조언해주었다.
크루프사를 국유화하기 위한 자금줄로 이번 은괴추심은 다할나위없는 기회였던 셈이다.
빌헬름 황제는 나직히 말했다.
“대신 그대들은 국가보증의 수수료로 10%의 은괴를 황실로 조달하라. 대신 독일의 군대도 파견해주겠네.”
“예, 그리하겠나이다. 폐하.”
“좋아.”
빌헬름 황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대들은 독일의 신성한 재보를 지켜라.”
***
그 시각.
산동성.
“부청멸양! 부청멸양!”
“니 자식들은 청나라의 군대 아닌가! 왜 의화단을 탄압하는가. 우리들의 적 양이들이 저쪽에 있단 말이다! 크아아악!”
“이걸 당장 풀어라! 우리에겐 총탄이 통하지 않는단 말이다! 의화권의 철포삼으로 무장한 우리들에게 그 어떠한 화포도 통하지 않는다!”
산동성 총독부.
총독 산하의 신군 수천명이 절도있게 도열했다.
사로잡힌 의화단 수백명은 소리를 지르며 발악했지만 신군들은 부동의 자세로 자리를 지켰다.
마치 그들의 발악은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다는 듯이.
“서태후께서도 제정신이 아니군. 이런놈들을 무얼믿고 자금성에서 버티고 계신단 말인가.”
위안스카이.
신군의 총사령관인 그는 뒷짐을 지고 도열한 신군의 줄을 어슬렁어슬렁 시찰했다. 신군은 다른 녹영군과는 달리 마우저소총으로 무장한 정예의 군대였다.
전 북양대신 이홍장의 투자로 이루어진 청제국의 강군이었지만 지금은 위안스카이의 수족에 불과했다.
“네노오오옴! 원세개! 네놈이 배신한 탓에 청조정이 나락으로 떨어졌다!”
의화단원 중 좀 지식인처럼 보이는 이가 발악하기 시작했다.
멈칫.
위안스카이의 발걸음이 멈췄다.
자신의 말에 그가 멈추자 신이난 의화단원은 입에 침을 튀기며 위안스카이를 계속해서 도발했다.
“네놈이 황실을 배신하고 서태후에게 붙은 탓에 나라꼴이 이지경이 된 것 아닌가! 네놈같은 매국노는 천벌을 받을 것이야아!”
“천벌? 내가 말인가. 네놈은 묶여있지 않나.”
위안스카이는 좀 재밌다는 듯 픽 웃었다.
그러자 눈이 충혈된 의화단원은 목에 핏대를 세우고 삿대질을 하기 시작했다.
“캬아아악! 의화단의 무술은 총알도 무용하다! 그딴 문물의 이기에 의화권 단련자인 내가 질소냐!”
“야.”
위안스카이 눈에 불꽃이 튀었다.
그는 얼음처럼 시린 목소리로 신군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저 새끼 끌고나와. 저기에 세워.”
“예, 장군.”
“사격준비, 조준.”
철컥.
신군들은 마우저 소총을 장전한다. 그대로 총신을 들어 의화단원을 겨냥한다.
위안스카이는 마지막으로 의화단원을 서리가 맺힌 눈빛으로 쏘아보았다.
“그래, 총포도 소용이 없다지. 난 자네들을 믿어. 한번 막아보게.”
“자, 잠깐 잠깐만!!!”
“건투를 비네.”
의화단원들의 항의를 묵살하고.
위안스카이는 손을 내렸다.
“쏴.”
타타타타타타타탕!
한차례 총소리가 작열했고.
10초 뒤, 바닥엔 형체를 알아볼수없는 무언가가 굴러다닐 뿐 그 어떠한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위안스카이는 흡족한 얼굴로 그 시신들을 내려다보았다.
“죽었네.”
철포삼은 무슨.
나머지 의화단원들의 얼굴이 시꺼멓게 죽어갔다.
“총독.”
그때 위안스카이의 부관이 그에게로 달려왔다.
“무슨 일이지?”
“칭다오의 독일해군청으로부터 접견요청이 들어왔습니다. 독일은행들의 강력한 요청이 있었다는데 어떻게 처리할까요.”
“아, 그거.”
위안스카이는 마침 올게 왔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최근 상해에서 벌어진 일들은 그의 군벌들을 통해 일거수일투족을 전해들었으니 은괴추심에 대해선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알고 있었다.
양강총독과 영국군이 맺은 계약처럼 독일군도 자신들과 계약을 맺지 않을까하고.
“먼저 이쪽으로 연락을 줬단 말이지.”
큰 약점이 있었다.
위안스카이의 신군은 녹영과 달리 강력했지만, 양강총독과 달리 통화스와프의 계약서가 없는 상태였다.
그래서 독일은행들이 반드시 필요했다.
“당장 일정잡고 독일은행분들을 극진히 모시게. 조금의 실수도 없어야하네.”
“넵!”
위안스카이의 눈빛이 위험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
“도련님, 독일은행들과 위안스카이가 접촉했다는 보고입니다.”
끼익-
나는 의자에 등을 기댔다. 곧 제임스의 보고에 슥 미소를 지었다.
제일 듣고싶었던 소식이 들려왔다.
“그가 미끼를 물었군.”
위안스카이.
그가 미끼를 물었어. 딜레마의 회로에 불이 들어왔다. 그가 나선 이상 총독들간 군비경쟁은 불가피해지겠지. 위안스카이라는 미꾸라지 한마리가 격하게 온 웅덩이를 흐릴 것이다.
변곡점에 도달했다.
“이젠 나도 멈출 수 없다.”
곧 군벌시대의 막이 오른다.
그렇다면 이제 나도 슬슬 시동을 걸어야겠지.
“제임스.”
“예, 도련님.”
“도쿄에 있는 뉴욕병기국 국장 입국하라해. 스탠더드오일의 아치볼드 이사님도 모시고.”
나는 눈빛을 가라앉혔다.
“이제, 본격적으로 전쟁특수를 위한 작업에 들어가자고.”
미국과 내 통장, 그리고 3저호황에 날개를 달아줄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