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l Street of the Third Empire RAW novel - Chapter (125)
월스트리트.
신탁회사 내부.
“잭 시니어, 들어올 때 셔터 제대로 닫았지? 밖에 폭도들이 설치고 있어.”
“예, 장난 아니던데요. 저도 뒷문으로 들어왔습니다.”
“잘했어. 네 아버지가 이사회 소집하셨다. 빨리 들어가자.”
신탁회사들은 시급히 이사회를 소집했다.
뱅크런이 터질 것 같자 일단 지점을 걸어잠그고 급히 회동에 들어간 것이다. 신탁회사들은 뉴욕 고위급들과 인맥을 형성하고 있어 이정도는 시간을 끌 수 있었다.
“뉴욕자금결제기구가 뉴욕결제망에서 저희를 퇴출시켰다고 통보가 떨어졌습니다.”
“뉴욕 10대은행을 포함해 공문이 뿌려진 모양입니다. 저희 신탁회사와 모든 금융업무를 중단하겠다고 줄줄이 입장표명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사실상 뉴욕 금융계에서 퇴출당한 것 아닌가!”
쾅!
이사회에선 암울한 얘기들이 쏟아졌다.
신탁회사들은 19세기 말부터 평년 200% 이상의 수익률을 뽑아내며 명실공히 뉴욕제일의 금융세력으로 한 시대를 구가하고 있었다.
그런 그들의 목으로 검은 월요일이란 길로틴이 떨어졌다. 잭 시니어의 아버지, 잭 이사회장은 복잡해진 얼굴로 책상을 내리쳤다.
“헤지펀드에 요청한 신용평가는 어떻게 되었나? 일단 어떻게든 채권이라도 발행해야할 것 아니야? 발행사가 없으면 우리가 찍어내면 돼. 나도 소유한 은행이 있으니 발행할 수 있다고.”
“그…그게…”
해당 업무를 맡은 이사가 침을 꿀꺽 삼켰다.
“….CCC-등급을 받았습니다. 사실상 D등급이라 만약 채권을 찍어낸다면, 디폴트된 하이일드 채권으로 취급될 겁니다.”
“무디스나 S&P는?”
“그쪽은 신용평가에 적어도 반년은 걸립니다. 약식으로 진행하는 신용평가사는 해지펀드밖에 없습니다. 아시잖습니까. 헤지펀드가 이 업계 최강자라 가능한 일입니다.”
“이런 제기랄!”
퇴로가 다 막혔다.
마치 전 뉴욕이 손에 손을 잡고 자신들의 신탁회사를 끌어내려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이사회의 분위기는 더욱 가라앉았다.
“아직 영업정지는 안 당했지?”
“언제 당해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일단 시정부와 주정부에 로비자금을 쏟아부으며 버티고 있습니다.”
“그래, 구제금융 협상까지만 버티자고.”
로비자금.
신탁회사들에게 주어진 자금은 고객의 예치금 뿐이었으니 이번 로비자금을 포함한 모든 자금은 고객들의 예치금에서 줄줄이 세고 있었다.
“그래도 고객예금이 걸려있는데 우리는 살려주겠지 설마 죽이겠나.”
뉴욕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당장 뉴욕자금 결제기구가 퇴출선언한 신탁회사만 35개사가 넘어가고 있었고 은행들도 10곳 이상을 돌파했다.
쾅-!
“큰일입니다! 저희가 담보로한 은행들의 주가가 뉴욕증시에서 폭락을 하고 있습니다! 대출은행들에서 담보가치가 하락했다고 증거금을 더 넣으랍니다!”
“젠장 그놈의 마진콜 진짜!”
와장창.
잭 이사회장은 책상 위에 놓인 소품들을 손으로 쓸어버렸다. 내던져진 물건들은 벽에 부딪히며 작살났다.
잭 시니어는 그런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회장님, 하지만 강제청산입니다. 저희가 걸어잠그고 있지만 언제 은행들이 쳐들어와 강제로 주식을 추심해갈지 모릅니다. 일단 마음의 준비를 해놓아야할 것 같습니다.”
“…..하.”
쾅! 쾅! 쾅!
“내 돈 내놔라 이 개자식들아!”
“니들이 사람새끼냐! 악마들도 이렇게까지 독하진 않아! 제발 죽어서 지옥에나 떨어져라!”
“내 결혼자금이 들어가있다고요! 제발!”
“50년간 모아온 은퇴자금이다 이 개자식들아!!! 이게 내 전부라고! 나보고 죽으라는 말이냐! 당장 나와!”
철컹! 철컹!
이사회가 골머리를 싸매고 시간을 축내고 있는 사이. 신탁회사 앞으로 몰려든 군중들은 계속해서 철제셔터를 두드리며 처절하게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잠시만, 잠시만 비켜주세요. 공무집행 중입니다.”
저벅저벅.
그런 그들의 사이로 한 무장세력이 유유히 헤쳐들어가고 있었다. 검은색 수사복을 입은 수사관들이 총으로 무장한 채 길을 트고 있었고, 그 뒤로 뉴욕의 은행가들이 뒤따르고 있었다.
은행가들은 설마 빚을 못받을까 두려움에 떨었다.
“산탁회사들이 저들이 망할까 두려워하며 문을 걸어잠갔어. 지금 뉴욕증시가 퍼센트단위로 폭락하고 있는데 강제청산을 하지 않으면 우리가 손해라고!”
“그래서 수사관들과 들어가지 않습니까. 수사관이 왔는데 설마 문은 열어주겠죠.”
“제발 그랬으면 좋겠군.”
“들어가는 즉시 강제추심하시죠. 당장 뉴욕증시에 던져야합니다. 주식 뿐 아니라 담보로 잡힌 은행들까지 파산신청을 냈다고 합니다.”
“그 개자식들 진짜.”
그들은 분노를 머금고 신탁회사 문앞까지 걸어갔다. 듬직한 수사관들이 문을 두드렸다.
쾅쾅.
“안에 누구 계십니까?”
쾅!
이사회실의 문이 거칠게 열리며 검은 수사관들과 은행가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일반 고객들은 일단 막았다.
자칫하면 혼란이 가중될 수 있었으니.
“계약의 합법적 절차에 따라 은행주식들과 기업주식들을 강제추심하겠습니다. 강제청산을 위한 절차에 불과하니 따라주시기 바랍니다. 뒤져!”
“예!”
신탁회사의 건물내부로 은행 추심원들이 쏟아져들어왔다.
“아, 아니 이게 무슨 횡포요! 당신들 내가 뉴욕시장이랑 얼마나 친한 줄 알아! 이러고도 무사할 것 같아?!”
이사회장이 발악하며 은행가들의 멱살을 틀어쥐었다. 은행가들의 눈빛은 차가워지기만 했다.
탁.
멱살을 쥔 손을 풀었다.
“뉴욕 10대은행들도 추심하는 와중에 무슨….. 무시해. 추심을 속행한다!”
“예!”
추심원들은 책상이며 사무실이며 서랍장 바닥까지 뜯어내며 숨긴 주식증권들을 순식간에 다 털어버렸다.
그렇게 책상위로 증권들이 쏟아져 산처럼 쌓일 지경이었다.
“담보로 잡힌 주식들 전부 회수했습니다.”
“좋아. 자네들은 당장 뉴욕증시의 증권사 브로커들과 합류해 이 주식들 전부 다 강제청산하게.”
“만약 장중에 다 못 팔아치우면 어떻게 합니까?”
질문에 은행가는 입을 턱 다물었다.
-매수호가가 없습니다!
오늘아침 뉴욕증시에서 벌어졌던 참사를 떠올렸다. 강제청산하는 주식물량이 증시로 한번에 쏟아지자 매수호가가 사라져버린 것이다.
‘사려는 사람이 없다.’
증시는 30분간 중지되었고.
결국 1시간이 지나서야 거래가 재개되었다.
-30%.
검은 화요일.
어제에 이어 단숨에 30%가 빠져버리면서 다시 한번 패닉이 시작되었다.
“어쩔 수 없지. 그때는 증권사랑 협상해서 장외거래로 팔아버리게. 미국증권거래소에 가면 장외주식도 가능하잖아.”
“그렇게 되면 제값을 못 받을 가능성이….”
“이미 저 빌어먹을 신탁회사들 때문에 제값은 물건너 갔다! 당장 팔지 못해!”
“아, 알겠습니다!”
추심을 완료한 은행들은 삽시간에 빠져나갔다.
그리고.
검은 수사복의 수사관들만 남아있었다. 털릴대로 털린 신탁회사 회장은 비아냥 거리기 시작했다.
강제추심에 뉴욕경찰이 동원되었다고 생각해 배알이 뒤틀렸다.
“거, 요즘 뉴욕경찰들은 은행들의 심부름꾼으로 전락한 것 같소. 공무집행해야할 사람들이 은행 뒤꽁무니나 쫓아다니고 있는데 부끄러운 줄 아셔야지.”
“예? 하하하!”
수사관들은 어이가 없는지 실소를 터뜨렸다.
“당연히 은행들 추심이나 도와주러 오지 않았죠. 무슨 말씀입니까?”
“거짓말 하지마! 네놈들이 길을 터준 바람에 은행가들이 신탁회사까지 쳐들어온 것 아닌가!”
“저희는 뉴욕경찰 아니고요.”
검은 수사복을 입은 수사관들은 가슴주머니에서 신분증을 꺼내들었다.
– Attorney for Southern district of New York.
“뉴욕 남부지검에서 나왔습니다.”
뉴욕 남부지검
월스트리트의 저승사자.
화이트칼라 금융범죄 전문의 악명높은 앨리트 수사기관이 그들을 찾아왔다.
남부지검의 검사는 멍해진 그들 눈앞에 한 공문서를 내밀었다.
“체포영장입니다. 여러분들을 횡령 및 배임. 분식회계 등의 죄목으로 저희 남부지검에서 체포하겠습니다.”
“아…아니….잠깐. 죄-”
“사과는 검찰조사실에서 받겠습니다.”
수사관들을 지휘하던 검사는 미소를 지었다.
철컥.
검찰수사관들이 총기를 장전했다.
“여러분들이 얌전히 따라와주시면 유혈사태는 벌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으그극.
잔뜩 분노를 머금은 채 말이다.
“혹시 네 발로 걸어나가고 싶진 않으시죠?”
“아….아아….”
털썩.
졸지에 뉴욕 남부지검을 도발해버린 신탁회사 이사회는 제자리에 주저 앉았다.
검사는 싸늘하게 얼굴을 굳히고 손짓했다.
“연행해.”
***
“신탁회사들과 시중은행들의 파산신청은 전부 기각되었네. 그 이사회들과 실무진들도 전부 뉴욕남부지검에서 체포했지.”
헤지펀드 본사.
태프트 법무장관은 눈앞에 앉은 젊은 은행가를 눈에 담으며 현진행상황을 말해주었다.
나는 얌전히 들었다.
“하하, 그릭스 법무장관이 자네를 입이 닳도록 칭찬하던데 그 이유를 이제야 좀 알겠어. 덕분에 로비로 미꾸라지처럼 튀기만 하던 금융가놈들을 싸그리 연행했네. 크으, 한 10년 묵은 체증이 내려앉는 것 같더군.”
법무부 입장에서 은행가들은 눈엣가시였다.
뻔히 금융범죄를 저질렀는데도 로비자금이 들어가면 증거불충분으로 무죄. 법원 판사들이 매수되면 은행가들은 범죄자가 아닌 법원의 마름처럼 뒷짐을 지고 다녔다.
그런데 그놈들을 현장에서 일선 검찰이 일망타진으로 체포했다.
“비록 뉴욕 10대은행들의 암묵적 동의가 있었다곤 해도 고무적인 일이지. 자네에게 감사를 표하네.”
연방판사 출신의 태프트는 호의적인 시선을 주었다. 사실상 뉴욕 10대은행이 이 청년의 요청으로 체포를 수락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법무장관 겸 연방검찰총장.
법무부의 장관은 검찰총장직도 겸임한다.
나는 손을 내저었다.
“별말씀을요. 저야말로 태프트 법무장관님이 함께해주셔서 정말 든든합니다.”
“하하, 빈말이어도 기분은 좋군.”
태프트 법무장관은 내 말이 기꺼웠는지, 그 우람한 덩치를 들썩이며 웃었다.
“자, 그럼 이제부터 파산신청을 한 신탁회사와 금융사들은 어떻게 되는 건가? 일단 이전에 합의한대로 이후 회담에는 참석시킬 예정이다만.”
나는 그의 물음에 답없이 미소를 지었다.
“한 번 지켜보시죠.”
쾅-!
“저희들이 죽으면 고객들의 예치금까지 날아갈 수 있습니다. 그들의 노후자금, 적금, 학자금 등이 날아간다면 뉴욕시민들이 받을 고통은 상상도 안 됩니다. 그러니 연방통화위원회에 구제금융을 강력하게 요구하는 바입니다!”
뉴욕.
연방통화위원회 청사.
신탁회사들, 은행들, 투기기관들은 지급준비금이 부족해 뱅크런에 타격을 입자 다급해져 목에 핏대를 세우고 고성을 내질렀다.
연방통화위원회 임시의장.
검은 수요일 때 받은 직책인데, 아직도 유용하게 우려먹고 있었다. 이제 곧 연방준비제도로 바뀌면 또 그에 맞게 바뀌겠지.
나는 심드렁한 얼굴로 의자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지금 여러분들은 고객들의 자금을 인질로 저희 연방통화위원회를 협박하시는 겁니까?”
“협박이라니! 명백한 사실 아니오! 임시의장이란 자가 머리에 피도 안말랐으니 복잡한 사회구조를 이해할 리가 없지! 위원님들! 저희가 죽으면 뉴욕시민들까지 피를 보게 될 겁니다!”
“흐음.”
악에 받쳐 일장연설을 하는 신탁회사들.
어려보이는 내가 위원회 의장으로 앉아있어 만만하게 본 이들은 자신만만하게 삿대질까지 해대며 침을 튀겼다.
– 저, 저 미친자들 저거.
– 가만히 계시오 우리들에게까지 불똥튀겠소.
기겁한 대형은행의 거물들은 내 눈치를 살폈다.
나는 한동안 가만히 그들의 객기를 지켜보며 탁탁 손가락을 두드렸다.
‘머리에 피도 안말랐다라.’
이래뵈도 한 월가 27년차 정도는 되는데 말이지.
너희보단 월가에 더 오래있었을 것 같은데, 내가 더 잘 알지 않을까?
‘저놈들 자신감의 근원.’
곰곰이 생각해보자 금새 답은 도출되었다.
그래, 언제나 문제는 돈이지.
피식 웃음을 지었다.
“혹시 저희 연방통화위원회의 달러가 부족하실 거라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달러보유고가 여러분 신탁회사들의 고객예금을 감당하지 못할 거라고. 그렇게 생각하시는 겁니까?”
“당연한 것 아닌가! 대체 어떤 은행이 현금을 그 정도로 쌓아놓는단 말이야!”
보통 뱅크런이 벌어져도 대형은행이 구제금융으로 달러를 제공해주는 일은 잘 없었다. 대형은행들은 채권, 어음, 등 달러를 대체할 자본은 있었지만 순수 달러자체는 그리 많지 않았다.
그래서 뱅크런당할 은행들은 이런 자본으로 구제금융이 감당할 수 있다. 막말로 종이에 써서 발행하면 되니까.
하지만 일반 시민들의 인출은 ‘달러’가 아니면 감당할 수 없다.
시민들에게 인출해준답시고 채권을 주면 무슨 일이 벌어지겠나?
‘그러니 자신들에게 돈을 내놓으라 이거지.’
웃음이 세어나왔다.
그들의 착각이 안쓰럽게까지 느껴졌다.
위원으로 참석한 대형은행의 이사들도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신탁회사들을 바라보았다.
내가 웃음을 흘리자 심사가 뒤틀린 이들이 분노를 머금었다.
“뭐가 그리 웃긴가?”
“하하하하하하!!!”
아 젠장.
너무 웃겨서 터뜨렸다.
“일단 여쭤는 보겠습니다. 얼마의 현금이 필요합니까? 대체 얼마나 필요하길래 그렇게 자신만만하신 겁니까?”
내 물음에 신탁회사 사장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꾸물거렸다.
아. 구제금융은 받고 싶은데 지금 자신들이 얼마나 위험한지 공개하고 싶진 않다?
그들의 심리가 부처님 손바닥처럼 읽힌다.
그럼 등을 떠밀어줘야겠지.
“공개하지 않으시는 분들은 당장 퇴장시키겠습니다.”
“아니 그게 무슨 횡포요!”
“불만이신 분들은 나가면 됩니다. 누가 급합니까? 접니까? 아니면 여러분입니까?”
내가 손가락으로 문을 가리키자 삽시간에 조용해졌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800만 달러.”
한 신탁회사 사장이 입을 열었다.
“800만달러가 필요하오.”
“먼저 공개하셨으니 그 용기에 찬사를 드리며 긍정적으로 검토해보겠습니다.”
좋아.
내가 한 명을 건져내자, 마음이 급해진 사장들은 하나둘 입을 열었다.
“우리는 500만 달러가 필요하오!”
“우리는 350만 달러!”
“900만 달러!”
“우리는 10만 달러만 있으면 되오! 우리부터!”
위원들의 책상까지 밀고들어와 고성을 터뜨렸다. 얼굴에 침이 튈 정도.
위원회의 비서관들은 그들의 금액을 계산하기 시작했고, 결국 최종적으로 필요한 금액이 산출되었다.
“총 3250만 달러군요.”
억단위 조차 되지 않았다.
겨우 이정도의 돈을 토대로 레버리지를 불려 뉴욕증시를 뒤흔들었다고 생각하니 새삼 이들이 얼마나 위험한 줄타기를 하고 있었는지 체감되었다.
나는 손짓으로 제임스를 불렀다.
“제임스, 우리 헤지펀드 현금보유고가 얼마나 있더라?”
“헤지펀드에 20억달러, 디트로이트 투자은행에 추가로 40억 달러가 있습니다.”
펀드의 20억달러 중 10억달러는 헤지펀드 고객인출용이니 이용불가. 나머지 10억달러는 순수 헤지펀드 이익금이니 사용가능.
디트로이트 투자은행의 40억 달러는 BOSS채권을 담보로 현금화한 달러들이다.
총 사용가능 달러가 나만해도 50억 달러.
위원으로 참석한 대형은행들의 수십배는 더 초월한 달러고를 보유하고 있었다.
“50억….달러라고….”
숨을 들이켰다.
참석한 위원들도, 은행장들도, 신탁회사 사장들도 다들 그 거대한 규모에 전율했다.
그중 한명이 발악하며 소리쳤다.
“50억달러러니 거짓말도 정도껏 해야지! 연방통화위원장이라는 인간이 마음가짐 조차 안 되어있군. 우리 뉴욕금융가가 우스워보였나! 이건 모욕일세. 모욕…이라…..고.”
침묵.
하지만 그에 호응하는 이들은 없었다.
이쯤되니 다들 슬슬 눈치챈 것이다.
젊은 연방통화위원장의 말에 위원 그 누구도 토를 달고 있지 않고 있단 사실을.
그 막대한 달러보유고를 듣고도 위원들은 가만히 앉아있었다.
그들이 침묵했다.
이게 뜻하는 바는 명확했다.
“……진짜라고?”
“여러분.”
나는 입꼬리를 뒤틀었다.
“이제 여러분들께 닥칠 운명을 알려드리겠습니다.”
고요한 밀실.
이젠 그 누구도 토를 달지 않고 묵묵히 내 입술만 바라보고 있었다.
“뱅크런이 터진 은행이 보유한 시민들의 신탁예금은 전부 디트로이트 투자은행에서 인수합니다. 40억달러의 달러보유고가 있으니 저희들은 인출까지 다 감당할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너희들의 고객은 내가 다 흡수한다.
“여러분들의 신탁회사가 저희에게 진 ‘예금부채’는 전부 여러분 회계장부와 저희 쪽 회계장부에 기록될 예정이고요.”
이건 다 빚으로 달아놓는다.
“회계장부엔 대출받은 10배, 많게는 20배 레버리지의 부채금과 저희가 인수한 예금부채까지 기록되며 여러분들의 파산신청은 법원에서 전부 기각될 예정입니다.”
파산신청 기각.
너희는 마음대로 망할수도 없다.
“누, 누구 마음대로 그렇게….”
“파산신청 기각은 다음의 법적사유로 가능해집니다. 여러분들의 화려한 분식회계 이중장부와 횡령, 배임에 대한 혐의를 근거로 말입니다.”
법인들의 고의적 부도를 막기위한 법적정책이다.
파산신청은 기각될 수 있다.
“여러분들의 신원은 연방검찰청에서 구속하거나 감시대상으로 지정될 예정입니다. 혹여나 도주하신다거나 자살이라도 하시면 곤란하니 24시간 감시원들과 함께 지내셔야 합니다.”
이제 너희들의 자유는 압수되었다.
“빚의 탕감은 없습니다. 금융기관에게 제공될 구제금융은 한 푼도 존재하지 않으며, 여러분들은 해당 금융사의 빚을 고스란히 감당하셔야 합니다.”
‘시민들은 쇼맨쉽을 아주 좋아하거든.’
금융계의 마녀사냥이다.
어차피 나쁜 놈들이고. 시민들의 예금 어쩌고는 네놈들이 먼저 시작했다.
“여러분.”
나는 얼굴이 시커멓게 죽은 신탁회사의 사장들을 둘러보았다. 지금 자신들이 무엇을 들었는지 의심하는 얼굴로 삐걱삐걱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찰칵! 찰칵! 찰칵!
미리 배치해둔 월스트리트저널 기자들이 플래쉬를 터뜨리자, 신탁회사 사장들은 그 자리에 무너저 내렸다.
“……안돼.”
백기사의 등장.
자유방임주의의 쇠락.
그리고 연방준비제도의 시발점이 그 총성을 울렸다.
“안돼애애애애애!!!!”
비명소리와 절규.
피투성이가 된 붉은 잉크방울이 서약서에 스며들었고, 그들에게 내밀어졌다.
“이제 여러분들이 설치던 시대는 끝났습니다.”
그리고 나는.
내 두 손으로 새로운 시대의 문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