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l Street of the Third Empire RAW novel - Chapter (131)
“헤지펀드로부터 제보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물오른 상태였다.
뉴욕 월스트리트의 아침식사와 저녁식사 테이블은 애저녁에 점령했고 뉴욕 투자자들이 항상 옆구리에 끼고 다니는 경제신문사가 되었다.
더 나아가 전 뉴욕주, 그리고 미국으로 확장세를 보이고 있었다.
“이번엔 또 무슨 일로 나를 놀래킬 생각인지.”
찰스다우.
그는 검지로 탁자를 툭툭 두드렸다.
헤지펀드의 투자를 받고 비상한 경제언론인.
늘 헤지펀드로부터 날아오는 특종들은 그들을 전율시켰고, 전 미국을 들썩이게 만들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자신들에게 먼저 날아온 제보에 그는 입가를 뒤틀었다.
오늘은 또 무슨 내용일까.
궁금했다.
“말해보게.”
“예, 헤지펀드에서 특허침해를 명분으로 압류한 드레드노트급 군함을 진수시킨다고 합니다. 일단 품질조사차원이라고 합니다.”
“우리들에게 연락이 왔다는 건…”
“예, 스케일을 좀 키우고 싶으신 모양입니다.”
“흐음.”
스케일업이라.
하긴 드레드노트 진수식이면 스케일을 키우고 싶을 법도 하지. 하지만 이렇게 끝내기엔 찰스 다우가 디트로이트로부터 당한게 너무 많았다.
검게 때가 탄 언론인은 곰곰이 턱을 쓸었다.
“꿍꿍이가 있군.”
“어떻게 하시렵니까? 드레드노트급의 진수면 백악관도 움직일 법한 사이즈입니다.”
“당연히 취재해야지. 그는 보증수표일세.”
디트로이트 모건.
그의 위력은 발걸음만으로도 폭풍을 불러일으킨다.
막말로 그가 콧김만 불어도 뉴욕의 소형은행들은 후두둑 쓸려나갈 것이다. 농담이 아니다.
베들레헴에 대한 정보는 월스트리트저널이 가장 잘 꿰뚫고 있었다.
그들은 헤지펀드의 정보기관의 역할도 도맡고 있었으니. 헤지펀드에 관한 내용이라면 백악관보다도 자세히 알고 있었다.
“드레드노트면 베들레헴 조선소의 행사겠고. 현 미국에 드레드노트를 진수할 수 있는 조선소는 포츠머스회사의 뉴포트뉴스 조선소와 베들레헴 조선소 두 곳이 유일한데다 포츠머스는 거부권을 행사해 가동중지되었으니.”
“예.”
“아, 그치들 특허논란으로 여러번 구설수에 오르지 않았나?”
“맞습니다.”
베들레헴.
새롭게 인수합병으로 탄생한 신생 조선소라 운영도 개판이라 들었다. 떠올려보면 이 드레드노트도 3개월째 진수를 연기중이라 했는데 그것도 상당히 갑작스러웠다.
‘주먹구구식 신생조선소에서 특허를 침해해 건조한 드레드노트. 게다가 원인불명으로 3달째 연기중인 드레드노트가 하필 헤지펀드의 대표에 의해 진수되려고 하고 있다라.’
순간 찰스 다우의 피부위로 소름이 돋았다.
거대한 사건의 냄새가 났다.
결정은 빨랐다.
“당장 여유로운 기자들 싹싹 끌어모아오게. 내가 봤을 때 이건 뭔가 있다. 호외를 위해 윤전기를 준비시키고 잉여 기자들도 싹 다 집합하고! 특종이다!”
“예!”
월스트리트저널의 기자들 손놀림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베들레헴 조선소.
나는 월스트리트저널의 신문지를 꾸기 듯 움켜쥐었다.
헤지펀드의 특종들을 항상 거의 먼저 실어날랐던 월스트리트저널은 이제 전국으로 퍼져나간 일간지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백악관놈들, 이쯤되면 누구 하나 튀어나올법도한데, 이상하게 조용하군.”
침묵을 유지하는 백악관.
대형언론사들이 백악관으로 몰려가 인터뷰요청을 해도 메킨리 대통령은 최근 전부 거절하고 있다고 한다.
“뒷수습인가. 하긴 그동안 백악관이 당한 일들이 한두개가 아니긴해.”
“도련님, 아마 스탠더드오일의 해체명령만 해도 백악관은 머리가 터져나갈 겁니다.”
“맞는 말이다.”
스탠더드오일 해체는 진작에 물건너갔다.
뉴저지주의 스탠더드오일 본사에 쳐들아기는 커녕 스탠더드오일에게 침식당한 행정시스템은 거의 정지상태를 유지해 그들을 엿먹이고 있었다.
– 하하, 그 꿀먹은 벙어리같은 표정을 디트로이트 자네가 봤어야하는데.
록팰러 회장은 상당히 만족스러워했다.
백악관도 질려허며 손을 뗐고, 뉴욕본사에도 최근엔 그림자조차 안 보인다며 만족해하는 기조였다.
“게다가 영국외무부 탓에 미국은 드레드노트에 한창 예민할 시기거든? 지금 우리는 헌팅턴 사장의 주도아래 드레드노트의 진수를 준비하고 있고.”
우리에겐 품질검사를 위한 차원이지만. 백악관은 절대 그렇게 느끼지 않을 것이다.
“그들의 반응이 궁금해지는군.”
아니나 다를까.
며칠뒤.
백악관에서 대변인의 성명이 발표되었다.
***
“저희 미국연방정부의 행정부는 베들레헴 조선소의 드레드노트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해상안보에 공헌할 것이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백악관 대변인실.
대형언론사들이 떼거지로 몰려든 프레스룸은 기자들로 꽉꽉 차있었고, 베테랑 기자들의 눈빛이 대변인의 전신을 찢어버릴 기세로 노려보기 시작했다.
“메킨리 대통령님께서는 이번 베들레헴 조선소의 진수식으로 대외정책 및 외교적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판단하셨고, 성공여부와 상관없이 미국의 해상안보를 위해 해군부에게 예산안을 더 편성할 것을 예고하셨습니다.”
대변인은 끄떡없었다.
백악관의 방패이자 대리인인 대변인은 항상 기자들의 창을 꺾고 백악관의 의지를 표출하고 백악관의 명예를 지키는 자리였으니.
한창 자료를 읽어내려가던 대변인은 속으로 한숨을 집어삼켰다. 오늘 백악관 발표의 핵심을 말할 시간이었다.
“미국의 해상안보와 번영 그리고 안녕을 위해, 메킨리 대통령님께선 이번 행사에 참석하실 예정입니다.”
탁.
연단의 끝자락을 손바닥으로 뜯어나갈 정도로 꽉 움켜쥐었다.
기자들을 감당하는 건 자신의 몫이었다.
“그럼 질문 받겠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입니다!”
“뉴욕타임즈입니다!”
“시카고 트리뷴입니다!”
“워싱턴 포스트입니다!”
곧이어 개때처럼 들고 일어나는 기사들 질문의 해일이 대변인에게 쏟아져 들어왔다.
“내가 탈 급행열차는 준비되어있나?”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
메킨리 대통령은 의자에 앉아 보좌관들에게 둘러쌓여 있었다.
“BNSF에서 대통령전용 급행열차를 위한 노선을 제공해왔습니다. 모건계열의 대륙횡단철도입니다.”
“….그래, 미국서부해안까지 가려면 대륙횡단철도를 타야하지. 알고 있네.”
독점이란 단어가 머릿속을 헝클어뜨린다.
BNSF도 철도독점회사로 스탠더드오일과 다를바가 없는 철도회사이거늘.
대륙횡단철도가 없으면 당장 미국대통령부터 미국 서부까지 가는 여정이 힘들어진다.
하지만 이미 독점과는 돌이킬 수 없이 루비콘강을 건넌 메킨리다. 그는 꾸역꾸역 그 의문과 당위성을 머릿속에서 밀어내 밖으로 집어던졌다.
‘지금이라도 무를까? 진수식이 참여하지 말까?’
온갖 번뇌가 휘몰아쳤지만, 이미 단단해질대로 단단해진 그의 신념은 결국 깨지지 않았다.
쓸데없는 생각은 괜히 방해만 된다.
“진수까지 늦지는 않겠나?”
“아슬아슬하게 전날밤 도착할 예정입니다. 아마 가벼운 기자회견 정도는 하실 수 있을 겁니다.”
“각별히 신경쓰게.”
메킨리는 눈을 똑바로 떴다.
“이렇게 졸속으로 진수식을 끝내려 한다는건 드레드노트의 임펙트를 최대한 없애려는 디트로이트 연준의장의 음모일세. 백악관에서 끼어들 틈도 안주겠다는 비열한 계획이지.”
“그렇다면….”
“그래, 이번에 나는 어떻게든 드레드노트의 진수식에 참여해 미국의 권위와 해상안보의 건재를 피력할 의무가 있다는 소리일세.”
미국대통령이 이러라고 있는 직책 아닌가.
이전 공황과 드레드노트 0척에 민심은 크게 요동치고 있었다. 정확히는 공화당 지지자들의 심리가. 한차례 대통령인 자신이 언론에 얼굴을 내비춰 민심을 안심시킬 필요가 있었다.
드레드노트 진수식은 좋은 기회였다.
“민주당에게 공화당의 텃밭들을 때앗길 수는 없지. 공화당과 메킨리 행정부의 건재함을 시민들에게 피력해야해.”
공황으로 순간 메킨리의 재선 가능성이 흔들리고 있었지만.
이번 드레드노트 진수식이 성공리에 마무리 된다면 그딴 부정적인 기조는 다 묻어버릴 수 있었다.
“전환점. 이번 대선의 전환점이 필요하다. 공화당 내부에서의 잡음도 한번에 제거할 수 있고.”
그 실낱 같은 희망을 메킨리는 악착같이 집착했다.
사실 그것이 디트로이트가 메킨리 자신에게 남긴 마지막 자비이자 기회를 걷어찬줄도 모른 채 말이다.
“베들레헴으로 간다.”
지옥의 문턱에 발을 내딛었다.
“대형언론사들의 기자들 그리고 외신기자들도 내 전용열차에 태우게. 최대한 성대하게 진수식을 마무리해야되니까!”
***
“저희 미국연방정부의 행정부는 이번 위기를 딛고 일어날 것입니다! 시민여러분 안심하십시요. 연방준비제도란 중앙은행이 신설되었고 증권거래위원회의 초안이 의회에 발의되었습니다. 다시 한 번 공황이 찾아와도 미국은 경제위기로부터 안전해질 수 있습니다!”
드레드노트 진수식.
비공식행사인데다 품질검사의 일환인 만큼 해군장교들과 수병들, 정비공들이 바쁘게 드라이독을 뛰어다니고 있었다.
조선소의 직원들은 설비제어를 위해 투입되었고 드레드노트는 목재구조물에 갇힌채 거대한 선체의 위용을 뿜어내고 있었다.
나는 묘한 얼굴로 약식 연설을 쏟아내는 메킨리를 바라보았다.
“저 양반 내 업적을 자기 것 마냥 팔아먹고 있네.”
“도련님, 원래 정치인이란 다 그런 족속 아닙니까. 상처받지 마십쇼. 무시하면 됩니다.”
“아니 열 받잖아.”
어젯밤 전용열차로 도착했다는데.
나는 드레드노트보다도 메킨리가 더 신경쓰였다. 어차피 가라앉을 선박보다 이제 가라앉을 백악관 행정부가 더 궁금….아니다.
불경한 생각은 치워야지.
“많이도 몰려들었군. 메킨리나 백악관이 작정한 모양이다. 일단 오지말라고 시간까지 촉박하게 잡았는데 이걸 기어코 찾아오네.”
투박한 조선소.
하지만 참석한 귀빈들의 면면은 휘황찬란했다. 주미대사관의 대사들은 다 끌고 온 것 같았고, 대형언론사의 기자들까지 대거 몰려들었다.
“자기 무덤도 이렇게까지 예술적으로 팔 수 있을 줄이야. 역시 무덤파는 스케일도 대통령급이군.”
“도련님, 진수식 준비가 완료되었답니다.”
“오래 걸렸네.”
화중시계를 열자 3시간 지체된 시침이 천천히 돌고 있었다.
“아무래도 해군인사들에게 드레드노트의 결함을 숨기고 싶어서 베들레헴 직원들이 빠르게 위장하느라 3시간이 지체되었다고 합니다.”
“해군부놈들은 별 말 없나?”
“정확한 드레드노트 진수시간은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애초에 품질검사를 위한 진수인데 진수식도 아니지 않습니까. 호들갑을 떨 만한 일은 아닙니다.”
나는 조용히 메킨리 대통령을 돌아보았다.
저 양반이 이상한 거긴 해.
압류당해서 품질조사당하고 있는 드레드노트를 굳이 보러오다니.
‘왜 저렇게 자신만만한 거지?’
그래도 우린 백악관이나 대사관 인사들을 세워놓을 수는 없어 의자까지 가져다놓았다. 우리가 초대한 인사들이 아니었음에도.
그러나 메킨리는 준비한 것이 하나도 없으면서 이 진수식을 희망으로 여기고 있는 듯했다.
“대통령님! 드레드노트 진수식에 대한 의견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드레드노트의 압류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한 기자가 손을 치켜들었다.
메킨리 대통령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보좌관들이 미리 준비해둔 대본을 슬쩍 눈으로 훑었다.
“진수식은 미합중국의 또다른 분수령이 될 것입니다. 베들레헴 조선소는 충분한 기술력을 가진 미합중국의 선진화된 최대조선소라고 장담합니다. 저희는 이제 공황의 혼돈에서 깨어나 비상해야 합니다.”
메킨리는 숨을 가다듬었다.
“그래서 저 미합중국의 대통령 메킨리는 이번에 진수될 드레드노트들을 비애국적인 압류로부터 해방할 것이며 다시한번 미국이 비상했음을 전세계에 알리고자 합니다!”
순간 툭 메킨리의 구호가 끝났다.
메킨리 뿐이 아니다. 베들레헴 조선소의 드레드노트 진수식을 참관하러온 거물급들도 입을 턱 다물고 메킨리가 보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별다른 시작신호는 없었다.
애초에 품질검사를 위한 비공개 진수식이었고, 백악관 일행들은 일종의 초대받지 못한 구경꾼들이었으니 불만은 없었다.
아니.
불만을 토할 시간조차 없었다.
끼이이이…..
거대한 요새.
성채같은 우람한 덩치에 철제갑으로 뒤덮힌 바다위 잿빛의 기사. 거함거포주의가 그대로 녹아든 드레드노트 선체는 해군들의 가슴에 불을 지폈고. 모두가 전율하는 가운데 배는 드라이독에서 슬슬 밀려나기 시작했다.
“이게…드레드노트…”
각국 주미대사들은 전율했다.
직접 드레드노트를 보는 건 처음이다. 이 압도적인 위압과 보는것만으로도 섬찟한 거대한 포신들. 저것들이 본국의 해군들을 향하면 어찌될까.
“…..말도안돼.”
아마 자국해군 역량으로는 가루도 남기지 못하고 수장되어버릴 가능성이 높았다.
동유럽의 흑해.
북유럽의 발트해.
서유럽의 대서양.
남유럽의 지중해.
유럽열강의 대사관들에게 해군력은 일종의 국력의 척도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한 요소였으니.
그렇게 모두가 전율했다.
“사작하겠습니다.”
투박한 시작신호.
드라이독에서 밀려나기 시작한 드레드노트 전함. 바다 수면을 향해 냅다 던져진 드레드노트는 거대한 폭풍과 파도를 폭발시키며 수면으로 뛰어들었다.
철썩-!
한 차례 파도가 몰아쳤다.
드라이독을 휩쓸어버릴 기세의 인위적 허리케인이 폭풍비바람과 함께 귀빈석까지 소금기절인 바닷물로 한차례 씻겨냈다.
쏴아아아-
“…..”
우리들의 몰골은 마치 물에 빠진 생쥐들 같았다.
대사들도, 대사들의 귀부인도, 대사관 직원들, 백악관 직원들.
해군장교, 장성급 장교, 수병들.
조선소 직원들, 이사회 이사들.
추심을 위한 추심원들, 멜론은행 실무진, 이사들조차도.
메킨리 대통령.
그리고 나까지.
소금이 흐르는 공간에서 그저 홀린 듯이 수면위에 회색의 태산처럼 우뚝 솟은 드레드노트를 목도했다.
전율했다.
“······맙소사. 난공불락의 철옹성이 따로없군.”
“저, 저것이 전함입니까? 지금 저희가 뭘 보고 있는 것이죠? 이런 것들이 벌써 3척이나 대양위를 누비고 있다는 말씀입니까?”
“이것이 미국인가···.”
모두가 환호하기 시작할 무렵.
쿠르르릉.
거친 폭풍이 몰아치는 굉음과 함께 지축이 떨려온다. 순간적으로 무너진 신체균형에 몇몇 사람은 주저앉았다.
쿠르르릉.
괴수가 울부짖는 포효.
다시금 들러오는 포악한 소리에 점점 공포에 질려가던 관중들은 몸을 사시나무처럼 떨며 소리의 근원을 바라보았다.
끼우우우웅…..
드레드노트.
용골이 부서진 드레드노트 선체가 대각선으로 기울어지고 있었다. 드레드노트의 척추. 용골이 부러져 반으로 쩌적 갈라지는 것이었다.
쾅-!
“아…..”
메킨리 대통령은 망연자실한 얼굴로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고.
나는 그 모습을 무표정하게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손을 내밀었다.
“괜찮으십니까?”
< 드레드/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