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l Street of the Third Empire RAW novel - Chapter (163)
프랑크푸르트(Frankfurt).
구 독일로스차일드 본점.
“베이론, 독일투자공사에 현금 얼마나 있는지 보고하게.”
새벽 6시, 이른 아침.
독일투자공사 내부는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독일투자공사 각 사업부는 최소인원만 남겨놓고 전부 철강 치킨게임으로 인원배정이 이뤄졌다.
헤지펀드의 철강사업부.
적어도 철강에 대해선 제임스보다 베이론이 빠삭하다.
아무래도 이공계열은 베이론의 담당이니.
“뉴욕자금결제기구로부터 연락입니다. 현재 현금 5천만달러가 송금된 상태고, 추가로 5천만 달러가 입금될 예정입니다.”
“좀 느린데.”
“어쩔 수 없습니다. 아무리 뉴욕자금결제기구라도 천만달러 규모는 너무 큽니다. 사고 안터지게 내부단속하고 컨트롤하는데 애먹고 있는 모양입니다.”
“하긴 천만달러 규모면 눈돌아가는 놈들이 꼭 한두명씩 있지. 보험은 들었나?”
“예, 로이드보험의 로버트 신디케이트에 들었습니다.”
“로버트?”
로버트면 청제국 은괴 프로젝트의 뒷작업으로 한창 바쁠 시기일텐데.
“로버트라면 지금 홍콩이 있지 않아?”
“며칠전 영국으로 귀국했다고 합니다. 안그래도 이사님께 홍콩업무는 누구에게 맡기고 왔다고 전해달라고 하셨습니다.”
“로버트 그 자식…..돈 냄새 하난 기가막히게 맡는군.”
하여간 운빨도 실력이다. 이 판에선.
잠깐.
설마 나를 따라온건가?
‘그나저나 인수인계는 누구에게….아.’
“베드로에게 다 인수인계하고 왔나보군.”
베드로.
중국결제은행 총괄.
남청제국 양광총독의 금융자문으로 근무하는 리만브라더스의 숨은 이사.
‘몸 하나로 감당할 압무강도가 아닐텐데 잘도 로버트의 업무를 인수인계했네.’
“로버트에게 더 말은 없었나?”
“아, 리만브라더스에서 증원이 나왔다고 전해달라고 하셨습니다.”
“그렇게 된거였나.”
“예, 청제국의 철강시장을 본격적으로 확장하기 시작했다고 하더군요.”
철강시장.
말이 철강시장이지 사실상 철도사업부와 무기사업부다. 신일본제철 고로들이 돌아가기 시작한 모양이다.
그뿐이 아니다.
리만브라더스가 금융파트너로 청제국이 개입했다는 사실은 또 하나 시사하는 바가 있다.
“철도완공까지 얼마나 남았다고 하던가?”
“광저우에서 한커우까지 앞으로 반년안에 완공한다고 합니다.”
“빠른데.”
금융파트너가 본격적으로 진출한다.
철도회사가 본격적으로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는 반증이다.
철도공사에 스퍼트를 내고 있다는 것.
“스탠더드오일의 산서석탄공사는 좀 어때?”
“산서석탄공사도 신일본제철에 석탄 납품하느라 행복한 비명을 지른다고 합니다.”
“철도는 완공되었나봐?”
“예, 산서성에서 동청철도를 거쳐 블라디보스토크까지 노선공사를 완료되었다고 합니다. 아직 단선이지만 운행허가도 받았고, 열차운행도 활발하게 되고 있습니다.”
“와 시간 빠른데. 돌이켜보니 벌써 2년째네.”
다행이다.
석탄공급도 원활하다.
철강업에 있어서 석탄은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20세기초는 제철소의 용광로를 돌리는데 철광석보다 석탄이 더 많이 투입되던 시절이다.
그래서 제철소도 되도록 석탄지대 근처에 짓는게 베스트다.
‘사실상 철광석보다 석탄의 유무가 더 중요하지. 석탄이 없으면 용광로 자체를 돌릴 수 없다.’
하지만 산서석탄공사는 석탄물량 자체가 많은데다, 러시아제제망 탓에 석탄도 치킨게임중이라 값도 싸다.
신일본제철 입장에선 노났지.
“신일본제철의 제철소는 얼마나 작업했지?”
“벌써 대형제철소만 13곳 건설중이거나 완공되었습니다. 대한제국에도 철도완공과 맛물려서 제철소 하나를 짓고 있다고 합니다.”
“좋아. 제대로 굴러가는 느낌이다.”
마지막은 오스트레일리아다.
“디트로이트 철강은 어떻지?”
“오스트레일리아의 디트로이트 철강은 말해 입이 아플정도입니다. 어떻게 된건지 캐는 족족 철광산이라더군요.”
“아. 그런가.”
“철광석이 무한하게 쏟아지고 있습니다.”
사실 미래에서 보고 왔어.
월스트리트에서 근무할적, 철광석 원자재도 다뤄본적이 있어서 오스트레일리아 철광산 지도는 줄줄이 꿰고 있었다.
‘디트로이트 철강에는 본사에 특수탐사팀이 있다고 둘러댔지만.’
그딴거 없다.
내 머릿속에 있는 광산지도에서 끄집어낼 뿐이다.
“얼마나 쏟아지는데?”
“미국철광산 부럽지 않을 정도라면 믿으시겠습니까?”
“…..하하.”
잊고 있었다.
오스트레일리아 광산맵은 사기였지.
“철강뿐만이 아닙니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석탄광산도 캐는 족족 당첨입니다.”
“미쳤네.”
“미쳤죠. 그래서 디트로이트철강 석탄사업부는 치킨게임에도 손익분기점에 가까운 실적이 예상됩니다.”
호주 무한맵에서 쏟아지는 석탄과 철광석.
광란의 신일본제철 제철소.
넘쳐나는 아시아의 시장.
스탠더드오일 산서석탄공사의 지원사격까지.
이건 뭐…거의 양민학살이네.
‘아시아사업부는 경쟁사들이 불쌍할 지경이고.’
유럽철강시장.
지금 당장 신경쓸건 이곳이었다.
“독일로스차일드 인원들은 불만 없나?”
“일절 없습니다. 오히려 업무강도가 줄어들어 느슨해졌다고 하던데요.”
“워커홀릭들이군. 반가운 소식이야.”
긴급한 인사배치에도 다들 침착하다.
독일로스차일드를 인수하면서 고용승계한 은행원들은 전원 검증된 엘리트여서 그런가.
그들은 베테랑처럼 새로 배정된 사업부에도 빠르게 녹아들고 있었다.
내가 인복은 있구나.
‘아참.’
“베이론, 독일로스차일드 인원들은 별도로 운영하게. 그들에게 기밀사항이 누출되지 않게 유의하도록.”
“예, 이미 헤지펀드의 인원들과 분리해서 배정했습니다. 그들은 당분간 실무로 투입될 예정입니다.”
“좋아.”
헤드쿼터(Headquarter)는 아직 줄 수 없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검증된 인재들만이 헤드쿼의 문을 두드릴 수 있을 것이다.
“헤지펀드 매니저들에게도 경고해. 너희도 업무성과에 따라 강등될 수 있다고.”
“…..예.”
“독일제국은 우리의 고향이 아니다. 언제든지 팽해질 수 있는 야생에서는 검증된 인사들만 필요해. 어차피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될 뿐이다. 본인만 힘들어져.”
“다들 모험적인 인재들입니다. 다들 잘 할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다행이고.”
뿌드득.
나는 뒷목을 잡고 한바퀴 돌렸다.
어느새 계단을 올라 독일투자공사의 총재실로 도착했다.
“아, 베이론 한가지만 더.”
“듣고 있습니다.”
“독일결제은행에 가맹한 은행들에게 ‘총회’의 초대장 뿌리게.”
독일결제은행의 총회.
사실상의 이사회다.
“다들 얼굴 한번 봐야지.”
아직 면식없는 은행장들도 많았다.
이번 은행 총회에서 한번 다들 얼굴도 익힐겸, 초토화 작전에 대해 논의할 필요성이 있었다.
“그리고…..”
“예?”
나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크루프(Krupp)에게도 초대장 보내.”
“하지만 가입을 거절한 것으로 들었는데요..”
“그러니까 보내야지. 대접을 하면서 다시 설득해볼 겸.”
대체 철강얼라이언스를 왜 거부했는가.
나는 이 이유를 알고 싶었다.
프로이센의 융커들이 뭔 생각을 하고있는지.
“거절할 이유가 없을 거라는 사실도 알려줄 겸.”
“알겠습니다.”
“파티는 최대한 호화롭게 준비하게. 예산은 신경 쓰지 말고.”
베이론은 빠짐없이 수첩에 메모했다.
나는 입꼬리를 말아올렸다.
“말씀하신대로 진행하겠습니다.”
“좋아.”
예감이 좋다.
그래, 마치 좋은 일이 벌어질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이대로만 진행하자고.”
***
“젠장!”
와장창-
에센시.
크루프(Krupp)본사.
이사회장실.
“그 새파란 애새끼가 감히 날 우롱해?”
디트로이트 모건.
그 애송이에게 우롱당했다고 생각한 몰트케는 분노를 토했다. 그는 허릿춤에 찬 검을 빼들어 방안을 난장판으로 만들었다.
찌이익-
칼에 베인 크루프 창립자의 그림.
청제국에서 수입한 비싼 도자기.
깨진 유리창.
서재의 사방에는 난자된 서류뭉치들이 눈처럼 내렸다.
그의 부관은 차분하게 눈을 감고 곁을 지켰다.
“준장님, 진정하십시요. 직원들이 보면 안좋습니다.”
“진정? 지금 본관에게 진정하라고 했나? 지금 저 새파란 애송이가 나를 농락했는데 대체 어떻게 진정하라는건가!”
몰트케는 입에 거품을 물었다.
“부관. 분명 내가 독일결제은행 가입을 거절하라고 했지.”
“예, 그리 말씀하셨습니다.”
“분명 거절했겠지?”
“예, 확실하게 거절했습니다.”
“그런데…..그런데 왜 나한테 저딴 초대장이 날아온단 말이야!”
쨍그랑!
집기를 집어던진 몰트케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그럼 서독일에서 나만 독일결제은행에 가입 안했을 것 아닌가! 나를 구경거리로 전락시킬 생각이겠지!”
“…..”
사실 이번건은 부관이 보기에도 몰트케의 분노는 정당해보였다.
독일결제은행.
크루프(Krupp)의 샤프하우젠셔은행만 가입하지 않은 상태다.
그런데도 그 총회에 자신들을 초대했다는 것은 자신들을 고립시키려는 의도가 다분했다.
‘우리들에게 소외된 기분을 한번 느껴보라는건가. 지독하군.’
부관인 자신조차 지독하다고 느끼는데, 몰트케 준장은 어떻겠는가.
후욱….후욱…..
몰트케는 화를 식히지 못한채 칼을 쥐고 거친 숨을 내쉬었다.
손이 부르르 떨린다.
누가봐도 흥분한 모습.
부관은 내심 한숨을 쉬었다.
“그럼 불참하는 것으로 전달…..”
“잠깐.”
몰트케는 손을 들어 제지했다.
그리고 뒤이어 들린 몰트케의 발언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참석한다.”
“예?”
“참석한다고 했네.”
스릉.
몰트케는 검을 검집에 도로 납검했다. 그는 그 어느때보다 차분해보였고.
동시에 위험해보였다.
“무릇 프로이센의 군인이라면 사내의 결투신청을 피해선 아니되는 법.”
몰트케는 초대장을 고이 접어 품속에 집어넣었다.
“본관을 도발한 그 새파란 애송이에게 독일제국에서 프로이센의 융커란 어떤 존재인지 제대로 각인을 시켜줘야할 것 같군.”
부관은 입을 다물었다.
누가 보더라도 몰트케는 진심으로 분노한 상태였다.
“자네는 내 의전용 마차를 준비하게.”
“…..예.”
몰트케의 눈에 거센 불길이 일었다.
그는 손이 으스러지도록 세게 쥐었다.
“우린 프랑크푸르트로 향한다.”
***
프랑크푸르트(Frankfurt).
구 독일로스차일드 본점 인근의 사교회장.
경호원에 의해 철제울타리로 이뤄진 정문이 열리고 검은 마차열이 사교회장으로 들어온다. 사교회장에 입장한 파티의 참석자들은 독일결제은행의 지출규모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으리으리한 규모의 호화저택은 그 기세부터 남달랐다.
저택의 입구를 지키는 두 철제 기사상.
높은 천장을 장식하는 거대한 샹들리에.
석대에 놓인 고급진 조각들.
계단이 놓인 거대한 흰벽엔 거장들의 그림들이 걸려있었다.
“……이런 미친. 독일결제은행이 돈을 제대로 쓰는군.”
“이봐, 저기 연회장 좀 보게. 저건 뵈젠도르퍼 사의 그랜드 피아노 아닌가? 그것도 희귀한 모델로 보이는데, 구하기도 어려운걸 어떻게 구한거지?”
“저택의 양식도 로코코 풍으로 잘 건축된 저택을 구했어. 디트로이트 총재가 공들인 흔적들이 곳곳에 보여. 우리 독일인들의 취향을 잘 아는군. 존중받는 기분이 들어.”
이윽고 바그너의 곡이 흘러나왔다.
참석자들은 너도나도 감탄사를 터뜨리며 천천히 연회장을 둘러보았다.
하지만 이들을 기다리는 건 화려한 연회장만이 아니었다.
독일민간은행의 행장들.
중앙은행의 행장들.
각 주의 고위급 의원들.
이외에도 독일결제은행의 이해관계자들은 전원 독일결제은행 총회에 참석했다.
사교회장의 참석자들은 거물들의 등장에 웅성이기 시작했다.
“뷔르템베르크 중앙은행장도 참석했군.”
“바덴도 마찬가지야.”
“저사람은 북독일은행의 행장아닌가? 함부르크가 합류했다는데 사실이었군.”
“다름슈타트 산업은행 행장도 있네.”
이번 총회에는 이사회급부터 준임원진들은 물론 실무진의 헤드들도 참석한 대규모 사교회였다.
첫만남부터 딱딱하게 이사회실에서 의사봉이나 두드리지 말고.
즐기자는 취지에서 개최되었다.
그래서 참석자들 대부분은 거물급의 안면이나 익히자는 느낌으로 참석했다.
푸르릉-
그때, 거친 군마의 투레질과 함께 웅장한 마차 한대가 노면을 밟으며 정원으로 들어왔다.
“어이, 저기 좀 보게. 독일제국군의 깃발아닌가?”
“나는 한번 본적 있네. 저건 프로이센 장성급의 의전이다.”
검은 마차와 기병대의 의전.
독일제국군의 고위급이라고 알 수 있는 의전애 사교회장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사교회장의 한 직원이 큰소리로 외쳤다.
“위대한 독일제국군의 준장이시자, 크루프(Krupp) 중공업의 이시회장이신 헬무트 폰 몰트케님 입장하십니다!”
짝짝짝짝짝!
우레와 같은 박수소리가 터져나왔다.
이러니저러니해도 독일제국군에 대한 독일인들의 환상이나 존경심만큼은 진실이었으니.
프로이센 군부측 거물의 등장에 사교회장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달아올랐다.
하지만 행장급의 반응은 180도 달랐다.
“저자가 몰트케 준장인가.”
“프로이센의 앞잡이로군. 크루프사는 거절했다는데 어떻게 참석한거지?”
“보나마나 뻔하지. 프로이센이나 베를린궁에서 독일결제은행을 견제하러 온 것 아니겠나. 빨리 나가줬으면 하는군.”
그 모든 반응을 뒤로한채.
몰트케는 굳은 얼굴로 사교회장을 둘러볼 뿐 호응하진 않았다.
‘흥. 돈은 쓸 줄 아는 애송이였나.’
몰트케는 미간을 찌푸렸지만 내심 공들여 치장한 연회장에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이걸 까내리는 것은 융커로서의 명예를 저버린다는 생각이 들정도로 화려했다.
마치 프리드리히 대왕이 플루트의 시연을 보였던 상수시의 궁전처럼 연회장은 독일인들의 향수를 건드렸다.
‘마음에 안들어.’
몰트케는 마치 지고 시작하는 기분이었다.
‘화 많이 난 모양인데.’
나는 2층에서 그 모습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거, 주인공이 도착했군요.”
아우구스트 티센.
티센철강의 회장이 와인 한병을 들고 내게 다가왔다. 그의 다른 손에는 글래스와 함께 코카콜라 한병이 들려있었다.
“하하, 그건 또 어디서 나셨습니까.”
“소문이 따르면, 미국에 사는 디트로이트 모건이란 사람은 코카콜라에 미쳐사는 콜라광이라고 하더군요. 기뻐하시는 걸 보니, 소문은 사실인가 봅니다.”
티센회장은 유쾌한 미소와 함께 글래스를 건넸다. 그리고 툭 뚜껑을 땄다.
치이익.
“감사히 마시겠습니다.”
“저야말로 앞으로 잘부탁합니다.”
챙-
우리는 서로 건배했다.
와인 한모금으로 입술을 축인 뒤, 티센회장은 아랫층으로 시선을 내렸다.
“그나저나 화난 토마토같은 얼굴이군요.”
“풉-! 콜록콜록.”
나는 훅 치고들어온 티센회장의 찰떡같은 비유에 사레가 걸렸다.
티센 회장은 능글맞게 어깨를 으쓱였다.
“2층에서 내려다보니 뷰는 좋지만 사교회장 소음이 너무 크군요. 얘기를 엿들으려면 1층으로 내려가야할 것 같습니다.”
“그럴필요는 없어보이는군요.”
나는 콜라가 튄 입가를 슥 닦고는 기둥 뒤로 숨었다. 티센회장도 내가 숨자 기둥 뒤로 따라들어왔다.
“그런데 기둥 뒤엔 왜 숨….”
“쉿.”
나는 검지로 입을 막았다.
계단쪽을 가리켰고, 거기선 몰트케가 얌생이처럼 생긴 한 사내와 대화를 나누며 올라오고 있었다.
“……”
나와 티센회장은 숨을 죽였다.
대신 귀를 열었다.
어떤 인사인지 직접 파악해볼 필요가 있었다.
“준장님, 파티를 즐기고 계십니까? 이렇게 성대한 파티는 몇 년 중 처음인 것 같습니다.”
“미국인들은 가진 게 돈 밖에 없다더니 독일제를 기괴하게도 완벽하게 따라했군.”
얌생이의 말에 몰트케가 탐탁치 않다는 듯 일갈했다.
“흠 잡을 데가 없어서 더 성이 난 모양이군요.”
티센 회장이 나에게만 들릴 정도로 조용히 말했다.
그 말이 정답인 듯했다.
얌생이는 몰트케의 심기가 불편해진 것을 눈치채고 재빨리 화제를 돌렸다.
“준장님께선 어쩐 일로 다 방문하셨습니까?”
“마치 내가 와선 안되는 장소에 온것처럼 말씀하시오.”
“아, 아뇨. 그게 아니라 독일결제은행의 제안을 거절했다고 들었던 기억이 나서 그렇습니다. 헤헤.”
얌생이처럼 생긴 사내는 비굴하게 손을 비볐다.
몰트케는 흥 콧웃음을 쳤다.
“제안은 거절했지. 그런데 초대장이 날아왔소. 막상 나를 초대한 본인은 안보이는 모양이지만 말이오.”
몰트케는 매의 눈으로 1층을 내려다보았다.
아마 나를 찾기 위해 2층까지 올라온 모양이었다. 하지만 이내 내가 없다는 것을 깨닫자, 몰트케는 비웃음을 머금었다.
“초대한 본인은 나타나지 않는다라…..”
몰트케는 여봐란 듯 큰소리로 말했다.
“제 어미도 없이 자란 애송이라더니. 가정교육도 못받은건가. 불쌍한 놈.”
‘……’
뚝.
순간 내 머릿속 뭔가가 끊어진 느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