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l Street of the Third Empire RAW novel - Chapter (170)
“묘하게 경찰들이 돌아다니는군.”
함부르크항.
나는 상무부에서 대강의 업무를 마친 뒤 독일제국으로 복귀했다. 본격적으로 크루프를 요리하려면 거리가 먼 미국보다 독일제국 본토에서 활동하는 편이 더 수월했다.
“이사님, 조용히 입국하려면 함부르크 보단 브레멘을 통해서 들어오는편이 더 낫지 않았습니까? 실제로 프로이센 경찰들이 우글거리는데요.”
“베이론 말대로 NDL을 타고 브레멘으로 들어올까 싶었지만, 함부르크에 볼일이 있어서. 어쩔 수 없어.”
브레멘항.
브레멘 음악대로 유명한 도시.
하지만 브레멘항은 상대적으로 최근에 현대화된 항구다. 1900년에 대략적인 현대화가 갖춰졌으니 함부르크보다는 조용하겠지만, 사실 도긴개긴이다.
“애초에 브레멘항 자체가 커서 몰래 들어오는 건 무리다. 유럽전체로 따지면 못해도 열손가락 안에는 들어가는 크기니까 말이지.”
지금은 이민항구로 가장 유명하다. 21세기 현대엔 자동차항구로 유명하다.
독일에서 2번째로 거대한 항구다.
“뭐, 브레멘항도 베이론 말대로 한번 가보긴해야해. 함부르크 원툴로 독일무역망을 구축하는건 자살행위나 다름없으니까.”
“예, NDL이 상무부에게 바짝엎드린 지금이 기회입니다. NDL이 브레멘항의 교역을 책임지는 대형해운사니까요.”
“나중에 독일투자공사로 만나 보긴 해야겠네.”
독일의 대형해운사는 필수다.
내가 소유한 독일대형해운사 하나는 꼭 있어야 독일교역이 원활해진다. 이 시기 독일경제는 특히 협회와 담합에 특화되어있기 때문에, 그들의 커뮤니티에 섞여들어가지 못하면 철저히 외부인으로서 취급된다.
“독일도 까다롭다니까.”
치킨게임.
덤핑거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수직계열화다.
“사실상 수직계열화와 규모의 경제가 전부지.”
덤핑으로 찍어내는건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덤핑으로 시장을 장악하는 것은 결국 마지막까지 버틴 자다.
끝까지 버틴 자가 승자독식으로 모조리 쓸어가는 극한의 게임.
그것이 치킨게임이다.
“비용절감하려면 유통망 확보는 필수지.”
독일 1위와 2위 항구.
함부르크항 뿐아니라 브레멘항의 NDL도 반드시 확보해야하는 것이다. 함부르크와는 별개로 플랜 B 혹은 스페어, 출구전략으로 확보해놓는 것이 좋았다.
“어차피 블랙리스트는 임시방편이다.”
“예, 발틱해운거래소 입장에서도 영원히 블랙리스트를 걸어놓을 순 없으니까요. 독일대형해운사는 그만큼 글로벌한 플레이어고 언젠가는 로비로 간단히 풀릴 겁니다.”
“그렇겠지.”
결국 유통이 문제다.
중간유통으로 끼워진 독일대형해운사가 말썽이라면, 방법은 하나밖에 없었다.
“하지만 방법은 있어.”
“독일대형해운사를 인수합병해 독일유통을 수직계열화하는 방법이군요.”
“US스틸의 저가철강을 독점유통시키는거지. 한마디로 본토에 직접적으로 뛰어든다.”
중간거래상을 못믿겠으니 어쩌겠는가.
직접 뛰어들어야지.
“해운이 전부다.”
“예.”
오직 해운.
해운만 잽으면 된다. 미국과 독일은 해상무역만 가능하니까.
항구를 걷고 있는데 갑자기 웅성이는 소리가 들렸다.
누가 이렇게 소란스러운가 봤더니, 내 핑커톤의 경호원들이 누군가와 입씨름을 하고 있었다. 서로 곤란한 표정이었다.
‘누구지?’
나는 무슨 일인가 싶어 그쪽으로 걸어갔다.
“무슨 일이십니까?”
“아, 이사님, 그게···..”
“혹시 디트로이트 모건 님이십니까?”
프로이센 경찰 수백명이 깔려있는 함부르크항.
독일식 제복을 갖춰입고 어딜봐도 군인처럼 생긴 이들이 내게로 다가왔다.
‘경찰이랑 분위기가 묘하게 다르다.’
프로이센 경찰은 실전적인 살기라고 해야할까. 삼엄한 분위기가 물씬 느껴졌지만, 내게 다가온 이들은 존재 자체로 압박감이 느껴졌다.
“예, 제가 디트로이트 모건입니다.”
다그닥. 다그닥.
검은색 마차들과 함께 늠름한 군마들이 푸르릉 거친 투레질을 하며 말발굽으로 땅을 푹푹 페었다.
“저희는 카이저 폐하의 명령을 받들어, 베를린궁의 근위대에서 파견되었습니다.”
“근위군이 제겐 무슨 일로.”
“카이저 폐하께서 베를린궁까지 정중히 모셔오라고 명령하셨습니다.”
아, 베를린궁.
근위군단 가르데콥스.
내 치킨게임 선언과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빌헬름 카이저의 심기가 불편해졌을 것이 눈에 선했다.
근위군의 곁에는 베를린궁의 행정관들도 있었다.
“철강 덤핑에 관한 건이겠군요.”
동행한 행정관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물론 그것도 있습니다만. 카이저 폐하께서 관세문제와 철강업계, 해운업계에 대한 심도있는 대화를 원하고 계십니다.”
함부르크항을 도배한 프로이센 경찰들.
내 주위를 경호하는 베를린궁의 근위군. 베를린궁의 심기가 불편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멀쩡해 보인다.
‘사실 체포당하지 않은 것만해도 다행이지.’
내가 독일철강과 독일해운에 산소호흡기도 안달아줬으면 함부르크에 내리자마자 프로이센 경찰에게 체포당했다.
“동행하겠습니다.”
“배려 감사합니다.”
그렇게 나는 근위군에 휩싸인 채, 베를린궁으로 향했다.
***
“어리군.”
베를린궁.
카이저는 가만히 앉아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편하게 앉으라길래 나는 의자에 편히 앉았다. 카이저의 얼굴은 그닥 화나보이진 않았다.
얼굴은.
“제가 좀 동안입니다.”
“헛소리는 집어치우고. 자네에게 독일투자공사를 제안했을 때, 독일제국의 투자자 역할을 해달라고 했었지. 그동안의 행적을 보아하니 서독일은행들을 하나로 합쳐놨더군.”
“예, 이 또한 투자활동입니다. 중공업에 손대는 은행들만큼 자본이 부족한 곳도 없습니다. 그들에게 유동성을 제공해주고, 더 큰 규모의 중공업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하나로 합쳤을 뿐입니다.”
“베를린은행권은 빼놓고 말인가?”
다 알고 있었나.
역시 내 주변에 감시를 붙여놓은 모양인데.
“유감스럽게도 베를린은행권과는 프랑크푸르트의 독일로스차일드 인수건으로 좀 사이가 틀어졌습니다.”
“아니, 탓하려는건 아닐세. 베를린궁은 그동안 너무 융커들에게 집중된 정책들을 실행했었지. 비스마르크와는 그런 부분에서 자잘한 충돌들이 있었고. 나는 유화책을 채택했네. 서독을 하나로 규합하는 자네의 방향성 자체는 나와 잘 맞아.”
당근과 채찍,
순간 나를 길들이려는 의도가 엿보였다.
“예, 사민주의자들과 자유주의자들, 그리고 가톨릭에 관대하신 분이라고 들었습니다.”
“하나로 화합된 독일제국을 원했으니까.”
물론 그가 착한 카이저라 그런 것은 아니다.
군대를 운영하기 위해 존재하는 국가.
프로이센과 독일제국을 논할 때 항상 나오는 평가 중 하나다.
빌헬름 카이저는 독일제국의 군사력을 키우기 위해 내치를 하고 있었다.
외치와는 다르게 그나마 유능한 부분이었고.
그러니, 하나가 된 독일제국은 곧.
하나가 된 독일제국군을 의미한다.
“그렇군요.”
“US스틸의 철강덤핑은 사실 어느정도 예감은 하고 있었네. 자네가 독일철강회사들을 건드리고 다닐때부터 뭔가 느낌이 쎄했거든.”
“……”
“하지만 자네가 구성하고 있다는 독일 철강 얼라이언스에 대해 알게 되었네.”
“다 보고 계셨습니까.”
“아, 나의 눈과 귀는 어디에든 존재한다네. 내가 감시 하나없이 자네에게 독일투자공사를 맡길리가 없잖는가?”
그렇겠지.
나도 따로 감시가 없을거라는 순진한 생각은 애저녁에 집어치우고 있었다.
“일단 독일 철강 얼라이언스 자체는 마음에 들었네. 하지만 나는 힘들게 국유화한 크루프가 다치는 것을 원하진 않거든.”
본론이다.
나는 바짝 긴장하고 허리를 서서히 펼쳤다. 단도직입적으로 돌직구를 던졌다.
말 돌려서 하는건 질색이다.
“크루프를 어떻게 하시길 원하십니까.”
“여는 크루프가 독일철강얼라이언스에 합류해 중심을 차지하기를 바랬네. 하지만 독일결제은행이 결사반대를 외치더군. 이래서야 독일 철강얼아이언스에 크루프가 합류해도 의미가 없어.”
크루프가 들어와봤자.
프로이센왕국에 민감한 서독계 은행들이 가만히 있을리가 없지.
“폐하, 둘은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않을 겁니다. 둘은 서로 합쳐져 섞이기엔 성질이 너무나도 이질적입니다.”
날먹할 심보가 고약하다.
크루프가 독일철강얼라이언스의 중심부를 먹어치우면 독일철강산업 자체가 베를린궁의 지배 하에 놓인다는 계산이겠지.
‘미친놈인가. 내가 지금부터 너를 집어삼키겠습니다. 라고 대놓고 보여주는데 서독일은행들이 좋아하겠냐?’
상대를 압박하는 늑대 외교.
역시 이자식은 협상이나 외교는 꽝이었다. 압박부터 하면서 상대방을 짖누르고 지배하려고 드니 좋아할 인간이 있을리가 없지.
“크루프와 철강얼라이언스는 아마 합쳐지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래, 몰트케가 좀 실수를 한 모양이더군. 프로이센의 유능한 군인인데, 잠시 관저에서 자숙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네. 회복되면 곧 크루프도 정상적으로 운영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네.”
아니 몰트케가 아니라 당신부터가 문제라고.
게다가 몰트케는 자숙이 아니라 칩거겠지.
문뜩 카이저의 초조함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오만한 자세로 나를 압박하려는 모양이지만, 이미 그는 초조함에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
“그런데 말이지. 그 유능한 몰트케가 실수를 한 원인은…..”
카이저는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자네가 발틱해운거래소에 블랙리스트를 올렸다는 걸 알고나서 확실하게 알게 되었네. 내가 들어도 눈앞이 캄캄해지는데 한낱 군인인 몰트케야 어떻겠나.”
‘계속 꾸준하게 채찍질하는군.’
한 나라의 군주다.
절대 모를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독일제국도 발틱해운거래소에선 나름 큰 손 중 하나였으니.
하지만 외교에서 상대방을 직설적으로 때리는 행위는 외교하지 않겠다는 방증과도 같다.
개처럼 물어뜯는데 누가 같이하고 싶어하겠나. 옆에만 있어도 파상풍 걸려 뒈질 것 같은데.
현대에서도 중국의 늑대외교는 내수용이지 외부용이 아니다. 공산당의 안정을 위한 수단일뿐. 그들은 외교할 생각 자체가 없다.
찍어누를 생각밖에 없지.
‘지금 카이저가 하고 있는게 딱 그꼴이다.’
카이저는 나와의 관계를 스스로 파탄시키고 있었다. 자신이 압도적인 갑이라는 ‘착각’에 빠져든 채.
“예.”
같잖았다.
어느새 내 목소리에선 생명력이 빠지고 기계적인 문답만이 튀어나왔다.
가치를 못 느끼겠다.
하지만.
카이저는 여전히 나를 작정하고 패기로 마음을 먹은 모양이었다. 그러나 이어진 그의 말에 나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자네가 크루프에서 기술력을 빼갔다는 사실도 알고 있고, 사민당을 후원해 크루프를 자살로 몰고 갔다는 사실도 알고 있네.”
“…..”
손을 멈칫했다.
방안엔 소름끼치는 침묵이 내려앉았다.
카이저의 말은 더이상 무기질을 넘어 속이 울렁거리는 수준까지 다달았다.
“내 친우가 그렇게 하늘나라로 떠나버렸지.”
덤덤하듯.
덤덤하지 않은 잔잔히 타오르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카이저.
“뭐, 그 사실을 알았을 땐 자네를 찢어죽이고 싶었지만, 지금은 좀 안정된 상태라서 말이야. 독일투자공사의 공과 그동안의 과는 합쳐져 약간 과가 남았다. 공이 없었다면 나는 이자리에서 자네를 찢어버렸을지도 모를 일이지.”
음..
아무리 생각해봐도 카이저가 방금 나 뒤끝 오지게 길어요. 라고 선언한 것 같은데.
“그 약간의 과는 어떻게 없앨 수 있습니까.”
“모르지. 마음의 병이란 것이 그리 쉽게 없어질만한 성질의 문제같나?”
마음의 병.
죽은 친우라는 크루프의 가문을 집어삼키고 국유화시킨 양반이 저소리를 하니 좀 웃기긴 했지만, 상대방은 카이저다.
베를린궁에서 그는 최강이고 말대답은 용서받지 못한다.
“앞으로 독일제국에서 미국산 철강을 볼일은 없을걸세. 바닷길을 프로이센내각이 관세로 틀어막을테니.”
독일제국는 철강자체를 미국에 잘 수출을 안 한다. 애초에 미국이 철강의 최대생산국가이니 당연했다.
독일제국은 관세벽을 높여도 별 타격없다.
‘역시 관세로 오는가.’
상정한 대로.
내 예상대로였다.
“앞으로 베를린궁이 무슨 일을 벌여도 좀 이해해주게. 자네의 과를 씻어내기엔 이만한 기회도 없지 않은가? 조금만 양보하면 서로 편해져. 이번 일만 끝나면 서로 친하게 지내보자고.”
나는 생각했다.
하지만 카이저의 말들에 담긴 가시들에 대한 생각은 아니었다.
속으로 미소를 머금었다.
‘당신이 카이저라 다행이야.’
역시 어설퍼.
철광석에 대한 관세도 없고, 앞으로 독일투자공사의 투자활동조차 막을 수 없다. 이렇게 다 까놓은 협상테이블에서 막는다는 얘기를 안했다는 것은 막지 않겠다는 것이다.
‘약점까지 노출해주고.’
그말은 하나다.
베를린궁은 현재 크루프를 감당하는데만도 빡세다는 의미다.
나까지 신경쓸 여유가 없다는 말이고, 더 나아가면 독일투자공사의 투자폭이 더 넓어졌다는 반증이다. 애초에 그는 크루프를 감당하지 못해 내게 접촉했었으니.
하지만 이를 어째.
나는 애초부터 독일제국의 철강산업은 내부자들로 진탕을 내넣을 작정이었는데.
당신의 크루프가 주도권을 빼앗기는 모습.
특등석에서 지켜보라고.
‘이제보니 아낌없이 주는 나무네.’
마무리가 어설퍼.
그 어설픔이 당신과 독일제국을 구렁텅이에 빠뜨릴 것이다.
‘애초에 외교에서 원하는것을 노출했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패배와 같다.’
네가 원하는 크루프를 개처럼 두들겨패 인질로 잡는다. 협상은 이후에 진행한다.
늑대외교의 끝판왕을 보여주마.
나는 이 시점에서 이미 내 승리를 장담했다.
“예, 폐하.”
그렇게 환한 미소를 지었다.
***
“티센회장님을 여기서 뵐줄은 몰랐습니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일세. 자네가 독일로 돌아와있었을 줄이야.”
“며칠전 일입니다. 함부르크항에서 근위군에게 붙들려서 베를린궁까지 끌려왔거든요.”
베를린궁에서 알현을 마치고 나오는 길, 나는 티센회장과 마주쳤다.
“뭐, 나랑 비슷한 느낌이군.”
“티센회장님도?”
“프로이센의 장관들과 한명씩 면담하고 오는 길일세. 압박면접 장난없더군. 베를린궁의 의지가 저리 단단하니 프로이센내각도 본격적으로 움직일 생각인 모양이지.”
“그… 고생하셨습니다.”
“아닐세. 애초에 현 프로이센군부의 융커들중에 크루프를 통제할만한 인재가 잘 없네. 군인정신으로 기업을 운영한다는 자체가 모순이지.”
군대는 돈을 쓰는 집단이고 기업은 돈을 버는 집단이다. 평생 돈을 쓰기만한 놈들 보고 돈벌어오라고 하면 퍽도 잘 벌어오겠다.
그때, 베를린궁 내부에 한 청년이 터덜터덜 걷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그의 걸음걸이는 매우 위태로워보였고, 부상이라도 당한 듯 다리를 절고 있었다.
등으로 느껴지는 아우라가 어둡다.
우울한 기운을 사방에 퍼뜨리고 있었다.
털썩.
그는 힘이 풀린듯 갑자기 주저앉았다.
티센회장은 탄성을 지르더니 그 청년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아, 저자일세.”
“저자라니요?”
“자네가 찾던 그림자무사.”
그림자무사?
아 기억났다. 독일해운사로 나를 엿먹이려던 크루프사의 유능한 참모.
“오. 그럼 저자가….”
“그래, 그런데 얼마전까지 몰트케와 독일철강협회의 참모로 활동하다 삶은 물에 팽당해버렸다더군.”
“제가 그의 작전을 싸그리 파훼해서 그렇군요.”
사실 그의 술책은 전략이라기보단 전술의 영역이었다.
임기응변이 뛰어나서 전략처럼 보이지만 사실 유통이란 한 파트로 내게 역공을 꾀한 전술이라고 볼 수 있었다.
즉, 그저 내 공격에 대한 반격일 뿐, 수단이 뛰어났다는 것이다.
“아니.”
하지만 티센회장은 무자르듯 내 말을 탁 썰었다.
“그냥 그놈들이 무능하더군. 내가 봤을때 저만한 인재도 없는데 좀 실패했다고 바로 손절하고 삶아버렸어.”
“인재를 제손으로 집어던지는 상관이라. 저희 입장에선 호재군요.”
나는 주저않은 그를 자세히 뜯어보았다.
젊은데? 아니 그보다 특징있는 얼굴이 너무 익숙하다. 설마…
“저자의 이름이 뭡니까? 회장님 성격대로라면, 조사하셨을 것 아닙니까.”
티센회장은 어깨를 으쓱였다.
“자네가 흥미있을 줄 알고 내가 조사좀 해봤지.”
“오. 그래서 이름은 어떻게 됩니까?”
“보채지 말게. 한스 클루게, 독일제국군의 소위라고 하더군. 뭐, 조사해보니 사정도 딱해보이던데 한번 면담해보겠나? 자네랑 나이도 동갑이고 말이 잘 통할 것 같은데, 내가 주선해줄 수도 있네.”
클루게….클루게…?
아 쓰읍…뭔가 익숙한데.
누구더라….
나는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아. 기억났다.’
발터모델과 롬멜, 만슈타인같은 괴물들이 우글거려서 잊어버리고 있었다.
클루게, 이사람도 제2차세계대전의 네임드이자 숨겨진 명장이다.
‘그보다 동갑이었어?’
1882년생.
그럼 프랭크(프랭클린 루스벨트)랑도 동갑이 되는건가.
“…..그전에 그가 팽당하기까지 자세한 사정부터 듣고 싶습니다. 왜 유능한 그가 버려진 개처럼 베를린궁을 서성이고 있는지 말입니다.”
“흥미가 생겼나보군.”
나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예, 꼭 얻고 싶은 인재입니다.”
마침 일할 사람도 부족했는데 일당백할 인재가 눈에 들었다.
이 절호의 기회를 놓칠 순 없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데려간다.’
그가 갈려나갈 미래를 그리며 나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역시 인재는 갈아야 제맛이지.
“아 잠깐만.”
티센회장이 머리칼을 헝클어뜨렸다.
“내가 제일 중요한 걸 잊어버리고 있었군. NDL과 HAPAG에게 철광석들은 잘 받았고, 덤핑 시작했네. 독일대형해운사라 그런지 철광석이 뭔 수백톤단위로 쏟아지더군.”
“아니, 벌써 시장에 풀어버리신 겁니까?”
그는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럴리가, 영혼까지 끌어모았다가 한번에 풀어버리려고.”
다 죽여버리게.
티센회장은 살벌한 표정으로 엄지를 밑으로 내렸다.
“그래야 재밌지 않겠나.”
동감.
나도 조용히 엄지를 치켜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