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l Street of the Third Empire RAW novel - Chapter (263)
“기본적인 조건들부터 따져보죠.”
나는 시선을 쓱 옮겨 대영제국의 해군장성들을 바라보았다. 대영제국이 공군에 투자할 비용이 적을 수밖에 없고, 적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
협상단은 온갖 감정이 뒤범벅이 된 복답한 시선을 내게 보내고 있었다.
“로버트 재무장관님.”
“예.”
“여러분들 대영제국의 군부는 왕립해군에 막대한 해군예산을 투입하고 있습니다.”
현실을 보자고.
매년 천문학적으로 쏟아붓는 해군예산이 대영제국에게 양날의 검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해군법을 통과시킨 탓에 2, 3위 국가들과도 압도적인 해군력 차이를 만들어내기 위해 말도안되는 예산을 해군에 쏟아붓고 있잖습니까.”
“예, 하지만 저희 대영제국은 공군에 투입할 충분한 예산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단지 지금은 물리적인 이슈로 당장 꺼낼 수 없을 뿐입니다.”
“아니요.”
나는 눈매를 좁혔다.
대영제국의 공군예산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이들은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못잡고 있었다. 그럴수밖에 없지. 해군력에 쏙아부은 현실이 대영제국의 발목을 잡을 거라곤 생각하지 못할테니까.
“독일제국의 경제력은 대영제국과 비슷하거나 그이상입니다. 하지만 독일제국의 해군력은 비루한 수준이지요.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그야…드레드노트가 없기 때문이겠죠.”
“예, ‘드레드노트가 없으니까’ 입니다.”
드레드노트가 없으니, 해군력이 약할수밖에 없다. 독일제국의 해군청이 육군본부에 잡아먹힌 근본적인 원인이기도 하고 말이다.
“하지만 말입니다. 반대로 그들은 드레드노트가 없습니다.”
“….하고 싶으신 말이 뭡니까.”
드레드노트를 여러척 보유한 대영제국.
하지만 경제력 수준은 비슷한 독일제국은 드레드노트가 한척도 없다. 대신 전노급 군함 몇척이 있을 뿐이다.
양날의 검이라고.
“드레드노트가 없으니, 드레드노트에 쏟아부을 대규모 해군예산이 필요없어집니다.”
“!”
로버트 재무장관은 내말의 진의를 깨달았는지, 순식간에 표정이 어두워졌다. 영국대사의 표정도 썩 좋진 않았다.
그리고…해군예산의 규모를 재무장관 다음으로 체감하고 있는 해군장성들의 표정은 봐줄만하게 변했다.
“이제 아시겠습니까? 여러분들이 드레드노트에 쏟아붓는만큼, 정신나간 수준의 군예산을 독일제국은 현재 공군에 쏟아붓고 있습니다.”
미국과 함께 말이지.
뒷말은 삼켰다. 디트로이트시의 항공산업단지는 독일과 기술제휴를 맺고 있는 산업단지였다.
지금은 독일제국에 일부로 미적미적거리며 기술을 안주고 있지만, 독일제국의 기술제휴를 맺은 만큼, 독일군부예산과 미국의 막대한 자본력이 합쳐진 결과는 무시무시했다.
복엽기의 시대가 빨리 저물어버릴지도 모른다.
“드레드노트급 공군전력이 대영제국의 상공에 뜨면 참 기분좋은 경험이 가능하겠군요.”
“……”
“여러분을 자극하려고 하는 말이 아니라, 현실이 그렇습니다.”
나는 상체를 당겼다.
회중시계를 만지작거리며 그들의 얼굴 하나하나를 마주치고 뜯어보았다.
“여러분들이 공군에 그만한 투자를 하지 않는 이상, 독일제국을 공군으로 이길 순 없을 겁니다.”
차가운 현실.
얼어붙은 회담장의 분위기에 전원이 숨이 턱 막혔다. 몇몇은 숨쉬는 것도 잊고 창백해진 얼굴로 현실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독일제국과 여러분들의 경제력은 비슷합니다. 하지만 여러분들은 전세계를 망라하고 전세계 해군의 무릎을 꿇릴 막대한 해군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물론 해군기술은 지금 비용으로 치지 않았다는 함정은 있다. 해군기술은 시간이란 자본을 갈아넣어야 양산할 수 있는 자산이었으니까.
하지만 해군기술을 차치하고 생각해본다면, 그들은 독일제국에 공군기술에서 크게 밀리고 있었다.
그들이 해군을 뽑아낼 수 있는만큼, 독일제국은 공군을 뽑아낼 수 있었다.
“공군은 항공기 기체의 세대와 파일럿의 기량이 전장을 좌우할 것입니다. 충분한 공군출격 경험에 의지한 적절한 공군전술과 공군전략에 의한 배치도 있겠고요. 해군력과 비슷하겠군요.”
이미 독일제국은 100여차례 대영제국에 출격해 폭격을 쏟아붓고 있었다. 대영제국은 시대가 20세기초란 것을 감사해야한다.
비행선의 폭장량이 아무리 압도적이라해도 아직 20세기다. 현대의 전략폭격이었다면, 진지하게 벌써 대영제국 전체가 불바다로 전락했을 것이다.
아니, 제2차 세계대전정도의 폭격기 기술로도 100여번 출격이면 런던정도는 석기시대로 돌려버릴 수 있었다.
“그만한 예산, 없잖아요.”
푹 한숨소리가 들렸다.
로버트 재무장관은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나는 곁눈질로 그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그는 대영제국의 재무장관이었고, 그동안 비서실을 제외하곤, 나와 제일 긴 기간 일을 같이한 인물이었다.
그는 방미할때마다 나를 찾아왔고,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그만큼, 나는 그를 잘 알았고.
그만큼, 그도 나를 잘 알았다.
‘로버트 재무장관은 진작 포기했군.’
그는 나와 말싸움할 의지가 없어보였다. 아마도 내가 진심으로 이말을 하고 있다고 여기고 있을 테니까. 1시간이 농담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말싸움해도 1시간이 변하지 않을테니, 차라리 1시간을 알뜰하게 소비하는 편이 더 경제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도 내게 물들었지.
대영제국의 자존심을 다 내려놓았다.
왕립해군은 좀 의외였다.
나와 함께 일해왔던 왕립해군은 독일공군의 투자규모와 저력에 전율했는지, 멍하게 입을 벌린 장성도 있었다. 그럴수밖에.
대영제국이 바다에 투자한 만큼, 독일공군은 하늘에 투자할 것이기 때문이다.
‘대영제국은 드레드노트를 보유하고 있지.’
물론, 그동안 축적된 투자규모를 비교해보면, 대영제국 해군이 압도적이’었’다.
드레드노트의 등장으로 다 도로아미타불이 되어버렸지만 말이다.
지금은 왕립해군과 미해군만 드레드노트가 있으니 상관없지 않냐고 물어볼 수 있다.
‘하지만, 미해군도 드레드노트를 보유하고 있다.’
이게 무슨 의미겠나.
미해군이 해군기술을 수출하면 대영제국의 해군의 위력은 급감한다. 물론 그래도 대영제국의 해군이 압도적이다. 하지만, 왕립해군의 위력이 감소하면 열강들을 상대할때 영국정부가 힘겨워진다.
압도적인 해군.
그것이 왕립해군의 명성이고, 폭력이고, 자존심이고, 지배하는 세상이다.
“모건장관님, 저희 처지는 잘 알겠습니다. 독일제국이 예산을 공군에 막대하게 투자할 것도 말이죠. 하지만 저희가 그럼 뭘하면 됩니까?”
역시 로버트는 나를 잘 안다.
그는 알고 있었다. 내게 질문하는 것이 대영제국에 크게 불리할지언정, 몰락하지 않게 둘 것이라고.
맞는 말이다.
평소의 나라면 말이다.
‘쳐맞는 말이지.’
현재의 나는 유럽군대의 몰락을 원한다.
대영제국이 제국이 아니길 바라고 있었다. 그만큼 나는 그들에게 적대적이었지만…
희소식은 독일제국도 싫어한다는 것이다.
“흠.”
나는 속으로 미소를 숨기고 눈을 초승달처럼 휘었다.
“좋은 소식은 있죠. 여러분에겐 미국이 있지만, 독일에겐 미국이 없습니다.”
대놓고 선전포고한 독일제국을 도울 순 없다.
그럼에도 현재 독일제국을 승승장구하게 내버려두는 이유는 영국과 프랑스를 박살내주길 바랬기 때문이었다.
‘미국의회와 쓸데없는 말싸움을 하기도 싫고.’
일단 앵글로색슨의 카르텔도 있고 말이다. 게르만보다는 앵글로색슨을 선호하는 정치인들은 많았다. 그와 별개로 영국출신의 금융가와 정치인들 또한 많았다.
특히 글레드스턴같은 세대를 흔든 총리들은 미국 정치인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원역사의 우드로 윌슨 대통령도 글래드스턴의 제자였다.
그들과 쓸데없는 논쟁을 벌이고 싶진 않았다.
로비는 뭐…
어차피 독일이나 영국이나 규모는 비슷할테니 논외로 치고.
미국은 연합군의 편이다.
“예, 여러분들에겐 미국이 있습니다.”
나는 상체를 뒤로 젖히고는 의자등받이에 푹 파묻혔다.
“대규모 자금을 융통해줄 저희 미국이 여러분에겐 있습니다. 독일제국이 공군에 쏟아부을만큼의 막대한 자금을 저희에게서 융통하시지요.”
“….지금 저희 대영제국에 목줄을 채우겠다는 겁니까?”
영국대사가 불편한 얼굴로 반박했다.
군부장성들은 단번에 표정을 구겨버렸다.
“월스트리트의 저력, 미국정부의 저력. 독일공군만큼의 서포트는 하고도 남습니다.”
갚기 전까지는 말이지.
나는 뒷말을 목구멍으로 삼켰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저들은 어차피 우리에게 돈을 빌릴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차관.”
나는 표정을 굳혔다.
대영제국의 협상단이 내 말귀를 알아들은 순간부터, 저들은 내말에 올라탈수밖에 없었다.
독일공군을 따라잡을 막대한 자본이 어디있겠나. 시티오브런던을 갈아넣어도 불충분하고, 애초에 그전에 시티오브런던의 은행들이 먼저 탈주할 걸?
순순히 차관의 오라를 받는편이 마음이 편할것이다.
“저희 미국재무부에서 차관을 위한 컨소시움을 구성하겠습니다. 월스트리트의 대형은행들과 금융기간을 포함해 미전역의 연방준비제도(FED)가 대영제국을 돕겠습니다.”
대영제국의 협상단은 얼마남지 않은 시간에 다급하게 서로 대화를 나눴다. 어차피 체펠린 비행선과 전투기는 둘다 구매해야한다.
왜냐면 독일제국에게 미적거릴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거든.
‘타임어택이란 사실을 저들이 알고 있을까.’
내가 선택을 재촉하는 이유가 있었다.
독일제국이 전투기를 먼저 가져가는 순간, 대영제국은 그제서야 울며불며 미국의 바짓단을 잡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서야 대영제국이 독일제국을 견제하기 힘들어질 것 아닌가.
‘잘 생각해야할 것이다.’
로버트 재무장관은 협상단의 중심에서 열정적으로 일장연설을 하고 있었다. 그는 재무부의 전권을 쥐고 날아온만큼, 영국대사도 이번엔 그의 말을 경청하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미재무장관인 나와 가장 오래된 인연을 맺은 인사였던 것도 크다.
나는 냉소적으로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로버트 재무장관이 프락치인건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대영제국의 재무장관이 내게 가까이 다가온 데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지.’
정보전이 판치는 세상.
다가오는 요인이 살가울수록 경계해야한다. 특히 외무성과 친하게 지내는 인사일수록 훨씬 더 주의해야함이 옳다.
현재 이자리에서 제일 권한이 높은 영국전권대사가 가만히 있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모건장관님.”
대략적인 토의를 마친 협상단은 내게 시선을 집중했다. 나는 상체를 당겼다.
“예, 무슨 일이죠?”
“혹시 땅으로도 결제를 받으십니까?”
“땅이요?”
나는 조금 놀랐다.
땅은 제국주의의 결정체가 판돈으로 올릴만한 자산이 아니었다.
그들에겐 돈과도 바꿀 수 없는 가치가 땅에 존재했으니까.
***
“서인도제도입니까?”
이건 또 파격적인 조건이 들어왔다.
갑자기 차관이 아니라 땅을 들고올 준 몰랐는데, 생각보다 영국정부의 발등에 더 큰불이 떨어진 모양이다.
‘땅 얘기가 이렇게 금방 튀어나온 것을보니, 총리가 허가해줬나보군.’
처음부터 옵션 중에 땅을 고려한 상태로 온 것이다. 벨푸어 총리가 처음부터 옵션으로 올렸단 소리이기도 하고.
뿌득.
나는 입매를 격하게 뒤틀었다.
“거절합니다.”
“예? 카리브해의 서인도제도라면 미국입장에서도 전략적 요충지 아닙니까?”
“진심이십니까?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란 것정도는 아시리라 믿습니다.”
“…..”
“저를…속이려들지 마십시요.”
내 눈에 살기마저 번들거리자, 로버트 재무장관의 얼굴에서 핏기가 가셨다.
이놈들이랑 땅거래라고?
20세기 내내 땅으로 수작질부리던 놈들이랑 땅을 거래한다고? 호구도 이런 호구가 없다.
내가 격하게 반응하는 것 같지만, 이 혐성놈들이 원역사에서 중동땅으로 삼중계약을 맺어버린 결과까지 훤하게 알고 있는 내겐 수작질처럼 보였다.
‘벨푸어 그 개자식, 우리에게 한푼도 안줄 생각이었나본데?’
먼로독트린.
카리브해를 미국안마당으로 삼고싶어하는 미국의회와 연방정부의 니즈를 정확히 꿰뚫은 제안이었지만, 허깨비였다.
설령 영국놈들이 준다고한들, 땅투기 혐성놈들이 깨끗한 상태로 줄리가 없잖는가.
아직도 정신 못차렸네.
벨푸어 그 개같은 자식은 첫인상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다.
“차관.”
나는 못을 박았다.
내 살기 뚝뚝 흘러넘치는 살벌한 목소리가 그들의 숨통을 콱 옥죄었다.
“그 외에 옵션은 받지 않겠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