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l Street of the Third Empire RAW novel - Chapter (31)
“제압해!!!!”
뉴욕경찰청의 경관들은 우르르 몰려들어 내 주위를 인간 바리케이드로 둘러싸고 재빠르게 암살자를 제압했다. 자신들의 동료 중에 암살자가 숨어있었단 사실에 가장 놀란 건 이들이었지만, 대처는 신속하고 정확했다.
상황은 순식간에 종료되었다.
“네 이놈!!!!”
뻑-!
윌리엄 록펠러는 체면따위 다 내던진 채, 지팡이 풀스윙으로 암살자를 후려쳤다.
“니 자식이 지금 무슨 짓을 하려고 했는지 알고 있나!!! 감히 록펠러의 동맹을 향해 총구를 겨눠!!!! 이 빌어먹을 놈팽이가!!!!”
흉신악살처럼 얼굴을 구긴 윌리엄 록펠러는 지팡이로 암살자를 사정없이 후려쳤다.
하긴 내가 죽으면 펜실베니아철도(PRR) 건이 그대로 백지화될 수도 있으니, 록펠러 입장에선 심장 철렁할 일이었다.
나도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슬쩍 입꼬리를 말아올렸다.
하하…..
‘다행히 방탄복의 차례는 없었네.’
암살시도가 있을거란 건 예상하고 있었다.
일부러 폴란드에서 공수해오긴 했지만 안 맞아서 다행이다. 권총의 총소리엔 놀라긴 했지만, 빠르게 안정을 되찾았다.
몰려든 경관들 탓에 구겨진 정장을 탁탁 털며 윌리엄에게 털리고 있는 암살자에게 걸어갔다.
“암살을 할거라곤 생각했지만, 설마 경관들 속에 숨어있었을 줄이야.”
“핑커톤일까요?”
내가 쭈그려 앉아 버둥거리는 암살자를 바라보고 있자, 베이론이 내 곁으로 다가왔다.
나도 처음엔 핑커톤을 의심했다. 하지만 윌리엄 록펠러가 암살자의 멱살을 거칠게 놓으며 부정했다.
“아니, 핑커톤은 아닐세.”
“어떻게 단정지으실 수 있죠?”
“아닐 수밖에. 나를 경호하는 이들이 핑커톤 전미탐정사무소의 탐정들이니까.”
놀란 나와 베이론은 윌리엄 록펠러의 경호원들에게로 시선을 획 돌렸다.
확실히 록펠러라면 핑커톤 전미탐정사무소를 데리고 있어도 이상하지는 않다. 석유회사의 수송은 철도사업과 깊게 연관되어 있었으니까.
그때, 록펠러의 한 경호원이 나와 암살자에게 몇가지 질문을 던지더니 그의 소지품들을 뒤적였다.
“예, 확실히 저희 핑커톤 전미탐정사무소의 탐정은 아니군요. 저희끼리 공유하고 있는 암구호도 모르는데다, 그의 소지품에 핑커톤의 흔적은 아예 찾아볼 수도 없습니다.”
“거, 철도회사의 경비병력들과 사바사바하면서 우리를 죽이려고 수천명 병력을 끌어모은 놈들에게 ‘우리 짓이 아니에요.’ 라고 들어도 말이지……”
전혀 신뢰가 안 간다.
나는 짜게 식은 눈으로 핑커톤의 탐정들을 노려보자, 핑커톤의 탐정들은 머쓱하게 뒷머리를 쓸었다.
“저희도 지부와 사업부가 한둘이 아니라, 서로의 임무에 대해선 잘 알지 못합니다. 저희가 대신 사과드리겠습니다.”
“모건, 록펠러 가문의 내가 보증하지. 이들은 내 체면을 봐서라도 자네에게 거짓말을 할 수 없네. 괜히 거짓말했다가 들키면 우리 형님이 가만두시지 않아.”
“뭐, 그런 걸로 하고 넘어가죠.”
하긴 핑커톤의 입장에서도, 철도회사 재벌 나부랭이보다 석유왕 록펠러의 입김이 훨씬 강력하겠지.
잭 모건이어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인맥왕 인맥왕 하지만, 감히 록펠러에 비할 수 있을까?
“그럼 누구의 짓이지?”
“일단 무정부주의자들의 짓 또한 아닐 겁니다. 제가 받은 테러리스트들의 리스트에서 본 적 없는 얼굴인데다, 방식이 다릅니다. 그들은 경찰에 잠입해서 한방 갈기기 보단 폭탄으로 날려버리는 쪽을 선택하겠죠.”
“증거는?”
“저희 핑커톤에서 연방범죄수사국(NBCI)의 무정부주의자 인명부를 구축했습니다. 믿으셔도 됩니다.”
무정부주의자들의 짓거리도 아니다. 그렇다고 핑커톤 전미탐정사무소의 짓거리도 아니다. 철도회사들의 짓거리가 아니란 소린데…..
내 촉은 반드시 잭 모건과 연관되어 있다고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만약 잭 모건이라면, 어떻게 나를 죽이려고 했을까.’
윌리엄 록펠러의 말처럼 치밀하고 기다릴 줄 아는 인물이라면, 핑커톤 전미탐정사무소나 철도회사들, 무정부주의자들처럼 눈에 띄는 방식을 사용하지는 않을 것이다.
잭 모건이 아는 내 또다른 약점..
순간 추론은 내 핏줄이 혼혈이란 사실에 도달했다.
“……쿠-클럭스-클랜(Ku-Klux-Klan).”
***
뉴욕.
존 데이비슨 록펠러의 저택.
존 록펠러는 신고전주의 건축양식으로 축조된 저택의 서재에 앉아, 수화기를 들고 있었다.
그는 칼처럼 각을 세운 검은색 정장을 입고 있었고, 침례교회의 교인이라고 증명하듯 복음서를 책상 위에 올려두었다.
“윌리엄. 그럼 미국 북동부 철도를 전부 합병한 펜실베니아철도(PRR)의 의결권을 받아온건가?”
“부족할까?”
“아니, 디트로이트 모건에겐 충분하다 못해 넘치는 선물꾸러미를 받았군. 우리가 그동안 공들여온 뉴욕센트럴철도, 이리철도, 펜실베니아철도 등을 다 하나로 합병시켜 넘겨주었으니.”
꼭 자신의 머릿속에 들어왔다 나간 것처럼, 가장 이상적인 선물에 존 록펠러는 만족스럽게 수염을 쓸었다. 탈모가 와서 거의 대부분의 수염이 빠지긴 했지만, 습관적인 행동이었다.
그걸 딴지걸만한 용자는 적어도 이 저택 내부엔 존재하지 않았고.
“그나저나 펜실베니아철도(PRR)라. 윌리엄, 너는 이 이름에서 아무런 느낌도 못받았나?”
“이름?”
“그래, 내 장담컨데 디트로이트 모건이 지은 펜실베니아철도(PRR)란 이름은 결코 허투루 지은 이름이 아니야.”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침음성에 존 록펠러는 얼음장처럼 차가운 얼굴로 기다렸다.
록펠러 가문의 일원 중에서도 가장 감정의 기복이 약한 그는 어떠한 자극에도 쉽게 흥분하지 않았다.
“아, 설마 스탠더드오일의 최대 석유생산지가 펜실베니아라서?”
1880년대 기준.
전세계 원유 생산략의 85%가 펜실베니아에서 나올만큼, 펜실베니아 유전은 스탠더드 오일의 핵심 사업지였다.
존 록펠러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도.”
“그럼 디트로이트 모건은 펜실베니아철도(PRR)를 대륙종단철도로 합병할 때부터 우리에게 넘겨줄 생각이었다는 건가?”
“그렇겠지.”
삐걱-
존 록펠러는 중역의자에 등을 기댔다. 오늘은 요즘 푹 빠진 골프라도 치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골프약속은 취소해야할 것 같았다.
“윌리엄, 디트로이트 모건에게 행운의 편지는 잊지 않고 전달했겠지?”
“전달하긴 했는데, 오늘 디트로이트 모건. 암살당할 뻔했어.”
“뭐?!”
쾅-!
존 록펠러는 얼굴을 구기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가 아끼던 복음서가 그 충격에 바닥으로 떨어졌지만, 존 록펠러는 그에 신경조차 쓰지 못할 정도로 충격을 받았다.
평소 냉혈한 같은 모습만 보던 하인들이 이 모습을 봤다면 놀랐으리라. 그는 노동자 수십 학살당했을 때도 눈 하나 깜짝 안하던 사람이었으니까.
그리고 그건 윌리엄 록펠러도 마찬가지였다.
“……형님이 디트로이트 모건을 아끼는지는 알았지만 이정도 였을 줄이야. 형님이 이렇게 감정적인 건 골프내기 이후로 처음 보는 것 같은데.”
“디트로이트 모건은. 중태인가?”
“안심해도 돼. 그의 수행비서 중에 베이론이란 인물이 있는데, 슬럼 출신이라 그런지 반사신경이 장난 아니더라고. 암살자가 총을 쏘기도 전에 저격해버렸으니까.”
“흠.”
디트로이트가 무사하단 사실에 존 록펠러는 흥분을 가라앉히고 자리에 도로 착석했다. 그의 얼굴은 평상시처럼 차가운 상태로 돌아왔다.
수화기 너머로 헛헛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하하. 형님이 그의 헤지펀드에 차명으로 투자했단 사실을 알면 기절하겠는데. 정작 디트로이트 본인은 꿈에도 모르는 것 같지만.”
“…..동봉된 행운의 편지. 분명 7명에게 보내야했었지.”
“그 중 2통이나 모건가에 돌아갔네.”
존 록펠러는 떠올렸다.
존 피어폰트 모건에게 한통.
디트로이트 도 모건에게 한통.
7통 중 2통을 모건가에 보냈다.
“내 침례회 교도로서 할 말은 아니지만, 오늘 디트로이트 모건이 살 수 있었던 건 내 행운의 편지가 큰 역할을 했을지도 모르겠군.”
하지만 반대로 존 피어폰트 모건 회장에게 행운의 편지를 보냈을 땐, 딱 해군부와 마찰이 일어날 시점이었으니 또 아이러니했다.
아니지.
그 사건으로 존 피어폰트 모건 회장은 빛나는 원석인 디트로이트 모건을 발견했으니, 행운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형님이 왜 그렇게 디트로이트 모건을 애착하는 건지 물어봐도 될까?”
탁. 탁.
존 록펠러는 바닥에 떨어뜨린 복음서를 털어 도로 책상위에 올려놓으며, 평생 몇 번 짓지 않았던 미소를 입가에 머금었다.
“내 첫 번째 후원자라서…..려나.”
1898년 현재.
존 록펠러는 이미 스탠더드오일을 최측근에게 맡기고 은퇴한 상태다.
슬슬 자선사업이나 미국의 미래 동량들을 육성하는 사업에 눈을 돌리려던 때, 그의 눈에 제일 먼저 디트로이트 모건이 잡혔다.
“윌리엄, 자네에게 펜실베니아철도(PRR)의 의결권을 제시한 인물이 고작 16살짜리 소년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게.”
***
조지아 지킬 섬.
모건 가문의 별장.
조지아 지킬섬은 미국의 부호들과 정재계 거물들이 별장으로 사용하는 별들의 휴양지로, 존 피어폰트 모건 회장이 소유한 섬.
19세기말, 백악관, 월도프-아스토리아 호텔과 함께 미국을 움직일 거대한 사건들이 설계된 장소이기도 하다.
파아아아-
요트 한 척이 지킬 섬 앞바다의 물살을 경쾌하게 해치며, 선착장으로 돌아왔다.
잭 모건은 미리 선착장에서 대기하고 있던 헨리 데이비슨의 안내를 받으며 요트에서 내렸다.
“쿠-클럭스-클랜 놈들은?”
“실패했다고 합니다.”
“실패라.”
잭 모건은 입술을 비틀며 덥수룩한 수염을 쓸어내렸다. 기껏 뉴욕경찰청에 쿠-클럭스-클랜 놈들을 꽂아넣었건만. 실패했나.
“뭐, 인사정도는 됐겠지.”
“……왜람되지만, 쿠-클럭스-클랜 놈들은 민주당 계열의 백인우월주의 비밀결사입니다. 왜 공화당 쪽에서 쓰지 않으시는 겁니까?”
“자네말대로 그들은 딕시들이니까.”
잭 모건이 선착장을 걸어가자, 그의 하인들이 쏟아져나와 선착장에 요트를 묶고 뒤처리를 시작했다.
잭 모건은 입에 시가를 물었다.
후우-
“결국 쿠-클럭스-클랜 놈들은 도구일 뿐이야. 자네는 공화당 계열 인사들을 고작 도구로 써먹을 생각인가? 차라리 돈에 환장한 남부 딕시들을 써먹는게 더 싸게 먹히지.”
사람은 돈보다 비싸다.
이건 잭 모건이 인맥을 구축할 때 가지는 일종의 철학이었다. 그 신뢰관계 덕분에 지금의 잭 모건 인맥망이 완성되었다.
“애초에 고작 이걸로 디트로이트 모건을 죽일 생각은 없었네. 뭐, 죽였으면 더 좋겠지만 기대는 하고 있지 않았어.”
“어째서입니까?”
“흔적을 너무 많이 남기면 위험하니까. 디트로이트 모건의 뒤를 캐면서 알아낸 사실인데, 그놈 존 데이비슨 록펠러의 후원을 받고 있더군. 너무 거물이 붙어버렸어.”
“……!!!”
잭 모건의 말에 헨리 데이비슨은 눈을 부릅떴다. 존 데이비슨 록펠러는 현 19세기말 미국에서 최강자 중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거인이었으니까.
잭 모건의 세력을 총동원해서 총력전을 쏟아부어도 이길 수 있을까. 의심할 만큼 거대한 위인이었다.
“그게 정말입니까?”
“뭐, 후원이라 해도 차명이라 디트로이트 본인은 모르고 있는 모양이지만.”
라몬트와 헨리가 멋대로 코카콜라에 대출정지시켜 근신당한 이후, 디트로이트 모건에 대해 알아보려고 조사했었다.
헤지펀드에 들어간 자금흐름 중 록펠러에게 연결된 차명계좌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낸 건 그에게 국세청의 인맥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미 육군 병기국에서 연락은?”
“병기국 본부와 스프링필드 조병창, 칼라일 배럭, 등 저희에게 붙겠다고 연락이 들어왔습니다.”
디트로이트 모건에게 한방 먹은 이후, 잭 모건은 철저하게 디트로이트 모건의 주위를 캐냈다. 그의 행적부터 교우관계. 가족관계나 부하관계. 계좌정보부터 싹다 뒤졌다.
“독일 대사에게서 DWM 로에베 이사가 방미했다는 사실을 들을 수 있어서 참 다행이야.”
이번 암살계획도 핑커톤이 떼거지로 모이면 반드시 뉴욕경찰청의 경호를 받을거라 짐작하고 뉴욕경찰청에 쿠-클럭스-클랜의 요원을 잠입시킨 결과였다.
아쉽게 실패했지만, 워낙에 적이 많은 놈이라 암살자의 배후로 나를 특정지을 증거는 부족할 테니 뒤처리도 깔끔했다.
뭐, 이제부터 암살’따위’에 신경 쓸 시간도 부족해지겠지만.
하하.
“전쟁부와 미 육군 병기국에서 사사건건 DWM을 배제했을 때, 디트로이트의 표정이 어떻게 구겨질까 궁금해지는군. 아주 흥미로워.”
잭 모건은 입꼬리를 씨익 말아올렸다.
“결코 지루하지 않게 해주마. 동생아.”
***
그 시각 뉴욕.
“암살시도? 네놈들이 지금 제정신이야!!!”
쨍그랑-
별장에서 잭 모건이 암중모략을 꾀하고 있을 무렵, 뉴욕경찰청(NYPD)은 한바탕 뒤집어지고 있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