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l Street of the Third Empire RAW novel - Chapter (361)
“신형 폭격기입니다.”
중동 미공군사령부.
아스타라 공군기지로 보고가 올라왔다. 격납고에 새로운 폭격기들이 대거 입고되었다는 소식이었다.
이번 신형 폭격기들은 생산에 수개월이 걸리고 또 서부전선에서 기갑사단이란 넥타이로 됭케르크 포위망을 죌동안 수에즈운하를 통해 수송되었다.
“금속제 단엽기인가? 한대당 폭장량은 물론이고, 엔진성능까지 죽여주겠군.”
“복엽폭격기들과는 차원이 다른 물건입니다. 심지어 실을 폭탄물량까지 대규모로 들여왔으니…..”
“아주 폭격을 퍼부으라고 난리를 치는군.”
합동참모본부의 의사는 명확했다.
서부전선이 개박살나 독일군의 80%가 포위당해 베를린참모본부가 제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동안, 이번 신형폭격기로 목을 죄 아예 실신시켜버리는 명령이었다.
“동부전선과 서부전선이 둘다 터져나가겠군.”
“제가 독일제국이 몰락하는 역사한복판에 서있다는게 체감되지 않습니다.”
“나도 그렇네.”
공군사령관은 담배를 껐다.
신형폭격기들을 들여온이상, 미친듯이 퍼부어야한다. 제일 효과적인 장소에 제일 격렬하게. 물량이 많다고 분산해봤자 동부전선의 넓은 전선에서 무용지물이다.
지정된 폭격지점에 죽어서 뼛가루도 남지않도록 폭격을 쏟아부어여한다.
“근데 이거 시제기 테스트 물량이랍니다.”
“그딴 개소리 믿을사람은 이자리에 없네.”
“그건 그렇습니다.”
농담에도 정도가 있지.
임시격납고를 확충해 쑤셔넣어도 옆구리 미어터지는 물량이다. 심지어 활주로에도 세워놓을 정도로 대량인데 개뿔이 시제기다.
이건 실전은 아니더라도 기본적인 테스트를 마친 엄연한 폭격기들이다.
시제기라고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경전차 따위, 폭격기가 최고지.”
공군사령관은 미간을 찌푸렸다.
이는 그가 미육군 기갑사단의 대활약에 경쟁심을 느끼고 있다는 반증이었다. 어느덧 해군의 위상은 희미해지고 공군과 육군의 경쟁에 불이 붙기 시작했다.
“제군들.”
“예, 사령관님.”
“나 쪽팔리게 만들지 말아달라고.”
치익-
새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까드득-
담배를 아그작아그작 씹다못해 이빨을 갈아버리는 공군사령관의 투지에 공군참모들은 정신을 바짝 차렸다.
꿀꺽 침을 삼켰다.
“우리 공군이 육군에게 밀렸다는 소리가 나온다면….내 기분이 무척 좋지 않을 예정이니까.”
“예…예!”
“우리는 하늘을 날수밖에 없다. 폭격을 쏟아붓거나 항공지원을 하는수밖에 없는 서포터들이다. 우리가 직접 적지의 땅을 밟는 일은 왠만해선 없다. 하지만 말이다.”
콱-
공군사령관은 으스러진 담배가루들을 군홧발로 짓밟았다.
당장 공군은 서포터다.
하지만 그렇다고 점령할 수 있는 곳이 없는것도 아니다. 싫어도 공군의 위상은 점점 높아지고 있었으니까.
“우리에겐 합동참모본부나 국방부, 국가안전보장회의에 올라갈 보고서를 공군의 이름으로 점령하거나, 언론에 흘러갈 기사들을 공군기사로 점령해 버릴 힘을 가지고 있다.”
미공군은 새로운 병과다.
해군항공대출신과 육군항공대출신들이 대부분이지만, 여러차례 폭격을 쏟아붓고 유대감을 형성하면서 공군이라는 별도의 정체성을 확립했다.
이제 공군은 타병과의 하위분류가 아닌 엄연한 하나의 군대였다.
그들을 무시하는건 용서치 않는다.
“내가 육군출신이지만 더이상 육해군 출신성분으로 다투는것은 용서치 않는다. 우리는 공군이다. 하늘을 지배하는 새로운 병과다.”
공군은 공군이다.
이미 육해군에는 별도로 항공대가 설치되었다.
“다 집어치워. 우리들의 영광은 우리들의 손으로 직접 쟁취한다.”
“””예!!!”””
공군사령관은 가슴팍을 쓸었다.
괜히 대장계급이 박힌 견장을 손으로 슥슥 쓸어내렸다. 공군사령관은 이번일로 대장계급으로 진급했다. 이제 미공군에도 대장이 생겼다.
목표는 불가능하다한들 원수까지 쟁취하고 싶었다.
‘공군을 육해군으로부터 독립적인 조직으로 때어내야한다.’
서부전선을 지배하는 육군.
동부전선을 지배하는 공군.
미국본토에서 이 사실을 반박할 사람은 해군밖에 없었다.
하지만 원수계급은 육해군에만 존재한다.
공군사령관은 미군임에도 이 사실을 참을 수 없었다.
“다음 목표지는 어디지?”
“독일 제8군이 주둔해있는 프로이센입니다.”
프로이센.
동프로이센과 서프로이센으로 나뉘어진 융커들의 본진. 독일제국의 심장부를 향해 눈을 치켜떴다.
“동프로이센이 핵심이군.”
“대부분 동부전선 독일 제8군 본대와 러시아 북서집단군이 동프로이센에서 정면으로 격돌하고 있습니다.”
독재정치의 본산.
프로이센을 몰락시키면 융커들의 기반이 날아간다. 그것은 자유주의의 횃불로서 아주 바람직한 지향점이었다.
“서프로이센은 아직 안전지대라 이건가.”
“예?”
다른 공군참모들이 고개를 퍼뜩 들었다.
다들 동프로이센을 어떻게 폭격할까 생각하고있었는데, 그들의 상관인 공군사령관은 완전히 다른 시점에서 지도를 읽고 있었다.
서프로이센이라.
공군사령관은 입꼬리를 비틀었다.
“현재 연합상륙군이 크림반도로 상륙해 우크라이나를 다 밀어버렸다고 들었네. 하지만 러시아제국 남서집단군은 이미 괴멸한 상태라지?”
독일제국 제9군.
지금은 미공군에게 괴멸한 제9군의 저력은 무시무시했다. 러시아제국의 남서집단군은 이미 걸레짝처럼 찢어지고 늘어져 완전한 누더기가 되어있었다.
독일제9군이 방어대만 남기고 아제르바이잔까지 본대를 밀고들어간 이유가 있었다.
“오헝제국군과 제9군세력의 잔당들이 북상하고 있는 연합상륙군을 어떻게든 방어하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연합상륙군의 구성비율은?”
“미군 40%, 러시아군 25%, 프랑스군 10%, 영국군 25%입니다.”
“아, 팔레스타인 방면군인가.”
영국군비율이 높은 이유가 있었다.
가까운 지점인 팔레스타인지방을 평정한 영국군이 합류한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 인도제국군이었다.
“즉, 독일제8군은 동쪽에서 밀고들어오는 러시아제국 북서집단군과 남쪽에서 치고올라오는 연합상륙군을 다 상대해야한다는 말이군?”
“예.”
동쪽에서는 러시아제국군.
아래에서는 연합상륙군.
독일군들에게 더이상 퇴로가 없는 결사항전의 마지막 투혼장소였다.
아니, 그렇게 생각하겠지만 아니었다.
“최고로군.”
공군사령관은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독일제8군이 뒤집어지는 모습을 상상하자 절로 미소가 세어나왔다.
“우리들의 목적은 서프로이센이다.”
“동프로이센이 아닙니까?”
“그래.”
공군사령관은 탁탁 독일지도를 손가락으로 짚었다.
“서프로이센을 공동으로 만들어 연합상륙군이 독일제8군 후방을 칠수 있도록 도운다.”
“하지만 그러면 육군이…..”
공군참모들은 눈썹울 찌푸렸다.
연합상륙군의 대부분은 육군병과였고 나머지가 해병대였다. 하지만 공군사령관에겐 노림수가 있었다.
“미육군이 밉다고 전쟁에서 제일빨리 승리할 수 있는 루트를 버리는것도 미련한 짓이다.”
“하지만 그렇게되면 스포트라이트를 육군이 가져가게 됩니다.”
“음. 다들 뭔가 착각을 하고있는군.”
공군사령관은 어깨를 으쓱했다.
지금 이곳 공군회의실의 누구보다도 전과에 열을 올리는 사람은 원수가 코앞인 공군대장 자신이었다.
그런 공군사령관이 아무런 메리트도 없는 짓거릴 벌일리가 없지 않은가.
“베를린이다.”
“예?”
“서프로이센 바로옆이 베를린이라고.”
“……!!!”
깨달았다.
공군사령관이 무엇을 꾸미고 있는지.
공군참모들의 모공에서 솜털이 삐죽 솟아올랐다.
“실수로 베를린에 몇발 떨어뜨린다고 문책하는 놈들은 없겠지.”
몇발.
대체 실수로 몇발이나 떨어지게 될까.
가뜩이나 높아진 폭장량을 자랑하는 신형폭격기들이다. 공군참모들 중 누가봐도 이번 폭격지점은 서프로이센 따위가 아니었다.
베를린.
현 공군사령관은 베를린 대공습을 노리고 있었다. 그는 육군의 베를린레이스를 모르고 있었지만, 가능한 빨리 베를린을 점령해야한다는 사실만큼은 잘 알고 있었다.
“육군이 베를린을 치기전에 우리가 먼저 제공권을 선점한다.”
재공권없는 군대따위.
이미 제공권을 빼앗긴 시점에서 그곳은 우리들의 점령지나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연합상륙군은 독일제8군 포위망에 온신경이 팔려 베를린쪽을 보지도 못하리라.
연함상륙군들에겐 독일제8군을 제압하는게 먼저였으니까.
“베를린 상공에서 성조기나 대량으로 뿌려보자고.”
씨익-
공군사령관은 육군을 엿맥일 생각에 입꼬리가 파르르 떨려왔다.
너무 즐겁다.
***
“…..라는 보고입니다.”
미국재무부.
미군내 재무부정보국의 뿌리는 상당히 깊게 자리잡고 있었다.
“이야, 공군사령부가 이를 꽉 깨물었네.”
“사실, 신설된지 얼마안된 공군사령부의 사령관으로 대장이 보임되었다는 사실부터가 대단한 성과입니다만, 아무래도 공군만 원수계급이 없어서 초조한 모양입니다.”
“그럴만하지.”
재무부정보국의 협력자들.
애초에 중동 공군사령부는 해군항공대와 육군항공대가 합쳐진 결과물이고, 해군쪽에는 원래부터 재무부정보국의 협력자들이 많았다.
육군은 몰라도 해군은 재무부와 뗄래야 뗄 수 없는 사이였으니까.
“동부전선을 지배하는건 공군이지만, 막상 원수계급은 육군에게로 돌아갔으니까.”
“어쩔 수 없습니다. 공군사령관은 당시 중장이었으니까요. 퍼싱사령관은 대장이었습니다.”
한계급씩 올라간 결과물이다.
하지만 뒤쳐지는건 사실이지 않나. 원래 조직에서 제일 중요한건 과정이 아니라 결과물이다.
아름다운 과정따위.
그에 걸맞는 성과가 없으면 아무리 자랑해도 공허한 외침일 뿐이니까.
“뭐, 경쟁심은 이성적으로 따질 영역은 아니지.”
“그렇긴 합니다.”
“국방부는 어떻게 평가하고 있지? 군정보는 우리보다 CIA가 훨씬 고도화되어있다. 벌써 CIA에게 정보를 받았을거야.”
이번에 신설된 CIA의 전신은 군정보국과 국무부정보국이다. 재무부정보국은 독립조직으로 떼어져있었다.
군정보는 우리보다 CIA가 훨씬 빠르고 정확하고 세밀하다.
“예, 안그래도 국방부에게 의견을 받아왔습니다. 아무래도 국방부는 흥미로워하는 분위기같습니다.”
그럴만도 하지.
공군과 육군이 경쟁해서 나쁠건 없었다.
속도전에 불을 붙이려면 경쟁심만한게 없었으니까.
“공군과 육군의 베를린레이스인가.”
“아무래도 육군이 불리하지 않겠습니까?”
“글쎄.”
나는 지도를 툭툭 가리켰다.
제임스와 정보국장의 눈빛이 지도를 향했다.
“미육군 제4기갑사단의 경전차 기갑연대들은 이미 라인란트를 통과하고 있어. 하지만 공군사령부는 이제야 신형 폭격기들을 받았다.”
“아….바로 날릴수는 없겠군요.”
두명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딜레이가 생기지. 게다가 서프로이센에도 폭격을 해야하는 이상, 베를린에 온전히 집중할수도 없어. 비행실력과 항속거리가 문제다.”
“잘못해서 베를린에서 폭격을 실패했다간….”
실패는 죽음뿐.
물리적인 죽음이 아닌 정신적인 죽음이었다.
공군의 명예와 위상의 추락이다.
“공군얼굴에 제대로 먹칠하겠지.”
아슬아슬한 줄타기.
공군사령부도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출격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서류철을 덮어 책상에 던졌다.
“뭐, 우린 재무부다. 전문적인 영역은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라는 전문가들에게 맡겨놓자고. 알아서 잘하겠지.”
“예.”
하지만 그렇다고 지금까지 얘기한 공군사령부의 얘기가 무의미한건 아니다. 이건 재무부에게 있어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정보였다.
“러시아제국에게 무기를 팔아치우지 않을 명분이 생겼어.”
표트르 스톨리핀 재무장관.
그가 전쟁을 주도하는 러시아제국에게 무기를 팔아치우는건 최대한 미루고 싶었다.
‘기술약탈자놈들.’
물론 러시아제국에 공군은 필요하다.
하지만 말이다.
나는 너무나도 잘알고 있었다. 그들이 대전쟁을 명분으로 복엽폭격기를 대량으로 매입하려는 음습한 의도를 말이다.
기술약탈이다.
이들에게 기술을 티끌만큼이라도 유출하는건 최대한 미루고 싶었다.
“공군사령부가 이런 대규모작전을 준비하는데, 하나라도 더 긁어모아야할 상황에서 복엽폭격기를 러시아제국에게 넘겨줄 순 없지.”
씨익.
나는 미소를 지었다.
“못준다고 전해. 자세한건 기밀이라고 잡아떼버리고. 어차피 몇주뒤엔 싫어도 알게될테니.”
당근과 채찍.
당근은 무조건 던져줘야한다.
하지만 자신의 콩팥을 당근으로 던져주는 미친놈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나는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전쟁이 끝날때까지 질질 끌고, 주러미군에 대해 검토해봐야겠어. 그놈들에게 항공기술들을 최대한 숨겨야한다.”
항공기술.
냉전시대의 우주항공기술처럼 이미 미국에게 항공기술은 패권의 상징이었다.
이것만큼은 절대로 넘겨줄 수 없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