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l Street of the Third Empire RAW novel - Chapter (52)
월스트리트 23번지.
JP모건은행 본사.
“오늘 회의에서 잭이 어떻게 될까요.”
“절대 좋은 꼴은 못 보겠지.”
잭 모건은 JP모건은행과 전쟁부 사이를 쑥대밭으로 만든 장본인이다. 이번 일을 잘 덮는다 해도, 앞으로 JP모건은행은 전쟁부와의 계약이 전부 불발날 가능성이 높다.
[ 상원청문회까지 D-3. 전쟁부 카르텔의 어둠은 얼마나 깊은가. ]-월스트리트저널.
곧 개최될 상원청문회엔 전쟁부 고위급인사들이 줄줄이 소환된다. 쏟아지는 질타에 전쟁부인사들이 갈려나가면, 당분간 그들은 JP모건은행의 이름만 들어도 학을 뗄 것이다.
“어지간히 돈을 좋아하는 인간이 아니라면 당분간 전쟁부에 연줄이 닿을 일은 없을걸? 잠잠해지면 모를까.”
“그 전쟁부도 지금 공중분해될 위기이죠.”
그러니 중요한건 오늘의 회의다.
잭 모건의 처우가 결정되는 회의인 만큼, 모건회장의 의중을 알아낼 필요가 있었다.
“그나저나 성을 갈아버린다라……”
저벅-
나는 로비를 지나 임원회의실 쪽으로 걸어갔다.
회의실 내부엔 인기척들이 느껴졌다. 우리가 제일 늦게 들어온 모양인데.
“일단 회의실로 들어가지.”
“예.”
문을 열고 회의실로 들어가자 내부는 생각보다 한산했다. 분명 인원수에 맞게 배치된 회의실 의자들일텐데 1/4이 비어있었다.
그리고 잭 모건의 모습도 없었고.
‘한 10분 뒤에 회의가 시작할 텐데, 잭은 어디 있지?’
내가 의아한 표정을 짓자.
상석에 무표정으로 앉아있던 모건회장이 나를 돌아봤다.
“어, 왔는가.”
“안녕하셨습니까.”
“그래. 지정된 좌석에 앉지.”
“예. 그런데···”
“음?”
“잭 모건이 보이지 않습니다만 혹시 그는 나중에 참석할 예정입니까?”
치익-
그는 입에 물고 있던 시가를 끄며 무덤덤한 어조로 나를 대했다. 마치 휴가라도 나온듯한 그 평탄한 어조는 위화감이 들었다.
의외로 화나지 않아 보였….
“잭 모건? 그게 누구지?”
…..엄청 화나있었다.
설마. 한산한 회의실의 진실을 깨달은 나는 빠르게 회의실 내부를 훑어보았다.
없다.
잭 모건뿐 아니라 잭 모건의 측근들까지 싹 다 공석이었다.
회의실에 참석한 나머지 임원들도 얼굴이 새하얘진 채, 숨을 죽이며 긴장하고 있었다.
동시에, 모건회장의 옆에는 처음 보는 임원도 앉아있었다.
분명 JP모건은행의 인사조직도는 다 외웠는데 저자는 누굴까.
“자리에 앉게. 회의 시작하지. 잭 트레이시에 대한 안건부터 다뤄보자고.”
일순 회의실이 얼어붙었다.
트레이시는 잭 모건의 어머니 쪽 성. 설마설마 했지만 모건회장은 진심으로 성을 갈아버릴 생각이었다.
“법무팀은 잭 모건과 전쟁부가 맺은 모든 계약서 서류에서 모건의 성 대신 트레이시 성으로 갱신했나?”
“예, 전쟁부 내부가 혼란스러워 쉽게 진행되었습니다. 물론 갱신되기 전 원본은 다 불태웠습니다.”
“좋아.”
불태웠다?
그러고보니 얼마 전에 시민들의 테러로 전쟁부 청사에 불이 났었지. 그때 전소되었다고 둘러댄다면 명분으론 충분하긴 하다.
아직 아날로그의 시대. 원본 종이만 불태운다면 증거는 남지 않았으니까.
“연방정부의 법무장관과는 딜을 쳤네. 잭 트레이시의 형사처벌은 국적박탈로 마무리하기로 합의했고, 검찰에게도 로비를 걸고 있으니 아마 그 선에서 끝나겠지.”
‘국적박탈?’
예전에 그런 소문을 들은 적이 있다. 모건회장이 냉혈한에 비즈니스맨처럼 보여도 사실은 혈육에 약한 사람이라고.
하긴 나도 사생아임에도 여기까지 기회를 받을 수 있었던 건 그 영향도 있었다.
성을 갈아버린다.
그러나 잘 생각해봐야한다.
소고기스캔들이 뜨거운 지금은 모건의 성을 갈아버림으로서 JP모건은행과의 연을 끊는다손 치더라도, 스캔들이 잠잠해지면 다시 슥 부를지도 모르는 일이다.
잭 모건이 사형당하면 상관없겠지만, 모건회장이 과연 그 지경까지 가는 일을 만들까?
적어도 나는 여기서 끝낼 생각이 없었다.
“잭 트레이시는 앞으로 모든 JP모건은행의 업무에서 배제되네.”
없었지만.
지금은 다물고 있었다.
그의 심기를 건드리기 전에 우선 받아내야할 보상이 있었으니까.
잭 모건을 찍어냈으니 고작 기관총 수입만 가져오기엔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
잭 모건, 아니 잭 트레이시를 담구는건 그 이후다.
나는 입을 열었다.
“모건회장님. 그렇게 되면 기존에 잭 트레이시가 담당하던 사업부가 붕 뜨게 되지 않습니까? 새로운 담당자가 필요해보입니다.”
내가 화두를 던지자, 회의실의 공기가 바뀌었다. 임원들은 눈에서 레이저가 나올 기세로 나를 뜨거운 눈으로 쳐다보기 시작했다.
“음. 옳은 말이군. 그에 더해 이번에 계약해지된 임원들의 자리도 공석이 되어버렸지. 하루빨리 메꿀 필요가 있군.”
왕좌의 교체.
JP모건은행의 키맨이 바뀌는 순간이었고, 내가 담당하게 될 사업부는 모건회장의 집중을 받을 수 있었으니.
임원들은 눈으로 열심히 구애하기 시작했다.
“크흠.”
물론, 내 의중을 처음부터 알고 있던 그레이트노던철도의 힐 이사는 어깨를 으쓱였지만.
아마 그는 알고 있을 것이다.
검은 수요일의 비밀회동에서 내가 모건회장에게 요구했던 보상을 말이다.
꾸욱-
나는 입매를 매만졌다. 웃고 싶은데, 웃으면 안 된다.
“이번에 계약해지 된 임원들의 공석은 광범위하게 걸쳐있네. 이 중 하나를 누군가가 맡아주면 좋겠군.”
“제가 맡겠습니다.”
나는 손을 들었다.
모건회장은 내 모습을 뚫어지게 응시하더니 무거운 한마디를 내뱉었다.
“네가?”
“대신 가장 자신있는 사업부를 선택하겠습니다.”
“디트로이트. 임원의 책임감은 어깨가 무겁네. 물론 바로 책임자의 자리에 앉히진 않겠지만 그에 상응하는 성과를 들고와야하지. 성과가 안나오면 그 누가 임원이든 계약해지를 통보받고 커리어에 감출 수 없는 스크래치가 나지. 그런데도 자신있나?”
나는 눈에 불을 켜고 모건회장과 눈을 마주쳤다.
우리 사이엔 잠시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네. 자신있습니다.”
“……좋아. 목록을 불러주지.”
모건회장의 입에서 굵직굵직한 사업부의 이름들이 줄줄이 흘러나왔다.
철강사업. FEDERAL STEEL.
철도사업. BNSF. GREAT NORTHERN.
전신사업. AT&T
화학사업. DUPONT
전기사업. G.E.
해운사업. INC.
아, 참고로 맨 밑에 있는 INC는 훗날 대규모 해운트러스트인 IMM의 일부가 된다.
그리고.
RMS 타이타닉호를 운용하던 해운사였다.
1500명의 사망자를 낸 사고를 터뜨린 해운 트러스트가 살아남을 수 있겠는가?
당연히 제외다.
‘……타이타닉호의 대책도 좀 생각을 해놔야겠군.’
뭐, 로이드보험과 계약할 선박이니 어떻게든 되겠지. 나는 머리를 털었다.
지금은 그게 중요한게 아니었다.
‘지금 시점엔 이것밖에 없지.’
US 스틸.
모건회장이 카네기철강을 흡수해 미국 철강산업을 독점하는 20세기 초 최강의 트러스트이자, 뉴욕증시 최초로 10억 달러 이상의 시가총액을 돌파한 거성.
철강이 들어가는 모든 산업에서 US 스틸은 압도적인 갑의 위치에 오른다.
그 덩치 탓에 반독점법의 철퇴까지도 피할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아직 모건회장이 카네기철강을 받아내기 전이었고, 페더럴 철강만을 가지고 있었다.
“철강사업. 페더럴 철강의 이사직을 맡겠습니다. 대신.”
이사직 자체는 부사장급을 요구했었지만.
검은 수요일의 회동 이후. 모건회장에게 거절당했었다.
다른 보상을 요구하라고.
“이사회를 통해 의결권의 전권을 원합니다.”
“···!!!”
그러나 이렇게 판이 깔린 이상 상황이 변화했다. 무엇보다, 모건회장도 다른 수가 없을 것이기에. 나는 이 기회에 페더럴 철강에서 뽕을 뽑을 생각이었다.
“비토(거부)권은 보장해주겠죠?”
그때, 임원들 중 하나가 손을 번쩍 들더니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앨버트 개리.
페더럴 철강의 현 회장이자, JP모건은행의 자금지원을 받은 철강의 거인.
그는 내가 의결권을 받아도 상관없어하는 것 같았다. 사실, 이사직과 전권만 요구했을 뿐. 그의 직책과 직위를 가져가지 않았으니 그렇겠지만.
“디트로이트 이사님의 명성은 익히 들었습니다. 철도이사들이 제 귀에 피가나도록 칭찬을 하더군요. 이정도면 전임인 잭 트레이시는 능가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비토권을 보장해주셨으면 좋겠군요. 이건 경영상 필요한 문제입니다.”
“당연히 비토권은 보장합니다.”
내가 원하는 건 페더럴 철강의 힘이지 운영이 아니다.
애초에 나는 투자자라고.
기업운영은 앨버트 개리같은 전문가들에게 맡기는게 편하다.
‘단지 앞으로의 세계에서 철강만큼 잘 나갈 회사를 찾기도 어려우니 투자를 하는 거지.’
당장 건함경쟁으로 드레드노트급 전함들부터 구축함, 순양함, 어뢰정, 잠수함 등 군함들을 쏟아낼 텐데 철강은 막강한 위치에 있었다.
부설될 철도들도 전세계에 널려있었고.
회의실 내 다른 임원들이 안타까움이 가득한 한숨을 내쉴 동안.
앨버트 개리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협상할 줄 아는군. 그렇다면 저는 찬성합니다.”
흔쾌한 허락에 임원들 사이로 술렁임이 번졌다.
현 페더럴 철강의 1인자가 인가를 내렸다. 모건회장도 긍정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 저번에 거절했던 제안이었지.”
“기억합니다.”
회장은 아무렇지 않게 입을 열었다. 그 뒤에 나올 말을 짐작하며, 나는 마른 침을 삼켰다.
“카네기 철강과 배들레헴 철강의 위세를 견뎌내야할텐데, 자신 있나?”
모건회장이 경쟁사들의 이름으로 나를 위협하자 나는 픽 웃고 말았다.
자신?
넘쳐흘렀다.
만에 하나. 내가 조진다손 치더라도, 내게는 철강업계의 치트키가 있었으니까.
“네, 실적으로 증명하겠습니다.”
순간 내 말에 회장이 씨익 웃음을 지은 것 같은데, 금새 포커페이스로 돌아왔다.
“페더럴철강의 의결권을 위임해주지. 그동안에도 디트로이트 모건은 실적으로 증명해냈으니.”
“감사합니다.”
드디어 원하는 걸 얻었다.
***
“비켜라!!! 나는 JP모건은행의 이사자격으로 임원회의에 참석할 자격이 있다!!!”
한 차례의 오만한 고함이 회의실을 찢었다.
촤락-
블라인더를 올렸다.
본사 1층에 한 인영이 발악을 하며 입구의 가드들에게 달려들고 있었다.
“네놈들이 지금 누굴 막고 있는지 알기나 하나!!! 보안 책임자 불러!!! 부르라고!!!”
잭 모건이었다.
그는 처절한 고함을 지르며 악착같이 JP모건은행 본사로 들어오기 위해 발악했다.
하지만 그는 이미 제명되었고.
임원회의에 참석할 권한이 없었다.
“분명 가택연금을 시켜놨는데. 나중에 가드들에게 한소리 해야겠군.”
모건회장은 손가락을 까딱했다.
“치워.”
“예.”
그의 지시에 비서들이 바쁘게 회의실을 나갔고.
수분 뒤.
절규는 멎었다.
“…..”
그때 나는 보았다.
모건회장의 옆에 앉아있는 의문의 이사.
아까부터 누구인지 신경쓰였는데, 끌려나가는 잭 모건을 보며 입꼬리가 슬쩍 올라가는 모습을 캐치했다.
그는 자그맣게 혼잣말했다.
“저자인가. 비참하군”
“…..!!!”
등골을 스치며 소름이 돋았다.
저 특유의 악센트는 분명 영국식 영어다. 그리고 모건회장의 옆에 배치된 의석.
‘설마……’
넘겨짚은 걸지도 모르지만.
만약 그가 내가 생각한 대로의 인물이라면, 터무니없는 거물이 끼어든 셈.
…….로스차일드(Rothschild).
그렇군.
역시 모건회장은 잭 모건을 이대로 버릴 생각이 없었다.
적어도 목숨은 살리기 위해 영국국적의 조커를 뽑아든 것이다.
눈빛을 가라앉혔다.
나는 모건회장과는 달리, 잭 모건을 살려둘 생각이 죽어도 없었다.
저들이 잭 모건을 미국에서 빼내기 전에 승부를 봐야한다.
물리적으로든.
사회적으로든.
“……하하.”
하지만 모건회장은 이미 한발자국 늦었다.
내가 안배한 길로틴은 이미 잭 모건의 숨통을 끊기 위해 그의 목으로 떨어지고 있었으니까.
나는 차근차근 쌓아서 얻은 이 기회를 허투루 날릴 생각이 없단 말이지.
그러니 갈 때 가더라도…..
목은 내놓고 가라.
***
그 시각 전쟁부.
찰칵- 찰칵-
거대한 인파가 전쟁부 청사 앞으로 몰려들었다. 오늘은 그간 미국의 시민들이 기다려왔던 공식집계가 발표되는 날이었다.
쿠바원정군의 대패와 철수작전.
대략 4만명의 사상자가 나왔다는 비공식 집계만 무성하게 돌아다니고 있을 뿐이었다.
[ 우리 아들을 살려내라!!! ] [ 적은 내부에 있었다!!! ] [ 전쟁부는 진실을 밝혀라!!! ]성난 수천 명의 군중들은 저마다 하나씩 피켓을 들고 울부짖었다.
그런 군중들의 분노를 막기 위해, 육군의 부대들이 저지선을 구축하고 전쟁부의 고위급 인사들을 보호했다.
저벅- 저벅-
반 쯤 폐허가 된 전쟁부 청사.
그 앞엔 공병들이 임시로 가설한 연설강단이 세워져있었고, 긴 계단이 강단 뒤로 내려와 있었다.
전쟁부장관.
러셀 알렉산더 엘저는 무거운 발걸음을 이끌고 계단을 올라갔다.
“……”
그의 손은 식은땀으로 축축했고, 미리 작성한 연설문은 땀으로 흥건해져 잉크가 뚝뚝 떨어져내렸다.
위이잉-
귓가에 이명이 들린다.
너무 긴장한 나머지, 그의 땀방울엔 피가 섞여 흐르기 시작했다.
안색은 하얗게 죽었고, 걸음걸이는 마치 시체가 계단을 오르는 듯했다.
저벅-
마침내 엘저장관은 연단에 섰다.
웅성거림이 멎어들었다.
스읍…..
그가 심호흡을 하자.
모두가 숨을 죽였다.
“저는…..”
하지만 그의 입에서 나온 첫마디는 공식집계가 아닌 한 편의 고해성사였다.
전쟁부와 연루된 사탄들을 길동무로 해 모조리 나락으로 끌어내릴 엘저장관 최후의 발악이었다.
“저는 죄인입니다.”
엘저장관은 깊이 고개를 숙였다.
그렇게 숙청의 피바람을 부를 핏빛 신호탄이 미국의 창공 위로 쏘아졌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