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ndering Warrior of Wudang RAW novel - Chapter 219
219화
“뭐, 뭐지?”
별안간 귓가를 때리는 파공성에 며칠간이나 종남산을 포위한 채 경계하던 개방의 서안분타주 호현개가 고개를 쳐들었다.
쐐애액!
공기를 찢어 놓으며 쏘아져 오는 무언가가 있다.
그것도 엄청난 기운을 가진.
“이, 이런! 저, 적이다! 대응할 준비를…….”
주변의 무인들을 향한 외침이 채 다 끝나기도 전에 앞쪽 멀찍이 착지하더니, 곧장 이쪽을 향해 내달리는 검은 물체.
“젠장!”
호현개는 입술을 질끈 물었다.
낭패다.
주위의 도움을 구할 틈도 없었다. 다가오는 속도가 너무 빨라 얼굴조차도 확인할 수 없는, 더군다나 가진 기운이 자신들을 까마득히 앞서는 저자가 만약 종남을 빠져나온 세작이라면?
간이로 만든 천라지망은 별 효력도 없이 뚫리게 된다.
막아야만 했다.
한데 어떻게?
설마 양소방과 진무조차 막지 못할 정도의 고수란 말인가?
호현개는 얼마 되지 않은 찰나에 자신이 끌어 올릴 수 있는 최대치의 내공을 뽑아내었다.
목숨을 걸고서라도 막아야 한다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압!”
재빨리 허리춤에 꽂혀 있던 타구봉을 빼 들어 달려드는 개를 쳐 낸다는 봉도타견(棒挑打犬)의 초식을 펼치려는 순간.
턱, 쑥.
타구봉이 미처 다 뽑혀 나오기도 전에 상대의 손이 그의 손목을 잡아 눌렀다.
“이, 이런!”
대경한 호현개가 다음 수를 생각하지 못하고 당황하는데.
“호현개 님!”
“……?”
익숙한 목소리가 귓가를 때린다. 그리고 그의 시야에 선명히 들어오는 얼굴.
“진무…… 도장?”
“오랜만입니다.”
“예!”
진무의 얼굴을 확인한 호현개의 표정이 환하게 밝아졌다.
스스로 가시밭길을 걷는다던 무당의 도사, 마음속의 영웅. 그를 다시 보니 어찌나 반가운지.
더욱이 그의 노력이 만들어 낸 성과를 이미 들은 뒤였다.
갑무반의 무인을 구하고 서안부 관리들의 비리를 밝히고, 이번에는 종남의 세작까지.
나이가 무에 중요하단 말인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한데 무당지검께서 어찌? 비흔 어른은 어쩌시고?”
“말하자면 깁니다. 지금은 시간이 없으니 호현개 님께서 저를 도와주셔야겠습니다.”
“제가요?”
“예.”
진무의 대답에 호현개가 활짝 웃었다.
“어떤 일입니까? 성심을 다해 돕겠습니다!”
“…….”
뭐지, 이 부담스러울 정도로 과한 반응은?
사실 호현개는 서안에서 진무를 만난 이후 휘하의 방도들에게 시간 날 때마다 자랑을 한 터였다.
내가 그 대단한 사람을 자-알 안다고. 친하다고.
그 와중에 그 대단한 인물이 자신을 알아보는 것은 물론, 도와 달라며 부탁씩이나 하지 않는가?
그것도 휘하의 방도들이 지켜보고 있는 자리에서.
과하게 얼떨떨한 호현개의 반응에 진무는 차라리 잘되었다고 생각했다.
혹시나 말을 듣지 않으면 협전이라도 꺼내 들 생각이었는데.
“혹, 종남산을 내려온 자들이 없었습니까?”
“예? 이쪽으로 온 것은 무당지검께서 처음인데……요?”
“다른 곳은 어떻습니까?”
“그, 글쎄요. 딱히 적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은 없었는데…….”
“하면 지금 즉시 천라지망 전체를 확인해 주십시오. 종남산을 벗어난 이들이 있을 겁니다.”
“지금요?”
“예.”
무엇 때문인지 의아하기는 했으나, 자신의 영웅인 진무의 부탁인데 뭐든 못 들어줄까?
최선을 다해, 최대한 빠르게 답을 줄 것이다.
“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속히 알아보겠습니다.”
호현개가 급히 대답하고 휘하의 방도들에게 연락을 취하게 했다.
그사이.
“지금 종남산 인근에 펼쳐진 천라지망에는 화산의 검수 일백, 개방도 이백, 기타 중소 방파 무인 이백이 조를 짜 이중으로 포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연락이 올 때까지 뭐라도 말해야 할 것 같은 기분에 휩싸인 호현개가 천라지망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동원된 인원이 모두 오백.
간이라고 하더니 많이도 모았다.
하지만 안심할 순 없다.
세작질을 하는 놈들이다. 그리고 오경이라는 놈이 서안부의 조장이라 했으니 종남에 숨어든 놈은 그 윗자리일 것이고, 그렇다면 제법 뛰어난 은신술을 가지고 있을 터였다.
하지만 목춘과 함께 종남을 내려간 인원은 모두 다섯.
모두의 무공이 똑같이 강하지는 않을 것이니 쉽사리 빠져나가지 못했을 것이고, 어딘가에 반드시 흔적을 남겼을 것이다.
“에, 또…….”
연락이 오기 전까지 신이 나서 주저리주저리 설명하는 호현개.
아, 뭔 별 쓸모도 없는 내용 가지고 설명이 이렇게 길어.
그만해라. 침 튄다.
와중에 주위 둘러보면서 어깨는 왜 자꾸 으쓱거리는 거야, 대체?
그의 설명이 귀찮아지기 시작할 무렵.
“분타주님!”
개방도 하나가 소식을 알렸다.
“종남산 북쪽 지역에 출입자가 있었습니다. 이름은 목춘, 종남파의 대숙수이며…….”
찾았다, 이 세작 새끼!
“언제 빠져나갔습니까?”
진무가 호현개를 제치고 묻자 개방도가 말하다 말고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예?”
언제냐고, 이 새끼야. 사람 말 못 알아들어?
진무가 무섭게 눈을 부라리자.
“그, 일각쯤…….”
“일각, 북쪽이란 말이죠?”
“……예. 그런데 그건 어찌?”
일각, 충분하다. 멀리 못 갔다.
아마도 천라지망이 펼쳐진 것을 보고 이쪽저쪽을 살피느라 시간을 버렸겠지.
양소방이 직접 지시를 내렸을 테니 감히 몰래 빠져나갈 생각도 하지 못했을 것이고.
진무의 입가에 스산한 미소가 떠오른다.
“호현개 님!”
“예!”
“속히 연락을 보내시오. 놈들을 무조건 잡아야 합니다.”
“……대숙수를요?”
“…….”
대숙수겠냐?
내가 이 난리를 치고 있으면 눈치라도 좀 채라.
“그는 종남에 잠입해 있던 세작들의 수좌입니다!”
“……!”
말을 마치자마자 북쪽을 향해 달리는 진무의 모습에 멍하니 있던 호현개의 눈이 왕방울만 하게 커졌다.
“연락을 보내라! 서둘러!”
호현개가 급히 휘하에 외치고 진무의 뒤를 따랐지만, 그 짧은 사이에 모습조차 보이지 않았다.
“허, 정말 빠르네……. 저걸 어떻게 쫓아가?”
* * *
진무가 종남산 북쪽 끝자락에 도착했을 때, 이미 호현개의 연락이 당도했음인지 북쪽에 구성되었던 천라지망에 변화가 생겼다.
연락을 받은 개방의 추적자들이 대숙수 목춘을 쫓아 움직인 것이다.
추적자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낸 진무는 수좌를 맡은 개방도 신행개에게 물었다.
“어찌 되었습니까?”
“일단 천라지망이 펼쳐진 상태에서 종남산을 나온 인물들이라 방도 하나를 붙여 놓았던 참입니다. 식재료를 사러 내려왔다 하여 그들을 서안부까지 안내했다고 하더군요.”
잘됐다. 방도 하나가 따라갔다면 대놓고 자신들의 무위를 드러내지는 못했을 것이다.
또한, 필시 걸어갔을 테니 일각의 거리가 벌어졌다고 해도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을…….
잠깐, 서안부? 서안부라고?
왜? 이미 서안부의 조장, 오경이라는 놈이 죽었음을 알 터인데?
진무의 미간이 깊게 파였다.
만약 서안부, 그것도 도심 안으로 들어갔다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대부분의 멍청이는 산으로 들어가는 것이 찾기가 더 어렵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도심에 숨어든 놈을 찾는 게 더 어렵다. 사람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제길, 종남 놈들 때문에 시간을 너무 끌었다.
조금만 빨리 움직였어도 세작 놈의 모가지가 내 손에 있었을 것인데.
“신행개 님.”
“……”
진무의 부름에 신행개가 불편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왜요?”
“그냥 신행이라고 불러 주세요.”
“…….”
“어감이 좀…….”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
기껏 도움을 받으려고 ‘님’ 자까지 붙여 줬더니.
“혹시 개방의 무인들을 모두 투입하면 서안부 전체를 포위할 수 있습니까?”
“전체를요?”
“예.”
진무의 부탁에 신행개가 미간을 찌푸린다.
서안부가 작은 마을도 아니고…….
“턱도 없습니다. 수가 너무 부족해요. 관의 도움을 받는다면 모를까.”
“관?”
“예. 지난번 동림전장의 비리로 관과의 협조 체계가 구축되어 있거든요.”
“그럼 됐군요. 지금 즉시 관에 도움을 청해 주십시오.”
“그게…….”
또 뭐?
“정무맹의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그건 안 된다.
전서구가 아무리 빠르다고 해도 정무맹으로 연락이 오가고 관에서 움직이기 시작한다면 최소 하루는 걸릴 것이다.
한시도 지체할 수가 없었다.
연락을 주고받는 사이에 놈들이 모습을 바꾸고 사라지면 놓칠 수밖에 없었다.
좀 더 빠른 방법이…….
“혹시 군부의 도움을 받는다면 어떨까요?”
“군부요?”
“예.”
“그럼 충분하지요. 서안부 인근에 있는 위소의 병력만 해도 오천을 넘으니.”
“그렇군요. 일단 신행……께서는 천라지망을 이룬 무인들을 모조리 서안부로 투입하라 전해 주십시오. 놈들이 빠져나가지 못하게 물샐틈없이 포위해야 합니다. 또한 서안부에서 날아오르는 전서구가 있는지 주의 깊게 감시해 주십시오.”
“…….”
전서구를? 서안부에?
미친 소리 하고 있다.
그걸 어떻게 다 감시하냐며 외치고 싶었지만 지금 진무의 눈빛을 마주하고는 절대로 그리 말할 수 없었다.
“……아, 알겠습니다. 그리하죠. 하면 무당지검께선…….”
신행개가 거취를 물을 틈도 없이 이미 진무는 그 자리를 떠나고 없었다.
순식간에 점으로 화한 그의 뒷모습이…….
“저쪽은 위소가 있는 방향인데? 설마 무당지검께서는 군부를 움직일 방법이라도 있으신 건가? 관과 군부는 다를 터인데…….”
신행개가 고개를 갸웃거리는데, 호현개가 숨을 헐떡거리면서 열심히 뛰어왔다.
“분타주님?”
“헉, 헉, 무당지검께서는? 헉, 헉…….”
“벌써 가셨는데요?”
“그, 그래? 좌우지간 엄청 빠르시네. 뭐라시디?”
“천라지망을 해제해서 서안부를 포위하고, 전서구를 감시하라고…….”
“그래?”
“예.”
“……뭐 하냐?”
“……예?”
“명이 내려졌다며?”
“…….”
“빨리 안 튀어?”
호현개가 미간을 찌푸리고 눈을 희한한 모양으로 부라리며 신행개를 노려보았다.
호현개의 압박과 신행개의 재빠른 노력으로 천라지망의 병력이 빠르게 서안부로 움직이기 시작한 사이, 진무는 서안부 인근의 위소를 방문했다.
휘리릭, 질끈.
복면을 쓰고, 정의의 장사꾼이 정사품 도지휘첨사, 방만평을 다시 찾아온 것이다.
그때 못 받은 나머지 돈 받으러.
돈 대신 부탁 하나를 들어달라는 목적이긴 하지만.
* * *
서안부 뒷골목 주점 거리.
골목의 맨 끝자락에 위치한 오래된 주점, 능향(倰香).
무려 백 년이나 된 곳으로 삼대째 서안부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곳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주인인 왕정락이 도박에 빠진 이후 관리를 하지 않아 손님은커녕 파리도 피해 갈 만큼 낡아 버렸다.
입구라고 불리는 문은 위쪽 경첩이 떨어져서 반쯤 비스듬하게 걸려 있었고, 내부의 탁자는 언제 부서질지 모를 정도로 위태롭게 흔들렸다.
꾸벅꾸벅.
오늘도 투전판에서 한탕 크게 잃은 왕정락이 술에 취해 꾸벅꾸벅 졸던 그때.
끼이익.
“계시오?”
누군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응? 목춘 숙수?”
평소 식재료를 사기 위해 자주 들른 터라 그를 바로 알아본 왕정락이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
“장사 안 하슈?”
“하긴 하는데…… 술 마시려고?”
“퍼뜩 한잔 내오슈.”
“별일이구만. 자네가 술도 마시고.”
손님이 없은 지 한참이나 되었다.
그런 와중에 평소 안면 있는 목춘이 사람들을 끌고 와 술을 마신다는 말에 왕정락의 기분이 좋아졌다.
술값을 받으면 당장이라도 투전판으로 갈 생각이었다.
“선불이네. 술은 닷 전, 안주도 닷 전. 정찰제야. 못 깎아.”
“…….”
눈을 부릅뜨고 힘을 주는 왕정락에게서 흥정 따위는 하지 않겠다는 굳은 의지가 느껴졌다.
짤랑.
탁자에 철전이 놓이자 왕정락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진다.
“이 사람, 그리 구두쇠같이 물건값을 깎더니.”
철전을 쓸어 담은 왕정락이 누런 이를 드러내며 싱글벙글 웃자.
“혹, 방 있소?”
“방?”
의아하다.
종남산이 지척인데 목춘이 방을 찾는 것이 이상했다.
하지만 그 또한 자신에게는 소중한 도박 밑천이 아니던가?
“며칠이나 머물게?”
“한 이틀쯤 머물 생각이오만.”
“인당 십 전이네.”
“…….”
“……정찰…….”
짤랑.
“아이구, 고맙네. 고마워!”
왕정락이 입을 함지박만 하게 벌리며 빠르게 철전을 챙긴다.
“요기, 뒷문으로 나가시면 방이 있네. 허름하기는 해도 값은 충분히 할 게야.”
“고맙소.”
눈빛이 탐욕으로 물든 왕정락을 향해 싱긋 웃어 준 목춘이 품에서 작은 소도를 꺼냈다.
“응? 칼은 왜?”
“…….”
왕정락의 질문에 답을 내놓는 대신 사악하게 변하는 목춘의 표정.
“이, 이보게. 어, 어째서?”
불안감을 느낀 왕정락이 급히 뒷걸음을 치는데.
스슷!
짧은 파공성과 함께 목춘의 소도가 대기를 가른다.
푸학!
핏물이 터져 나오고 불신을 가득히 머금은 눈빛으로 왕정락의 몸이 쓰러졌다.
“철전 육십 개. 네놈 목숨값으로는 충분할 게다.”
목춘이 소도에 묻은 피를 닦아 내며 왕정락의 시신을 바라봤다.
“괜찮을까요?”
수하의 물음에 목춘이 고개를 끄덕였다.
왕정락, 그는 파락호이자 잘 알려진 투전판의 호구였다.
더군다나 술만 먹으면 행패를 부리는 탓에 마누라는 일찌감치 도망갔고, 이제는 사람들의 관심에서조차 벗어난 인물.
갑자기 사라진다고 해도 누구 하나 관심을 가지지 않을 터였다.
다만 입이 가벼운 그를 살려 두는 것은 좋지 않았다. 술 처먹고 자신들에 대해 발설할 수 있으니.
“치워라.”
“예.”
목춘의 명령에 바닥에 떨어진 핏자국과 함께 그의 시체가 순식간에 처리된 뒤.
쪼르륵.
조금 전 살인이 일어난 적막한 분위기 속에서 술과 함께 은밀한 목소리가 오간다.
“인근 위소의 군병들이 서안부 외곽을 포위하고 있습니다.”
“…….”
“종남산을 포위하고 있는 정파 놈들도 서안부로 들어온 듯합니다.”
눈매가 날카로운 사내의 말에 상석에 앉은 목춘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었다.
그의 신분은 영은당 섬서지부를 총괄하는 영수로 본명은 묵영(墨影)이었다.
영은당주 이하 일곱 명의 무인.
청해, 사천, 섬서, 호북, 하남, 안휘, 하북.
정무맹의 세력들이 밀집된 일곱 성도의 정보를 총괄하는 위치.
청성에서의 실패로 귀영은 비밀을 지키기 위해 살해당했고, 호북을 맡고 있던 적영은 백가장에서 무당지검에 의해 정무맹의 포로가 되었다.
남은 것은 다섯.
백마사의 사건 이후 잠적하라는 명이 떨어진 뒤 종남을 찾아온 무당지검과 양소방.
그리고 한순간에 이어진 조사.
대연무장에 종남의 제자들이 모조리 모일 때까지만 해도 혹시나 하는 마음이 있었다.
하지만 팔을 걷게 하여 확인하는 순간 모든 걸 깨달았다.
일이 잘못되었음을. 자신들의 정체를 확인하는 푸른 문양이 노출되었음을.
그것을 알고 있다면 아마도 오경은 무당지검, 혹은 양소방에게 당한 것이 틀림없었다.
오경과 연결된 고(蠱)가 죽었을 때 도주를 했어야 했는데.
목춘, 묵영은 곧바로 핑계를 대고 수하들과 함께 종남을 탈출했으나, 예상치 못한 천라지망에 가로막혀 결국 종남의 대숙수임을 밝히고 천라지망을 벗어나 서안부로 올 수 있었다.
하지만 개방도 하나가 안내꾼을 자처하며 끈질기게 따라붙는 바람에 시간이 지체되었다.
막 신분을 위장하고 떠나려던 차에 관군과 정무맹의 무인들이 서안부를 뒤지기 시작했고, 위소의 군병들이 서안부의 출입을 통제하기 시작한 것이다.
전서구를 보낼 겨를도 없었다.
서안부의 지붕 곳곳에 개방의 거지 놈들이 진을 쳤다.
만약 전서구가 오르면 그들의 위치가 노출될 것이다. 매서운 눈으로 감시하는 무인들이 쏘아 낸 화살에 전서구가 잡힐 수도 있는 일이다.
자결?
애초에 그리 훈련되었으나 지금은 안 된다.
지금은 무조건 서둘러 빠져나가 상황을 알려야만 했다.
“일단은 잠잠해질 때까지 기다린다. 모두 노출에 각별하게 주의를 하라.”
“알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