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ndering Warrior of Wudang RAW novel - Chapter 373
373화
“네놈은……?”
어쭈.
짐승 새끼 주제에 사람 말도 할 줄 아나 보지?
“진무.”
“진……? 네놈이 그 무당지검인가?”
“소문도 듣고 다니나 보네? 그래. 그 대단한 무당지검이 나다, 이 씨발 놈아.”
“…….”
좋은 소리가 나올 리가 없다.
놈을 보는 순간 얼굴도 모르는 죽은 이들이 떠올라 주체할 수 없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대화를 나눠 주는 것만도 감사하게 여겨라, 이 새끼야.
한승은 진무를 찬찬히 응시했다.
무당지검 진무. 자신의 어머니 종려군을 죽인 놈.
하지만 그의 눈빛에 담긴 것은 불공대천(不共戴天)의 원수에 대한 복수심이 아니었다.
갈증.
진무의 몸에서 느껴지는 막대한 내공에 대한 갈증이 그의 심장을 뛰게 하고 탐욕을 충동질했다.
“크크크, 무당지검이라…… 이런 월척이 제 발로 찾아와 주다니. 고맙게도 말이야.”
“…….”
이 새끼가 또 혀를 날름거리네.
입맛 다시냐?
한승을 차갑게 노려보던 진무가 고개조차 돌리지 않고 멀거니 서 있는 삼동천의 무인들을 재촉했다.
“니들 뭐 하냐? 여기 있다가 다 뒈지려고?”
“…….”
“니들 구하러 온 거 아니다. 이 새끼는 내 거라서 온 거야.”
여전히 두려움이 가시지 않은 탓인지 무인들은 움직일 생각을 안 했다.
멍청한 것들. 잔뜩 쫄아서는.
“그렇게 서 있을 거면 가서 성벽이나 막아.”
“…….”
“그리고 니들 목숨 누가 지켜 주는 거 아니다. 스스로 지켜. 쪽팔리게 겁먹고 도망치지 말고, 죽더라도 어깨 펴고 마교인답게 싸우라고.”
가슴을 무겁게 짓누르는 일침에 겁에 질렸던 무인들이 정신을 다잡았다.
“가!”
이내 무인들이 좌우로 갈라져 한승을 피해 성벽 쪽으로 달렸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한승이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시커먼 마기를 뿜어냈다.
“누가 움직여도 좋다 했느냐!”
화악!
그가 두 손을 양쪽으로 내뻗는 순간 섬뜩한 마기가 무인들을 향해 쏘아져 나갔…….
쩌어억!
“큭!”
어느새 몸을 날린 진무가 한승의 얼굴에 주먹을 박아 넣었다.
“내가 그랬다, 이 새끼야. 내가! 못 들었냐? 귀를 처먹었어?”
진기가 끊어지고 한승이 비틀거리며 뒷걸음질 치는 틈을 타 멈칫했던 무인들이 일제히 빠져나갔다.
“이런 개자식이…….”
진무에게 연속으로 행동을 방해받은 한승의 눈동자에 시퍼런 살기가 일었다.
개? 누구보고 개래?
파앙!
진무는 달리는 그대로 손안에 내공을 응축시켜 한승의 머리를 후려쳤다.
쩌어엉!
짐승 놈이 제법 무공도 한다. 갑작스러운 일격에도 방어가 빠른 걸 보면.
하지만 손만 있는 게 아니지!
취리릭!
물러난 진무를 뒤쫓는 한승에게 날아든 일휘가 전후좌우를 가리지 않고 그를 공격했다.
땅, 따당, 따다당!
한승이 일휘에게 잡혀 있는 사이 진무가 양손에 응축된 구체를 모아 단번에 뻗어 냈다.
묵룡혼원공, 천교열.
쿠아아아!
하늘을 물어뜯어 찢는다는 묵룡의 날카로운 이빨이 한승을 노리고 날아간다.
한승은 위급함을 느끼고 일휘를 거칠게 튕김과 동시에 진무의 천교열을 향해 일장을 뻗었다.
콰아아앙!
거친 폭음과 함께 충격파가 사방으로 번졌다.
“…….”
진무가 가늘어진 눈매로 한승을 주시했다.
거리가 멀어졌다.
물러난 것은 놈이 아니라 자신.
천교열과 놈의 장력이 맞부딪치는 순간 그 힘에 밀려 한 걸음을 물러났다.
전력을 다한 것은 아니지만, 그것은 놈도 마찬가지다.
씨발, 과연 흡정마공이라고 해야 하나? 어마어마하네.
한승을 차분하게 노려보며 숨을 고른 진무가 허공에 떠서 한승을 노리고 있는 일휘를 향해 손을 뻗었다.
휘릭! 착.
손안에 잡힌 일휘를 바닥으로 내린 진무가 한승을 응시하며 몸을 바로 세웠다.
지나치게 흥분했다.
분노는 힘을 끌어내는 데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 때론 독이 되기도 한다.
마음에 들건 들지 않건 놈은 강하다.
이런 상대를 맞이해서 무분별하게 내공을 쏟아붓는 것은 허점을 노출하는 것과 같다.
일단 머리를 차갑게 식힐 필요가 있었다.
“후우…… 후우…….”
호흡을 일정하게 고르자 미칠 듯이 뛰어 대던 심장이 일정한 속도로 가라앉았다.
진무는 한승을 세밀하게 관찰했다.
천교열과 일휘를 동시에 막고도 아무렇지도 않다.
내공이 어느 정도인지 감히 추측도 되지 않는 놈이니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컸다.
그러니 무한한 효용을 가지고 있지만 내공 소모가 큰 이기어검을 계속해서 사용할 수는 없다.
일단 내공을 아끼고 일단 놈의 약점부터 찾는다.
아무리 단련이 잘된 놈이라고 해도 분명 약한 부분이 있을 테니까.
그리고 그 약점을 찾기 위해서는…….
찰칵.
진무는 일휘를 검집에 넣어 근처에 던졌다.
“미친놈이군. 감히 나를 상대로 무기를 버려? 적수공권으로 이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느냐?”
한승이 진무를 비웃었다.
처웃는 얼굴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진무는 일일이 반응하지 않았다.
니가 뭘 잘 모르는 모양인데 내가 주먹 좀 쓰거든?
일휘에게는 미안하지만, 나의 무공은 주먹을 쓸 때 가장 다양하게 발휘된다고.
진무는 선기를 거두고 묵룡의 사기를 몸 안에 불어넣었다.
위험성 때문에 태극합일을 이루지는 못했으나 얻은 바가 있어서 바꾸는 순간의 틈이 거의 찰나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현저히 줄었다.
“자, 그럼 다시 시작해 볼까?”
지이익.
미끄러지듯 내디딘 앞발.
일단 몸을 싸우기 편한 상태로 만든다.
묵룡혼원공, 투사체.
휘오오오.
묵룡의 사기가 몸 안을 휘돌자 발끝에서 회오리처럼 일어난 검은 바람이 투기로 변해 진무의 전신을 감싸고 피어올랐다.
전신의 근육이 이완되자 움직임에 부드러움과 탄성이 더해진다.
묵룡혼원공, 흑수.
묵룡의 발톱은 그 무엇보다 강하고 날카로우니 모든 것을 찢어 내고 때려 부순다.
그리고 모든 움직임을 잡아내는 두려움의 상징, 묵룡안이 펼쳐지자 진무의 눈동자가 순간 검게 물들어 흑요석처럼 반짝였다.
“선기와 사기를 동시에 사용한다라? 재미있는 녀석이군.”
그래. 내가 온 힘을 다해서, 중원 전역을 떠돈 뒤에야 얻어 낸 무당의 양의심공이다.
남의 생기나 흡수해서 힘을 키워 온 네놈이 이런 고매한 무공을 알기나 하겠냐?
그리고…… 이제부턴 별로 재미없을 거야.
발가락이 강하게 접혀 땅을 움켜쥐고 당기는 순간 진무의 몸이 섬전처럼 쏘아져 나갔다.
파앙!
“……!”
폭발적인 속도에 순간적으로 진무의 움직임을 놓쳐 버린 한승이 길게 늘어선 검은 꼬리를 쫓아 뒤늦게 고개를 돌렸다.
슈아악!
흉흉한 눈빛과 함께 측면으로 파고든 주먹이 지면을 낮게 쓸며 사선으로 솟구쳐 오른다.
노린 곳은 일단 놈의 왼쪽 늑골 아래, 갈비뼈가 시작되는 지점.
쩌어억!
“큭!”
둔탁한 충격을 느낀 한승이 재빨리 주먹을 휘둘러 진무의 머리를 노렸다.
후우웅!
자세를 낮추며 피한 진무의 머리카락 위로 한승의 주먹이 거대한 망치처럼 스쳐 지난다.
다음은 좀 비겁하게 낭심.
진무의 반대편 주먹이 팔을 휘두르며 노출된 한승의 사타구니를 향해 날아갔다.
“이, 이놈이!”
재빨리 팔을 교차한 한승이 낭심을 향한 주먹을 가까스로 막아 냈다.
쩌어억!
“큽!”
진무는 주먹이 막히는 것과 동시에 무릎을 굽혀 솟구치며 턱을 찍어 올렸다.
머리가 쳐들리고 놈의 몸이 활짝 열렸다.
무호흡의 연환기, 흑룡난투.
검은 회오리가 마치 한승의 몸을 똬리 틀듯 휘감는다.
뻑! 쩍! 뻐벅! 콰직! 퍽!
투사체로 육신의 한계를 넘어선 유연함에 강철보다 단단한 흑수의 주먹이 더해진다.
어디서 어떻게 날아오는지도 모를 정도로 한승의 몸을 무지막지하게 두들겨 대는 진무의 손과 발.
날카롭게 세워진 용의 발톱이 살결을 할퀴고, 채찍처럼 휘둘러 찬 발은 용의 꼬리처럼 둔중하게 한승의 몸을 뒤흔들었다.
쩌억! 퍼억! 퍽퍽퍽!
타격음이 쉴 새 없이 울려 퍼지고, 한승은 검은 회오리에서 벗어나지도 못한 채 얻어맞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찾아오는 무호흡 연환기의 단점.
“크아아!”
참았던 숨이 한계에 다다르고 움직임이 느려지는 순간 한승이 분노의 일갈을 내지르며 내공을 전신으로 발출했다.
호, 호신강기?
버티기에는 너무 강한 내공이다.
휩쓸렸다가는 낭패를 당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진무는 재빨리 한승의 몸을 밟아 차며 훌쩍 뒤로 물러났다.
“허억, 허억, 허억…….”
거칠게 호흡을 고른 진무가 어느새 멀찍이 떨어진 한승을 주시했다.
예(乂) 자 모양으로 양팔을 펼쳐 올리고 선 한승이 얼굴을 악귀처럼 일그러뜨리고 진무를 죽일 듯 노려보고 있었다.
“이런 개자식이…… 감히 내 몸에 손을 대?”
“…….”
주먹이랑 발이거든? 이 멍청한 놈아.
그나저나 짜증이 치민다.
설마하니 흑룡난투를 끝까지 버텨 낼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더욱이 거의 전신을 두들겼는데 충격조차 받지 않은 느낌이었다.
씨발, 누가 보면 솜 주먹이라고 생각할 거 아냐.
하지만 놈에 대해 몇 가진 알아냈다.
놈은 제대로 무공을 익히지 않았고, 초식에 대한 깨달음 또한 그다지 뛰어나지 못하다.
거기에 가진 내공에 비해 둔한 움직임까지.
하긴 당연할지도 모른다. 저 많은 내공을 빨아먹었다면 몸 안에 연단시키는 것으로 세월을 다 보냈을 테니까.
어쨌거나 문제는 심각하다.
이 망할 짐승 새끼가 가죽이 얼마나 두꺼운지 외부의 타격에 조금도 충격을 받지 않았다.
일전에 싸운 송여방의 그것과는 달랐다.
기로 몸을 보호하는 게 아니라, 무지막지한 내공으로 인해 신체 자체가 금강불괴에 가깝게 변해 버린 것이다.
허면 어떻게 한다?
“죽여 버리겠다!”
진무가 차분히 놈을 쓰러뜨릴 방법을 고민하는 사이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한승이 온 힘을 다해 달려왔다.
후우웅!
휘둘러 댄 팔다리를 피하기만 하는데도 고스란히 느껴지는 풍압에 소름이 돋아 오를 정도였다.
이 정도면 스치기만 해도…….
진무는 재빨리 단전의 내공을 사기에서 선기로 전환했다.
외부 타격이 안 된다면 내부.
그리고 그 내부를 공격하는 가장 뛰어난 방법은 내가중수법이다.
후우웅!
한승이 휘두른 팔을 진무의 손이 가볍게 감싸 쥐었다 비틀어 뿌리치니 무당 태극권의 전사경이었고, 구름 잡듯 가볍게 뻗어 낸 손이 한승의 명치에 닿으니 이는 사마도의 내부를 터트려 놓은 십단금이다.
터억!
손이 닿는 순간 진무의 내력이 그의 질기고 강한 피부를 뚫고 몸 안으로 파고들었다.
됐다. 끝이다.
이대로 터트리기만 하면…… 어?
순간 한승의 명치에 닿았던 진무의 손에 섬뜩함이 느껴졌다.
서, 설마. 몸 안에서 반탄력이 일어난다고?
우우웅!
예상치 못한 상황에 진무가 재빨리 손을 떼었으나 이미 한승의 몸 내부에서 일어난 반탄력이 파고 들어갔던 장력을 튕겨 낸 뒤였다.
쩌엉!
되레 진무가 막대한 충격파를 피하지 못하고 얻어맞아 버렸다.
퍼억, 우지끈. 쾅.
내던진 돌처럼 날아간 진무가 건물을 부수고 처박혔다.
“놈…….”
“…….”
한승이 분에 겨운 얼굴로 진무가 처박힌 쪽을 씩씩거리며 쏘아보는 동안, 무너진 건물 안에 쓰러진 진무는 황당한 표정으로 눈을 끔벅거렸다.
부딪힌 충격뿐만 아니라 아까의 반탄력 때문에 목구멍으로 비릿하게 넘어오는 피.
그나마 다행이라면 심한 내상을 입지 않은 정도라고 해야 할까?
정말 이렇게 쓰러져 본 게 언제였던가? 대랑이라는 놈을 만났을 때는 제대로 힘을 되찾지 못했었으니까 접어 두고…….
사패천주가 된 이후로는 아마 북리도천, 그 영감이랑 싸웠을 때 이후로 처음인 것 같았다.
하지만 그때는 화가 나지는 않았었다. 뭔가 시원하고 상쾌한 기분이었었다.
지금은 아니다. 기분이 더럽고, 짜증이 난다.
겨우 차분하게 가라앉혀 놓았던 분노가 다시 치밀어 올랐다.
무공에 대해 제대로 깨닫지도 못한 새끼가, 고작 사람들의 생기로 내공을 모아서 강해진 주제에.
진무의 몸에서 끈적하게 흘러나온 살기가 이내 유형화되어 사방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파각, 파가각.
이내 살기는 예리한 칼이 되어 진무의 주위에 있는 모든 사물을 헤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