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ndering Warrior of Wudang RAW novel - Chapter 585
55화
슈아악! 쾅!
어둠이 가득 서린 밤 동안 뇌성이 쉴 새 없이 쳐 대듯, 빛과 어둠의 싸움이 반복되었다.
번쩍이는 그 빛에 눈이 멀어 버릴 만큼 격렬한 싸움이었다.
쩌저정!
충격파에 휩쓸려 박피옥이 황폐해지건 말건, 둘은 한 치의 밀림도 없이 치열하게 맞붙었다.
쫓는가 하면 쫓겼고, 우세를 점하는가 싶다가도 사정없이 곤두박질쳤다.
언뜻 비등해 보이는 싸움.
하나 그것은 겉보기일 뿐이었다.
슈아악! 쩌어엉!
“큭!”
교마의 공격을 쳐 낸 진무는 짧은 신음을 터트렸다.
뭔 놈의 공격이 이리 무겁단 말인가?
하지만 욕설을 뱉을 시간조차 없었다. 교마는 잠시의 멈칫거림도 허용할 수 없다는 듯 곧장 공격을 이어 왔다.
빌어먹을…….
천계에서 이룬 모든 것들을 토해 내면 충분히 해볼 만하다 여겼건만, 오판이고 오만이었다.
봉신을 괜히 하고 있었던 것이 아니네.
이렇게 강한 줄 알았으면 자신만만하게 두장군이라는 신분은 안 밝혔지.
천계 소속임을 밝혔으니 이젠 빼도 박도 못하게 생겼다.
“무지막지한 마왕 새끼.”
땅바닥을 한 바퀴 굴러 교마의 공격을 겨우 피하고 다시 도망치며, 진무는 진심을 담아 씹어뱉었다.
옥황께서 보화선인 따위는 비교도 안 된다고 하더니…… 진짜였네.
완전무결한 신도 실수는 한다며! 그 실수 이럴 때 좀 하란 말이야!
묵룡혼원공? 그딴 건 추억 삼아 사용했던 것뿐이다.
어차피 지계에서 신력을 쓰지 않기로 한 이상, 썩 잘 어울릴 것 같아서.
인간의 범주를 초월해 만 년을 수련해 온 그가 아니던가?
몸의 쓰임, 의지가 깃드는 모든 곳에 신력이 발현하니, 손짓 하나에도 거석이 터지고 산이 허물어진다.
그 때문에 여의가 훑고 지나갈 때마다 이렇듯 박피옥이 찢기고 쪼개져 나가는 것이다.
다만, 교마에게 통하지 않는 것이 문제다.
뭘 처먹었는지 벌써 수백 차례 두들겨 대고 있음에도 충격을 받은 기색이 없지 않은가?
“크흐흐, 네놈, 제법이구나! 봉신을 해한 나와 이리 대등하게 싸우다니!”
후려친 공격에 밀려났던 교마가 곧바로 몸을 세워 파고든다.
대등은 염병……. 충격이라고는 조금도 안 받은 것 같은 얼굴을 하고서 그딴 걸로 기를 세워 주고 지랄이야.
빌어먹게도, 마왕 새끼는 싸우면 싸울수록 더 강해지는 것 같았다. 마치 싸우는 중에도 마력이 회복되는 것만 같다고 해야 하나?
만약 천구(天龜)의 등껍질로 만든 흑암갑이 놈의 마력을 최소화시키지 않았다면, 천계에 사는 내내 전투 능력을 갈고닦지 않았다면, 그리고 자유자재로 길이와 두께를 변화시키는 여의의 신묘함과 그 안에 깃든 신수의 힘이 아니었다면…….
아마 벌써 피떡이 되고도 남았을 것이다.
또한, 싸움이 길어질수록 불리해지는 것은 자신이었다.
계속된 전투에도 교마는 한결같았지만, 자신은 지쳐 가고 있었으니까.
빠가각!
설상가상으로 든든히 몸을 지켜 주던 흑암갑도 이제는 한계다.
천계라면 깨지는 순간 재생되었을 것이나, 지계인 탓에 부서진 그대로 너덜너덜해져 갔다.
슈아악! 쾅!
찰나에 놓쳐 버린 마기가 진무의 등짝을 후려쳤다.
“커억!”
신음이 절로 터져 나오는 고통에도 진무는 사력을 다해 여의를 휘둘러 교마의 옆구리를 후려쳤다.
빠가각!
각자 일격을 주고받았으나 피해의 정도는 확연히 달랐다.
교마는 얼굴을 찡그린 채 몸을 꺾었을 뿐이었지만, 진무는 땅바닥에 거칠게 처박혔다.
“크으…….”
진무는 이를 악물며 일어나 이어질 공격에 대비했다.
하나 다행히 교마는 뒤쫓지 않았다.
혼신의 힘을 다한 일격에 제법 충격을 받은 모양…… 이런 쌍! 저건 또 뭐야?
잠깐의 틈에 겨우 호흡을 고르던 진무는 허공에서 몸을 바로 세운 교마의 손을 바라보며 욕설을 삼켰다.
높이 쳐든 손바닥 위에 구슬 모양으로 맺힌 마력의 응집체.
한두 개였으면 놀라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늘 가득…….
“죽어라.”
“…….”
쐐애액!
하늘이 무너졌다.
정확히는 하늘을 촘촘히 메우고 있던 마력의 응집체들이 한꺼번에 쏟아졌다.
비처럼, 틈새 하나 없이.
“……허허, 씨발.”
웃음밖에 안 나왔다.
하지만 몸은 이미 움직이고 있었다.
휘리릭.
뒤로 당겨졌던 여의가 쾌속하게 내질러졌다.
쾅! 콰콰쾅!
여의의 끄트머리가 쏟아지는 마력구를 때릴 때마다 마력이 터지며 막대한 반탄력이 되돌아왔지만, 진무는 멈추지 않았다.
어떻게든 몸을 피할 수 있을 만큼의 공간은 만들어야 했다.
휘이이이…….
겨우 자신을 향한 마력구들을 터트리고 쳐든 진무의 눈동자에 교마의 얼굴이 비쳤다.
웃어? 이 새끼가 진…… 어?
마력구를 상대하며 축적된 충격에 약이 바짝 올랐던 진무의 입에서 바람 빠지는 소리가 났다.
그 순간 교마의 손이 묘한 궤적을 그렸다.
불현듯 찾아오는 섬찟함에 고개를 휘휘 돌린 진무가 본 것은 낙하를 끝낸 마력구였다.
바닥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둥둥 떠서, 그를 중심으로 회오리 진 채 모여드는…….
염병, 어째 바닥에 처박혀서 터지는 소리가 안 나더라니, 애초에 노림수가 이거였어?
휘리리리!
마력구의 회전력에 속도가 더해지고, 이내 거친 소용돌이처럼 휘돈다.
놀라고 자시고 할 겨를이 없었다.
이 순간, 취할 수 있는 행동은 단 하나!
토낀다!
쿠우웅!
진무는 힘차게 땅을 짓밟곤, 세차게 솟구쳤다.
쐐애애액!
동시에 마력구가 그의 뒤를 쫓아 빨려 오르듯 솟구쳤다.
여러 차례 방향을 바꾸어도 호선을 그리며 끈질기게 따라붙는…… 호선?!
“그으래, 호선이란 말이지?”
호흡조차 아껴 가며 도망치던 진무가 이를 악문 채 웃었다.
그러곤 곧장 교마를 향해 쏘아졌다.
[여의!]부름과 동시에 교마를 겨냥하듯 여의를 곧게 뻗자, 신력을 머금은 여의가 용으로 현신하며 쏘아져 나간다.
-쿠아아아!
아가리를 벌리고 물어뜯을 듯이 포효하는 뇌룡.
그러나…….
휘익! 쩌어어엉!
교마가 주먹을 움켜쥠과 동시에 여의를 쳐 내고 진무와 마주하며 씩 웃었다.
오냐, 막았지?
잘했다.
하지만 누가 싸운대?
애초에 피하든 막든 상관없다. 나도 노린 게 있다 이거야!
진무는 교마와 최대한 가깝게 다가서곤, 히죽 웃으며 몸을 비틀었다.
“……!?”
화들짝 놀라는 그 눈빛이 선했다.
너도 어디 당해 봐라, 이 새끼야! 쫓기는 게 얼마나 엿 같은 줄 알아?
자신을 뒤쫓은 마력구, 그리고 방향을 바꾸며 생긴 호선의 궤적.
대충 생각해 봐도, 지금의 거리라면 마력구는 곧장 교마를…… 교마를…….
앞으로 벌어질 즐거운 미래를 예측하며 힐끗 뒤를 돌아본 진무는 멀뚱하게 멈춰 서고 말았다.
인사라도 하는 양 가볍게 들린 교마의 손.
“너의 비열함은 겨우 그 정도였더냐?”
멈췄다.
엄청난 양의 마력구들이 교마의 앞에서.
“애석한 놈.”
“…….”
명백한 조롱이었지만, 화내고 있을 틈이 없었다.
교마가 슬쩍 휘저은 손짓에 마력구가 호선에서 직각으로 움직임을 바꾸며 진무를 덮쳐 왔다.
“하…… 염병하게 강한 새끼네, 진짜.”
진무는 헛웃음을 흘리며 맥없이 중얼거렸다.
피할 수 없다.
좀 전에 겪어 봤기에 안다.
고작 몸 추스를 공간을 만드는 데도 충격이 어마어마했다.
저런 걸 떼로 맞게 되면?
끝이다.
해 볼 것은 이미 다 해 봤다. 다만 상대가 너무 강했던 것이다.
하긴, 고작 천계의 북방을 지키는 두장군의 신력으로 어찌 지계에서 가장 강하다는 여섯 명 중 하나를 당할 수 있겠는가?
마지막 순간이라 여겨서였을까? 시간이 느려지기라도 한 것처럼 모든 것이 천천히 움직였다.
언젠가 경험했던 주마등과 같은 느낌이었다.
비틀려 올라가는 교마의 입꼬리, 맹렬하게 쏘아져 들어오는 마력구들의 모습이 선명히 보였다.
더는 방법이 없었다.
신력도 안 되고, 마력은 더더욱 안 되고…….
멀리 황신과 백표, 청상이 보였다.
새끼들, 가라니까 뭘 그리 안타까운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더냐?
그래도 다들 오랜만에 봐서 좋았다. 너희들과 지지고 볶았으며 줘 팼던 기억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지나가는구나.
그땐 참 재미있었지?
양의를 찾아다니며 겪은 수많은 일들이 말이다.
설마하니 내가, 악독한 사파 놈이라고 모두가 지탄하던 내가 도문에 이르러 태극을 이룰 것이라고…… 태극을…… 태극을!?
“……!”
순간 진무의 눈이 번쩍 뜨였다.
생각해 보니 딱 하나 안 해 봤다. 음양이 그러했던 것처럼 신마(神魔)의 합일을 이루는 것.
등선하고 나서는 인계에서 태극을 이뤘을 때보다 더 강한 힘을 얻었기에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거기다 상극(相剋)이라는 이유로 선인 체면에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시도해 보지 않았지만……!
아니, 이제 와서 뭘 따지고 있단 말인가? 당장 뒈지게 생겼는데 뭐가 됐든 하고 봐야지!
과거 했던 방법 그대로…….
“…….”
근데 뭐였더라?
만 년이나 잊고 살아서…… 생각이 바로 안 난다.
그사이에도 느려진 시간 속에서 마력구는 착실히 거리를 좁혀 오고 있었다. 아니, 그 정도가 아니라 벌써 지척이었다.
이러다 닿겠네, 닿겠어. 뒈지겠네, 그냥.
젠장할! 대체 어떻게 했었냐고!
마음이 급해지니 생각이 제대로 날 리 만무했다. 진무는 쫓기는 심정으로 눈을 질끈 감았다.
시야를 차단하자 몸 주위에서 넘실거리는…….
“……바람.”
그래, 바람. 대기의 흐름.
그 순간, 진무는 본능적으로 전신의 모든 감각을 끌어 올렸다.
“후우…….”
내쉰 숨이 바람에 뒤섞이고, 주변의 모든 것이 피부를 통해 느껴졌다.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자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마치 육체가 흩어지듯 잘게 쪼개져 세상에 뒤섞이는 느낌이었다.
눈을 감고 귀를 닫았음에도 근처의 마력구 하나하나가 선명해지고, 이어 교마의 비웃음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그리고 순간적으로 확장된 오감에 박피옥의 모든 것이 한꺼번에 머릿속에 담겼다.
갑작스레 밀려든 심상(心像)에 머리가 지끈거려 올 정도였지만, 덕분에 기억이 또렷해졌다.
태극을 이루며 산을 허물었던 그때의 기억이…….
음과 양, 신력과 마력.
나누어져 있으되 태초에 하나였던 기운.
그래, 이거다. 여기서 섞는…….
자, 잠깐만! 지금 뭔가 중요한 것을 놓친 기분인데?
어디 보자, 태극을 이루자면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이…… 한 푼의 오차도 없어야만 하는 음양의 균형.
그게 빠졌다.
“……허허, 염병할.”
하지만 헛웃음이 나올 정도로 늦어 버렸다.
이미 섞였으니까.
두 기운이 균형점을 찾지 못한 채 몸 안에서 폭풍처럼 요동치고 있으니까.
짜자자작!
두 개의 기운이 스스로 피어올라 뒤섞이는 순간, 진무의 몸 위로 수많은 균열이 생겨나 겹치고 더해졌다.
이런 쌍!
하지만 궁하면 통한다고 했던가?
몸 주위에서 느껴지는 막대한 양의 마력.
말할 것도 없이 교마의 마력구였다. 신력과 균형을 맞출 만큼 많은.
하지만 위험천만한 일이다. 시도해 본 적도 없고…….
“빌어먹을, 지금 찬밥 더운밥 가려 먹게 생겼어! 몸이 찢겨 나갈 판에!”
진무는 교마의 마력구를 향해 미련 없이 손을 내뻗었다.
쑤우욱!
동시에 빨려드는 마력.
드드득, 퍽!
마력이 흡수되긴 했으나, 가서는 안 될 길을 향해 나아간 대가로 손의 살점이 흉하게 뜯겨 나가고 뼈가 으스러졌다.
까드득.
하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
진무는 이를 악물고 흡수된 마력으로 균형점을 초과해 버린 신력을 억눌렀다.
그리고.
콰쾅! 쾅!
폭발했다.
외부에서도, 몸 내부에서도…… 거친 폭발이 진무를 집어삼켰다.
“사수욱!”
“은공!”
“천주님!”
차마 귀천옥을 쓰지 못하고 발을 동동 구르며 싸움을 지켜보던 셋이 피를 토할 듯 외치며 주저앉았다.
마력구의 폭발이 서기를 삼켜 버린 순간, 진무의 기운이 더는 느껴지지 않았다.
소멸…….
진무는 결국 마왕을 넘지 못한 것이다.
까드득.
막을 새도 없이 터져 버린 눈물을 하염없이 쏟아 내던 청상이 자충을 힘껏 움켜쥐었다.
충혈된 눈에서 혈광이 번쩍이고, 들끓어 오른 서기가 주변을 싸늘하게 밝혔다.
스윽.
백표는 묵묵히 식칼을 양손에 잡았고, 황신은 표독스러운 눈으로 교마를 노려봤다.
“자, 잠깐만! 지금 뭐 하려는 거요?”
채 낫지 않은 몸뚱이를 하고도 일어나는 황신과 백표의 모습에 이생이 놀라 만류했다.
“개씨발 마왕 새끼, 죽여 버릴 테다.”
“…….”
죽여?
누가 누구를?
진무조차 당해 버린 판에 지 놈이 뭔 수로 당해 낸단 말인가?
“개죽음이오!”
“그래서?”
“뭐가 그래서요? 다가서지도 못하고 소멸될 거란 말이오!”
“상관없어.”
“…….”
“호위는 지킴으로써 존재한다. 지키지 못한 호위에게 삶이 무슨 의미가 있겠어?”
“…….”
미쳤다.
이생은 도무지 황신, 아니 청상과 백표까지, 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었다.
“이생.”
“……예에?”
“제법 즐거웠다. 다음엔 꼭 미끼로 써 주마.”
“그게 뭔…….”
되지도 않는 소리냐며 빽 소리를 지르기도 전에, 황신은 교마를 향해 쏘아져 나가고 있었다.
백표도, 멀리 청상도…….
개죽음일 뿐인데…….
“하아, 이런 씨발, 별 거지 같은 것들을 만나서는! 그래, 그냥! 멋지게 소멸하자!”
다수의 의견이 그러해서였을까? 고민하던 이생이 도리깨를 힘껏 움켜쥐었다.
자신도 상처가 만만치 않았으나 어쩔 수 없었다.
기왕지사 진무의 편에 선 대가로 뒈질 거라면, 좀 멋지게 죽는 게 낫지 않겠는가?
“크흐흐, 잡스러운 것들이.”
그들이 다가서는 것을 느끼고 천천히 몸을 돌린 교마가 손에 마력구를 만들어 냈다.
“흔적도 없이 소멸……?”
그 순간 이상하리만치 신경을 거스르는 불안감이 뒷덜미를 서늘하게 식혔다.
푹!
그리고 무언가가 그의 어깻죽지를 꿰뚫었다.
“……?”
제 어깨를 내려다본 교마의 눈동자에 서서히 황당함이 번졌다.
기이한 문양으로 가득 채워진 봉이었다.
분명, 진무가 들고 있던…….
그런데 대체 이게 왜? 무엇보다 다가온다는 느낌조차 없었는데?
교마의 시선이 길고 긴 봉을 따라 움직였다.
그리고 그 끝.
폭발의 여파가 걷힌 그곳에서, 진무가 불안정하게 몸을 세운 채 교마를 바라보고 있었다.
초점조차 없는 눈동자.
피부는 너덜너덜했고, 부서진 흑암갑 사이로 피를 뚝뚝 흘리는 것이 당장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
교마의 얼굴이 일그러지고, 그를 향해 다가오던 넷이 우뚝 멈췄다.
“캬악, 퉤!”
오물거리던 핏물을 거칠게 뱉어 낸 진무가 길게 숨을 내쉬며 교마를 향해 고개를 들었다.
“이 씨발, 까딱하면 진짜 뒈질 뻔했네. 다신 이런 위험한 짓거리는 하지 말아야지.”
“……네놈? 대체 어떻게?”
“완전하진 않아도, 뭐 이 정도면 나쁘지 않네.”
“…….”
진무가 교마의 물음에 답하지 않은 채 주먹을 움켜쥐었다.
위기의 순간 겨우 이루어 낸 신마합일.
완전하진 않았지만, 움켜쥔 주먹에 옹골차게 모인 힘이 느껴진다.
신력도 마력도 아니었다. 아무렇게나 뒤섞여 혼탁해진 것이 자신과 무척이나 닮아 있었다.
교마는 무언가 달라진 진무의 모습에서 묘한 불안감을 느꼈다.
그리고 그 불안이 현실이 되는 것은 찰나도 걸리지 않았다.
픽!
“다시 해보자, 마왕 새끼야. 아까랑은 많이! 다를 거야!”
“……?!”
분명 시야 안에 있던 진무의 신형이 촛불처럼 훅 꺼지듯 사라지고,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아주, 가까운 곳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