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lcome to NBA RAW novel - Chapter 94
웰컴 투 NBA 94화
#094. 이산가족 상봉 (2)
LA 레이커스전 이후 홈에서 가진 3연전.
오클라호마 시티 썬더스, 멤피스 그리즐리스, 브루클린 네츠.
이 중에서 객관적으로 가장 전력이 강한 팀은 케빈 듀란트의 이적 이후 BIG-3를 구성한 OKC(썬더스)겠지만, 의외로 내게 가장 깊은 인상을 준 팀은 멤피스 그리즐리스였다.
“그래? 한국에서는 김시온 vs 폴 조지. 김시온 vs 카멜로 앤서니라고 엄청나게 관심을 받던 눈치던데.”
내 말에 동호 형이 고개를 갸웃하며 되물었다.
사실 나도 OKC전 전날에는 기대감 때문에 잠을 못 이룰 정도였다.
폴 조지, 카멜로 앤서니.
둘 다 이번 생에서 내가 여러모로 본받고자 한 선수들이었거든.
아, 물론 플레이스타일의 이야기다. 선수로서의 행보 말고.
“글쎄요. 물론 대단한 선수들이지만, 야니스를 상대할 때 느낀 충격 같은 건 없더라고요.”
와, 이게 정말 사람인가? 이 괴물을 대체 어떻게 막지?
……같은 충격을 받진 못했다는 이야기다.
“카멜로 앤서니 같은 경우는 요즘 슬럼프를 겪는 것 같았고요.”
“하긴. BIG-3의 호흡이 잘 안 맞는다는 느낌이더라. 셋 다 공을 쥐어야 하는 타입이라 한 번쯤 교통정리를 해야 할 텐데 말이야.”
“그게 사실 쉽지 않은 문제거든요.”
“응?”
“교통 정리. 쉽게 말하면 서열 정리잖아요? 에고(Ego) 강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슈퍼스타들에게 2인자, 3인자 역할을 받아들이게 하는 건…… 절대 쉽지 않을걸요.”
BIG-3 체제가 대부분 실패로 끝난 이유가 그래서다.
2옵션 자리까지는 받아들일 수 있겠지.
하지만 3옵션은?
1옵션과 2옵션이 화려한 도미라면, 3옵션은 진흙투성이가 되어야 하는 가자미다.
BIG3의 한 축이 될 정도의 선수라면 평생 도미 역할만 해 왔고, 그 방식으로 리그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른 선수들이다.
그런 선수가 하루아침 사이에 가자미 역할을 훌륭히 수행할 수 있을까?
‘십중팔구는 그렇지 못하지.’
BIG-3의 몇 안 되는 성공사례인 마이애미 히트,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에서도, 팀의 3옵션인 크리스 보쉬와 케빈 러브는 역할 면에서 굉장한 희생을 감내해야만 했다.
너무 덩어리가 큰 조각 3개를 억지로 붙여 놓은 형국이니, 셋 중 하나는 반드시 자신의 역할을 대폭 깎아 내야 하는 것.
때문에 BIG-3 체제는 겉보기엔 막강해 보일지 몰라도 의외로 시너지 효과가 나기 힘들었고, 오래 지속되는 경우도 드물었다.
‘OKC도 그런 수많은 실패 사례 중 하나로 남게 될 팀이지.’
그런 급조된 팀보다는, 난 개인적으로 멤피스 그리즐리스 같은 팀을 훨씬 선호한다.
그릿 앤 그라인드.
확고한 철학 아래에서 각자에게 주어진 역할을 최선을 다해 수행하는 팀.
비록 그릿 앤 그라인드의 상징인 토니 앨런과 잭 랜돌프를 잃긴 했지만.
늙고 병든 회색곰은 여전히 1, 2옵션인 마크 가솔과 마이크 콘리 듀오라는 날카로운 발톱을 지니고 있었다.
‘조만간 콘리가 장기 부상을 입으며 남은 발톱마저 완전히 빠져 버리긴 하지만.’
그건 조금 나중의 일이고.
아무튼 우리와 맞붙었을 당시의 멤피스는 굉장한 강팀이었다는 이야기다.
특유의 끈적끈적한 수비로 상대를 늪에 빠트리는 전략이 아주 상대하기 더럽더라고.
“그러니까 제가 그날 조. 금. 부진했던 건 어디까지나 상대가 강했기 때문이라 이겁니다.”
“알았다고. 알았어.”
“그래. 그 이야기만 10번은 한 것 같구나.”
치이익!
고기 굽는 소리와 함께 식욕을 자극하는 냄새가 퍼져 나간다.
오늘은 지인들을 집에 초대해 안뜰에서 바비큐 파티를 갖는 자리.
소주병을 깐 동호 형이 어른들에게 잔을 올렸다.
“제가 먼저 한잔 올리겠습니다, 아버님.”
“어이쿠. 손님들부터 드려야지. 우선 우리 감독님부터.”
“아! 소주! 저도 무척 좋아합니다!”
알트만 감독님이 반색하며 소주잔을 받아 든다.
옆에서는 제프리 홈즈 씨가 벌써부터 능숙한 솜씨로 소맥 제조에 들어가고 있었다.
“우리 여성분들은 여기. 최대한 목 넘김이 부드럽게 말아 봤습니다.”
“비율은?”
“7대 3. as always.”
“Very good. 참 잘했어요, 우리 남편.”
애견을 다루는 것처럼 남편의 머리를 쓰다듬는 예나 홈즈 씨.
어머니와 예나 씨, 리바 알트만 여사님은 테이블 한쪽에 옹기종기 모여 여성들만의 시간을 갖고 계시는 중이었다.
어머니는 원래 영어 회화가 어느 정도 가능하신 재원이시고.
대화가 막히는 구간이 있으면 예나 씨가 중간에서 통역을 맡는 식이었다.
“그러면 다음엔 셋이서 함께 태국 음식점을 가 볼까요? 포틀랜드의 명물 중 하나예요.”
“어머. 너무 좋죠!”
“내가 아는 곳이 있어요. 남편이 선수들을 데리고 자주 가는 곳인데…….”
예전에 한 번 면식이 있었던 덕분일까.
어르신들은 알아서 척척 의기투합하는 분위기셨다.
“혹시 미스터 킴도 바다낚시에 취미가 있으십니까? 시온 군은 대학 시절에 저와 함께 자주 이 근처에 낚시를 다녔는데…….”
“아이고! 제가 또 낚시 하면…….”
“다음에 제가 좋은 곳으로 모시겠습니다. 저희 직원들 추천으로는…….”
“……동호 형, 우린 저쪽 테이블로 넘어가죠.”
“그래. 여긴 우리가 끼기엔 연배가 너무 높은 것 같다.”
그들만의 세상에 빠지신 어르신들을 놔두고 신시아와 타이런, 크리스 부쉐, 시우가 앉아 있는 테이블로 자리를 옮겼다.
“시우야, 맛있어?”
“응! 형도 빨리 와서 먹어!”
“형은 어차피 식단 조절 때문에 몇 점 못 먹거든. 기다리지 말고 먹어.”
“아라써! 형이랑 누나도 얼른 드세요!”
“하하.”
“후후. 그럴게.”
시우의 재롱에 타이런과 신시아가 배꼽을 잡고 웃었다.
“크리스 형도 마니마니 드세요!”
“um? oh, alright, kid.”
짝! 크리스가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시우와 의미 불명의 하이파이브를 나눈다.
대부분 한국계인 오늘 자리에서 다소 이질적인 외모의 손님.
크리스 부쉐는 접시에 머리를 처박고 정신없이 음식을 해치우고 있었다.
“헤이, 주장. 한국 음식은 좀 먹을 만해요?”
“으음. 하나하나가 다 독특한 맛이라서 좋네. 특히 이 콘-치즈는 천상의 맛이야! 한국에 이런 요리가 있었다니!”
……그게 한국음식이 맞나 싶긴 한데.
뭐, 입에 맞는다니 됐다.
크리스는 G리그 팀이 위치한 LA와 오리건을 오가며 혼자 생활하고 있었다.
‘투웨이 계약자 정도의 연봉이면 최저임금도 못 받는 G리거들보단 훨씬 상황이 낫겠지만…….’
십자인대 재활에 들어간 거금을 생각하면 한 푼이라도 아껴야 하는 입장.
게다가 블레이저스가 G리그 팀을 운영하지 않는 탓에, 크리스 주장은 평소에는 LA에 원룸을 얻어 클리퍼스 G리그 팀에서 활동하다가 블레이저스의 호출을 받으면 언제든지 포틀랜드로 달려와야 하는 난처한 상황에 처해 있었다.
“마침 2층에 방이 몇 개 남는데, 정말로 들어와서 살 생각 없어요?”
“어휴. 무슨 낯으로 그런 폐를 끼치겠어.”
때문에 나는 크리스 주장에게 우리 집에 머무르길 권유하고 있었지만.
크리스 주장은 계속 내 제안을 사양하고 있었다.
“너도 가족 넷이서 함께 살게 된 건 몇 년 만의 일이라며? 그런 가정에 눈치 없이 끼어들 수는 없지.”
“그러면 손님방 하나를 비워 둘 테니까, 괜히 방 두 개 잡지 말고 오리건에 있어야 할 때라도 여기서 묵어요. 부모님도 주장이라면 언제든지 환영이라고 하시니까.”
내 이야기를 들으셨는지, 어머니가 자리에서 일어나 이쪽 테이블로 다가오신다.
“신시아 양, 잠시 통역을 도와줄 수 있을까요?”
“네. 말씀하세요, 어머님.”
어머니는 크리스 주장의 어깨를 두드리며 자상한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우리 아들의 친한 친구라면 내게도 친자식이나 다름없으니까, 부디 사양하지 말고 언제든지 와서 편하게 머무르도록 해요.”
“……그래도 괜찮을까요?”
“어휴. 외지에서 혼자 지내는 것만큼 몸이 상하는 짓도 없어요. 프로 운동선수라면 몸이 곧 재산인데, 그런 환경에서 제대로 된 결과가 나오겠어요? 걱정 마요. 운동선수 뒷바라지라면 나만큼 익숙한 사람도 없으니까.”
“……Thank you. ma’am.”
어머니는 고개를 푹 숙인 크리스의 손을 꼭 잡아 주셨다.
크리스 부쉐는 어려운 성장기를 거친 선수.
중앙아메리카 카리브 해에 위치한 작은 섬나라, 세인트루시아에서 태어나, 캐나다인 아버지를 찾아 5살의 나이에 어머니와 함께 캐나다 몬트리올로 터전을 옮겼다.
그러나 어린 나이에 아버지에게 버림받아 빈민가에서 성장.
어린 동생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16살의 나이에 접시닦이와 주방보조 일을 전전했다.
‘아마추어 농구 대회에서 남다른 재능이 있다는 걸 드러내지 못했다면, 아마 지금도 캐나다 빈민가를 전전하고 있었겠지.’
이건 크리스 주장이 내게 항상 하던 이야기였다.
수많은 고난 끝에 투웨이 계약을 따내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투웨이 계약은 언제든 흐지부지될 수 있는 단년 비보장 계약에 불과하다.
때문에 크리스 주장은 캐나다에서 어려운 생활을 이어 가고 있는 어머니와 동생들에게 번 돈의 대부분을 송금하고 있었다.
“헤이, 시온.”
“네.”
“나도 꼭 NBA에서 살아남을 거야. 가족을 미국으로 데려와 이곳처럼 멋진 집에서 함께 살고, 동생들을 좋은 학교에 보내고, 고생하신 어머니도 호강시켜 드릴 거라고.”
“……그래요. 주장은 꼭 할 수 있을 거예요.”
“그때가 되면 지금 받은 도움을 백 배, 천 배로 갚을게. 정말로, 정말로 고마워.”
성공하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같을 테지만.
그 절박함의 정도는 개개인이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는 법이다.
‘지금 내가 이룬 부분적인 성공도 누군가에겐 평생의 목표일 수 있는 법이지.’
당장 전생의 내가 그렇지 않았던가.
NBA라는 무대를 밟아 볼 수만 있다면 더는 소원이 없었지.
크리스 주장이 한발 앞서가는 날 보며 동기부여를 얻는 것만큼이나, 나 역시도 주장의 존재로 인해 초심을 잃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건배하죠. 크리스 부쉐의 NBA 진출을 위하여!”
“뭐야. 탄산수로 건배를?”
“우린 프로니까요.”
“좋아. 큭큭큭. 시온 킴의 NBA 성공을 위하여!”
“Toast(건배)!”
나는 눈시울이 살짝 붉어진 크리스와 건배를 나눴다.
알코올이나 액상과당 따윈 0.1mg도 담겨 있지 않은 평범한 탄산수에 불과했지만.
내게는 그 어떤 명주보다 감미로웠다.
* * *
Nov. 13. 2017.
Moda Center, Portland, Oregon.
◎ 경기 라인업
Portland Trail Blazers
PG 데미안 릴라드 6-2
SG CJ 맥컬럼 6-3
SF 에반 터너 6-7
PF 김시온 6-9
C 유서프 너키치 7-0
Denver Nuggets
PG 자말 머레이 6-5
SG 윌 바튼 6-6
SF 윌슨 챈들러 6-8
PF 폴 밀샙 6-7
C 니콜라 요키치 7-0
“시온 킴, 시온 킴이라.”
스타팅 라인업이 발표된 기록지를 확인하며.
마이크 말론 감독은 저도 모르게 그런 탄식을 터트리고 말았다.
지난 여름, 드래프트에서 김시온과 도노반 미첼을 연달아 놓친 것은 어쩌면 덴버 너기츠 역사상 최악의 멍청한 결정으로 남게 될지도 모른다.
‘머레이를 보좌할 슈팅가드. 요키치의 약점을 메워 줄 다재다능한 스몰포워드. 이 팀에 가장 필요한 두 유형의 선수를 놓쳤군.’
드래프트를 총괄하는 것은 감독이 아닌 GM.
때문에 마이크 말론 감독은 어쩔 수 없이 카니쇼바스 GM을 원망할 수밖에 없었다.
부랴부랴 3-4번 포지션을 보강하긴 했지만, 여전히 뎁스의 깊이와 수준 모두 아쉬운 상황.
– 젠장! 당신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아직도 모르겠습니까? 어쩌면 우린 너기츠 역사상 첫 반지를 얻을 기회를 놓친 건지도 모릅니다!
– 지금 나보다 더 아쉬울 사람이 있을 것 같소? 게다가 킴은 어차피 우리보다 윗 순번에…….
– Damn it! 우리가 새크라맨토의 10픽을 구해 올 수도 있었잖습니까? 최소한 15픽으로 10픽을 구하는 것보단 13픽으로 10픽을 구하는 게 훨씬 쉽겠지요!
– ……드래프트와 선수단 구성은 어디까지나 단장인 내 권한이요. 당신은 주어진 로스터로 성적을 내는 데나 집중해 주길 바랍니다.
김시온에 이어 도노반 미첼까지.
다 붙잡은 물고기를 제 손으로 놓아준 상황.
이는 당첨이 확정된 1등 복권을 두 장이나 사 놓고선 옆집에 공짜로 넘겨준 꼴이었다.
‘심지어 그 ‘옆집’이 친근한 이웃이 아니라, 서로 이를 갈고 있는 호적수라는 게 가장 치명적인 문제지.
하필 두 선수를 지명한 팀이 너기츠와 같은 노스웨스트 디비전 소속팀인 트레일블레이저스, 재즈였던 것이다.
같은 디비전 소속이라는 것은 1년에 4번이나 정규시즌 경기를 치러야 한다는 이야기.
당연히 너기츠는 매번 경기를 치를 때마다 두 선수의 활약을 지켜보며 상처에 소금을 뿌린 듯한 고통을 겪어야 할 것이다.
“빌어먹을 카니쇼바스. 그 얼간이 같은 자식은 한시 빨리 너기츠에서 잘려서 시카고 불스 같은 구단에나 가는 게 훨씬 어울리는데.”
분노에 사로잡힌 나머지, 저도 모르게 미래를 예언해 버린 마이크 말론 감독이었다.
시카고 불스에 가건, 어쩌건.
단장의 가장 중요한 책무 중 하나인 로스터 구성에서 처참한 실패를 겪은 이상, 카니소바스는 어떤 식으로든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등번호 27번. 포틀랜드의 자랑! 보스니아산 흑곰! 유서어어프! 너어어키이이치!”
“와아아아!”
“너키치! 너키치! 너키치! 너키치!”
관중들의 환호를 받으며 코트로 나오는 거한.
마이크 말론 감독은 그 모습을 바라보며 작게 중얼거렸다.
“……저 친구도 참 아까운 선수였지.”
너기츠가 아깝게 블레이저스로 떠나보낸 선수 중에는 유서프 너키치도 있었다.
덴버에서 커리어를 시작한 너키치는 분명 커리어 초기부터 남다른 재능을 드러낸 선수였다.
언젠가 분명 올스타급 센터로 성장하리란 평가를 받던 너키치였지만.
같은 팀의 백업 센터가 하필 역대급 재능인 니콜라 요키치였다는 것이 그에게는 불행이었다.
‘어떻게든 공존을 시도해 보려 했지만, 잘 풀리지 않았지.’
다재다능하지만 발이 느린 유형의 센터.
장점과 단점이 완벽하게 겹치는 두 선수가 공존하는 건 처음부터 불가능한 일이었고.
결국 요키치에게 주전 자리를 잃은 너키치는 태업을 저지르며 트레이드를 요청.
포틀랜드로 향하게 되었다.
‘그게 우리에게 치명타가 될 줄은 몰랐지.’
포틀랜드 트레일 블레이저스는 덴버 너기츠와 같은 디비전 소속인 팀.
지난 시즌 너키치를 얻은 블레이저스는 하반기에 들어 무서운 상승세를 보이며 덴버 너기츠를 플레이오프에서 탈락시키는 최대 원흉이 되었고.
두 팀은 본의 아니게 너키치/요키치를 놓고 라이벌 관계를 형성하게 되었다.
‘너키치는 지금도 우리에게 이를 벅벅 갈고 있는 모양이고.’
사실 당시만 해도 덴버 프런트는 요키치의 잠재력을 엄청나게 높게 평가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너키치 대신 요키치를 팀의 미래로 선택한 것은, 그만큼 너키치의 멘탈 문제가 심각하다고 판단했기 때문.
하지만 너키치는 의외로 블레이저스에서의 생활에 굉장히 만족하는 모양이었다.
어제 오리건 지역지에 나온 뉴스가 그 사실을 대변하고 있었다.
– 너키치, 빠른 재계약 의사 밝혀. ‘포틀랜드 생활에 만족. 아직 시기는 좀 이르지만 슬슬 재계약을 논의하고 싶다.’ 팀 친화적인 계약에 열려 있다는 신호로 해석돼.
너키치의 최대 불안요소는 불안정한 멘탈과 롤(role)에 대한 욕심.
때문에 요키치를 중심으로 팀을 리빌딩하려 한 너기츠에서는 도저히 너키치를 안고 갈 방법이 없었다.
그러나 자신의 입지를 충분히 존중해 주는 블레이저스의 환경에서라면, 너키치는 충분히 좋은 선수로 남을 수 있으리라.
결국 모든 선수에게는 각자에게 맞는 환경이 있다는 이야기였다.
‘그저 함께할 운명이 아니었던 게지.’
김시온의 경우도 마찬가지.
그저 신인 한 명을 놓친 것일 뿐이다.
분명 무척 아쉬운 일이긴 하지만, 너무 과하게 좌절할 필요도 없는 일이었다.
그렇게 스스로를 납득시키려 애쓰며, 마이크 말론 감독은 치솟는 아쉬움을 머릿속 한 구석에 꽁꽁 묶어 봉해 두었다.
시온 킴.
유서프 너키치.
운명의 엇갈림으로 인해 적으로 만나게 된 두 선수가 코트로 나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