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lcome to NBA RAW novel - Chapter 93
웰컴 투 NBA 93화
#093. 이산가족 상봉 (1)
[손님 여러분, 저희들은 잠시 후 포틀랜드 국제공항에 도착하겠습니다. 현재 한국 시각은 4일 오전 11시이며, 오리건 현지 시각은 3일 오후 7시입니다. 비행기가 완전히 멈춘 후, 좌석벨트 사인이 꺼질 때까지…….] [Ladies and Gentlemen. We are now arrived…….]“여보. 여보.”
“으응?”
“슬슬 도착이야. 여권 잊지 말고 챙겨요.”
아내의 말에 김지환은 입이 찢어져라 하품을 하며 기지개를 켰다.
뚜둑! 뚝!
전신의 근육과 관절이 비명을 내지른다.
‘삭신이 쑤셔 죽겠구먼.’
인천에서 시애틀까지 10시간.
시애틀에서 포틀랜드까지 1시간 반.
입출국, 환승에 걸리는 시간까지 더하면 거의 16시간을 공항에서만 보낸 셈이다.
아들만큼은 아니어도, 190cm대의 기골이 장대한 체격인 김지환에게 장시간 비행은 굉장한 고역이었다.
아들이 큰돈을 들여 좌석을 비즈니스로 업그레이드해 줬기에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큰 고생을 할 뻔했다.
처음에는 일등석을 예매하려 했던 모양이지만.
– 항공권이 천만 원이라니. 너 지금 제정신이니?
– 엄마, 아들 올해 연봉이 50억이에요 50억. 이제 그 정도는 맘 편히 타셔도 돼요. 항공사에서 지원해 줘서 제값을 다 내는 것도 아니고요.
– 아무튼. 난 그 돈 주고는 비행기 못 탄다, 얘.
아내의 결사적인 반대로 아들의 효도(?)는 무산되고 말았다.
‘50억이라니. 세상에.’
현실감이 없는 금액이었다.
K리그 최고 연봉자인 김진욱의 연봉이 올해 15억이던가?
사람들은 K리그 선수라면 누구나 억대 연봉은 기본으로 받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세간에 공개된 평균 연봉은 허수가 잔뜩 낀 숫자였다.
김진욱, 이동욱처럼 10억, 15억을 받는 스타플레이어도 있는 한편, 젊은 선수들 중 상당수는 2000만 원대의 최저 연봉을 받기 때문.
빈익빈 부익부 신세인 것은 베테랑 선수도 마찬가지였다.
인기 팀의 스타플레이어거나 국가 대표 경력이 있는 경우라면 모를까.
김지환 자신처럼 평범한 커리어를 보낸 선수들은 경제적으로 윤택한 편은 아니었다.
“시우도 깨워야겠다.”
“얘는 그 잠깐 사이를 못 참고 자네. 후후.”
만으로 일곱 살인 둘째, 김시우는 눈을 붙이랄 때는 그토록 말을 안 들어 먹더니, 비행기에서 내릴 때가 되어서야 세상모르게 잠들어 있었다.
수하물을 찾아 부랴부랴 밖으로 나오니, 의외로 쌀쌀한 날씨가 세 사람을 반겼다.
“어휴. 춥다.”
“점퍼 버리지 않길 잘했네.”
“아빠, 나 저기 도넛 사 주세요!”
시우의 가리킨 곳에는 포틀랜드 국제공항의 명물인 블루스타 도넛 전문점이 자리하고 있었다.
“시온이가 여기 도넛은 꼭 한 번 먹어 봐야 한다더라.”
“그래? 하나씩 사 갈까?”
“시온이는 식단 조절 때문에 설탕을 안 먹는다니까, 우리 것만 사면 될 것 같아요.”
“도넛! 도넛!”
어차피 앞으로 포틀랜드에 살다 보면 도넛은 지겹도록 먹게 될 테지만.
미국 하면 역시 도넛에 블랙커피 아니겠는가.
딸기, 초코, 무지개색 도넛을 순식간에 하나씩 해치운 세 사람은, 공항 바깥에 이상할 정도로 인파가 모여 있는 모습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저긴 왜 저렇게 난리지?”
“글쎄. 연예인이라도 왔나 봐요?”
유명인이 입국하는 현장에 팬과 기자들이 진을 치는 것은 한국에서는 굉장히 흔한 일이지만, 미국에서도 그러한지는 모를 일.
그러나 오늘 현장에 모인 인파는 입국하는 사람을 구경하느라 모인 것이 아니었다.
그들이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은, 녹색 항공 점퍼에 청바지, 선글라스에 비니 차림을 하고 있는 젊은 동양인 남성이었다.
나름 정체를 숨긴다고 숨겼지만.
그 체격과 피부색만으로도 오리건에선 정체를 감출 방법이 없는 남자.
“헤이, 킴. 대체 한국에서 누가 오길래 공항에 직접 나와 있는 거예요? 여자 친구?”
“부모님이랑 가족이요. 하하.”
“오오! 축하해요. 완전히 미국에서 살려고 오는 건가요?”
“네. 그렇게 될 것 같네요.”
“Excuse me, 킴. 괜찮으면 여기 사인 좀 해 줄 수 있을까요? 우리 딸애가 당신의 팬이에요.”
“오, 얼마든지요. 사진도 찍어 드릴까요?”
젊은 백인 부부와 여자아이와 사진을 찍는 동양인 남성.
김지환과 신미래 부부를 발견한 남자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커다란 플래카드를 치켜든다.
[김지환 씨, 신미래 씨, 김시우 꼬맹이의 미국 방문을 환영합니다.] [ Welcome to Portland! ] [by 김시온]“뭐야. 저분들이에요? hey! 포틀랜드에 오신 걸 환영해요!”
“We love your son!”
“하하하하!”
덩달아 환호하는 포틀랜드 주민들.
김지환이 골머리를 움켜쥔 반면, 신미래와 김시우는 방방 뛰며 두 손을 흔들었다.
“어이구. 쟤는 뭘 저런 것까지 준비했대…….”
“아들! 아들! 여기야!”
“형아!”
김시온은 선글라스 아래로 씨익 눈웃음을 짓고 있었다.
* * *
가족이 미국에 오기까지는 꽤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했다.
한국에서의 일을 완전히 정리하는 데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렸고, 여기에 시우의 학교 문제도 걸려 있었기 때문.
다행히 이 문제는 블레이저스 프런트와 동호 형의 에이전시에서 많은 도움을 주었다.
– 그런 잡다한 문제를 보조하라고 탤런트 매니징 부서가 있는 걸세. 필요한 절차는 우리가 다 알아서 처리할 테니 자네는 다음 시합에나 집중하게나.
– 너무 폐를 끼치는 건 아닐까요?
– 민폐를 끼치려면 갱단과 얽히거나 가정 폭력, 약물 사건의 뒷수습 정도는 되어야지. 이런 보람찬 업무는 오히려 환영이야.
과연 제일블레이저스(Jailblazers) 시절, 산전수전에 공중전까지 겪은 직원들이라서 그런가.
담당자는 이 정도쯤은 일거리도 아니라는 말투였다.
“그럼 앞으로 우리 네 가족이 살 아담한 집을 소개하겠습니다. 따라라라란~.”
“이게 아담하다고?”
“아들, 혹시 미국에서 오래 살다 보니 금전 감각이 이상해진 건 아니지?”
“왜요? 이 정도면 단란한 4인 가정이 살기에 딱 좋지.”
“나 드라마에서 이런 집 봤어! 재벌 집!”
방 5개, 미니 수영장과 농구 하프코트, 차고, 안뜰이 있는 이층집.
이 정도면 충분히 소박하잖아?
부모님께서 쓰실 안방과 거실, 부엌을 먼저 보여 드리고, 시우를 데리고 몰래 지하로 향했다.
“형, 어디 가는 거야?”
“시우야.”
“응?”
“혹시 게임 좋아하니?”
“……응!”
눈이 초롱초롱해지는 꼬맹이.
지하실 문이 열리자, 그곳에는 모든 어린이와 청소년, 그리고 일부 키덜트들의 유토피아가 펼쳐져 있었다.
“와아아아아!!!”
완벽하게 게이밍 룸으로 개조된 지하실.
푹신한 소파에서는 벽에 걸린 80인치 QLED TV로 플레이스테이션 4 Pro, XBOX ONE, 닌텐도 스위치 등 온갖 콘솔 게임을 즐길 수 있었고.
옆에는 오락실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2인용 대전 격투, 슈팅 게임용 아케이드 머신이 비치되어 있었으며.
그 옆에는 가정용 리듬 게임 머신과 TRPG 게임을 위한 6인용 테이블이 비치되어 있었다.
그야말로 모든 남자를 위한 파라다이스.
이전 생에는 마누라 눈치가 보여서 머릿속으로 상상만 하던 프로젝트였다.
“우와! 아X언맨! 닥X 스트레인지!”
벽 한쪽에는 시우가 좋아할 만한 마블, DC 히어로들의 12인치 피규어들이 늘어서 있었다.
……내 취향이 살짝 반영된 메카닉 프라모델도 섞여 있었고.
“그런데 왜 똑같은 로봇 장난감이 이렇게 많아?”
“아아. 그건 윙X담 제로란다. 마니아와 초보자 모두 좋아하는 물건이지.”
“이 까맣고 두꺼운 로봇은?”
“그건 건X이 아니라 조금 더 옛날 만화란다. 위대한 용자에 걸맞는 위대한 기체지.”
“이 하얗고 홀쭉한 건?”
“아. 그건 2023년까지 기다려야 후속작이 나오는 우주 갓겜에 나오는 기체인데…….”
“……잘 모르겠어.”
금세 흥미를 잃은 시우가 다른 곳으로 관심을 돌렸다.
책장 하나를 꽉 채운 만화책들.
돈을 내지 않고도 이용 가능한 과자와 음료 자판기 등등.
그중에서도 화룡점정이라고 할 만한 물건은 내가 손수 커스텀한 심-레이싱(Simulation racing) 머신이었다.
메탈릭 실버로 도색되어 번쩍거리는 1대1 규격의 레이싱 머신.
그 영롱한 자태에 시우는 말을 잃고 프레임을 멍하니 쓰다듬고만 있었다.
“우, 우와…….”
“32:9 비율의 커브드 모니터에 레이싱 휠, 휠베이스, 압력 조절 방식 페달, 알루미늄 거치대, 가죽 시트까지. 실제 레이싱 카의 내부를 완벽히 재현했지. 후후후.”
“혀, 형.”
“응?”
눈이 살짝 풀린 시우가 날 멍하니 올려다본다.
“형이 최고야…….”
나는 그 모습에 눈물을 머금으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래.
이것이 바로 남자의 로망.
아직은 살짝 서먹한 사이인 시우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기 위한 비책……!!
덜컹!
“이놈의 자식이! 돈을 이딴 데다가 쓰고 있었어!!”
“아니, 엄마. 언제 오셨…… 아악!”
철썩!
오랜만에 맛보는 어머니의 화끈한 등짝 스매싱.
어머니는 주변을 둘러보며 할 말을 잃으신 듯 한숨만 푹푹 내쉬더니, 소파를 가리키며 내게 말씀하셨다.
“아들.”
“넵.”
“저기 앉아.”
얌전히 착석하자, 이때다 하고 내 귓불을 잡아당기시는 어머니.
“아야야야. 아파요, 아파!”
“얘가 정신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이러다가 시우가 나중에 커서도 게임만 하면 어쩌려고 이러니!”
“또 모르잖아요? 어쩌면 시우가 운동보단 게임 쪽에 타고난 재능이 있을지도.”
“게임을 잘해서 뭐 하게!”
“진정하시고 들어 보세요. 제 생각엔 2030년대에는 가상 현실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이 어지간한 운동선수보다도 훨씬 잘나가게 될 가능성이 높은데, 지금부터 착실하게 영재 교육을 시키면…….”
“이노무 자식이 반성은 안 하고!”
철썩! 철썩! 철썩!
어머님. 이게 다 미래를 보고 온 사람의 혜안이란 말입니다…….
동생의 밝은 미래를 지키기 위해.
나는 눈을 질끈 감고 당장의 고통을 받아들였다.
* * *
[ESPN’s 2017-18 NBA season ongoing review] [Written by Dwane Farrell] [Nov. 11. 2017]11월도 벌써 3분의 1이 흘러간 지금.
NBA의 30개 구단은 여전히 숨 가쁜 순위 경쟁을 이어 가고 있다.
이번 주 서부 컨퍼런스 Player of the Week에 선정된 선수는 제임스 하든.
지난 토요일 유타 재즈를 상대로 56득점 13어시스트 7리바운드를 기록하며 커리어 하이 득점을 또 한 번 경신한 제임스 하든은, 이번 주에 치른 4경기 평균 36.3득점, 10어시스트, 3점 슛 성공률 51.2%를 기록하며 서부 컨퍼런스의 모든 팀을 경악에 빠트렸다.
그야말로 Fear the Beard라는 캐치프레이즈에 어울리는 활약.
다만, 최근의 하든이 마이클 조던의 전성기 퍼포먼스를 소환하고 있는 것과는 별개로, 우리는 서부 컨퍼런스의 또 다른 선수의 활약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시온 킴(Sion Kim).
LA 레이커스전에서 보여 준 충격의 42득점을 시작으로, 이 루키는 단연 서부 컨퍼런스 최고의 신인다운 활약을 이어 가고 있다.
Nov. 5. 2017.
[Oklahoma City Thunders 99 : 103 Portland Trail Blazers] [Sion Kim – 33min]22PT 4AST 8REB 3STL 1BLK
FG 7/13(53.8%) 3PT 3/6(50%) FT 5/5 (100%)
Nov. 7. 2017.
[Memphis Grizzles 98 : 97 Portland Trail Blazers] [Sion Kim – 31min]15PT 5AST 4REB 2STL
FG 6/14(42.9%) 3PT 1/3(33.3%) FT 2/2 (100%)
Nov. 10. 2017.
[Brooklyn Nets 88 : 104 Portland Trail Blazers] [Sion Kim – 30min]23PT 1AST 8REB 2STL 2BLK
FG 8/15(53.3%) 3PT 3/5(60%) FT 4/4 (100%)
루키보다는 올스타급 선수에게 더 어울릴 법한 스탯라인.
비록 끈끈한 수비를 자랑하는 멤피스 그리즐리스전에서는 신인답게 살짝 부진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부진한 경기에서도 15점을 기록했다는 점이, 이 루키가 이미 평범한 신인들과 똑같은 기준으로 평가할 수 없는 선수로 성장했다는 사실을 반증한다.
홈에서 열린 4연전에서 3승 1패.
포틀랜드는 여전히, 모두의 예상을 깨부수고 서부 1위를 달리고 있다.
이제 시온 킴은 그에게 특별한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는 구단을 다음 경기의 상대로 맞이하게 된다.
드래프트 당시 킴에게 지명 약속을 했다는 루머가 돌았던 구단.
시온 킴을 놓친 것으로도 모자라, 제 손으로 뽑은 도노반 미첼마저 다른 구단으로 보내 버린 비운의 팀.
11월 13일,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는 홈에서 덴버 너기츠를 상대로 맞이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