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opened my eyes, I realized that modern life RAW novel - Chapter 138
138화
프랑스에서 발생했던 초대형 균열에서 안토니가 나왔던 사건은 다음 날 전 세계로 빠르게 보도되었다.
전 세계의 국가들은 당연히 아직 그란디아 대륙에 대해서, 또 그란디아 대륙의 사람들에 대해서 대중들에게 보도하지 않았다. 때문에 대중들은 균열에서 나온 안토니를 두고 강력한 고위 몬스터의 엘리트가 아닌지에 대한 많은 추측들을 쏟아 냈다. 물론 당연한 결과였다.
일반인들에게는 균열에서 나오는 몬스터가 이세계에서 넘어온다는 개념 자체가 상당히 낯설었을 테니 말이다.
물론 그건 둘째 치더라도 사건들은 많았다.
특히 무려 전 세계 30위의 랭커 루이스의 경우에는 안토니의 마나에 놀라서 뒤로 나자빠진 모습이 인터넷에 박제.
거의 사골 국물마저 끓이다 못해 가루가 되기 전까지 대중들의 입방아에 오를 법한 흑역사를 제조해 버린 일이 되는 등 상당히 많은 여파를 몰고 왔다.
하지만 이러니저러니 해도 결국 어제 일이 최강에게 의미 있는 사건이냐 묻는다면, 그건 또 아니었다.
어제 결국 안토니는 루이스를 비롯한 프랑스의 모든 랭커들을 놔둔 채 어디론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사건이 생긴 것도 아니고 세계적인 문제가 된 것도 아닌데 당장에 최강이 나설 이유가 되진 못한 것이다.
하루 종일 안토니에 대한 내용이 TV를 장악하자 최강이 밀렸던 드라마나 볼 심산으로 리모컨을 조작하려 할 때였다. 뭔가 생각난 듯 최강의 행동이 멈칫했다.
-…….
최강의 시선이 구석에 진열된 청화수를 향했다.
‘그러고 보니 저 녀석, 어제부터 말이 없네…….’
이상한 일이었다. 사용자의 정신을 잠식해서 청화수는 숙주 삼는다. 물론 근래에는 검집 때문에 그 능력이 거의 사라지다시피 했다지만 여전히 청화수의 자의식은 주인인 최강과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그래서 최강은 그동안 매일같이 청화수가 떠드는 소리를 들어야 했다. 심심하면 한 번씩 푸념을 늘어놓는다거나 가끔씩 드라마를 보며 아줌마 같은 혼잣말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말이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어제부터는 그런 기미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미운 정도 정이라고, 막상 거슬리던 녀석의 행동이 갑자기 경고도 없이 사라져 버리니 뭔가 신경 쓰여서 최강이 자리에서 조용히 일어났다.
“…….”
청화수가 진열된 거치대로 앞으로 간 최강이 청화수를 발로 한번 ‘툭’ 찼다.
-무…… 무슨 짓이냐, 이 머저리 같은 놈!
청화수의 목소리를 들은 최강이 멀쩡한 녀석을 확인하고 그럼 그렇지, 하는 표정을 지으며 자리로 조용히 돌아와 앉았다. 최강이 혹여나 주변에 이상하게 보일까 봐 조용히 중얼거렸다.
“어제부터 조용하길래 건드려 봤다.”
-이…… 이런 오만방자한.
최강이 분노한 듯한 청화수의 목소리에 말했다.
“그래서 무슨 일 있는 거냐?”
-…….
청화수가 다시금 말이 없어지자 조금 더 기다리던 최강이 포기하듯 말했다.
“말하기 싫으면 말든가.”
청화수가 입을 연 것은 최강이 놓았던 리모컨에 손을 올렸을 때였다.
-내 형제의 기운이 느껴졌다.
들려오는 청화수의 말에 최강이 흥미가 생긴 듯한 얼굴로 말했다.
“형제? 너 원래 사람이었냐?”
최강은 일전에 청화수와 대화를 했던 적이 있다. 아마도 크리스와 접전이 있고 나서였을 것이다. 크리스의 말의 진위 여부를 조사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대화에서 청화수는 분명 최강의 기억상 자신은 그란디아 대륙에서 만들어졌으며 동시에 누군가를 아버지라고 말했었다.
만들다와 낳았다의 의미는 다르지만 방금의 질문은 혹시나 해서 물어본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청화수가 발작하듯 말했다.
-웃기는 소리! 감히 어딜 비교할 곳이 없어서 인간 놈들 따위와 비교하느냐?! 일전에도 말했을 터다. 이 몸은 최고의 대장장이 볼카스의 손에서 탄생했다.
볼카스. 처음 듣는 이름이었지만 여하튼 녀석이 원래 사람이 아니었다는 것 정도는 다시금 확실해지는 순간이었다.
최강이 말했다.
“그래서? 그럼 형제는 너랑 마찬가지로 다른 무기를 말하는 거냐?”
-뭐…… 정확히는 무기일 수도 있고 장비일 수도 있지만, 여하튼 그렇다고 할 수 있다. 아버지는 한 시대를 풍미한 최고의 대장장이셨으니까.
항상 상대를 깔보고 무시하는 것이 베이스인 청화수가 남을 존칭한다는 것이 상당히 낯설긴 했지만 최강은 다른 데 초점을 맞췄다.
‘대장장이 볼카스라…….’
최강이 말했다.
“언제부터 느껴졌는데? 어제부터?”
-그렇다.
“그럼 정확한 위치도 아냐?”
-……유감이지만 그건 아니다. 하지만 일전엔 없었던 기운이 갑자기 느껴졌다. 아마도 나와 마찬가지로 그란디아 대륙에서 넘어왔을 확률이 높다.
최강이 청화수와 대화하던 중 불현듯 떠오르는 생각에 중얼거렸다.
“잠깐…… 그러고 보니…….”
최강이 TV를 바라봤다.
‘어제 균열을 나온 사람과 어제 넘어온 병기라…….’
최강이 말했다.
“야, 혹시 저 녀석이 들고 있는 검은? 니가 말한 형제 아니냐?”
TV를 보는 듯 말이 없어진 청화수가 잠시 후 말했다.
-모른다.
‘아니다, 맞다’가 아닌 ‘모른다’라는 의외의 대답이 돌아오자 최강이 질문했다.
“몰라? 형제라고 안 했어? 그런데 모른다고?”
-나도 형제가 있다고 들었을 뿐이다. 내가 만들어졌을 때 아버지는 거의 백발의 노인이었지. 아마도 내가 형제 중 마지막일 확률이 높다.
“음…… 뭐, 결국 요약하자면 결국 본 적이 없다는 거?”
최강이 비웃듯 픽 웃었다. 형제니 뭐니 진지하게 생각하더니 결국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면서 형제 타령을 했다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비…… 비웃지 마라! 아무리 아버님이 대단한 대장장이셨다 하더라도 역사에 이름을 남길 대작을 남기는 일이다. 길게는 10년도 걸리는 작업인 것이 당연하지 않느냐?
대장장이는 결과적으로 놓고 보면 장비를 만드는 사람이지 사용하는 쪽은 아니다. 아마 적당한 주인이 나타나서 판매했다거나, 아니면 애초에 누군가의 의뢰를 받고 만들었을 수도 있는 일이었다. 또 다른 검이 나오기까지 대장장이가 스스로 십수 년의 시간 동안 들고 있지 않을 이유가 들고 있을 이유보다 더 많다는 것이었다.
“그럼 그게 니 형제인지 아닌지는 어떻게 아는데.”
-그건 확신할 수 있다.
“어떻게?”
-아버님의 불의 향기가 느껴졌다.
불의 향기.
확실히 무슨 말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결국 종합하자면 이것이었다. 지금 TV 속에 나오는 저 남자의 허리에 채워진 검이 녀석이 말한 형제인지 아닌지는 모른다는 것 말이다.
‘아쉽네…….’
***
하루 동안 정처 없이 떠돌던 안토니가 멈춰 선 곳은 우연히 100가구 정도나 모여 사는 작은 마을이었다.
낯선 고층 빌딩과 시끄러운 도시보다야 인적이 드문 곳이 심적으로 안정이 되었기 때문일까?
마을 입구에서 마을을 살피던 안토니가 마을로 들어갔다.
마을 중앙에는 커다란 나무가 몇 그루 늘어서 있었는데 안토니가 의지한 곳은 그 나무들의 그늘 아래였다. 눈을 감은 안토니가 조용히 생각에 잠겨 시간을 보냈다.
간혹가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졌지만 신경 쓸 것은 아니었다. 저들이 자신을 해할 능력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그 때문에 한참을 눈을 감은 채로 안토니는 듀크와 팔콘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떠 있던 해가 저물고 사방이 어두컴컴해졌을 때였다. 본래라면 내일 아침까지는 눈을 뜰 생각이 없었던 안토니가 눈을 떴다.
인기척이 하나. 아니, 정확히는 2개의 인기척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안토니가 눈을 뜨자 다섯 살 남짓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가 보였다. 갈색 머리의 장난기 많아 보이는 여자아이를 잠시간 바라보던 안토니가 말했다.
“무슨 볼일이냐?”
여자아이가 씨익 웃었다.
“아저씨, 배 안 고파요?”
안토니가 무언가 답하려 할 때였다. 안토니가 아까 느꼈던 또 하나의 기척의 주인이 뒤늦게 빠른 걸음걸이로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쥬시, 내가 같이 가자고 했잖니?”
목소리의 주인은 10대 후반 정도나 되어 보이는 갈색 머리의 소녀였는데 개구쟁이 같은 미소를 짓는 어린 소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 소녀가 말했다.
“저 혹시 배가 고프시면 식사라도 함께 하시겠나요?”
안토니가 반나절 남짓 겪어 본 결과, 이곳의 인심은 절대 그란디아 대륙에 비해서 좋은 편은 아니었다.
철저하게 개인주의.
오히려 자신을 존중하기에 나오는 결과일 수도 있지만 낮 동안 마을 사람들이 종종 안토니를 이상하게 흘겨보기만 할 뿐 그저 스쳐 지나가기만 했던 것이, 결과적으로 본다면 인심이 좋다는 인상을 주지는 못한 것이었다. 하지만.
눈앞의 두 자매는 아니었다. 누가 봐도 벌써 3일간 씻지 못해 가뜩이나 초라했던 복장이 한층 진화해 거지꼴로 변해 버렸지만 그럼에도 안토니에게 말을 걸어온 것이었다.
안토니는 마음은 고마웠지만 거절했다. 솔직히 배 속이 휑하긴 했지만 며칠 정도 굶는다 해도 전혀 이상이 없었기 때문이다.
“유감이지만 거절하겠다.”
안토니가 말하자 자매 중 언니 쪽에서 기다란 빵이 두어 개 담긴 바구니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그러신가요? 그럼 혹시 허기지실 때 이거라도 드세요.”
“…….”
안토니의 대답은 듣지도 않고 두 자매가 뒤돌아서 걷기 시작할 때였다. 말없이 소녀가 놓고 간 빵 바구니를 바라보던 안토니가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
“기다려라.”
두 자매가 뒤돌자 안토니가 말했다.
“마음이 바뀌었다. 괜찮다면 신세를 지도록 하지.”
***
소녀를 따라온 집은 넓지도 작지도 않은 가정집 수준이었다.
안뜰 수준의 마당과 30평 남짓의 1층 집.
안토니가 조촐한 집 안 내부를 현관에서 바라보고 있자 소녀가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조금 누추하죠?”
“그런 의미는 아니었다.”
안토니가 현관에서 가죽 신발을 벗고 집 안으로 들어서자 여자아이가 거실에 놓인 식탁으로 안내했다.
“여기 앉아서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쥬시, 민폐를 끼치면 안 된다?”
“응.”
소녀가 부엌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보이자 여자아이가 안토니의 반대편 의자에 앉아 닿지 않는 양발을 신이 난 듯 앞뒤로 흔들었다. 안토니가 물었다.
“기분 좋은 일이 있나?”
“있잖아요, 오늘 비프스튜 먹어요.”
“비프스튜? 별로 특별한 음식은 아닌 듯한데?”
“우리 언니 비프스튜 진짜 맛있어요. 옆집 론 오빠도 항상 맛있다고 칭찬해요.”
안토니가 픽 웃었다.
“그렇군. 요리 솜씨가 좋은가 보지?”
“네.”
여자아이가 웃으며 답했을 때였다. 소녀가 와서 쑥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쥬시, 어쩌자고 그런 말을 하는 거니……?”
“그치만 정말로 맛있는걸. 론 오빠도 매번…….”
두 소녀가 작은 대화를 주고받는 동안 본인 몫으로 놓아둔 스튜를 스푼으로 떠서 먹은 안토니가 말했다.
“맛있군.”
홍시처럼 소녀의 얼굴이 붉어졌다. 아마도 안면이 없는 사람의 칭찬에 수줍음을 느끼는 듯했다.
“저, 그…… 감사합니다.”
“나야말로 고맙군. 솔직히 이렇게 맛있는 식사를 대접받을 줄은 몰랐으니까.”
안토니가 별다른 말 없이 이어서 스튜를 먹기 시작하자 두 사람이 말했다.
“잘 먹겠습니다.”
안토니가 스튜를 바닥까지 비우는 건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아서였다. 허기가 졌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가식 없이 스튜가 맛있었기 때문이다. 안토니가 두 사람도 식사를 끝내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고마웠다. 이 은혜는 잊지 않지.”
원래 내키지 않았지만 호의를 달갑게 받아들이자는 느낌에서 염치없게도 따라온 것이었다. 과분한 식사를 대접받았으니 이제 물러갈 때인 것이다.
안토니가 현관으로 향할 때였다. 소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 괜찮으시면…… 하룻밤만 머물고 가세요.”
안토니가 말했다. 남에게 선을 베푸는 건 분명 좋은 일이지만 착하기만 해선 세상을 살아갈 수 없다. 그건 그란디아 대륙에서는 필수적인 생각이었고 이곳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나를 뭘 믿고 재워 주겠다는 거지? 너희 부모님도 걱정하실 거라고는 생각해 본 적 없나?”
안토니가 다시 현관문 쪽으로 몸을 돌리며 말했다.
“식사만으로 충분하다.”
“부모님은 안 계세요. 1년 전쯤 돌아가셨어요.”
안토니의 내디디려던 걸음이 멈췄다.
‘부모님이 안 계신다라…….’
분명히 안타까운 일이었다. 하지만 초면의 남자에게 털어놓을 일은 필시 아니었다. 여린 소녀들을 지켜 줄 울타리가 없다는 것을 알았을 때 흉악한 이면을 보일지 모르는 것이 인간이기 때문이다.
안토니가 서서히 돌아섰다. 그리고 두 소녀를 바라보았다.
그란디아 대륙에는 사생아는 물론이고 고아도 셀 수 없이 많다. 결국 그런 세상에서 자란 안토니에게 부모를 잃었다는 것만으로는 동정을 사기에 부족하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안토니는 두 소녀가 어쩐지 이 순간 신경이 쓰이고 있었다. 그란디아 대륙의 기준으로 보면 오히려 식생활 면에서는 부족함이 없어 보이는 이 아이들은 축복받은 환경이나 다름없음에도 말이다.
‘어째서지?’
잠시간 생각하던 안토니의 눈에 우연히 방금 전 자신이 비운 식탁 위 접시가 보였다.
‘그렇군…….’
신경 쓰이는 이유는 의외로 간단했다.
이 녀석들은 오히려 축복받은 환경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되레 남을 의심하고 남을 짓밟고 올라서는 데 익숙하지 않다. 남을 속이고 남을 짓눌렀을 때야 비로소 자신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세상의 논리를 아직 깨닫지 못한 것이었다.
이른바 아직 너무 미성숙하고 세상을 혼자서 살아가기에는 너무 순수했다.
안토니가 중얼거렸다.
“어쩔 수 없군.”
“네?”
자신의 중얼거림을 들었는지 물어 오는 소녀의 말에 안토니가 말했다.
“그럼 염치없지만 하룻밤만 신세 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