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opened my eyes, I realized that modern life RAW novel - Chapter 157
157화
최강이 나미사를 따라 이동한 곳은 일반적인 음식점이었다. 점원의 안내에 따라 착석한 최강이 매장의 내부를 쓱 살펴보고 말했다.
“갑자기 웬 떡볶이?”
점원의 안내를 듣자니 홀에 있는 재료로 직접 만들어 먹어야 한다는데, 그런 거라면 오히려 귀찮기만 할 것 같았다.
“일전에 말씀드렸잖아요. 저, 한식도 연습 많이 했다고. 오늘 그 결과를 보여 드릴 차례예요.”
최강은 나미사가 식사 당번을 했던 날 식사를 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그러고 보니 이 녀석이 한식을 만들었던 적은 없던가?’
최강이 그간 나미사가 만들었던 요리를 되새겨 보았지만 정통 한식이라고 볼 만한 음식들은 아쉽게도 없었다. 대부분의 요리가 한국 음식의 특색이 잘 나타나는 음식이라기보다는 문화권이 비슷한 일식에서도 찾아볼 수 있을 법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왜 하필 떡볶이지?’
일단 떡볶이가 한식이라고는 해도 선택될 만한 특별한 점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는 일이었다. 최강이 조용히 턱을 괴며 말했다.
“그래서 내가 뭐 도와줄 것도 있냐?”
“아니요. 그냥 앉아서 기다리세요. 천국을 보여 드릴 테니까.”
최강이 피식 입꼬리를 올렸다. 그 모습을 봤는지 나미사가 말했다.
“지금 비웃으신 건가요?”
“뭐 아니라곤 못 하겠네. 솔직히 떡볶이가 다 거기서 거기잖냐.”
최강도 현대에 와서 떡볶이를 수차례 이미 먹어 봤다. 없이 살던 시절, 허기를 달래기에는 떡볶이도 굉장히 좋은 가성비를 자랑했기 때문이다.
나미사가 비장하게 웃었다.
“그 말 후회하실 겁니다.”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난 나미사가 홀로 걸어가더니 잠시 후 떡볶이에 들어갈 사리들을 담아 왔다. 접시에 놓인 재료들을 본 최강이 생각했다.
‘그러면 그렇지.’
아무리 봐도 일반적인 재료들이었다. 떡, 파, 어묵 그리고 소시지가 전부였기 때문이다.
최강이 접시를 슬쩍 훑어보고 나미사를 바라봤을 때였다. 부스럭거리는 소리와 함께 나미사가 아침에 집에서 들고 왔던 가방을 뒤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러고 보니 저 장바구니.’
신경 쓰이기는 했던 부분이다. 최강이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자니 잠시 후 나미사가 테이블 위로 3개의 조미료 통을 내려놓았다.
최강이 말했다.
“뭐냐, 그건?”
“그건 영업 비밀이라 알려 드릴 수가 없는데요.”
“그러냐?”
최강이 자신의 질문에 그렇게 답하고는 떡볶이를 만들기 시작하는 나미사의 모습을 지켜보다가 말했다.
“근데 고추장 빠트린 거 아니냐?”
“아, 그건 걱정 마세요. 일부러 안 넣은 거니까요.”
믿는 구석이 있다니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고추장이 들어가지 않은 떡볶이도 분명히 존재하는 것이다.
‘뭐 궁중 떡볶이라도 만들려나?’
최강이 겉보기에도 물이 어느 정도 쪼그라들어 떡이나 재료들이 대충 익었구나 싶을 때였다. 나미사가 조미료 통 3개를 열어 빈 접시 하나에 넣고 섞었다. 물을 약간 부은 나미사가 젓가락으로 휘휘 젓다가 냄비에 투하하고 뚜껑을 덮는 것을 보고 최강이 생각했다.
‘뭐였지?’
마치 풀린 계란처럼 걸쭉한 비주얼이 된 액체. 그 액체의 무지개색이 과연 압권이었다.
‘아니, 뭘 섞으면 그런 색이 탄생하는 거지?’
최강이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질 것임을 짐작했는지 나미사에게 물었다.
“다 된 건가……?”
“아직 3분쯤 기다리셔야 해요.”
최강이 조용히 입을 다물고 기다리자 시간을 확인하던 나미사가 냄비 뚜껑에 손을 올리는 것이 보였다.
“자, 그럼…….”
‘개봉 박두’라는 나미사의 발랄한 목소리와 함께 냄비 뚜껑이 들렸을 때였다. 최강이 자신도 모르게 냄비에서 쏟아져 나오는 빛에 저항하다가 눈을 감았다. 아까 그 무지갯빛이었다.
“뭐…… 뭐야, 이건?”
최강이 찰나간 눈을 멀게 했던 빛을 쐬며 뱉은 말에 나미사가 태연하게 말했다.
“뭐긴 뭐예요, 떡볶이잖아요?”
“이게 어딜 봐서 떡볶…….”
말을 하며 냄비를 바라본 최강이 귀신에 홀린 듯 놀란 눈과 함께 입을 다물었다. 냄비에는 평범한 떡볶이가 보글보글 끓고 있었기 때문이다.
“에잇!”
나미사가 가스 불을 끄며 말했다.
“자, 드셔 보세요.”
“어……? 어, 그래.”
최강이 나미사의 말에 답하고는 떡볶이를 바라봤다. 분명히 뚜껑을 덮기 전까지는 투명하던 떡볶이의 국물이 어느새 붉어져 있는 신기한 모습이었다.
뭔가 미심쩍긴 해도 나미사의 말대로 앞접시에 소량을 던 최강이 젓가락으로 떡 하나를 집으며 말했다.
“자, 그럼 먹는다?”
“네.”
최강이 입에 떡을 넣고 오물오물 씹다가 꿀꺽하는 소리와 함께 떡을 넘겼다.
“어때요? 맛있죠?”
자신의 물음에 최강이 대답 대신 갑자기 쿡쿡대면서 웃기 시작하자 그것을 보고 나미사가 놀란 얼굴로 물었다.
“왜요? 맛없어요? 그럴 리가 없는데?”
나미사의 재차 물음에도 한참을 더 웃던 최강이 앞머리를 쓸어 올려 이마를 짚고는 당했다는 듯이 말했다.
“야, 이거 진짜 떡볶이 맞아?”
“네?”
나미사가 고개를 한차례 갸우뚱했다. 나미사의 눈에는 아무리 봐도 떡볶이였기 때문이었다.
“음…… 아무리 봐도…… 떡볶이인데요?”
최강이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웃기지 마. 떡볶이가 이렇게 맛있을 리 없잖아!”
진심이었다. 도대체 무슨 수를 쓴 건지는 모르겠지만 떡에서 이미 육류에서나 느낄 법한 담백함이 느껴진다는 것부터가 본인이 아는 음식이 아니었다. 떡볶이는 원래 이러니저러니 해도 자극적인 달콤 매콤 짭쪼름한 3개의 맛이 주를 이루는 음식이었기 때문이니 말이다. 하지만 이 떡볶이는 그 세 가지 맛을 조화롭게 살리면서도 깔끔함을 자랑하고 있었다.
안심한 듯 가슴을 쓸어내리는 나미사의 모습이 보였다.
“아…… 다행이랍니다. 어때요? 맛있던가요?”
최강이 말했다.
“그래, 어디서 봤던 특급 요리사가 생각났어.”
“과찬이세요.”
최강이 앞접시의 떡볶이를 하나 더 입에 넣고 음미했다. 역시나 다시 먹어 봐도 맛있었다. 적어도 떡볶이의 1인자는 이 녀석이라고 단언할 만큼 말이다.
떡볶이를 먹던 최강이 나미사의 앞에 놓인 앞접시를 보고는 물었다.
“근데 넌 왜 소시지만 먹냐?”
나미사가 기다렸다는 듯이 므훗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저는 소시지가 좋…….”
최강의 주먹이 나미사의 머리에 가볍게 꿀밤 놓고 돌아갔다. 반쯤 일으켰던 몸을 다시 자리로 앉힌 최강이 말했다.
“주의해. 근래에 다시 수위가 올라가고 있는 거, 너도 알지?”
그래도 최강의 부탁대로 주변에 사람이 있을 때는 곧잘 지켜 줘 왔던 나미사였다. 최강이 갑자기 나미사가 폭주하는 것을 짚고 넘어가자 나미사가 답했다.
“이게 다 최강 씨 때문이랍니다.”
“나 때문이라고?”
최강이 무슨 어이없는 소리냐며 답하자 나미사가 말했다.
“그야 최강 씨가 멋대로 주소희 씨랑…….”
나미사의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까 겁났는지 최강이 나미사의 입을 막았다. 이 녀석이 지금 말하려는 것이 얼마 전 주소희의 생일에 있었던 일과 관련된 일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잠시 후 나미사의 입을 막던 손을 뗀 최강이 자리에 다시 앉아 한숨 쉬었다.
“너, 전에는 그 남자의 과거 정도는 이해할 수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
“저를 너무 과대평가하고 있었을 뿐.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저는 제 예상보다 더 속 좁은 여자였답니다.”
“그러냐?”
“그래요. 그러니까 최강 씨가 다 잘못한 것이에요. 저는 어떻게 해서든 최강 씨랑 결혼을 할 생각인데…….”
나미사의 말을 듣던 최강이 말했다.
“야.”
“네?”
“나랑 결혼해야 할 이유라도 있냐?”
“무슨 말이에요?”
최강이 물었다.
“순수하게 본인의 의지냐고 묻는 거잖냐. 내가 모를 거라고 생각해?”
최강은 나미사가 본가 토와파에서 걸려 온 전화를 받고 종종 밖으로 나가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그리고 그 전화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다. 아마도 나미사에게 자신과의 혼인 압력을 넣고 있을 것이다.
최강은 때문에 나미사가 이렇게 행동하는 게 토와파의 일 때문이라고도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도 나미사, 이 녀석의 경우엔 아닌 거 같아도 제법 눈치를 보는 타입이었으니 말이다.
나미사가 말했다.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니…… 솔직히 어느 정도 영향은 있다는 걸 인정하겠어요.”
“전부는 아니고?”
“당연하죠. 매일같이 최강 씨 닮은 아들 셋 낳고 알콩달콩 사는 꿈을 꾸는걸요.”
“꾸는구나.”
“네.”
최강이 지멋대로 자녀 계획까지 세워 두신 나미사의 이야기를 듣고는 적당히 맞장구쳐 줄 때였다.
이번엔 나미사가 말했다.
“최강 씨 같은 경우엔 아들이 좋나요? 딸이 좋나요?”
“나……?”
떡볶이를 씹으며 생각하던 최강이 목으로 넘기고는 말했다.
“그래도 딸이 좋지. 아무래도.”
“그렇군요. 그럼 아들 셋에 딸 하나인 거네요.”
최강이 조그마한 노트를 꺼내 메모하는 나미사를 보고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
“근데 보통 그럴 경우엔 아들 둘에 딸 하나라고 말하지 않냐?”
“최강 씨가 아이들을 좋아하잖아요? 제가 노력해야죠.”
최강이 처음 듣는 이야기라는 듯이 말했다.
“내가? 아닐 텐데?”
“아니에요?”
“그래. 딱히 그런 거는 못 느꼈다만…….”
최강이 도대체 어느 부분에서 그런 생각을 했는지 궁금해할 때였다. 최강의 의문을 풀어 줄 법한 나미사의 말이 들렸다.
“저는 말숙이도 그렇고 지숙이랑 재숙이까지 데리고 사시길래 그런 줄 알았어요.”
“말숙이는…….”
나미사의 말에 답하던 최강이 고개를 휙 창가로 돌렸다. 밖이 소란스러워졌기 때문이다. 아마도 근처에 몬스터가 출몰한 것 같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자신과는 관련 없는 일이었지만 그렇다고 알면서 무시하기란 좀 내키지 않았는지 최강이 말했다.
“어떻게 할래? 기다릴래?”
“같이 다녀와요.”
***
최강과 계약을 맺고 미국에 도착한 제이스는 지금 아놀드와 함께 북미 대륙의 어느 도시에 있었다.
아놀드와 함께 도착한 그곳에서 3미터 남짓의 특이한 균열을 발견한 제이스가 말했다.
“아놀드, 저게 도대체 뭡니까?”
“글쎄…… 아마도 그란디아 대륙이라고 보고 있다.”
“그란디아…….”
들은 바로는 몬스터들이 서식한다는 다른 차원의 세계의 이름이었다. 평소라면 칠흑의 공간이 보여야 하는데 균열 너머로 넓은 초원이 보이는 모습을 확인한 제이스가 말했다.
“정말로 그란디아 대륙인 것입니까?”
그도 그럴 것이, 그란디아 대륙이라고 하기에는 그 정보가 3미터 남짓의 단편적인 시각적인 정보뿐이었기 때문이다.
아놀드가 말했다.
“얼마 전 저곳을 지나가는 몬스터가 보였다. 보인 건 다리뿐이었지만 적어도 우리가 알지 못하는 유형의 종이었음은 확실해.”
알지 못하는 종의 몬스터를 관측했다면 아마도 그란디아 대륙이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었다.
제이스가 궁금한 것이 있는지 균열을 보며 말했다.
“그럼 이 균열을 통해 그란디아 대륙으로 왕복할 수 있는 겁니까?”
아놀드가 고개를 저었다.
“유감스럽지만 그건 아니야. 저쪽에서는 우리를 보지 못하는 것 같으니 말이지. 참고로 이쪽에서도 그란디아로 넘어갈 수는 없더군.”
“그럼 이 균열은…….”
도대체 어떤 현상인 것인지 제이스가 궁금해할 때였다. 아놀드가 말했다.
“모르지, 어떤 상황인지. 하지만.”
“뭔가 있는 겁니까?”
제이스의 물음에 아놀드가 말했다.
“이것 하나는 확실하겠지. 긍정적인 현상은 아니라는 것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