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opened my eyes, I realized that modern life RAW novel - Chapter 156
156화
주소희가 최강의 부름에 도착한 이후 계약은 순차적으로 진행되었다. 계약에 차질이 될 문제점은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혹시 몰라 주소희가 아닌 협회장 우범하도 대동시켰지만 큰 문제는 없었다. 당연했다. 정말로 꼼수를 쓰지 않은 깨끗한 계약서였기 때문이다.
계약을 마치고 최강이 호출한 사람들과 함께 숙소를 빠져나가자 제이스가 중얼거렸다.
“실감이 안 나는군…….”
제이스의 눈은 방금 전 작성된 계약서를 바라보고 있었다. 물론 어느 정도 예상하고 왔다지만, 막상 인류 최강의 전력인 최강과의 협업 관계가 적힌 계약서를 보고 있자니 이렇게 쉽게 계약이 체결되어도 되는 건가 얼떨떨한 것이었다.
제이스가 계약서를 바라보며 멍하니 생각할 때였다. 제이스의 휴대폰이 울렸다. 발신자를 확인한 제이스가 묘한 얼굴을 지어 보였다.
“그렇군. 그러고 보니 이쪽이 있었나?”
제이스는 아놀드를 급히 한국으로 보내 줄 것을 미국 정부에 요청했었다. 지금 전화 온 것은 아놀드였다.
“제이습니다.”
-제이스, 무슨 문제가 생긴 건가?
“아, 있을 줄 알았는데 생각 이상으로 잘 풀렸습니다.”
제이스가 전화를 받자마자 들려오는 아놀드의 물음에 이렇게 답했을 때였다.
아놀드가 말했다.
-그런가? 그럼 잘됐군. 계약 쪽은 어떻게 됐지?
“계약 쪽을 말한 것입니다.”
-…….
제이스의 말에 아놀드의 입이 절로 다물어졌다. 시간상 제이스가 한국에 도착한 것은 불과 반나절 전쯤. 그런데 벌써 최강과 만나서 계약을 체결했다는 말이었으니 당연했다.
아놀드의 반응이 없자 제이스가 그의 이름을 불렀다.
“아놀드?”
제이스가 아놀드의 이름을 부르고 잠시. 곧이어 아놀드의 허탈한 웃음소리가 귀에 들렸다.
-천만다행이군. 생각보다 빨리 계약서를 써야 하는 날이 올지 모르겠어.
***
계약이 있었던 주, 금요일의 일이었다. 근래에 그럭저럭 바쁘던 사무실이 웬일로 한가하자 모처럼 만에 사무실에 대원 모두가 앉아서 TV를 보고 있을 때였다. 최강의 옆자리에 찰싹 붙어서 TV를 보던 나미사가 묘한 웃음을 지었다.
“왜, 또? 뭐야, 그 웃음은.”
최강이 마치 자신을 놀릴 때나 지어 보이던 나미사의 웃음을 잡아내고 이렇게 물었을 때였다.
“최강 씨, 우리 내일 저거 먹으러 갈래요?”
막 오후 2시경을 지난 시점. 솔직히 뭐가 먹고 싶은 시간대는 아니었는데, 하지만 그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만장일치로 ‘박종원의 골목식당’이라는 프로그램을 시청하고 있는 상황이 찾아온 것은 말이다.
“싫은데? 엄청 귀찮을 거 같아.”
나미사의 제안을 가볍게 거절한 최강이 다시 TV로 시선을 옮기려고 할 때였다. 나미사의 입에 여전히 머물고 있는 장난기 느껴지는 미소에 위화감을 느낀 최강이 멈칫한 순간이었다.
“전에 약속하셨죠?”
“약속?”
최강이 들려오는 나미사의 목소리에 반사적으로 말했다.
“왜, 전에 밥 한 끼 사 주겠다고 약속했잖아요? 메뉴 정도는 제가 정해야 맞는 거 아니겠어요?”
“밥……?”
무슨 말인가 기억을 더듬던 최강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러고 보니 일전에, 아직 이사하기도전에 부르마블에서 참패를 겪던 그날의 일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하…….
본능적으로 뱉은 최강의 한숨 소리가 사무실에 퍼졌다. 최강의 한숨을 들은 나미사가 기억하고 있다는 메시지로 받아들였는지 말했다.
“그럼 가시겠다는 걸로 알고 있어도 되는 것이겠죠?”
“…….”
나미사의 말에 답하기 전, 최강의 시선이 조용히 휙휙 움직이더니 곧이어 원상태로 돌아왔다. 최강이 슬쩍 확인한 것은 류세란과 주소희였다.
‘의외네…….’
평소 소극적이던 류세란이라면 그러려니 하겠는데, 주소희의 반응은 진짜 의외였다. 평소라면 학을 떼며 반대했을 테니 말이다.
“그럼 내일…….”
최강이 나미사의 말에 답하려고 할 때였다. 최강과 동시에 열린 주소희의 목소리에 최강이 급히 입을 다물었다.
“최강 씨?”
“왜?”
“정말로 밥만 드시고 오는 거겠죠?”
“뭐 아무리 그래도 밥만 먹지는 않을 수도.”
주소희가 말했다.
“밥만 드시고 오는 거겠죠?”
주소희의 말을 들은 최강이 이마를 움켜쥐었다. 깨달아 버린 것이다. 주소희가 비교적 차분한 이유를 말이다.
‘뭐 정확히는 여유이려나…….’
주소희는 얼마 전 최강과 입을 맞췄다는 쾌거를 이룬 바 있다. 아마도 상당히 좋은 상황을 선점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었다.
주소희의 물음에 최강 대신 나미사가 답했다.
“글쎄요. 저는 최강 씨라면 언제라도 뭐든지 OK라서요.”
“그쪽에게 물어본 게 아니거든요.”
“주소희 씨가 자꾸 최강 씨를 닦달하는 거 같아서 답했을 뿐이랍니다.”
말을 하던 나미사가 약 올리듯 미소 말했다.
“자신 없으세요?”
평소라면 이 정도에서 부들부들했을 주소희가 오늘은 웬일인지 픽 웃었다.
“글쎄요. 자신이 없다기보다 밥만 드시겠다는 분의 얼마 전 행실을 알고 있는 사람의 호기심이라고 말해 두죠.”
“행실이요?”
나미사의 물음에 지켜보던 최강이 말했다.
“야, 그건 내가 아니라 네가 강제로 한 거잖아.”
“어쨌든요. 혼자서 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이야기를 쭉 듣고 있던 최말숙이 양손으로 얼굴을 반쯤 가리며 감격이라도 먹은 듯한 모습을 보였다.
“어머님…… 드디어 어른이 되셨군요?”
류세란의 얼굴이 홍시처럼 한 번에 확 붉어졌다.
“그…… 그런 거예요?”
당황한 류세란의 목소리에 최강이 고개를 저었다.
“네가 뭘 생각 하는지는 알겠다면, 그런 고수위의 행위는 절대 아니었음을 말해 두마.”
일단 무엇이었는지는 몰라도 사건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는 최강의 답변 때문인지 오늘은 특이한 장면이 연출됐다. 분위기상 나미사가 말싸움에서 패배하는 일이 온 것이었다.
타인의 앞에서는 절대로 절대로 깨지지 않던 나미사의 포커페이스에 미세한 균열이 일어났다 사라졌다.
“어쩔 수 없네요. 최강 씨, 우리 내일 분발해요. 제가 몰래 바늘로 ‘콕’ 구멍 뚫어 놓으면 되는 거겠죠?”
“일단 대화의 대부분은, 유감이지만 상상 속으로 했어야 했다고 본다.”
“아뇨. 내일 편의점에 갑자기 살 게 생겨서 들어가실 필요가 없다고 말해 드린 것이었답니다.”
“그래서 더욱 들러야겠다……가 아니고.”
최강이 나미사의 박자에 맞춰서 상대하다가 이마에 꿀밤을 놓으며 말했다.
“밥만 먹자. 근데 정말 저런 거로 되겠냐?”
맛이 없다는 게 아니라 맛은 있겠지만 어디까지나 가성비 면에서의 맛있음으로 유명한 프로그램이다. 가격을 더 올린다면 훨씬 질 좋은 음식을 먹을 수도 있는 것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최강이 먹는 것에 돈을 아낄 만큼 빈곤하지는 않다.
최강의 물음에 TV를 슬쩍 보던 나미사가 돌연 장난기 느껴지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럼 다른 걸로 먹을까요?”
***
아멜리아는 듀크 쪽으로 붙었던 케인과 클락 두 사람과 함께 듀크를 아직도 기다리고 있었지만 슬슬 불안함을 느끼고 있었다.
최강의 주거지 인근에서 일어난 화재. 아멜리도 그것을 뉴스로 접했기 때문이다.
아멜리아는 지금 그것이 어쩐지 듀크와 연관이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었다.
얼굴을 구긴 클락이 말했다.
“혹시 죽은 건 아니겠지?”
“혹시가 아니다. 아마 십중팔구 죽었겠지. 벌써 보름이 지났으니까.”
케인의 말에 아멜리아가 말했다.
“이제 어쩔 거야? 듀크를 더 기다려 볼래?”
화재의 뉴스를 아멜리아가 접하고 나서 벌써 보름이다. 듀크가 중상을 입었더라도 죽지 않았다면 자신들과 접촉을 취하기 충분한 시간이었다.
케인이 말했다.
“아니. 벌써 보름이 지났다. 이 정도 기다렸으면 방금 전에 말했듯이 기다린다는 선택지는 의미가 없다고 보는 게 맞아. 듀크가 죽었을 확률이 더 높으니까.”
“그럼?”
아멜리아의 물음에 케인이 말했다.
“선택해야겠지. 지금이라도 크리스 쪽으로 다시 숙이고 들어갈지, 아니면 다른 방법을 간구할지.”
케인의 말을 들은 클락이 잠시간 생각하다가 아멜리아를 보고 말했다.
“아멜리아, 네 생각은?”
“난 전자는 솔직히 아니라고 봐. 크리스 쪽에서 먼저 우리를 포섭할 움직임을 취하는 게 아니라면 말이야. 이유는 딱히 말하지 않아도 알지?”
프락시온은 나름 한가락 하는 사람들이 모인 집단이기 때문에 강력한 규율이 있는 편이다. 그 때문에 가장 강력하게 처벌하는 것 중 하나가 배반 행위에 대한 것이었고, 이번에 듀크에게 붙었던 행위는 분명히 프락시온을 등지는 행위였다. 듀크가 사라지자 이제 와서 다시금 크리스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는 것은 솔직히 너무 무모한 도전이었다. 크리스의 결정에 자신들의 목숨을 맡기겠다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기 때문이다.
때문에 아멜리아는 지금 크리스 쪽에서 먼저 대화를 요구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크리스와 만나는 것을 반대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알고 있는 두 사람이기 때문인지 클락도 말했다.
“그럼 뭐, 정해진 건가? 다른 방법을 구한다라…….”
클락이 케인을 보며 말했다.
“어떤 방법이 있지?”
케인이 양손을 들어 보이며 어깨를 으쓱였다.
“그건 생각해 봐야겠지.”
케인의 답에 방 안의 분위기가 무거워졌을 때였다. 혹시 무슨 사건이 터진다면 즉각적인 반응을 할 수 있도록 항시 켜 두던 TV에서 뉴스 하나가 발생했다.
“균열?”
그렇다. 균열의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