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opened my eyes, I realized that modern life RAW novel - Chapter 166
166화
그날 크리스는 아멜리아 일행에게 정보를 전해 듣자마자 진위 파악을 위해 중국으로 향했다.
그래서인지 한국에서 울티노와 최강과 다툼이 일어났던 어제, 크리스는 없었다.
그리고 오늘 아침에야 뒤늦게 한국에 도착한 크리스가 거주 중인 동네에 도착했을 때였다. 크리스의 표정이 굳어졌다. 자신이 자리를 비운 하루 동안 동네에 무슨 일이 벌어졌음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정보의 진위를 파악하는 데 사실 두 사람만 있으면 됐지만 혹여나 무슨 꿍꿍이가 있을까 봐 프락시온 전원과 함께 이동했던 크리스가 괜한 짓은 아닌가 자신의 판단을 자책할 때였다. 중국으로 함께 이동해 확인해 본 결과, 어느 정도 의심이 풀린 아멜리아가 말했다.
“가 보는 게 어때?”
아마 그녀는 물론이고 프락시온 모두가 동네에 풍겨지는 얽히고설킨 마나의 흔적들을 느낀 것 같았다. 하긴 이러한 마나의 흔적은 전투가 있었을 때에만 생기는 전형적인 형태였으니 모르는 게 이상했다.
크리스가 파르키오를 바라봤다.
파르키오가 걱정 말라는 듯 고개를 위아래로 살짝 끄덕였다. 크리스가 그것을 보고 신속히 프락시온의 무리에서 홀로 빠져나왔다. 크리스가 가장 먼저 향한 곳은 최강의 사무실이었다. 오늘은 월요일이다. 평소라면 최강이 출근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어서 오십시오.”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온 크리스를 반기는 것은 최성주의 목소리였다. 크리스가 사무실 내부를 두리번거리자 크리스를 알아봤는지 최성주가 물어 왔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최강은 어디 있지?”
“선생님이시라면 오늘은 출근 안 하실 겁니다. 오늘뿐만이 아니라 며칠간 푹 쉬겠다고 연락이 왔었으니 말입니다. 혹시 바쁜 용무라면 자택으로…….”
가 보는 게 어떻겠냐고 말하려던 최성주가 입을 다물었다. 크리스가 잡고 있던 문을 닫고 최강의 자택으로 향했기 때문이다.
“거참, 성미 급하신 분이네.”
바쁘게 달린 크리스가 이번엔 최강의 집 앞에 도착했다. 크리스가 집 밖에서 느껴지는 평온한 분위기를 확인했는지 안도의 한숨을 뱉었다. 크리스가 초인종을 누르자 잠시 후 대문이 열렸다.
마당으로 들어간 크리스가 환기를 위해 열어 둔 현관을 들어서자마자 넋이 나간 얼굴로 얼어붙었다.
며칠간 쉬겠다고 해서 혹여나 어디 다친 건 아닐까 걱정했던 최강이 거실에서 무언가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근데 최강 씨, 이거 붙인다고 될 게 아니지 않아요?”
“그래도 일단 붙여 보기나 하자니까? 뭐든지 다 하겠다며!”
“그건 어제 훈련하는 걸로 끝난 거잖아요.”
“그러니까 빨리 붙여야지. 붙여야 훈련 갈 거 아니냐.”
“…….”
할 말을 잃은 주소희가 다시 거실 바닥에 엎드려서 말타이스의 갑옷과 투구의 접합부를 향해 입바람을 불었다. 아마도 옆자리의 최말숙이 들고 있는 본드를 볼 때 본드질을 한 것 같았다.
눈으로 보고도 믿기 힘든 장면을 지켜보던 크리스가 헛기침했다.
“큼…….”
“아, 맞다. 무슨 일로 왔냐?”
최강의 질문에 크리스가 답했다.
“어제 무슨 일이 있었던 것 같기에 와 봤다. 근데 다행히 걱정할 필요는 없었군.”
“뭐, 그렇지.”
말타이스의 장비를 같이 지켜보던 크리스가 말했다.
“근데 지금 뭐 하는 건지 물어도 되나?”
“뭐긴 뭐야, 본드질 하잖냐?”
“그러니까 그걸 왜…….”
크리스도 물론 알고 있다. 비록 반으로 갈라졌지만 재질만 봐도 본래라면 심상치 않은 장비인 것 정도는. 좋은 병기는 그 형태를 이루는 재질부터 다른 법이니 말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본드로 다시 붙이려 하다니 자신은 생각도 못 해 본 발상이었다.
최강이 장비를 향하던 시선을 크리스를 향해 옮겨 멀뚱멀뚱 바라보다가 잠시 후에 고개를 갸우뚱해 보였다.
“떨어……졌으니까?”
최강이 현대로 와서 가장 충격을 먹었던 3대 현대 과학의 산물 중 하나가 TV와 좌변기 그리고 강력 본드였다. 떨어진 물건은 뭐든지 다시 붙이는 그 놀라움이란……. 심지어 가격도 저렴해서 없이 살던 시절에 신발 밑창이 떨어지면 다시 붙여 사용하는 용도로 애용하며 감탄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최강의 반응에 말문이 막힌 크리스가 입을 다물었다. 도와 달라는 듯한 애처로운 주소희의 눈빛이 보였지만 애써 외면했다. 지금 최강에게 무슨 말을 하는 것보다 직접 깨닫는 편이 나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5분쯤 앞꿈치를 들었다 내렸다를 반복하며 기다리던 최강이 투구를 집어 들었다. 그런데.
툭.
그야말로 실망스러운 모습이 펼쳐졌다. 투구가 그대로 떨어진 탓이었다.
“뭐야, 이거. 왜 아직도 안 붙었냐? 제대로 분 거 맞아?”
“아니, 최강 씨도 다 봤잖아요! 아…… 머리가 다 어지럽네.”
최강으로서는 믿기 힘든 일이었다. 최강이 불신의 표정을 짓는 것을 크리스가 보고 이쯤 되면 슬슬 말을 꺼내도 되겠다 생각할 때였다.
“더 비싼 걸로 사야 했나?”
다x소에서 3,000원짜리 본드를 샀던 게 문뜩 떠올랐다. 싼 게 비지떡이라더니…….
“5,000원짜리로 샀어야 했어.”
귀로 듣고도 믿을 수 없는 최강의 발언에 크리스가 황급히 말했다. 눈앞의 물건을 본 순간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사용할 수 없을 것이라는 걸 직감했기 때문이다.
“그보다 차라리 나에게 맡겨 보는 건 어떤가?”
“너한테?”
최강이 흥미롭게 바라봤다.
“붙일 수 있냐?”
크리스가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니다. 다만 녹여서 다른 장비로 만드는 건…….”
“그건 안 돼.”
최강의 단호한 발언에 당황한 기색을 보인 크리스가 잠시 후 그 기색을 지우고 물었다.
“이유를 알 수 있나?”
“이거 꽤나 비싼 거거든.”
최강은 당연하지만, 본인이 아이템을 사용하겠다고 다시 붙이려는 것은 아니었다. 말타이스의 검은 청화수랑 다르게 애용할 마음도 있었지만 갑옷도 그렇고 투구도 그렇고 너무 촌스러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강은 그것과 별개로 알고 있다. 아이템 자체로 얼마나 비싼 아이템인지 말이다. 심지어 안토니가 말하길 말타이스의 장비는 모일수록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고 했다. 검만 해도 상당한 명검인데 2개의 아이템을 판매한다면 그야말로 부르는 게 값일 정도일 것이다.
‘미국 같은 데 팔아넘기면 딱이지.’
돈 많기로 유명한 국가에 팔아넘길 생각이었다.
최강의 말을 들은 크리스가 질문했다.
“팔 생각이라는 건가?”
“그렇지. 갈라진 채로 팔 순 없잖아.”
애초에 본드로 대충 붙여서 판다는 것도 이해가 안 되는 일이었지만 크리스는 입꼬리를 올렸다. 그런 것이라면 상관없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크리스는 세계 제일의 유통망을 지니고 독점하다시피 한 경매장을 여전히 운영 중이었으니 말이다.
“그럼 괜한 고생 하지 말고 내게 팔아라.”
“산다고? 네가?”
최강이 새삼스러운 눈으로 크리스를 봤다.
‘그러고 보니 이 녀석…….’
전에도 1,000조 원에 달하는 금액을 단방에 입금하는 등 개인이 소유하고 있는 재력치고는 엄청난 재력가였다.
최강이 말했다.
“비싸게 팔 건데?”
“그럴 거 같군. 정상 상태였다면 값을 측정하는 게 불가능했겠지. 하지만 지금 상태로도 꽤나 비싼 아이템이다. 얼마를 원하지?”
최강이 냉정하게 부러진 아이템을 바라봤다. 부러진 데다가 사실상 자신의 능력으로는 붙일 수도 없는 아이템.
하지만 최강은 당연하지만 헐값에 팔 생각은 없었다. 되든 안 되든 본드 칠이라도 하던 이유가 그것이었으니 말이다.
한참을 생각하다가 그래도 최소한 이 정도는 받아야겠다는 계산을 마친 최강이 말했다.
“100조.”
크리스의 표정이 굳었다.
“너무 비싸군.”
“비싸? 너 돈 많잖아. 힘 좀 내 보지?”
크리스의 표정은 여전히 심각했다.
최강은 그런 크리스를 보고 솔직히 실망했다. 일전에는 1,000조 원도 선뜻 입금하던 녀석이 100조가 비싸다고 끙끙 앓는 것을 보고 실망한 것이었다. 하지만 크리스가 그러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최강은 네 조각을 다 합쳐서 100조에 팔겠다고 한 것이었지만 크리스의 경우엔 달랐다. 당연히 4개로 갈라진 만큼 조각당 따로 계산한 것이었다.
크리스가 최강의 말에 조금 더 생각해 봤지만 그래도 안 되겠는지 한숨과 함께 말했다.
“조각당 100조면 역시 너무 비싸다. 아니, 애초에 그럴 돈도 없다고 보는 게 맞지…….”
크리스의 말을 들은 최강이 조각당이 무슨 말이냐고 물으려다가 조용히 했다. 스스로 돈을 더 주겠다는데, 대화를 끝까지 듣고 그래도 안 사겠다고 하면 애써 인심 쓰는 척 할인해 줘도 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안 사겠다고?”
“…….”
갈라진 네 조각의 장비를 조용히 지켜보던 크리스가 고개를 들어 최강을 바라봤다.
“아니, 살 거야. 다 사긴 할 건데…….”
“할 건데? 뭐?”
“이렇게 하는 건 어떻지? 두 조각은 내가 사겠다.”
“두 조각만?”
“그래. 대신에 다른 걸 해 주겠다. 150조에 2개를 팔면 다른 두 조각을 네가 사용하고 싶은 곳에 녹여서 사용해 주지.”
최강이 진지하게 고민하는 척 연기했다. 처음 자신이 생각했던 가격보다 높았으니 그것만으로도 땡큐인데 거기다가 남은 두 조각까지 도움을 주겠다니 반가운 소리였기 때문이다. 다른 건 몰라도 마나 플로라이트처럼 녀석들이 물건 하나는 또 쓸 만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는 것이다.
적당히 고민하는 척하던 최강이 인심 쓴다는 듯 말했다.
“뭐…… 손해 보는 듯하지만 인심 쓴다.”
거래가 성사되었음을 알리듯 크리스가 조용히 입꼬리를 올리고는 말했다.
“입금은 전에 하던 방식으로 하지.”
거래를 마친 크리스가 최강과 대화를 조금 더 나누다 잠시 후 집을 나가자 최강이 주소희를 툭 쳤다.
“왜요?”
“왜긴 왜냐? 가자.”
전리품도 대충 처리했겠다, 이제 훈련의 시간이 된 것이다.
***
최강과 대화를 마친 크리스는 자신의 자택으로 향했다. 크리스가 의외로 빨리 도착하자 자택에서 대기 중이던 일행들이 말했다. 아멜리아 일행은 없었다. 그들은 배반 행위를 한 만큼 프락시온으로 들이는 것에는 조금 더 시간을 두기로 했기 때문이다.
“최강은?”
“별 탈 없는 것 같더군.”
“누구랑 싸웠대?”
크리스는 혹시나 최강의 집을 나오기 전에 최강과 싸웠던 존재들의 정체에 대해 물어봤지만 최강의 답은 모른다였다.
“글쎄…….”
“그런가……? 우리는 혹시나 그란디아에서 넘어왔다는 녀석들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었는데…….”
말을 하던 쇼튼이 크리스의 손에 들린 2개의 아이템 조각을 보며 말했다.
“근데 크리스, 그게 뭐야?”
“최강에게서 구입한 물건들이다.”
과연 대장장이답게 테리가 흥미로운 눈으로 말했다.
“좋군. 정확한 재질은 모르겠지만 다시 녹여서 재활용해도 굉장한 물건이 나오겠어.”
“그럴 거 같아서 구입했다.”
테리가 까끌까끌한 수염을 쓰다듬은 채로 광석에 얼굴을 들이밀듯 살피다 물었다.
“얼마에 구입했지?”
“100조.”
테리가 깜짝 놀랐다.
“조각당 100조 말인가? 아무리 경매장의 수입이 있대도 그럴 돈은 없을 텐데?!”
“아니. 구입한 건 두 조각뿐이다. 남은 두 조각은 최강이 따로 의뢰할 물건을 강화하는 데 사용하는 걸로 하고 추가로 할인도 받아서 150조 선에서 합의 봤지.”
테리가 그래도 여전히 놀란 듯한 기색으로 말했다.
“그래도 150조라……. 엄청나군.”
그도 그럴 게 당연했다.
150조.
최강이 말한 건 당연히 150조 원이었지만 크리스는 달랐다. 외국인이고 세계적인 유통망의 경매장을 운영하다 보니 당연히 세계의 기초 통화인 달러가 단위였던 것이다. 즉, 15경 원.
최강이 한국을 전부 갈아엎어도 재건축하는 비용으로는 충분할 금액이었다.
하지만 물론 세계적인 경매장을 운영하는 크리스라도 이런 돈이 현금으로 있을 리는 없다. 그리고 그것을 아는지 일행들도 말했다.
“금액은 어떻게 모을 생각인데?”
예전 같았으면 경매장의 순수입이 압도적이라서 세계적인 금융권에서 빚을 내서라도 여차저차 당길 수 있는 금액이긴 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프락시온의 위세가 한풀 죽고 예전처럼 선진국들이 협력적이지 않았다. 어제 중국으로 직접 확인하러 갈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아멜리아가 정보를 주기 전까지 몰랐던 이유도 그 때문이었지 않은가.
때문에 크리스가 15경 원이라는 막대한 금액을 모으기는 사실상 힘들었다. 아무리 수십 년간 경매장의 수수료로 소위 말하는 꿀을 빨았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크리스가 말했다.
“그건 걱정하지 말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