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opened my eyes, I realized that modern life RAW novel - Chapter 191
191화
산맥 위에 나타난 검은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마치 주변의 마나를 몽땅 흡수하기라도 하듯 말이다. 처음에는 일반인이라면 ‘저게 검인가?’ 의아해할 법한 크기가 점점 커지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세 살짜리 어린아이가 봐도 ‘아! 검이다.’ 할 정도로 커진 수준이었다.
산맥 위에 구름을 관통하는 거대한 검 한 자루의 모습은 그야말로 그란디아 대륙인들조차도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계속 커지기를 반복하던 검이 산맥이 작아 보이는 수준까지 커진 이후였다.
마침내 모두가 긴장한 얼굴로 하늘에 생겨난 검을 신기하게 지켜볼 무렵, 마침내 커지기를 멈춘 검이 땅으로 내리박혔다. 그리고.
쿠구구궁.
100여 킬로미터 밖에 떨어진 거대한 산맥 위에 생겨났던 먹구름이 일제히 펑 하고 걷히는 모습과 함께 엄청난 소음이 들려왔다. 눈이 멀어 버릴 듯한 빛이 성벽을 넘어 하늘을 가득 덮은 것은 그다음이었다.
마치 천둥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한참을 시끄럽게 수도를 울리던 소음과 빛이 사라질 무렵이었다.
산맥을 바라보던 루디암의 눈이 똥그래졌다.
그도 그럴 게 산맥이…… 발티온의 수도를 지켜 주던 또 하나의 성벽의 역할을 하던 산맥이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
얼빠진 얼굴로 쩍 하고 입을 벌린 루디암이 차마 입을 다물지 못할 때였다.
작은 조약돌 파편 하나가 내려와 멍하게 지켜보던 루디암의 이마를 툭 때렸다.
이마를 부여잡은 루디암에게 최강이 작게 속삭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정도면 되지?”
***
최강의 즉위식은 그야말로 엄청난 충격이었다. 뛰어난 마나의 농도로 괴물들만 모였다고 자부하던 그란디아 대륙에서도 이 정도의 위력을 발휘하는 기술을 단기간에 사용할 수 있는 자는 끽해 봐야 현 그란디아 대륙을 통틀어서 두 명 정도나 할 수 있을까 싶은 위력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충격적인 것은 충격적인 것이고, 그것과 별개로 즉위식의 본래 목적만 놓고 본다면 최강의 즉위식은 가히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그란디아의 주민들에게 무신에 대한 경외심을 심어 주는 것은 확실했기 때문이다.
“근데 진짜로 괜찮겠냐?”
“네, 물론입니다. 사실 전황도 지금은 고착 상태이기도 하고 큰 이변이 없다면 이대로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무척이나 높습니다.”
최강이 루디암의 말을 듣고는 말했다. 조금 삥 돌아가긴 했지만 가장 중요한 본론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 그 말타이스의 병기는? 안 살 거냐?”
사실 이 부분이 가장 중요했다. 귀찮아도 일단 온 것은, 이 녀석이 사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뭐 사실, 이제 제가 사고 말고 할 권리가 없으니까요.”
발티온의 국고는 이제 최강의 재산이나 크게 다를 바 없었다. 최강의 물건을 최강에게 돈 주고 산다는 게 상당히 웃긴 일인 것이다.
“뭐 그렇기도 하네.”
“그럼 우리 정말 돌아간다?”
루디암이 갈딘과 함께 고개 숙이며 말했다.
“조심히 돌아가십시오.”
“그래.”
루디암의 숙소에 설치된 디멘션 게이트로 최강이 일행과 함께 사라졌을 때였다.
“전하. 폰타입니다.”
때마침 루디암의 방 문을 두드리는 사람이 있었다.
“들라.”
무인 폰타는 갈딘보다 열 살 정도 어려 보이는 30대 후반쯤의 남성이었는데 갈딘과 마찬가지로 평소라면 루디암의 호위를 하던 칼페온이었다.
폰타가 루디암을 보고 예를 갖추자 루디암이 말했다.
“무슨 일인가? 전장은 어쩌고 총지휘를 맡은 그대가 여길 온 것인가?”
루디암의 말에 폰타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전하께 알려 드립니다. 국경을 위협하던 바리스 공국과 페르간의 군대가 물러갔습니다.”
루디암이 놀란 얼굴로 말했다.
“정말인가?”
“그렇습니다.”
아무리 고착 상태의 전쟁이라지만 회군은 그렇게 쉽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너무 갑작스러운 회군에 루디암이 말했다.
“혹시 이유를 알고 있는가?”
“그건 아직 모릅니다만, 지시해 뒀으니 조만간…….”
폰타가 루디암의 말에 답할 때였다. 때마침 폰타가 들어오면서 열어 둔 문으로 한 명의 남성이 뛰어 들어왔다.
“알려 드립니다. 폴탄 제국의 대군이 바리스 공국의 국경을 침범했다는 소식입니다.”
루디암이 폰타에게 물었다.
“이게 바리스의 회군의 이유가 될 수 있겠는가?”
“아무래도 확실해 보입니다.”
루디암의 질문에 답한 폰타가 남성에게 물었다.
“규모가 어느 정도나 되지?”
“현재 추정되는 숫자만 해도 200만이 훌쩍 넘습니다. 아마 지켜봐야 알겠지만, 최대 그 3배 이상은 넘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어…… 엄청나군.”
루디암의 말에 갈딘이 황급히 말했다. 그 정도 군대라면 칼을 갈아도 제대로 갈았음을 말해 주는 숫자였기 때문이다. 단순히 국경을 맞대고 있던 제국의 서부군만으로는 편성할 수 있는 규모가 아니었다.
“현재 바리스와 제국의 전황은 어떻다고 하던가?”
“총사령관 뮬러가 이끄는 제국의 마병대를 앞세워 3개의 요충지인 3개의 성을 즉각적으로 함락. 사령관 뮬러는 계속하여 진군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루디암이 진지하게 전황을 분석하기 위해 생각에 빠져들었다.
진군의 속도를 보니 엄청난 군세도 문제였지만 전황 역시 최악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갈딘이 루디암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최강 공께 알리시겠습니까?”
“아니. 조금 더 지켜보고 결정하겠다. 그보다…….”
루디암이 갈딘을 바라보는 시선을 남성에게 옮기고 말했다.
“바리스 측에서 보낸 전령은 없는가? 전황이 그렇게 심각하다면 지금쯤 분명히 무슨 연락이 있었을 것이다.”
“바로 알아보고 오겠습니다.”
남성이 꿇었던 무릎을 펴고 돌아설 때였다.
또 다른 남성이 말했다.
“바리스에서 지금 막 전령이 도착했습니다. 내전으로 드시라는 대신들의 요청을 전합니다.”
“알았다. 속히 가겠다고 전하라.”
남성이 먼저 뛰어서 사라지자 루디암이 갈딘을 비롯한 인원들과 숙소를 빠져나가다가 멈춰 섰다. 여전히 열려 있는 디멘션 게이트를 보는 루디암에게 갈딘이 물었다.
“왜 그러십니까?”
루디암이 다시 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별일 아니다.”
***
우범하는 최강이 그란디아로 떠난 며칠간 무척이나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어떠냐?”
“너어어무 맛있는 것이에요.”
이유는 최강이 집에 혼자 남아 있을 최지숙과 최재숙을 우범하에게 맡겼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가정이라면 손주를 볼 나이인 우범하는 오늘은 최지숙과 최재숙의 부탁으로 친구 둘까지 얹어서 네 명의 아이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우범하가 퍼 주는 아이스크림 한 스푼을 먹은 베르티가 행복한 얼굴을 해 보였다.
31이라는 숫자가 적힌 아이스크림 통 앞에 둘러앉아 행복한 미소를 짓는 아이들을 본 우범하가 아빠 미소를 뛰어넘는 할아버지 미소를 지었다.
‘어쩜 이리도 귀여울꼬…….’
똘망똘망한 눈동자들도 그렇고 앙증맞은 손도, 지켜보고 있기만 해도 웃음꽃이 피었다.
우범하가 집무실에서 아이스크림을 먹는 녀석들을 흐뭇하게 지켜보고 있을 때였다.
마침 책상 위의 전화기가 울렸다. 비서실에서 걸려 온 것이었다.
“무슨 일인가?”
-그, 지금 막 최강 씨가 2차 베이스캠프에 도착하셨답니다.
“아…….”
김 비서의 말을 들은 우범하의 얼굴에 못내 아쉬운 표정이 걸렸다. 최강이 돌아왔다는 건 곧 아이들과 헤어진다, 라는 사고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수화기를 통해 김 비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일 있으십니까, 협회장님?
정신을 차린 우범하가 말했다.
“아…… 알겠네. 지금 곧 아이들과 찾아뵙겠다고 말해 주게.”
수화기를 내려놓은 우범하가 그새 바닥까지 싹싹 파먹은 아이들에게 말했다.
“최강 님이 돌아오셨다는구나.”
“와! 신난다. 맛있는 거 사 달래야지~”
“레이나, 저희도 껴 주시는 거죠?”
“물론이에요.”
자신의 기분도 모르고 마냥 기뻐하는 아이들에게 야속함을 느낀 우범하가 한숨을 푹 쉬고는 집무실 문을 열었다.
신나서 복도로 나가 앞장서 뛰어가는 아이들이 엘리베이터에 타서 1층 로비로 도착하자 또다시 뛰기 시작하는 모습이 보이고, 잠시 후였다.
앞장서 달려가던 베르티가 누군가를 발견하고는 삿대질했다.
“어!! 그때 그 나쁜 할아버지예요, 에미리!”
삿대질을 당한 사람은 정대욱이었다. 정대욱도 베르티와 에미리를 알아봤는지 경계 태세를 취했다. 어려 보이지만 만만하게 볼 놈들은 아니라는 걸 자각한 이유였다.
“그…… 그때 그 꼬맹이들! 어째서 이 녀석들이 여기에?”
정대욱은 그때 몇 가지 우여곡절을 겪기는 했지만 결과적으로 말하면 유니크 아이템을 하나 얻을 수 있었다. 마침 근래에 또 마나 주입의 과정이 끝나 있던 참이었다. 덕분에 자신감이 붙은 정대욱이 그때처럼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오냐…… 또 그때처럼 술래잡기라도 해 볼 테냐? 뭐 따라올 수 있을지 모르겠다만 말이다. 므하하하!”
정대욱이 아이들을 도발하고 뛰쳐나가려고 할 때였다. 우범하가 황급히 그를 만류했다.
“자…… 잠깐! 뭐 하시는 겁니까, 정 문주!”
들려오는 목소리에 행동이 정지한 정대욱이 우범하를 보고는 헛기침했다.
“우범…… 큼큼…… 별일 아니외다. 협회장은 신경 끄시오.”
“다 큰 어른이 체통 없이 아이들의 행동에 맞장구치다니요!”
“체…… 체통? 지금 나를 다그치는 것입니까?! 내가 아무리 협회와 협력하기로 했다지만 이렇게 막 나가면 나라도……!”
“최강 님께 가는 길입니다. 이 아이들을 넘겨주려고요.”
최강의 이름이 나오자 정대욱의 얼굴이 핼쑥해지더니 시선을 피했다.
“뭐 그런 거라면 내 이번엔 그냥 참도록 하겠다만, 애들이라고 넘어가는 건 이번뿐이오.”
뒤돌아선 정대욱이 황급히 로비 측면의 화장실로 들어가자 베르티가 말했다.
“표정이 이상하시던데, 화장실이 급하셨던 걸까? 에미리.”
***
최강이 한국으로 귀국하고 2일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바리스 공국과 제국의 전면전은 그야말로 일방적이었다. 날이 갈수록 불리해지는 가운데 다른 공국으로 사절을 보낸 바리스 공국은 곧바로 3개의 공국에서 원군을 약속받을 수 있었다.
단, 발티온 한 군데만 빼고 말이다.
발티온의 경우엔 바리스와 가장 직접적인 전투를 벌였던 곳이기도 했고 섣불리 화친을 맺기에는 너무나도 문제가 심했기 때문이다.
때문에 그것을 아는 바리스 공국은 당장에 발티온에게 아쉬운 목소리를 내며 신기에 관한 것은 추후로도 국가적인 문제로 삼지 않기로 거듭 약조를 하며 막대한 배상금을 전후에 지급하겠다는 제안도 뿌려 댔지만 그럼에도 발티온은 묵묵부답이었다.
그도 그럴 게 국왕 대리인 루디암이 독단으로 결정하기에는 너무 큰 결정이었기 때문이다.
“이 이상은 기다려 드릴 수가 없습니다. 답을 주시지요, 전하.”
“조금 더 기다려 보시오. 내 답은 여전하니.”
루디암은 그래서 기다리고 있었다. 어제 연락책으로 보낸 갈딘이 최강의 답변을 받아 오기를 말이다.
바리스 공국 사절 대표에게 이렇게 루디암이 답했을 때였다. 잠시 후 방 밖 복도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그리고 잠시 후.
마침내 기다리던 갈딘이 빠른 걸음으로 루디암의 곁으로 다가왔다.
갈딘이 루디암에게 최강의 전언을 전해 주자 루디암이 놀란 얼굴로 갈딘을 바라봤다.
갈딘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자 루디암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좋습니다. 답해 드리지요. 우리 발티온은 바리스 공국에 군대를 파견하지 않겠습니다.”
정말로 예상외의 답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