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opened my eyes, I realized that modern life RAW novel - Chapter 54
54화
최강이 집에 도착했을 때는 오전 6시경이었다.
현관문을 여는 최강에게 주소희의 시선이 느껴졌다.
“최강 씨, 여기! 여기 봐요.”
최강의 눈에 현관문에서 어항을 들고 있는 주소희가 보였다.
마치 만들기 숙제를 자랑하는 어린 소녀들이나 할 것 같은 행동에 픽 웃은 최강이 어항을 살폈다.
주소희의 어항에 금붕어가 세 마리 늘어나 있는 것을 확인한 최강이 생각했다.
‘슬슬 탄력이 붙기 시작하는 건가?’
나갈 때는 업어 가도 모를 정도로 곤히 자더니 그새 일어나서 무형기를 수련한 듯 보였다.
“슬슬 어항 크기 늘려야겠네.”
“네. 이게 원리를 아니까 쉽더라고요.”
최강이 자신의 말을 듣고 우쭐해하는 주소희를 눈에 담고 걸음을 옮겼다. 화장실에서 발을 씻기 위함이었다.
최강이 화장실 손잡이를 잡았을 때였다. 뒤늦게 생각났는지 주소희가 말했다.
“근데 어디 다녀오시는 거예요?”
“일.”
“일이요?”
집을 나설 때, 솔직히 말해서 주소희가 잠을 자는 게 아니라 연기하는 건 아닌가 의심까지 했던 최강이 주소희를 의심스럽게 보다가 말했다.
“그래. 일.”
최강의 말투에서 묘한 무언가를 느낀 것인지 답을 들은 주소희가 조심스레 물었다.
“근데 혹시 제가 무슨 잘못 했어요?”
“아니. 아마도.”
최강의 수사망에서 정황상 무혐의로 풀려난 주소희가 급히 무언가 생각난 듯한 말투로 말했다.
“아! 그러고 보니 핸드폰 켜는 걸 깜박했네.”
지이이이잉.
주소희가 핸드폰을 켬과 동시에 빗발치는 수십 통의 부재중 전화와 문자들을 보고 당황했다.
“최…… 최강 씨, 이상해요.”
“왜?”
“뭔 일 난 거 같아요.”
최강이 주소희가 내미는 핸드폰을 확인했다.
새벽 2시경 몰아친 전화들이 대부분이었다.
“난 또 뭐라고.”
최강이 주소희에게 핸드폰을 돌려주며 말했다.
“신경 쓰지 마.”
“네? 어째서요? 이거 협회에서 온 전화인데요?”
최강이 발의 물기를 닦아 내며 말했다.
“일하고 왔다고 했잖아.”
“그럼 그거하고 관련된 거였어요?”
“어, 그럴 거 같다.”
최강이 접어진 자신의 이불을 다시 펴고 드러누웠다.
숙면을 위한 최적의 환경을 조성한 최강이 말했다.
“아, 그리고! 나는 점심에 출근할 테니까 너는 말숙이랑 먼저 출근해. 이상, 조용히 나가 주도록!”
핸드폰과 안대를 끼고 호흡을 고르는 최강을 번갈아 보던 주소희가 아리송한 얼굴로 답했다.
“네.”
***
주소희가 사무실에 도착했을 땐 사무실 건물 앞에 기자들이 깔린 후였다.
“말숙아, 고생했어.”
“아니와요. 간단한 일인 것이와요.”
최말숙의 도움으로 기자들을 돌려보낸 주소희가 사무실의 컴퓨터를 켰다.
“도대체 무슨 일이기에 이 소란이지? 큰일인가?”
기자들이 이토록 사무실 앞까지 쫓아와서 잠복할 만한 일이라…….
모르긴 몰라도 제법 중요한 일 같았는데 주소희 입장에서 짐작 가는 것은 없었다.
호기심에 주소희가 인터넷을 켠 순간이었다.
간밤에 있었던 일을 주소희가 알아보기까지는 그리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北’에서 대균열 발생, 이번에는 리치?』
『위기의 대한민국 초읽기 들어가나?』
『프리저 공격대 불참. 공격대 불안.』
『이번에도 해냈다. 프리저 엔딩.』
모든 플랫폼의 정문에 대문짝만한 기사가 떠올라 있었던 것이다.
컴퓨터 화면을 지나가며 슬쩍 본 최말숙이 최강의 사진을 보고 말했다.
“이거 아버님 맞으시죠?”
촌스러운 추리닝을 입고 아무 데나 돌아다닐 사람.
최강이 확실했다.
주소희가 말했다.
“그…… 그런 거 같긴 한데…… 설마 그 일이란 게……?”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대략적으로 파악한 주소희가 자신의 핸드폰을 켜서 문자들을 확인했다.
주소희가 최강이 확인한 탓에 표시가 사라진 재난 경보를 뒤늦게 확인하고 망치로 한 대 얻어맞은 듯한 얼굴을 했다.
“세상에…….”
역시나였다.
집돌이 최강이 새벽같이 나갔다가 올 만한 일이 뭔가 했더니 요즘 한창 국내를 시끄럽게 하던 대균열이었다니…….
너무나 대수롭지 않게 말해서 상상조차 못 하고 있었다.
간밤에 일어났던 사건을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영상으로 접한 주소희가 혀를 내둘렀다.
전에 트롤 사건 때 보았던 최강도 엄청나다고 생각했지만 오늘의 최강은 뭐랄까?
그때의 화력은 그냥 산책 수준 정도가 아니었을까, 생각하게 만드는 수준이었다.
국내의 가장 거대한 규모의 커뮤니티에서는 아직도 최강과 관련된 글이 한가득이었다.
*전문가가 바라본 프리저.*
주소희가 커뮤니티의 가장 높은 조회 수의 글을 본능적으로 눌렀다.
공격력 A.
스피드 B.
방어력 C.
기술 A.
종합 B(70점)
└엥? 이거밖에 안 됨? 공격력이랑 방어력은 그렇다고 치는데 스피드랑 기술이 너무 낮은 거 아님?
└↑이게 낮다고? 이거 랭커 100명을 놓고 봤을 때 기준이다. 잘 생각해. 참고로 강성훈이 DDBC였다는 것만 말해 둠.
└후덜덜…… 랭커 중에 그럼 몇 등 정도나 되는 거임?
└50위권 안팎이라고 하네. 50위권 이상 무인을 보유하는 국가는 흔히 말하는 선진국 반열의 나라뿐임. 미국, 중국, 프랑스, 러시아, 영국, 독일, 일본 이 정도.
└50위…… 개쩐다.
└개쩔긴 뭐가 개쩔어 경제력 좋은 선진국들이 랭커들 독점하고 있는 이유를 아직도 모르네. 프리저 한 달 이내로 이민 기사 뜬다에 내 손모가지 베팅한다 ㅋㅋㅋ 황사머니 쫓아가지만 않기를 기도해.
댓글이 아래로 내려갈수록 점점 지저분해지자 주소희가 다음 글을 눌렀다.
*모두가 놓치고 있는 한 가지.*
20년 전 사천성 대균열: 검 1, 창 1, 방패 1.
10년 전 LA 대균열: 검 2, 갑옷 1, 활 1, 목걸이 1.
어제 평양 대균열: ????
과연 리치를 잡고 프리저는?
※참고로 유니크 기준임. 잡다한 레어 제외하고.
이번 글은 최강이 어떤 아이템을 얻었을까, 하는 글이었다. 확실히 주소희도 이 부분을 생각하지 못하고 있다가 호기심이 문득 생겼다.
└와……. 상상도 못 하고 있었다.
└그럼 지금보다 더 랭크 상승할 가능성도 있다는 거네?
대균열은 세계 2차 대전 이후의 인류의 최고의 재앙이라고 할 수 있는 사건들이다.
하지만 영웅은 혼돈의 시대에 탄생한다고 했던가?
대균열을 극복한 무인들은 하나같이 사냥 후에 획득한 아이템으로 엄청난 성장을 이루곤 했다.
10년 전 LA의 경우, 대균열의 공격대에 참가했던 당시 2군 멤버였던 제이스를 예로 들 수 있었다.
당시 80위권 랭커로 공격대에 참가했던 제이스는 유니크 아이템 중에서도 목걸이를 배분받음으로써 단방에 50위권 랭커가 되는 일이 있었다.
그 후 제이스는 당연히 1군 멤버로 승격.
마찬가지로 그때 대균열에 참가했던 미국의 2군 멤버들은 승격한 제이스를 제외하더라도 유니크 아이템을 얻은 사람이라면 하나같이 현 1군의 핵심 멤버들이었다.
유니크 아이템은 한마디로 엄청난 파급력을 불러올 수 있는 물건이기도 했고 동시에 분쟁을 일으킬 만한 물건이기도 했다.
그리고 유니크 아이템이 어떤 것인지 알고 있는 만큼 주소희도 최강이 리치를 사냥하고 얻은 것이 무엇일지 순수한 목적으로 궁금했다.
“뭘까……?”
***
점심이 되자 눈을 뜬 최강은 지금 천장을 바라보고 누워 있었다.
최강은 검지와 엄지로 손가락 마디만 한 구슬을 하나 들고 있었다.
검은색 아지랑이 같은 기운이 피어나는 구슬을 관찰하던 최강이 말했다.
“마석은 아닌 것 같은데 말이지.”
그렇다.
리치를 잡아서 최강도 얻은 것이 있었다.
딸랑 이 구슬 하나였지만 말이다.
아마도 대형 몬스터라서, 이 세계에서 인간들을 해치우고 아이템을 들고 있던 이전 몬스터들과는 달리, 리치는 지성이 있는 인간형 몬스터였기 때문에 개수가 한정적인 듯했다.
물론, 레어 아이템이라면 손가락이며 목이며 팔이며 셀 수 없이 많았지만, 그나마 그 아이템도 최강의 황천 보내기에 함께 가루가 되어 버린 것이었다.
때문에 리치가 입고 있던 로브며 반지며 목걸이며 전부 다 증발하고, 남은 건 정말로 이거 하나뿐이었다.
참고로 이 구슬이라도 겨우 얻은 것은 라이프 베슬을 깨고 난 뒤 최강의 손 위에 남은 것이었기 때문이다.
“구슬치기라도 해야 하나?”
몸을 일으킨 최강이 주머니에 구슬을 다시 집어넣으려는 찰나였다.
방금 전 잠에서 깨어나 켰던 최강의 휴대폰에 전화가 왔다.
잠시간 발신자의 번호를 확인하던 최강이 전화를 받았다.
-오늘은 받아 주셨네요?
“한가했거든.”
-그럼 평소에는 한가하지 않아서 안 받으신 건가요?
“아니, 그건 아닌데…….”
목소리의 주인은 나미사였다.
약간 실망한 듯한 나미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심심하면 전화 넣으라고 하셨잖아요?
“매일 넣으라고는 안 했지.”
확실히 그날 이후 나미사의 전화는 비교적 자주 걸려 왔다.
굳이 비교를 하자면 군대에 갇힌 남자 친구가 여자 친구의 안부를 찾는 수준이었다.
당연히 전화의 빈도가 잦아지자 처음에는 그래도 받아 주던 최강은 근래에 거의 무시하고 있었다.
“그래서 오늘은 이 시간에 건 이유가 뭔데?”
나미사의 전화는 항상 비교적 늦은 시간에 걸려 왔었다. 오늘의 시간대는 예외였다.
-그냥, 얼굴을 보니까 통화하고 싶어졌달까?
“얼굴? 한국에 왔었나?”
한국에 와서 자신의 얼굴을 볼 정도의 거리까지 접근했다면 자신이 못 알아차렸을 리가 없었을 것이다.
최강이 이 점을 의아하게 생각했을 때였다.
나미사가 특유의 웃음기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왜 모르는 척하실까? 어제 한 건 하셨잖아요. 아, 오늘인가?
최강이 아직 반나절밖에 안 지났지만 오늘 한 일을 돌이켜 봤다.
‘일어나서…….’
답은 생각보다 빨리 나왔다.
최강이 문뜩 무언가 생각난 얼굴로 방금 전까지 들고 있던 구슬을 보고 말했다.
“그 해골 말하는 건가?”
-네, 그 해골이요. 최강 씨가 사냥하시는 모습, 모르셨나 본데 제법 많은 사람들이 밤잠 설쳐 가며 보고 있었을걸요.
“어째서?”
-생각 이상으로 대단한 몬스터였거든요.
나미사의 말을 들은 최강이 솔직한 감상을 이야기했다.
“그래? 별 볼 일 없던데.”
확실히 상대해 본 결과, 녀석은 한국에 있는 무인들의 수준으로는 상대하기 힘들어 보이기는 했지만 그 정도면 700년 전의 자신이었어도 처리 가능한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최강의 귓가에서 나미사의 ‘훗’ 하는 옅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아차. 그러고 보니 궁금한 게 한 가지 있어요, 최강 씨.
“궁금한 거?”
-네.
나미사의 목소리를 들은 최강이 말했다.
“말해 봐.”
-혹시 어제 그 몬스터를 처리하고 얻은 아이템이 있나요?
최강이 손바닥에 놓고 이리저리 손장난 치던 구슬을 보고 말했다.
“어.”
-뭐예요?
상당히 기대감이 느껴지는 목소리를 들은 최강이 갑자기 부담감을 느꼈다.
“뭐냐니…… 그냥 구슬……인데?”
-구슬이요?
“어, 구슬. 딱 구슬치기나 하면 좋게 생겼다. 큼지막한 게.”
최강이 구슬을 가볍게 공중으로 띄우더니 잠시 후 고무줄 총을 쏘듯 손가락에 장전해 겨냥한 순간이었다.
파지지직.
“어라?”
최강이 무의식중에 주입한 자신의 내공과 반응하는 구슬의 검은색 전류를 확인했다.
-왜요? 왜 그러는데요?
상황을 모르는 나미사의 반응이 이어졌지만 장전을 풀고 다시 손바닥 위에 구슬을 올려놓은 최강이 씩 웃었다. 방금 전 그 느낌, 대충 감을 잡았기 때문이다.
최강이 말이 없자 나미사가 호기심 담긴 목소리로 최강을 불렀다.
-최강 씨?
“나미사, 일단 끊어 봐.”
-네? 왜요?
“할 일이 생겼다. 이야기는 다음에 들려줄게.”
-할 일이요? 잠깐, 그보다 방금 이름으로 불러 주신…….
전화를 끊은 최강이 오랜만에 좋은 장난감을 찾은 듯한 얼굴로 말했다.
“자, 그럼 시작해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