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woke up, the world turned into a game! RAW novel - Chapter 293
91. 선택.
더는 어떠한 수도 보이지 않는 절박한 상황.
한 치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
그런 상황에 돌파 가능한 탈출구를 만들어준다.
단, 그 탈출구를 이용할지 말지는 전적으로 사용자의 의지에 달려있다.
-1회 사용 후 소멸함.]
분명 10등급 아이템.
그런데 올려주는 것이 단 하나도 없었다.
설명도 엄청 빈약했고.
그래서 꽝이라고 생각했다.
아무리 괴물 아도라라 해도 사용할 일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기에 더욱더.
하지만 지금은 필요했다.
아주 절실하게.
[탈출 : 막다른 골목을 사용하시겠습니까?-사용후 아이템은 소멸합니다.]
“사용!”
곧바로 사용했다.
이제 샤만코 포식의 유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현 상황을 탈출할 방법 : 희생.-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사용자를 대신하여 죽음을 선택할 한명을 필요로 합니다.
-자발적인 죽음으로 희생을 선택한 대상은 평생을 온 몸이 뜯겨 나가는 고통 속에 살아가며 영원히 구원이 불가능합니다.
-만약 희생 대상자가 티끌만큼이라도 죽음에 머뭇거림이 존재한다면 희생은 작동하지 않습니다.
-희생을 통하여 획득 가능한 아이템이 존재합니다.] [절대적 파괴 1회 주문서 획득 가능]
“…….”
눈앞에 나타난 메시지.
그 메시지를 확인하고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아니, 당황 수준이 아니라 황당함을 느꼈다.
막다른 골목이 이런 식으로 사용이 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지 않았기에.
말도 안됐고.
아니, 말이 되든 안 되든 내용 자체가 상식의 범주를 벗어났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한명이 떠올랐다.
바로 엄마.
그래서 더 화가 났다.
엄마라면 나를 위해서라도 희생을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아무런 망설임 없이 했다는 사실에.
그리고 엄마를 팔아서라도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는 사실에.
“씨팔!”
욕설을 내뱉었다.
그 어느 때보다 강한 불쾌감을 담아서.
왜냐하면 그렇게 욕이라도 내뱉지 않으면 내가 천하에 둘도 없는 쓰레기가 된 것 같았기에.
이 상황을 돌파할 마지막 수단으로 기대했던 절대적 파괴.
그리고 그걸 바라면서 사용했다.
탈출 : 막다른 골목이라는 아이템을.
그런데 그 아이템이 제시한 탈출로는 나를 농락하는 길을 제시했다.
“씨팔! 씨팔! 씨팔!”
연신 욕을 내뱉을 수밖에 없는 상황.
왜냐하면 그렇게 떨쳐내려 해도 머릿속에는 여전히 존재했다.
바로 엄마가.
“왜 그렇게 욕설을 내뱉는 거지? 설마 스킬의 유지 시간이 끝나기라도 한 건가?”
“닥쳐! 이 개새끼야!”
이런 엿 같은 상황을 연출한 아도라의 말에 생명력 약탈자를 쥐고 달려들었다.
아도라에게 원킬원샷이 없었다면 이런 농락은 당하지 않았을 테니까.
그리고 한편으로는 내 손에 죽어 망가질 대로 망가져 사라진 7대제의 얼굴이 떠올랐다.
바로 피의 군주, 포식의 군주, 던전 제작자 그리고 죽음의 사신.
그리고 이 4명이 고꾸라짐으로써 기세를 펴지 못하고 팍 고꾸라진 나머지 3대제의 일원과 신리움 전부들.
그래서 지구는 자리했다.
쿠르트 행성과 달리 바리움들이 주인으로.
그리고 만약 심판자의 대륙에서 지구 소속으로 함께 싸울 줄 알았다면 다른 방식을 선택했을지도 모른다.
그들과 아무리 적으로 마주했다 하더라도.
왜냐하면 그들도 결국은 살아야 할 테니까.
이곳 심판자의 대륙에서의 승리로.
하지만 몰랐다.
전혀 알지 못했다.
심판자의 대륙이 이런 형식의 싸움을 할 거라고는.
그래서 만약 전투유형이 아닌 던전 제작자를 제외하고 나머지 3명이 제대로 성장을 했다면 특히나 포식의 군주가 제대로 성장을 했다면 어쩌면 손쉽게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절대 포식으로.
괴물 아도라가 소화는 안 되더라도 평생 포식의 군주에게 갇히는 식으로.
천적.
정말 완벽한 천적.
그런데 없다.
포식의 군주도 피의 군주도 그리고 죽음의 사신도.
물론 후회한다는 것은 아니다.
너무나 아쉬울 뿐.
그때는 그게 당연했으니까.
결국 내가 약한 것.
그래서 억울했다.
분명 나는 최선을 다했고 항상 노력했으니까.
그런데도 이런 엿 같은 능력에는 속수무책이라는 상황에.
쾅! 쾅!
“죽어! 죽어! 죽으라고. 이 개새끼야!”
“오호. 시간이 다 됐군.”
내가 분노를 토해낼수록 더 차분해져 가는 괴물 아도라.
그걸 앎에도 멈추지 않았다.
이 분노를,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솟구쳐 오르는 분노를 이렇게라도 표출하지 않으면 내가 미쳐버릴 것 같기에.
여전히 떨쳐내지 못하고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은 엄마 때문이라도.
10분 뒤
메시지가 울렸다.
[샤만코 포식의 유지 시간이 종료됩니다.-샤만코를 포식함으로써 증가했던 모든 스탯포인트 10배의 증가 효과가 제거됩니다.]
24시간의 혈투.
그리고 결정이 났다.
나의 패배로.
놈의 1000회 중첩된 전투력 상승 효과는 여전히 유지중이니까.
물론 여전히 존재하긴 했다.
10등급 아이템 ‘막다른 골목’이 제시한 탈출로가.
더욱이 엄마는 여전히 콜에 등록이 되어있기에 즉시 가능하고.
그런데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물론 입만 떨어지지 않을 뿐 머릿속으로는 내가 의식하지 않았음에도 절로 엄마에게 할 변명이 준비됐다.
바로 내가 아닌 지구를 위해서라고.
그러니 지구를 위해서 희생해 달라고.
하지만 내가 생각해도 너무 구차하고 치졸한 변명.
“오호. 그 무지막지한 스킬이 끝난 건가? 크크크. 정말 생각지도 못했어. 내 중첩된 집중에서 ‘공격’을 삭제할거라고는.”
놈도 지친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승리를 직감한 듯 놈의 얼굴에는 한껏 끌어올려진 미소가 진하게 자리했다.
물론 내 눈에 그 모습 따위는 들어오지 않았다.
이미 꽉 차있으니까.
어쩌면 패륜아가 되어 있을 나의 모습이.
“그럼 잘 가라고. 내 인생 최대의 적이었던 이지원이여.”
그대로 나를 향해 달려드는 괴물 아도라.
그 모습에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나는, 나는 죽고 싶지 않으니까.
나중에 평생을 후회할지라도.
온갖 자들이 나를 향해 손가락을 치켜들며 흉을 보더라도.
그 정도로 나는 천하에 둘도 없는 겁쟁이니까.
“콜. 성수ㅇ…”
쾅!
“크억!”
8등급 아이템 불꽃 심지가 깃든 팔찌가 있기 때문에 그리고 여전히 마음 한구석에 자리한 죄책감에 끝까지 엄마 이름을 내뱉지 못하고 머뭇거릴 찰나 누군가가 나와 괴물 아도라 사이에 끼어들었다.
잘 아는 사람.
더 정확히는 내가 바리움이 되고 가장 처음 만난 바리움.
바로 송해인.
“오빠! 얼른 피해요. 두… 두 번은 어려워요!”
현재 1000회 중첩된 전투력 상승을 사용 중인 괴물 아도라.
한번을 버틴 것 자체로도 송해인 입장에서는 기적이다.
아니, 회귀 전에도 대한민국을 넘어 전 세계에 그 재능을 뽐낸 탱커 송해인이었기에 가능한 상황.
“오호. 지금 내 공격을 버틴다고? 좋아. 또 버텨봐라!”
“오빠! 얼른요!”
다급하게 재촉하는 송해인.
이 순간만큼은 탈출 : 막다른 골목도 그리고 그 아이템이 제시한 탈출 방법도 생각나지 않았다.
오로지 송해인의 눈동자에서 흘러내리는 눈물만이 내 시야를 가득 채웠다.
그리고 괴물 아도라에게 등을 보인 채 나를 감싸듯 막아선 송해인이 입을 열었다.
“그동안 정말 고맙고 미안했어요. 지원 오빠. 그리고…”
쾅!
하지만 송해인은 말을 끝까지 내뱉지 못했다.
괴물 아도라의 주먹이 송해인의 몸을, 가슴팍을 꿰뚫고 빠져 나왔기에.
그리고 그렇게 사라졌다.
송해인은 인식의 표를 사용했기에 그래서 일반인이 아니기에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송해인의 두 눈에서 떨어진 눈물방울마저 내게 닿지 못하고.
“크크크. 애인인가? 참으로 눈물겹군. 하지만 걱정마라. 보내 줄 테니. 바로 옆으로.”
“…….”
충격.
더욱이 전혀 생각지 못했던 일이기에 더욱더.
하지만 내 감정과 상관없다는 듯이 하나의 메시지가 울렸다.
[완벽한 희생이 발동하였습니다.-절대적 파괴 1회 주문서가 주어집니다.]
여전히 나불나불 대는 괴물 아도라.
주섬주섬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천천히 인벤토리에서 절대적 파괴 1회 주문서를 꺼내 찢었다.
[절대적 파괴 1회 주문서를 사용하였습니다.-다음 공격에 100% 확률로 절대적 파괴가 발동합니다.]
그 상태에서 괴물 아도라를 바라봤다.
“이미 다 끝난 마당에 계속 쭈그려 앉아있지 뭐 하러 일어났지? 설마 애인의 복수라도 하겠다는 건가? 크크크. 꼴사납군. 너무 꼴사나워. 그냥 죽어라. 더 이상의 발악은 추하기만 할 뿐이니까.”
괴물 아도라의 말에 대꾸하지 않았다.
저벅저벅.
천천히 그를 향해 다가서며 입을 열 뿐.
“너는 살면서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일을 겪은 적이 있나?”
“뭔 개소리지?”
“나는 많아. 정말로 많아. 남에게 말하지 못할 정도로.”
회귀, 4년간의 잠, 랜덤 스킬 샤만코의 획득, 엄마와 할아버지와의 만남 그리고 가장 최근의 일로는 지구로의 여행.
그리고 거기에서 만난 철혈의 여왕 루아나까지.
남은 생각지도 못할 일을 그간 수도 없이 겪었다.
그런데 말할 수 있다.
단언컨대 지금 이것보다 더 생각지도 못한 일은, 충격적인 없었다고.
“허. 설마 그렇게까지 사랑을 한 것인가? 미쳐버릴 정도로?”
“그랬으면 좋겠어. 그래서 지금 내 눈에서 눈물이라도 쏟아졌으면 좋겠어. 슬퍼하고 죄책감을 느꼈으면 좋겠어. 그게 최소한의 도리니까. 그런데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이 어떤지 알아?”
“…….”
대꾸 없는 아도라.
하지만 상관치 않고 계속 입을 열었다.
“바로 ‘살았다!’, ‘살았어!’, ‘나는 살았다고!’ 말하며 기쁨의 만세라도 부르고 싶은 심정이야. 그래서 더 화가 나. 내 자신에게. 그녀의 아무런 대가없는 죽음에도 그런 병신 같은, 엿 같은 쓰레기 생각이 자리한다는 사실에 짜증이 난다고!”
“미쳤군. 미쳤어. 그만 죽어라.”
“그래. 죽여줄게.”
푹.
아무런 스킬도 그렇다고 강력한 힘을 동원한 공격이 아닌 그냥 눈앞에 있는 괴물 아도라를 향해 그대로 생명력 약탈자를 내질렀다.
“뭐지?”
당연히 괴물 아도라도 황당함을 숨기지 않고 되물었다.
하지만 아무 말도 해주지 않았다.
이미 발동했으니까.
[절대적 파괴가 발동했습니다.]그리고 그 메시지는 나에게만 울린 것은 아닌 것 같았다.
“커억!”
단말마의 비명과 함께 그대로 허물어지는 괴물 아도라.
그리고 울렸다.
[강력한 적을 처리함으로써 79억 7400만골덴링을 획득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어마어마한 골덴링.
그리고 무려 11레벨이 올랐다는 메시지.
당연히 보르테가의 가호 메시지도.
하지만 그 메시지들에 신경이 쓰이지 않았다.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자리했으니까.
분노인지 안타까움인지 혹은 죄책감인지 모를 함축적인 감정들이.
“으으으으. 씨팔! 씨팔!”
하루 넘게 싸웠고 그로 인해 피로도가 거의 한계치까지 치솟았다.
샤만코의 포식이 해제되고 더욱더.
“사용! 변질된 당겨쓰기!”
하지만 이대로 뒤로 물러나기에는 가슴이 너무 답답했다.
그래서 24시간의 쿨타임이 돌아온 변질된 당겨쓰기를 사용하고 달려들었다.
700만의 적을 향해.
두려움? 부담감?
그런 것은 전혀 없었다.
오로지 움직여야 한다는 생각만이 자리했다.
그렇지 않으면 온갖 생각이 머릿속에 범람할 것이기에.
지구 쪽 진영.
마지막 승부가 될 전투.
그래서 송대철 회장도 500만의 결사대와 함께 이동했다.
자체적인 힘은 약해도 그래도 선빈 길드 전체를 좌지우지할 정도의 장악력은 갖고 있기에.
그리고 송대철 회장을 필두로 황제파 아홉 개 길드의 길드장들은 패배를 직감했다.
물론 이지원은 어마어마했다.
하지만 괴물 아도라는 더 어마어마했다.
패배한 이지원을 향해 원망 따위는 생각지도 못할 정도로.
그리고 이지원이 최후를 앞둔 상황.
송대철 회장과 송명수 부 길드장 그리고 송해창은 송해인이 블링크가 내장된 반지를 이용해 중앙 전투에 난입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것은 송씨 일가뿐만 아니라 모두가.
왜냐하면 중앙에서 벌어지는 전투는 마치 신끼리 다투는 전투와 같아서 하찮은 자신들이 끼기에는 경망한 행동 같아서.
그런데 난입한 송해인.
그리고 단 두 방에 죽음을 맞이하는 송해인의 모습에 송대철 회장을 필두로 송씨 일가 전부가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물론 심판자의 대륙 이곳에서 패배하면 어차피 죽은 목숨.
하지만 눈앞에 먼저 죽어가는 손녀이자 딸 그리고 여동생의 모습에 송씨 일가는 제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그렇다고 손녀의 죽음에 마냥 불구덩이로 선빈 길드를 몰고 갈 수는 없는 법.
송대철 회장은 그렇게 눈물을 속으로 감추었다.
이지원을 향해 원망을 쏟아낼 일은 더욱더 아니기에.
한 길드의 수장이라면 그래야 하고.
그런데 그때 반전이 일어났다.
터벅터벅 걸어가 정말 아무 힘없이 슬쩍 내지른 이지원의 공격에 죽음을 맞이하는 괴물 아도라.
마치 송해인의 죽음이 괴물 아도라의 죽음을 초래한 것과 같은 모습.
그리고 하루 종일 맞상대하던 괴물 아도라를 죽인 이지원이 여전히 650만 명 이상 넘은 적을 향해 달려들자 송대철 회장은 외쳤다.
자신의 손녀딸의 복수는 할 여건이, 토대가 만들어졌으니까.
“모두! 이지원 총대장을 뒤따른다! 모든 적을 죽인다! 여기서… 여기서 끝을 낸다!”
황제파는 필두로 대부분 송해인을 안다.
대한민국을 넘어서 세계에서 알아주는 선빈 길드의 직계이자 어디에 내놔도 부족함이 없는 뛰어난 탱커이기에.
그리고 그런 그녀의 죽음.
더욱이 그냥 죽음이 아닌 이지원을 대신했고 그 대신한 죽음 때문인지 괴물 아도라도 죽은 상황.
그래서 내질렀다.
목청껏.
대지가 흔들리고 하늘이 떨 정도로.
“네!”
“알겠습니다!”
“모두! 진격! 끝까지! 끝까지 돌격한다. 단 한명의 적도 살려두지 마라!”
그렇게 황제파가 진격을 시작했다.
여전히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650만 명이 훌쩍 넘는 적을 향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