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te Dragon Teacher RAW novel - Chapter 129
129화
第三十六章 천라지망
어이없게도 삼룡이봉은 배에서도 습격을 당했다.
처음엔 별문제가 없었는데, 제갈명이 살마가 운운하며 다 잡아 죽였다고 떠들어 대면서부터 배 안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선원들이 기습을 해 왔고, 놀라서 달아나던 손님들이 돌아서서 비수를 찔렀다. 물 밑에서, 배 옆면에서 기어 올라와 공격을 했다.
그러다가 결국 배가 부서지고 다섯 사람은 표류했다.
동정호는 바다에 비유될 만큼 드넓은 곳이었다. 널빤지를 붙들고 이동하던 그들이 호숫가의 기슭에 도착한 것은 이미 어둑어둑할 때였다.
“다행히 건너편으로 오긴 한 것 같네.”
진승의 말에 다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도대체 이게 무슨 꼴이지.”
“왜 우리가 갑자기 이렇게 됐어?”
물에 젖은 생쥐처럼 폭삭 젖어 버린 건 둘째치고, 계속된 싸움으로 옷이며 머리며 상처며 전부 다 엉망이었다. 무공 외에도 수려한 외모로 용봉이 되었다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일단은 지니고 있던 약으로 외상을 치료하고 내상 약도 먹었다. 하나 이후가 문제였다. 주변은 건물이라고는 전혀 없고 초목만 가득한 숲이었다.
한동안 숲으로 들어가던 다섯 사람은 더 어두워지자 걸음을 멈춰야 했다.
“큰일이군. 너무 어두워서 길을 못 찾겠는데.”
“얼마나 온 건지도 모르겠어요.”
“이대로 노숙을 해야 하나.”
그때 황보홍이 불빛을 발견했다.
“저쪽에 불빛이 있어요!”
“가 보자. 잠시 불을 빌려 쬐는 정도야 괜찮겠지.”
제갈명이 의심의 눈빛을 했다.
“불안한데…….”
곧 그의 불안이 사실로 확인되었다.
“이쪽으로들 와서 불 좀 쬐시오.”
허윤과 일행들이었다.
남궁민과 제갈명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우연이라고 해도 어떻게 이럴 수가…….”
허윤이 답했다.
“우연이라니. 이쪽으로 올 걸 알고 기다린 거요.”
“우리를?”
삼룡이봉의 얼굴에 만감이 교차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서도 그리 여유가 있었나 싶어 기분이 나쁘기도 하고, 또 이런 산중에서 기다려 주었다니 고맙기도 했다.
양걸이 떨떠름한 이들을 두고 앞으로 가서 포권했다.
“아까는 실례가 많았습니다. 고맙습니다.”
“괜찮소. 불이나 가져가시오.”
허윤이 허락하자 안소방이 불붙은 장작 한 개비를 양걸에게 건네주었다. 양걸이 고개를 살짝 숙여 보이고는 일행들에게로 돌아갔다.
그러곤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장작을 모아 와 불을 피웠다.
허윤들이 하하호호 웃고 즐기는 걸 보며 남궁민이 입술을 잘근잘근 씹었다.
“우리는 이렇게 고생했는데, 저들은 아무 피해도 없어. 옷도 하나같이 깔끔하잖아. 우리를 이용해 먹은 거야.”
황보홍이 말렸다.
“언니답지 않아요. 혹시 정혼자 때문에 그러는 거라면…….”
“내가 그 얘기 하지 말랬지!”
남궁민이 날카롭게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허윤 일행들 쪽에서 굵은 목소리로 누가 뭐라고 떠들었다.
“거, 조용히 좀 합시다! 옆집이 너무 시끄럽네! 여기 자기들만 사나.”
“뭐라고욧!”
진승이 남궁민을 다독였다.
“일단은 저들에게 신세를 지고 있으니 참자고. 어쨌든 내일부터는 우리 갈 길을 가면 그만이야. 아마 다시 볼 일도 없을 테니까.”
제갈명이 다친 어깨를 누르며 말했다.
“그래야지. 다시 볼 일이 없어야지. 저 면상을 또 보면 속이 뒤집힐 것 같으니.”
“제갈명 오라버니까지 왜 그래요.”
황보홍이 울먹이며 하는 말에 제갈명이 못마땅한 표정을 가득 드러내며 허윤 쪽을 쳐다봤다.
“기분 나쁘잖아. 우리는 오랫동안 노력해서 겨우 인정받았는데, 저건 어디서 갑자기 튀어나왔는지도 모를 녀석이 한순간에 오룡에 들어야 하네 뭐네 그런 소리를 듣고 있으니까.”
진승이 제갈명에게도 위로를 해 주었다.
“강호 무림의 역사에서 저렇게 나타난 자가 한 명도 없었겠나? 수없이 많았겠지. 하지만 지금까지 남아 있는 건 우리 구대문파와 팔대세가야. 마지막까지 남는 건 저자가 아니라 결국 우리가 될 거라는 뜻이지.”
“그 말을 들으니 좀 위안이 되네. 고마워, 진승 형.”
진승 덕에 다들 조금씩 진정이 되었다.
시간이 좀 지나자 옷은 다 말랐다. 그런데 잠은 안 오고 슬슬 배가 고파졌다.
허윤 일행은 언제 그런 걸 또 준비했는지 밥이며 고기까지 싸 와선 냄새를 풍기며 먹고 있었다.
꼬르륵.
삼룡이봉의 누구인지 모를 배에서 소리가 났다.
정호문의 오구도에게 잘 얻어먹긴 했으나, 이후 지금까지 먹은 게 없었다. 온종일 싸우고 잔뜩 긴장한 채 동정호를 표류하기까지 한 탓에 금세 배가 고파진 것이다.
꼬르륵, 꼬르륵.
가뜩이나 젊고 혈기왕성하여 가장 많이 먹을 나이였다. 심하게 허기가 졌다. 다섯 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허윤 쪽을 보았다.
종종종.
갑자기 낙락이 오더니 황보홍에게 밥 한 덩이를 내밀었다.
“언니.”
꼴깍.
황보홍은 밥을 받았지만 차마 먹을 수가 없었다. 그러자 낙락이 황보홍을 잡아끌었다. 황보홍은 가지 않으려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밥을 남궁민에게 주곤 낙락을 따라 허윤네 모닥불로 갔다.
“내가 먹을 걸 좀 구해 올게요.”
배신자.
하지만 그 말을 내뱉은 사람은 없었다. 밥 한 덩이를 넷이 나눠 꾸역꾸역 씹으며 비참함을 느끼고 있을 따름이었다.
황보홍은 허윤네 모닥불에 와서 눈치를 보며 앉았다. 하지만 생각 외로 황보홍에게 눈치를 주는 사람은 없었다.
장용이 황보홍에게 삶은 닭고기를 던져 주었다.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인데, 친구들도 와서 먹으라 그래.”
고우사도 그리 정이 없진 않았다.
“밥 가지고 유세 떠는 놈들이 제일 싫다. 세상에서 제일 치사한 놈들이야.”
황보홍이 돌아보았지만, 네 사람은 분명히 들었을 텐데도 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안 온대요.”
“쯧쯧쯧.”
황보홍이 닭고기를 뜯으며 허윤을 쳐다보았다. 허윤은 밥을 먹고선 모닥불에 장작을 집어넣고 있었다.
“그런데, 허 소협. 뭐 좀 물어봐도 돼요?”
“물어보시오.”
“우리가 올 걸 정말 알고 있었어요?”
허윤이 고개를 들어 황보홍을 보곤 말했다.
“자정이 지나서, 두 번 만남이 있을 예정이 생겼소. 하나는 지금이고, 또 하나는 굳이 만나지 않으면 좋을 만남이외다.”
“에에, 그게 뭔데요?”
“흠. 글쎄.”
허윤이 턱을 만지며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동안은 잘 피해 왔는데, 아마 오늘 밤에는 만나게 될 것 같구려. 아니면 좋겠는데…… 아주 위험해.”
장용이 자랑스레 말했다.
“우리 형님이 진짜 점술가보다 훨씬 잘 맞추잖아. 흐흐흐. 그러니까 반드시 만날 거야. 믿어도 돼.”
“네?”
황보홍이 헷갈리는 표정으로 물었다.
“하지만 허 소협께서는 오늘 밤에 안 만났으면 좋겠다고…….”
“내 말을 못 믿는 거여?”
장용이 눈을 부릅뜨자 황보홍이 깜짝 놀라서 어깨를 움츠렸다. 장용의 등 뒤에서 쾌도가 슬쩍 쳐다보고 있는데, 그것도 소름이 끼쳤다.
“아니, 믿어요. 믿는데요…… 방금 허 소협이 하신 말씀은 그 말이 아닌 것 같은데요?”
장용이 눈을 더 치켜뜨자 험상궂은 얼굴이 더 험상궂게 되었다.
고우사가 말했다.
“아까 포구에서 못 들었냐. 살수들 목뼈 부러지고 가슴뼈 함몰되고, 그런 게 열 구가 넘는댔지. 다 그 애가 한 거다. 황보가의 권법이야.”
장용이 바로 표정을 풀었다.
“아, 그래? 못 믿을 수도 있지. 그럴 수 있어.”
“네?”
장용이 또 눈을 치켜떴다.
“내 말을 못 믿어?”
“아니에요. 믿어요…….”
“괜찮아. 못 믿을 수 있지.”
“네?”
황보홍이 장용의 마수에 걸려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을 때, 안소방이 허윤에게 물었다.
“형님. 그 만나야 하는 상대요. 여럿입니까? 그럼 살마가의 살수들일 수도 있겠네요.”
“그건 맞는데, 아직 싸워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르겠네. 안 싸우고 지나갈 수 있으면 좋은데. 그게 안 될 것 같단 말이야.”
“점쳐 보시면 되잖아요. 싸울지 말지. 안 싸워도 된다고 하면 피할 수 있단 얘기니까요.”
“흠. 그럴까. 자꾸 점에 의존하면 안 되는데.”
황보홍이 허윤을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점술가잖아요.
허윤이 엽전을 손에 쥐었다.
“간단히 점을 쳐 보겠네. 앞면이 나오면 싸우고, 뒷면이 나오면 피하는 것으로. 요즘 내공 운용이 좀 원활한 편이니까 싸워도 어떻게든 되겠지.”
그러곤 엽전을 높이 튕겨 올렸다.
핑그르르.
엽전을 따라 모닥불에 둘러앉은 이들의 시선이 올라갔다. 그랬다가 내려와서 허윤이 동전을 잡는 순간.
갑자기 장내가 얼어붙을 듯 싸늘해지면서, 무지막지한 살기가 인근을 온통 휘감았다.
쏴아아아아.
한밤의 나무들이 세찬 바람에 휘말린 것처럼 나뭇가지를 떨어 대고, 잎들이 부산하게 부딪치며 소리를 냈다.
풀벌레와 산새들의 울음소리는 진작 사라졌다.
벌떡!
모두가 일어나 앞을 쳐다보았다.
시커먼 그림자가 다가오고 있었다.
안소방은 미친 듯이 뺨을 긁었다.
따끔! 따끔!
살기가 얼마나 거센지, 살갗이 따가워서 참을 수가 없었다. 내공을 일으켜 대항해야 겨우 버틸 만했다.
삼룡일봉마저도 놀라서 달려왔다.
“무슨 일이야!”
그림자가 서서히 몸을 일으켰다. 모닥불에 그림자가 일렁거리는 모습이 더욱 스산했다.
근처에 있던 이들이 어깨를 움찔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그림자의 눈이 번들거리며 막대한 살기를 폭사했다.
쫘아악!
소름이 끼쳤다.
“큭! 마, 말도 안 돼.”
“크윽! 이, 이런 살기가!”
전신에 바늘이 꽂히는 듯한 고통이 느껴지는 살기였다.
고우사와 낙락은 버텼지만, 장용과 쾌도는 머리를 마구 긁으며 소름이 돋은 팔을 비볐다.
삼룡이봉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하나 진승이 용감하게 검을 뽑아 들고 외쳤다.
“살기가 짙은 걸 보니 정파인이 아니구나! 정체를 밝혀라!”
그림자가 몸을 완전히 일으켜 세우자, 모닥불에 비쳐 형체가 대강 보이기 시작했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새까만 천으로 감싼 살수였다.
“살마가의 살수!”
“살수가 왜 혼자서?”
살마가의 살수가 으스스한 목소리로 말을 내뱉었다.
“나는…… 어둠으로부터 올라온 자……. 삼 호다…….”
삼룡이봉과 고우사, 그리고 안소방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한 자릿수! 그것도 사, 삼 호!”
“초월 군급이다!”
마급이나 조직의 수장이 아니기에 군급으로 분류되는 마도의 고수들.
그러나 명호가 삼 호라면 실력상으로는 살마가에서 풍마를 제외하고 서열 삼 위 안에 드는 초고수였다. 아무리 삼룡이봉이고 고우사라고 해도 견적이 나오지 않는 상대였다.
삼호가 살이 떨릴 정도로 스산하게 말했다.
“초대장을…… 전하마…….”
꿀꺽.
삼룡이봉은 마른침을 삼켰다. 초월 군급이라면 혼자서 나타날 만하다. 살이 저며지는 듯 진한 살기를 뿜어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자격을 증명하고 있었다.
몸이 떨리고 침이 바짝바짝 말랐다.
공포에 물든 이들을 본 삼 호의 눈이 가늘어졌다.
“너희를 위해…… 천라지망을…… 준비했다…….”
삼룡이봉과 고우사, 안소방들은 경악했다.
“처, 천라지망?”
“천라지망이라고?”
그 말이 사실이라면 여기 있는 모두는 이 산을 벗어나지 못하고 죽게 될 것이다.
삼룡이봉은 정신이 퍼뜩 들었다.
무기를 힘껏 쥐고는 내공을 잔뜩 끌어 올렸다.
“우리가 그런 말에 두려워할 줄 알고?”
“우리 자랑스러운 정파인은 마도를 겁내지 않는다!”
웃는 것처럼 삼호의 눈꼬리가 한껏 올라갔다.
“지옥에 온 것을…… 환영한다…….”
그러곤 다시 신법을 써서 사라지려 했다.
그때 허윤이 손을 펼쳐서 슬쩍 손바닥을 보더니 인상을 썼다. 그러더니 할 수 없다는 듯 외쳤다.
“쳐!”
깜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