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te Dragon Teacher RAW novel - Chapter 383
383화
강호의 모든 이들이 걱정하던 일이 벌어졌다.
무림맹이 백룡장을 향해 떠난 것이다.
이에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사파나 마도가 아닌 정파 간의 싸움인 것도 그렇지만, 누구에게도 고개를 숙이지 않는 백룡선생이기에 더 관심을 끌었다.
과연 백룡장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무림맹을 상대로도 이전과 같은 기개(?)를 보일 수 있을까?
그리고 만약 백룡선생이 두풍을 사용하게 된다면…….
이후에 펼쳐질 상황들은 분명 강호를 혼란스럽게 만들 게 확실했다.
* * *
혜심과 소림승들은 이를 갈면서 허윤을 기다렸다.
“무림맹이 벌써 강서로 가는 중이라는데, 어디 또 얼마나 목을 뻣뻣하게 세우려는지 지켜봅시다.”
“이번에도 허튼소리를 하면 더 얘기 듣지 말고 그냥 엎어 버리시죠.”
혜심도 단단히 마음을 먹었다.
“어차피 우린 손해 볼 것도 없으니 두고 보자.”
곧 제갈예가 백룡장 측을 이끌고 도착했다.
하나 대표로 온 이들을 본 순간, 소림승들은 생각한 바와 다른 이가 왔다는 걸 깨달았다.
“저게 누구야?”
“백룡회주가 아니라…….”
“호면패왕?”
왕세걸이 웃었다.
“흐흐흐. 미리들 나와 계셨구만.”
그 뒤에는 장용과 쾌도가 떡하니 버티고 서 있었다.
혜심이 의아해하며 제갈예에게 물었다.
“저놈이 여기 웬일이냐. 백룡회주의 기운은 전혀 안 느껴지는데?”
제갈예가 읍을 하며 답했다.
“총표파자가 대표로 온 게 맞습니다.”
혜심이 인상을 쓰곤 제갈예에게 머리를 들이대며 위협을 가했다.
“문상, 맷집이 대단한가 봐? 철두공 맞고도 정신을 못 차렸네. 본인이 안 오고 다른 사람을 보낸 것도 어이가 없는데, 뭐? 총표파자? 우리더러 지금 녹림과 손을 잡으란 겐가?”
“제 역할은 여기까지인 듯합니다. 저는 밖에 있을 터이니 말씀 나누시길.”
제갈예는 겁을 먹은 듯 그답지 않게 고개를 숙인 채로 물러나 방을 나갔다.
왕세걸이 팔짱을 끼고 피식 웃으며 끼어들었다.
“혜심 대사, 내가 녹림 대표로 소림사와 손잡자고 온 게 아니외다.”
“그럼?”
“백룡회주가 하도 간절하게 부탁해서 온 거요. 이까짓 협상이 뭐 어렵다고 절절매고 말이야. 내가 딱 왔으니까, 이제 여기서 마무리 지읍시다.”
왕세걸이 자기 가슴을 탁! 하고 치며 호탕하게 말했다.
“거두절미하고…….”
무림맹에 대항하여 손을 잡자고 막 설득하려던 찰나였다.
갑자기 소림승들의 눈이 커다래졌다.
응?
왕세걸은 위화감을 느꼈다.
그는 앙연에 버금가는 고수다. 주변 상황으로 보아 목숨을 위협받을 만한 요인이 전혀 없었지만, 불안한 느낌을 허투루 넘기지 않았다.
하여 보법을 밟으면서 바로 몸을 틀려 했다.
그러나 쾌도의 소수가 이미 뒤통수를 치고 간 뒤였다.
뻐억!
어렸을 때 이후로 처음 당한 충격이었다.
“크악! 이 새끼가!”
왕세걸은 앞으로 고꾸라질 뻔했다가 겨우 중심을 잡고 몸을 세웠다.
그러나 얼굴이 긴 자만 보이고 이상하게 털에 윤기가 나는 털북숭이가 보이지 않았다.
왕세걸은 급한 대로 호신강기를 일으켰지만, 소용이 없었다.
빠각!
“컥…….”
왕세걸은 뒤통수가 깨진 채로 털퍼덕 엎어졌다.
찰랑.
장용이 벽돌처럼 생긴 만년한철을 쥐고 ‘흐흐’ 웃었다.
혜심과 소림승들은 ‘이게 뭐 하자는 거지.’ 싶어 어리둥절했다.
“뭐야. 뭐 해, 너희들.”
장용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저희 회주가 보낸 선물입니다.”
“아들을 출가시킬 각오를 하라 했더니, 왜 뜬금없이 이자를 데려오고 난리야?”
쾌도가 공손하게 두 손을 모으고 말했다.
“그냥 아들인 셈 치시죠. 큭큭큭.”
그 말에 소림승들이 허무한 표정으로 웃었다.
“아니, 아들인 셈 치긴 뭘 쳐.”
“누가 봐도 백룡선생보다 나이가 많아 보이거늘.”
장용이 눈을 부릅뜨고 대답했다.
“장성한 아들이오.”
소림승들이 감탄했다.
“이야아. 백룡회주는 재주도 좋구려.”
“그러게 말이야. 며칠 사이에 이런 늙은 아들을 잘도 낳아 왔어.”
혜심도 어처구니가 없어 웃었다.
“내 눈이 안 보여 모르겠다만, 그 아들놈 생긴 게 녹림 수괴와 꼭 닮은 모양이구나. 이런 놈은 잡아다가 꽁꽁 묶어서 관아에나 넘겨 버려야지.”
쾌도가 화를 내는 투로 말했다.
“왜 남의 아들을 함부로 잡아서 관아에 넘기고 그러쇼?”
“남의 귀한 아들이라 해도 산적질 하고 애꿎은 사람 해치고 그랬으면 벌을 받아야지.”
“그런 법이 어디 있습니까?”
혜심이 실소했다.
“허어. 우길 걸 우겨라, 이놈아. 죄를 저지르면 벌을 받는 게 법도이니라.”
“아! 그런가?”
“그렇지.”
쾌도는 수긍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할 수 없네, 뭐.”
쾌도가 기절한 왕세걸의 머리를 톡톡 건드리며 말했다.
“죗값 잘 치르고 와.”
장용도 쓴 입맛을 다시면서 물러났다.
“에이, 할 수 없네. 법은 지켜야지.”
그러고선 그대로 가려고 돌아서는 둘이었다.
혜심이 황당해서 둘을 불렀다.
“이놈들, 얘기를 하다 말고 갑자기 어디로 가느냐?”
“관아에 넘기신다고 하셔서 우린 그냥 가는 건데?”
“이놈 데려가야 할 거 아니냐.”
“관아에?”
“아니, 백룡장이든 어디든. 너희가 데려왔으니 갈 때도 데려가란 말이다.”
장용이 화를 냈다.
“출가시킨다고 아들 잡아 오라 해서 기껏 데려왔더니 이젠 또 데려가래! 어느 장단에 맞추라는 거야.”
소림승들이 대꾸했다.
“아들이 아니니까 그러는 거잖소!”
장용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걸 스님들이 어떻게 아쇼?”
“척 보면 알지. 일단 백룡선생과 하나도 안 닮았잖소이까.”
“양자라 그래.”
흠칫.
소림승들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그때, 아까부터 장용과 쾌도를 유심히 보던 소림승 한 명이 말했다.
“아무리 봐도 낯이 익은데. 시주들, 혹시 본산에서 그 복면…….”
장용과 쾌도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바로 몸을 돌려 뛰었다. 아까부터 조금씩 문 쪽으로 이동한 덕에, 바로 나갈 수 있었다.
“앗!”
“잡아라!”
소림승 두어 명이 몸을 날려 따라갔으나, 잡지 못했다.
“밖에 문상은?”
“없습니다.”
혜심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 못된 것들이 처음부터 작정을 하고……!”
소림승들이 쓰러진 왕세걸을 보며 한탄했다.
“허어, 이제 어쩝니까?”
“백룡선생이 이런 식으로 막무가내로 나올 줄이야.”
“이자를 다시 백룡장에 데려다 놓을까요?”
혜심이 되물었다.
“그럼 남들이 우릴 뭐라고 할 것 같으냐.”
남은 소림승들은 그제야 직면한 사태를 깨달았다.
가뜩이나 소림사의 권위가 떨어져 자존심이 상하던 차에, 녹림 총표파자까지 놓치게 되면 많은 비난과 멸시를 받게 될 터였다.
무림맹이나 녹림이 무서워서 풀어 줬다는 소리까지도 나올 게 분명했다.
“데려가자. 참회동이라도 처넣어 둬야지.”
혜심은 몇 차례나 사문에 폐를 끼친 것 같아 편치 않았다.
자연히 허윤의 얼굴이 떠올라 부아가 치밀었다.
“에이잉, 괘씸한 놈.”
* * *
강호의 호사가들은 무림맹이 이기느냐, 백룡장이 이기느냐를 두고 굉장한 언쟁을 벌였다.
무림맹주와 백룡회주가 싸웠을 때 누가 이길까도 자못 흥미진진한 얘깃거리였다.
무림맹이 이미 출발해서 가는 중이라 그 결과도 머잖아 나올 터였다.
그런데…….
갑자기 녹림의 총표파자 호면패왕이 소림사로 갔다는 소문이 돌았다.
“뭐야? 어떻게 된 거야? 웬 소림사?”
“설마 백룡장에서 무림맹과 싸우기 싫어 넘긴 거야?”
“그건 아닌 거 같아. 듣기로는 호면패왕이 제 발로 소림사를 찾아갔다던데? 본 사람이 많아.”
그 소문은 모두를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가만있자. 무림맹이 백룡장으로 가는 건 호면패왕을 넘기란 명분 때문이었잖아.”
“그럼 이제 어떻게 되는 거지?”
* * *
무림맹.
도단경은 아직 맹에 남아 있었다.
그는 밤이든 낮이든 쉬지 않고 달릴 수 있어 굳이 남들과 함께 움직일 필요가 없었다.
군사당의 사마오가 그를 급히 찾아가 보고했다.
“호면패왕이 소림사로 향했다가 돌아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흐음? 소림사에는 알아보았는가?”
“거기 있는 건 확실합니다. 하여 신병 인도를 요구했더니, 알아서 처리하겠다는 답변이 왔습니다.”
사마오가 대답을 한 뒤, 도단경의 눈치를 살폈다.
“저어…… 이제는 어찌해야 할지요?”
“무얼 말인가?”
“무력조가 다음 명령을 기다리며 대기 중인 모양입니다.”
“누가 멈추라고 했지?”
“예? 하지만 호면패왕이 백룡장에 없으면 명분이…….”
도단경은 까만 눈동자로 사마오를 쳐다보며 말했다.
“이것은 간단한 문제일세. 백룡장은 본 맹주의 말을 무시하고 호면패왕을 소림사에 넘기었네. 하면 이를 징치해야 하는가, 말아야 하는가?”
“마, 마땅히 징치해야…… 합니다.”
“그렇다네. 무력조는 그대로 진행하여 백룡장을 접수하게 될 걸세.”
결국은!
사마오는 복잡한 속내를 감추며 물었다.
“하면 소림사는…….”
도단경이 무덤덤하게 대답했다.
“백룡장을 친 뒤, 다음 차례가 소림사가 될 걸세.”
설마하니 소림사까지 치겠다는 생각일 줄이야!
사마오가 조심스레 조언했다.
“백룡장을 그대로 친다는 게 알려지면, 소림사의 주력들이 본사의 위기를 눈치채고 돌아올 겁니다. 일전에 마도 대종사가 비어 있던 소림사를 칠 때와는 다를 것입니다.”
도단경이 미미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
“누구도 본 맹주를 막지 못할 걸세. 천마라도 살아 돌아오지 않는 한.”
* * *
골마가의 괴절노파는 부복한 채 덜덜 떨었다.
장원 밖에서부터 이 방 안까지 온통 사방이 피투성이였다.
문지기가 막아섰다고 기분이 나빠진 마라삼왕이 학살을 한 것이다.
일곱 명의 노마가 괴절노파를 내려다보았다.
“너희가 우리를 불렀느냐?”
괴절노파는 고루마가 같이 오지 못한 것에서 이미 그가 어떻게 되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녀가 고개를 조아리며 말했다.
“후, 후배가 모시고자 한 것이 맞습니다. 선배님들을 번거롭게 하여…….”
마라삼왕이 코웃음을 쳤다.
“착각하지 마라. 네가 불러서 온 게 아니다.”
“우리가 온 건 때가 되었기 때문이지.”
괴절노파가 고개를 살짝 들었다.
“예? 때가 되었단 말씀은…….”
거지꼴을 한 노마가 그녀의 앞에 쪼그리고 앉아 말했다.
“아가야. 우리에게는 한 가지 금제가 있는데, 그게 무엇인 줄 아느냐?”
“모르겠습니다.”
“천마의 후인을 섬긴 대가로, 거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금약을 맺었다. 천마의 후인들이 있을 때는 중원을 넘보지 않기로 한 게 그것이지.”
“그, 그러셨군요.”
“그 오래된 금제로 우리는 천마와 대등한 힘을 손에 넣고도 지금껏 중원으로 들어올 기회가 없었던 게야. 그럼 여기서 한 가지 문제.”
막빈자가 검지를 세우며 말했다.
“그간 대종사를 가장 많이 배출한 가문이 어디냐?”
“야, 야율가입니다.”
“맞아. 정보를 독점해서 대종사를 인위적으로 만들어 내던 지독한 놈들이야. 그런데 그 야율가문이 멸문지화를 당했다지?”
마라삼왕이 뒤에서 킬킬대고 웃었다.
“그럼 이제 당분간은 천마의 후인이 나오지 않을 터!”
“무림맹주가 나선 것이 바로 그 증거다.”
“예?”
미칠 듯이 살기를 뿜어내는 사마가 말했다.
“다시는…… 후욱, 천마의 후예가 후욱…… 나타나지 못하도록. 모든 것을 파괴하겠다.”
막빈자가 입이 찢어지게 웃었다.
“그래. 그래서 우리가 온 것이지. 네놈들 따위가 불렀다고 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