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te Dragon Teacher RAW novel - Chapter 422
422화
第九十九章 봉마 일족
땅이 요동치고 건물이 흔들렸다.
무림맹은 난리가 났다.
“이, 이게 뭐야!”
“지진인가!”
“나가 봐. 어서!”
전각에서 뛰쳐나온 이들은 앞을 단단히 가로막고 있던 성벽이 허물어진 모습에 경악했다.
충차나 투석기가 와도 이렇게 깔끔히 무너뜨리지는 못할 터였다.
“사…… 살인두풍……!”
그러는 사이, 또다시 성벽이 터져 나갔다.
콰아앙! 쾅!
“으아앗!”
“사람 살려!”
피할 데도 따로 없어서 온 전각에서 뛰쳐나온 무림맹 무인들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허둥지둥거렸다.
고수들이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엄두가 나야 뭘 해 보든가 하지, 한 아름이 넘는 크기의 돌을 쌓아 올린 벽이 물먹은 종이처럼 맞는 족족 구멍이 나는데 어떻게 막겠는가!
살인두풍에 대해 막연히 소문만 들었던 이들은 거의 공황 상태에 빠지기도 했다.
“사, 살인두풍이 이 정도라니. 이걸…… 대체 어떻게 피해?”
“지원군도 안 왔고, 끝장이야. 처음부터 백룡장을 적으로 돌렸으면 안 됐어. 아아……!”
포동포동 살이 오른 주악정이 급하게 무너진 성벽으로 뛰어올랐다. 내공으로 안력을 돋우어 내다보니, 멀리에 숱한 인파가 몰려 있었다.
“이보시오, 백룡회주―! 나 주악정이오! 잠깐 두풍을 멈추고 얘기 좀 합시다!”
한껏 힘주어 소리를 질렀으나 살인두풍이 일으키는 바람 때문에 목소리가 먹혔다.
쾅! 콰앙!
무지막지한 공격이 이후로도 열댓 번이나 이어졌다. 성벽은 벌써 너덜너덜해져 있었다.
“망했다.”
주악정이 하얘진 얼굴로 이를 악물었다.
성벽이 모두 무너지면 다음은 전각이다.
그러면 더는 피할 데도 없다.
무림맹의 무인들이 믿을 거라곤 높은 전각 위에 선 맹주뿐이었다.
주악정도 맹주를 올려다보았다.
그때, 누군가 주악정의 옆에서 물어봤다.
“저 사람이 맹주요?”
찰랑.
주악정은 익숙한 목소리라 생각했지만 무림맹 사람이라 그렇겠거니 하고 그를 돌아보지도 않고 대답했다.
“맹주를 직접 보는 게 처음이냐? 저분이 맞다.”
“그럼 저기가 맹주전이겠네?”
“이런 머저리 같은 놈아! 맹주전은 저 중앙에 있는 단층 건물이고, 저건 등봉각…… 어?”
그제야 고개를 내린 주악정의 얼굴엔 반가움과 놀라움이 교차했다.
“네놈?”
그는 곧 여기에 있으면 안 될 사람이 있다는 걸 깨닫곤 재빨리 뒤통수를 가리려 했다.
“네놈이 여기에 어떻게……!”
빠악!
“컥.”
주악정은 그대로 고꾸라졌다. 그의 뒤에 쾌도가 서 있었다.
“큭큭. 보지 말아야 할 걸 봤어?”
장용이 혀를 찼다.
“쯧쯧, 봤어도 못 본 척했어야지.”
그의 뒤를 따라온 검은 그림자들이 슬금슬금 무림맹으로 진입했다.
맹주 도단경은 극심한 분노를 표하며 허윤을 노려보느라 밑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보지 못했다.
“감히…….”
뿌드드득.
이가 부서질 정도로 힘을 주어 갈았다. 눈꼬리가 핏빛으로 물들고 새까만 눈동자에도 한 줄기의 핏줄기가 가로질렀다.
퉁…….
도단경이 발을 굴렀다. 그의 몸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떨어지지 않았다!
도단경이 허공을 걷고 있는 것이다!
허윤을 따라온 이들이 도단경의 무위에 감탄했다.
“어허…… 이거 난리 났군.”
“맹주가 입신의 경지에 올라 있었네그려.”
허윤이 깨진 수석을 내버리며 고개를 돌리곤 눈썹을 찌푸렸다.
“뭣들 하십니까? 누가 놀고 계시라고 했소?”
“우리? 왜?”
“운기조식이나 하라 했더니 무슨 구경을 하고 있소이까.”
“자네가 다 하니까 할 일이 없잖나. 빨리 두풍이나 쏘게. 맹주 좀 떨어뜨려 봐.”
“나한테 두풍 맡겼소? 할 일이 곧 생길 테니 빨리 운기조식 하시오.”
명숙들이 투덜투덜했다.
혹독하게 굴려서 여기까지 오게 한 게 누군데…….
그럴 거면 쉬엄쉬엄 좀 오지.
내공 다 바닥내 놓고 허공답보 하는 무림맹주를 어떻게 상대하라고.
허윤은 불만 어린 표정들을 무시하고는 도단경에게로 시선을 주었다.
“이제 시작이구만.”
긴장하며 심호흡을 했다. 그러곤 단도를 들어 허공에 띄웠다.
“가라, 이기어도!”
끼야아아아!
이기어도가 공중으로 날아오르더니 그대로 도단경에게 향했다.
도단경의 입술이 비틀렸다.
“한낱 미물이!”
그가 팔을 튕기듯 휘둘러 검지와 중지로 이기어도의 날을 낚아채려 했다.
이기어도는 사람이 할 수 없는 움직임으로 도단경의 손을 피하였으나, 도단경의 손가락은 그보다 더 절묘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그의 손가락에 날이 잡혔다.
허윤은 수석을 위로 들고 예지로 미래를 보다가 바로 기회를 포착했다.
“지금!”
따― 악!
허윤의 머리에서 뿜어져 나간 가느다란 선이 공간을 가로질렀다.
그것은 거의 보이지도 않고 소리도 나지 않았다. 게다가 직선이 아니라 계곡의 급류처럼 불규칙한 궤도였다.
하나 목표는 명확하게 도단경의 머리였다.
아주 찰나의 순간에 도단경이 고개를 뒤로 젖혔다.
피우우우웅!
살인두풍이 그의 코를 날카롭게 스쳐 갔다.
“……!”
허공에 뜬 도단경이 고개를 젖힌 채로 허윤을 내려다보았다.
허윤은 질린 표정을 지었다.
분명히 예지에서는 맞는 걸 보았는데, 마지막의 마지막 순간에 피했다.
“쳇.”
운명까지도 스스로 힘으로 벗어날 정도의 고수.
하지만 아예 통하지 않는 건 아니었다. 옷자락 일부와 머리카락이 쓸렸고, 무엇보다 잡고 있던 이기어도를 놓쳤다.
“이러면 해볼 만하지.”
허윤은 다시금 의지를 불태우며 수석을 쥐었다.
“신중히 가자, 이기어도.”
이기어도 역시 아까보다 훨씬 신중하게 도단경을 노리며 그의 주위를 뱅글뱅글 선회했다.
그때, 갑자기 도단경이 고개를 돌려 무림맹 쪽을 보았다. 그러더니 표정을 굳히며 돌연 뒤로 빠지는 게 아닌가!
“안 돼!”
허윤이 외쳤다.
도단경이 허공을 빠르게 달려 무림맹으로 돌아갔다.
하나 막 강을 건너서 무너진 벽 위를 넘어가려는 순간, 강물에서 세 개의 그림자들이 튀어 올랐다.
“어딜 가느냐!”
도단경을 습격하여 발목을 잡은 건 다름 아닌 번뇌마와 막빈자, 무명자. 남은 세 마라왕이었다.
도단경은 미간에 내 천(川)자의 주름을 만들면서 살기 어린 눈빛으로 허윤을 힐끗 노려보았다.
“벌레 같은 놈. 그럴 줄 알았다. 역시나 마도와 손을 잡고 있었구나!”
세 마라왕은 살기를 마음껏 토해 내며 도단경을 공격했다.
“이노옴! 네가 우리 벗들을 죽였다고 했느냐!”
“오늘 네놈의 목을 잘라 그들의 원혼을 위로하리라!”
마라왕의 비주법은 도단경에게 통하지 않았으나, 그들의 무공 실력 자체도 결코 부족하지 않다.
내공 소모가 큰 허공답보를 쓰면서 상대할 만큼 호락호락한 자들이 아니었다.
때문에 도단경은 어쩔 수 없이 밑으로 내려와야 했고, 결과적으로 마라왕의 발목 잡기는 성공했다.
허윤을 따라온 명숙들은 무림맹주가 마라왕에게 공격받는 광경을 보면서 한마디씩 했다.
“이걸 막아야 하는 거 같기도 하고, 아닌 것도 같고…….”
“저걸 보면 백룡장이 사마외도의 첨병인 거 같기도 하고, 아닌 것도 같고…….”
허윤이 화를 냈다.
“아니, 이러쿵저러쿵 떠들 시간 있으면 운기조식부터 하시라니깐, 좀!”
“알았네, 알았다니까.”
“거, 사람 무안하게. 하면 될 거 아닌가, 하면.”
“대체 마라왕은 언제 꼬드겼담.”
다들 한마디씩 불평하면서도 사실 허윤이 정말로 사마외도라 믿는 이는 없다.
이미 그들은 허윤이 태화에 올랐다는 걸 눈치챘다.
태화는 조화로운 성격이 극대화된 것이다. 백룡회를 조직할 때부터 기미를 보이더니, 마라왕까지도 순응하게 만들 줄이야.
이건 배덕이나 변절의 문제가 아니라 허윤이 대단하다고밖에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어쨌거나 허윤은 바빴다.
백룡회가 무림맹에 들어가 들키지 않고 맹주전까지 가게 하려면 더 혼란스럽게 만들어야 했다.
― 만일 신주가 무림맹 안에 있다면, 의심할 곳은 맹주전. 그중에서도 후원의 처소뿐입니다. 그곳 지하에는 맹주가 수련하는 석실이 있는데, 누구도 그곳에 들어가 보지 못했습니다.
문상 제갈예의 말이었다.
허윤과 도진이 점을 쳐서 그를 확인하려 하였으나, 무엇에 막힌 양 점괘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오히려 그것이 제갈예의 말이 옳을 거라는 확신을 주었다.
“간다!”
허윤은 마라왕이 도단경을 붙들고 있는 동안, 놓치지 않고 살인두풍을 날렸다.
수백 명을 동시에 수용하고도 남는 무림맹의 거대한 전각들이 속절없이 무너져 갔다.
쾅! 콰르르르…….
무림맹 무인들은 더 혼비백산했다.
일부는 무림맹을 빠져나와 달아나기도 했다.
“피해!”
“전각에서 모두 나와! 담장 근처에 있지 마라!”
군사당도 정신이 없었다.
말로 하자 그래 놓고 다짜고짜 두풍을 날려 건물을 박살 낼 거란 건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들로서도 이런 일은 난생처음 겪어 보기 때문에 정해진 대응 수칙이 없었다.
일단 전각이 무너질까 봐 밖으로 나왔으나, 무인들이 하도 사방팔방 돌아다녀서 맹 내는 매우 혼잡했다.
사마오가 소리쳤다.
“대응 방안을 제시하라!”
쾅!
우르르르.
돌이 자꾸만 떨어졌다. 군사들이 머리 위를 경계하며 외쳤다.
“밖으로 피해야 합니다!”
“나가서 싸워야 합니다!”
그 외의 다른 의견은 나오지 않았다.
왜인지 무림맹주가 허윤을 방해하지 못하고 있어서, 두풍이 너무 자유롭게 날아온다.
이러면 당장에야 피하는 것 말고 할 수 있는 게 있을 리가 없다.
“군사당, 풍림단, 일대이공부, 현천신월대, 은월대……! 전원, 맹을 포기하고 밖으로 나가 싸운다!”
쏟아지는 돌 더미를 피해 다들 산개하여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사마오는 분통을 터뜨렸다.
“고작 잔꾀에 이렇게 당하다니!”
솔직히 잔꾀는 맞아도 강호 전체를 뒤집어놨으니 ‘고작’이라고 폄하할 수는 없었다.
조금만 더 버티면 지원군이 와서 어떻게든 될 것 같은데, 허윤이 그때까지 시간을 줄 것 같지 않았다.
사마오는 마라삼왕과 싸우는 무림맹주에게도 화가 났다.
“백룡회주만 잡고 있으면 피해도 없는데 왜 갑자기 되돌아와서는……!”
되돌아와?
순간 사마오는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무림맹주의 판단력이 시원찮대도 갑자기 저러는 데에는 이유가 있지 않겠는가.
맹주는 이상할 정도로 맹에 집착한다.
전각이 터져 나가는 걸 그냥 두고 볼 사람이 아니다.
그런데도 허윤을 두고 돌아왔다?
‘뭔가 있구나!’
그렇다면……!
사마오는 무심코 뒤를 돌아보았다.
죄다 무너져 가는 전각들 가운데, 유독 멀쩡하게 남은 맹주전의 담장이 눈에 들어왔다.
퍼뜩 떠오르는 게 있었다.
“성동…… 격서?”
순간 그의 뒤통수에 벼락이 떨어지며 눈에 불꽃이 튀었다.
빠― 악!
사마오는 외마디 신음을 삼키며 풀썩 엎어졌다.
“끅…….”
깨진 뒤통수에서 뜨끈한 피가 흘러 얼굴을 타고 바닥을 적셨다. 눈이 가물거렸다.
뭐지…….
죽는 건가?
사마오는 이를 악물었다.
내가 이런 식으로 죽을 것 같으냐!
그러면서 온 힘을 다해 일어서려 했으나,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빡!
장용이 한 대 더 때려서 완전히 기절시켰다.
“왜 버둥거려. 깜짝 놀랐네.”
고우사가 장용을 보고 수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상하다. 그럴 리가 없는데…… 너, 성동격서의 뜻 알아?”
장용이 말똥한 눈으로 되물었다.
“그게 뭔데?”
“그것도 모르면서 다짜고짜 사람을 조진 거야?”
“모르니까 조졌지.”
“모르는데 조지면 어떡해.”
“찜찜하잖아.”
고우사야말로 찜찜한 표정을 지었다.
“희한하네. 말이 안 되는데 설득된단 말이야.”
대홍랍강이 독촉했다.
“자, 형님. 얼른 갑시다.”
도진과 낙락, 도귀, 고우사, 대홍랍강, 장용과 쾌도, 그리고 서덕과 초우인은 조용히 맹주전으로 잠입해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