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does the land document of the fantasy Demon Castle belong to? RAW novel - Chapter 149
제149화
며칠이 지나도 베이올라의 기분은 나아지지 않았다.
거의 평생을 함께한 친우를 떠나보내고, 심지어 자기 손으로 직접 죽이고 며칠 만에 헤헤 웃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은 정신병자이거나 이미 마음이 썩어 문드러진 사람이다.
차라리 기분이 가라앉아 있는 게 다행이다.
그녀의 정신이 괜찮다는 의미였으니까.
베이올라는 조용히 스트레킬의 수련에 따랐다.
베이올라와 마린이 검을 맞댔다.
마린은 베이올라에게 맞서 전혀 물러서지 않았다.
마린과 베이올라가 처음 만났을 때부터 순수한 근력은 마린이 베이올라보다 약했다.
초인의 기준에도 들지 못한 마린과 이미 초인 수준의 육체를 가지고 있던 베이올라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건 마지막으로 헤어질 때도 다르지 않았다.
베이올라는 신체 능력을 살린 정공법으로 마린을 공격했고, 마린은 부족한 힘을 기술과 경험으로 메웠다.
스트레킬에게 수련을 받으면서도 그건 달라지지 않았다.
마린의 신체 능력은 이제 능히 초인이라 불릴 정도가 되었다. 검을 들면 통나무도 일격에 자른다.
마린도 강해졌지만, 베이올라도 똑같이 강해졌다.
마린이 강해지는 속도보다 베이올라가 강해지는 속도가 더 빨랐다.
베이올라 본인은 몰랐겠지만, 마린과 스트레킬은 언젠가 두 사람의 관계가 역전되리라는 걸 알았다.
도둑에게 사사한 마린은 베이올라와의 힘 싸움에서 밀리지 않았다.
힘이 비슷하다면, 기술이 뛰어난 쪽이 승기를 잡는다.
마린과 베이올라는 각각 단검과 장검을 맞대고 있었다.
두 개의 단검 사이에 장검을 끼워 양쪽 다 섣불리 움직이기 힘든 대치 상태였다.
마린은 옆으로 공중제비를 돌았다. 다리의 힘과 허릿심을 동시에 이용해 베이올라의 검을 옆으로 치웠다.
검술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지만, 기사의 무술은 검만을 쓰지 않는다.
검을 들고 사용하는 폭력을 모두 통틀어 검술이라 부르며, 팔이나 다리는 물론이고 몸통을 쓰는 기술도 포함되어 있다.
마린이 도둑에게 맞아가며 배운 건 단검술이다.
단검을 들고 전신을 흉기로 활용하는 법.
마린의 다리가 베이올라의 머리로 날아갔다. 베이올라는 한쪽 손으로 베이올라의 발차기를 막았다.
“큭…!”
베이올라는 짧은 신음과 함께 마린의 발차기를 막아내며 기회를 노렸다. 마린의 몸은 허공에 떠서 완전히 무방비한 상태다.
검은 휘두를 각도가 안 나온다. 베이올라는 똑같이 발을 앞으로 뻗었다.
복부의 발차기 정타. 정통으로 맞으면 장기가 다칠 수도 있는 위험한 공격이다.
마린이 땅으로 손을 뻗었다. 한 손으로 땅을 짚고 그 반동으로 몸을 움직여 베이올라의 발차기를 허벅지로 막아냈다.
얼마간 뒤로 튕겨나간 마린이 몸을 돌리며 낙법을 취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동작으로 몸을 일으키며 다시 처음과 같은 자세를 잡았다.
물 흐르듯 자연스레 이어지는 연계 동작에 스트레킬도 감탄했다.
마린에게도 재능은 있었다.
고위 기사가 되기에는 충분했고, 욕심을 내면 철을 베는 경지까지도 노려볼 수 있는 재능이었다.
하지만 비교 대상이 나빴다.
베이올라는 천재라 불려 마땅한 인간이었다.
검도 잡은 적 없는 베이올라가 몇 달 수련한 것만으로 광전사가 될 정도로 피의 업을 쌓은 마린과 정면에서 합을 겨룬다는 것 자체가 사실 말이 되지 않았다.
마린은 베이올라에 비하면 재능이 떨어졌다.
잔혹하지만 객관적인 사실이다.
‘인외라 불리는 인간이 되면 없던 재능도 만들어낼 수 있는 건가.’
사람마다 역사를 받아들이는 정도의 차이가 있다.
어떤 사람은 평생을 수련해도 기사조차 못 되지만, 누구는 검을 잡고 하루 만에 철을 벤다.
역사를 전해받아도, 그걸 받아내는 재능이 없으면 무의미하다.
베이올라는 연달은 실전으로 더욱 강해졌다.
마린의 재능으로 따라잡을 수 있는 성장 속도가 아니었다.
하지만 현실은 마린이 베이올라의 모든 공격을 여유롭게 막아내고 날카로운 반격까지 하고 있었다.
스트레킬은 옆구리에 끼고 있던 투구를 썼다.
설마 해서 들고 온 물건을 진짜 쓰게 될 줄이야.
“그만. 대련은 끝이다. 이제 둘이서 나한테 덤벼라. 전력을 다해서.”
땀범벅이 된 마린과 베이올라가 눈을 마주쳤다.
둘은 동시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스트레킬을 향해 달려갔다.
스트레킬은 마린과 베이올라의 투기를 받아내며 손아귀에 힘을 주었다.
“이제야 조금 쓸 만해졌구나. 그래도 한참 멀었다!”
스트레킬이 마린과 베이올라의 공격을 한 번에 받아쳤다.
베이올라의 검에 손을 뻗는다. 손등이 검에 닿는 순간 손목을 틀어 검을 흘려보내고, 그대로 팔을 뻗어 베이올라의 팔을 잡고 휘둘렀다.
베이올라는 마린을 향해 날아갔다. 베이올라를 베어버릴 수도 없었던 마린은 날아오는 베이올라를 몸으로 받아냈다. 그리고 스트레킬의 검집이 두 사람을 동시에 후려쳤다.
“검술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고 자만하지 마라. 내 발끝도 못 따라오는 애송이들아.”
“치사하게. 전신 갑옷이나 입고.”
“재력도 능력이다. 그러면 베이 너는 그 몸을 쓰는 것부터가 반칙이다. 몸을 쓰지 않고 싸울 거라면 나도 갑옷을 벗고 상대해주마.”
“몸을 안 쓰고 어떻게 싸워. 그냥 맞으라고?”
“정답이다!”
겨우 일어나 자세를 잡은 베이올라의 얼굴로 모래가 날아들었다. 베이올라는 팔로 얼굴을 가렸고, 스트레킬의 발차기에 다시 땅을 뒹굴었다.
“억울하냐? 억울하면 강해져라. 세상엔 나도 일개 잡졸로 만드는 괴물들이 있다. 네가 싸워야 할 상대도 그런 인간을 수하로 거느리고 있겠지.”
마르할에게 받은 바체아 제국의 유물이 없었다면 스트레킬은 두 번은 죽었다.
유렐의 마차를 털던 날, 번개로 된 늑대를 부리던 마법사에게 한 번, 그리고 용사처럼 공국에서 검에 닿지 않은 물건도 베어버리는 신비를 가지고 있던 로사노에게 한 번.
몇 달 사이 그를 가볍게 죽일 수 있는 사람과 두 번이나 만났다.
스트레킬은 그게 운이 나빴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마르할과 동행하며 자연스럽게 일어난 일이다. 그리고 앞으로 또 어떤 강적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벌써 끝이냐? 겨우 그걸로 포기한다면 제자는 그만두고 내 종자나 하는 게 좋을 거다.”
두 사람은 단순히 강해지는 걸로는 부족하다.
인외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인간 사이에서는 적수가 없어야 한다.
‘그래야 그 이름을 감당할 수 있지.’
무느두스의 이름 앞에 무너지지 않으려면 그 정도 힘은 가져야 한다.
* * *
마르할의 앞에서 스트레킬은 마린의 머리를 잡고 땅에 내려찍고 있었다.
서로를 죽일 듯이 싸우는 수련을 보고 쿠헬바가 질린 얼굴로 물었다.
“저게 정말 수련입니까? 운이 나쁘면 기사도 의식불명에 빠질 공격입니다.”
“스트레킬은 전문가예요. 마린도 호락호락하지 않고요.”
도둑의 비전에는 ‘잘 맞는’ 방법도 있다. 도둑에게 무술을 배웠으면, 저런 공격으로는 쓰러지지 않는다.
“한 잔?”
“감사히 받겠습니다.”
쿠헬바는 마르할이 건넨 잔을 받았다. 마르할은 들고 있던 술병의 술을 쿠헬바에게 따라주었다.
주종이 나란히 술을 마셨다.
“서부는 어때요?”
“오랜만에 현장 관리를 하니 쉴 틈이 없습니다.”
“적응은 어렵지 않고요?”
“이 외모가 일꾼들에게 생각보다 잘 먹히는 모양입니다.”
쿠헬바는 저주받아 일그러진 자신의 얼굴을 만졌다.
단순히 못생긴 게 아니라 혐오를 불러일으키는 얼굴이다.
“한번은 제 얼굴이 기분 나쁘다고 저를 죽이려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상처는 없어요?”
“간신히 살았습니다. 덕분에 요즘 다시 수련을 시작했습니다.”
“괜찮다니 다행이에요.”
쿠헬바가 조심스레 물었다.
“도련님, 자길 베르기아스라 칭하는 청년을 만났습니다.”
“맞아요. 베르기아스.”
“별로 좋지 않은 무리와 접촉하는 걸 봤습니다.”
“구체적으로는요?”
“자기들이 수배범이라는데, 수배서는 없습니다. 그걸 빼더라도 자잘한 절도 전적이 있는 무리입니다.”
“팔다리 안 자르고 뭐 했어요?”
“아직 그 정도는 아닙니다.”
마르할은 쿠헬바의 선택을 존중했다.
어설픈 동정심으로는 오동나무 뿌리가 될 수 없고, 므에트 제국의 외교관이 되지도 못한다.
“감시할 사람이… 없으니 직접 가야겠네요.”
“최대한 빠르게 살을 빼겠습니다.”
쿠헬바가 부끄러움에 고개를 숙였다.
향락에 파묻혀 살았던 쿠헬바는 살이 뒤룩뒤룩 쪘다. 은밀 행동에 맞지 않는 육체다.
체력도 전성기에 비하면 많이 떨어졌다.
토지 대리인으로 일하는 것에는 무리가 없지만, 오동나무 뿌리로서의 임무는 수행할 상태가 아니다.
“재촉할 생각은 없지만, 빼긴 해야겠죠? 세상에 유일하게 남은 오동나무 뿌리로서요.”
“알겠습니다.”
쿠헬바는 뒷목에서 땀이 흘렀다.
유일한 오동나무 뿌리. 마르할의 입에서 그 말을 들으니 어깨가 무거워졌다.
* * *
마르할은 도시로 들어가 아스탈을 찾았다.
시간은 정오를 막 넘겼다.
점심시간이 끝나고 인부들이 작업을 시작하고 있었다.
나무를 자르고 돌을 부숴 건물을 올린다.
도시 중앙에는 이미 카반이 살 저택이 완성되어 있었고, 그곳을 중심으로 몇 개나 되는 건물이 건설 중이었다.
마르할이 아스탈을 찾은 건 도시 구석에 있는 사람이 잘 찾지 않는 구석진 장소였다.
“마셔, 마셔!”
공국어가 들린다.
거기에 섞인 억양은 안체 억양이다.
마르할은 단검을 꺼내 몸을 숨긴 돌 옆으로 내밀었다. 단검에 술을 마시는 남자들의 모습이 비친다.
20대 초반이 다수. 그리고 3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남자가 하나. 남자는 아스탈에게 술을 권하고 있었다.
‘처음 배운 언어는 안체가 맞는데… 어렸을 때만 안체에서 지냈나. 아니면 입양.’
유목민의 특성상 안체 사람들은 피부가 어두운 색을 띠고, 체격도 좋은 편이다.
하지만 남자에게선 안체 사람의 특징이 보이지 않았다.
휴고와 쿠헬바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걸 보면 위험한 짓을 저지르지는 않은 듯했다.
그래도 으슥한 장소에서 술을 마시는 모습을 좋게는 보기 힘들다.
마르할은 단검을 통해 관찰을 계속했다.
술이 몇 잔 들어가자 아스탈의 얼굴에 취기가 돌았다.
안체 출신의 남자가 아스탈에게 물었다.
“그런데 친구, 오늘 도착했다고 했지?”
“아, 네.”
“같이 온 사람들하고는 무슨 관계야?”
“오다가 우연히 만난 거지, 아무 관계도 아니에요.”
“오, 그래?”
사생아로 나고 자라며 생긴 눈치인지, 아스탈은 남자가 원하는 대답을 해주지 않았다.
마르할도 아스탈을 조금 다시 보았다. 베르기아스의 이름을 빼면 별 볼 일 없는 남자인 줄 알았더니, 그래도 쓸 만한 부분이 있긴 했다.
“그러면 여기까지 왜 온 거야?”
“친구가 생길 것 같아서요.”
전혀 예상치 못한 답에 안체 출신 남자의 말이 막혔다.
막혔던 둑이 터지듯 아스탈의 말문이 트였다.
아스탈이 축 처진 목소리로 말했다.
“다들 처음에는 친구인 줄 알았어요. 하지만 아니더라고요. 다들 적당히 놀고먹는 걸 좋아하는 거 아니었어요? 노는 것보다 일하는 게 더 좋다니, 이해가 안 돼요. 일하고 있는 사람한테 놀자고 말도 못 하겠고. 그러다 여기까지 왔어요.”
“어, 그래….”
안체 출신 남자는 물론이고 주변 사람도 쉬이 말문을 열지 못했다.
마르할이 단검을 거뒀다.
‘저게 평범한 거긴 해.’
카리안도 저 나이에 돈을 모아 토지 경주에 참가하는 건 굉장한 노력과 인내심이 필요하다.
지주가 된 다음에도 잘 적응해 벌써 돈을 벌고 있다.
놀기 좋아하고, 여자를 보면 눈이 가고, 일하기는 싫다. 그게 보통이다.
아스탈 주변에는 아스탈과 어울릴 사람이 없다.
말은 친구라도 공유할 취미도 없고, 대화 주제도 없으며, 함께할 시간까지 없다면 친구라 부르기도 어렵다.
베르기아스라는 이름만 빼면 아스탈은 특별한 교육도 받지 못한 청년이다. 경계 도시 근처에서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그렇게 번 돈으로 또래 청년들과 술을 마시고 싸구려 여관이나 마구간에서 잠을 청할 청춘.
하지만 그는 베르기아스였고, 마르할을 만났다. 그게 그의 불행이었을 것이다.
아스탈은 그냥 친구가 필요한 청년이었다.
“이거 참… 친구를 만들어줄 수도 없고.”
사실, 마르할도 친구라 부를 사람은 많지 않다.
용사 일행은 친구보다는 가족 같은 느낌이고, 나머지는 전부 이해관계나 사업으로 만난 인맥들이다.
친구처럼 가볍게 대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 없다.
그나마 카리안?
친구 없기로는 마르할도 남 말 할 처지가 아니다.
마르할은 아스탈을 당분간 놔두기로 했다.
그보다 으슥한 장소까지 아스탈을 데려와 술을 마시는 저 안체 출신 남자를 조사해 봐야겠다.
그리고 다음 날, 울테칸이 도시에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