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does the land document of the fantasy Demon Castle belong to? RAW novel - Chapter 189
제189화
마리나는 셰이븐과 티머시의 대화를 모두 보았다.
그녀의 마법은 볼 수는 있어도 듣지는 못하다. 그래서 그녀는 독순술을 배웠다.
자진해 배운 게 아니라 강제로 배우게 된 거지만.
마리나는 여전히 눈을 가렸다. 그녀의 앞에는 하나의 기척이 있었다.
“사람만 보는 게 아니라 부모도 보입니까? 그건 불가능에 가깝다고 이미 결론이 났을 텐데요?”
지금이야 마족에게 멸망당한 장소를 서부, 살아남은 장소를 동부로 명확히 구분하고 있지만, 이전에는 아니었다.
여러 국가가 동부와 서부의 특징을 동시에 가지고 있었다. 거기에는 외모의 특징도 포함되어 있다.
서부나 동부의 땅 끝에 있는 소수민족이나 안체처럼 자연스레 피부가 타는 환경을 가진 국가가 아니면 외모로 사람의 출신을 구분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예전에 결론이 났다.
“알고 싶어요?”
“네.”
“뒷조사요.”
엄청나게 뻔한 대답이 나왔다.
마르할의 입에서 그런 대답이 나올 줄은 몰랐던 마리나는 마법을 풀고 눈을 가리고 있는 손을 치웠다.
그녀 앞에는 마르할이 벽에 기대앉아 눈을 감고 있었다.
“저라고 항상 특별한 방법만 써야 하는 건 아니죠. 평범한 방법으로 해결되는 일이라면, 그게 더 좋은 거 아니겠어요?”
“그 말은, 전에 한 번 만난 적이 있다는 거네요?”
“제법 괜찮은 몸을 가지고 있길래. 어디 써먹을 구석 없나 알아봤죠.”
첫 만남이 평화로웠다고 말하기는 어려웠다.
물이 필요해 사람을 죽이려던 셰이븐의 손등에 마르할이 단검을 박았었다.
하지만 배신하고 등 뒤에서 칼을 꽂은 게 아니면 싸웠던 상대와도 일해야 하는 게 용병이다.
마르할은 그를 고용할 수 있다고 봤고, 뒷조사를 했다.
마르할은 보고서로만 접한 사안이지만, 어렸을 때 케르디시에서도 그는 유명했던 듯했고, 그래서 뒷조사도 쉬웠단다.
“마리나. 도시 내부는 어때요?”
“잠깐만요.”
마리나는 다시 눈을 가렸다. 그녀의 눈이 몸을 떠나 하늘로 올라갔다.
* * *
파름은 짐을 싸는 도시 사람들을 보며 하품했다.
짐은 많지 않았다.
옷 몇 벌, 철로 된 냄비와 나무 그릇, 그리고 신발 몇 켤레. 그것 말고는 개인의 취향에 따른 물건 몇 개. 그리고 나머지는 식량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파름은 장검에 팔을 올린 채였다. 언제나 자연스레 검과 접촉하는 건 몇 년에 걸쳐 그가 몸에 익힌 일종의 기교다.
초인의 청력은 여러 정보를 알아서 그에게 물어다 줬다.
“대피해도 얼마 못 가 다 죽겠는데. 어떻게 생각해?”
“자, 잘 모르겠는데요오…?”
“하여간, 알다가도 모르겠어.”
파름 옆에서는 샤힐레가 용병들을 감독했다.
특별한 구석도 없는 여자 한 명에게 통제될 용병이 아니었지만, 남은 용병들은 대부분 마르할과 한 번 이상 의뢰를 함께한 경험이 있는 자들이었다.
거기에 어제 그 의식을 보고도 샤힐레를 무시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정신이 어떻게 된 놈이다.
“이만큼 사람을 모아서 뭘 하겠다는 건지.”
용병 천 명은 장난이 아니다.
성벽 밖에 있는 용병들은 정당한 약탈을 허락받은 용병이다. 자기 이익을 위해 사람을 몇 명이든 죽여대는 살인귀들.
그런 놈들을 따돌리고 이만한 인원을 대피시켜야 한다.
그리고 교회 안에 있는 그 미친놈.
자기가 멀쩡한 줄 아는 광인은 상대하고 싶지 않다.
파름의 경험상 제일 크게 사고를 치는 게 그런 놈들이었다.
하여간, 전쟁터도 아니고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약이 도처에 널렸다.
* * *
셰이븐은 말에 올라탔다. 그리고 성벽을 끼고 달렸다.
셰이븐은 인파 사이에서 밥을 먹고 있는 재르보를 발견했다. 마찬가지로 재르보도 셰이븐을 발견했다.
재르보는 먹던 그릇을 던져버리고 일어났다.
“저기 또 열등한 서부의 결과물이 오고 있습니다! 여러분! 보십시오! 서부의 열등함이 드러나는 모습을!”
재르보의 목소리는 크고 우렁차 달리고 있는 셰이븐의 귀에도 들렸다.
“저 개새끼가…!”
빠득 이를 갈며 셰이븐이 말의 속도를 높였다.
“마르할, 이건?”
-미리 도전장을 보냈거든요.
“들키면 어쩌려고?”
-그래서, 쫄았냐는 소리를 들은 용병이 멈출까요?
“…안 멈추겠지.”
용병은 자존심으로 산다. 내세울 거라곤 일신의 능력과 자기가 이룬 업적밖에 없는 놈들이다.
마르할은 두 사람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그건 남자의 자존심이기도 하다.
도망칠 수 없고, 도망쳐서도 안 된다.
특히 재르보는 절대 도망가지 못한다.
티머시는 낮에 재르보가 외치던 개소리를 들었다. 그 정신 나간 발언을 용병들이 듣고만 있는 건, 그에게 실력이 있기 때문이다.
재르보가 자기 무력을 증명하지 못하면, 그를 따르던 용병들은 즉시 등을 돌린다.
무력한 사람의 말을 들어줄 정도로 용병들은 한가하지 않다.
-티머시.
“정말 그대로 따라 하면 되는 거지?”
-셰이븐은 아주 무식한 사람은 아니거든요.
다혈질인 면이 있지만, 그래도 기본적인 상황 파악은 되는 인간이다.
셰이븐은 마르할이 자기 손등에 정확히 검을 던지는 걸 보고 싸울 마음을 접었다. 심지어 자기 이름까지 대며 마르할에게 자신을 알렸다.
진짜 자기 주제도 파악 못 하는 사람이었으면, 그 자리에서 마르할에게 죽었다.
티머시는 말을 몰아 셰이븐을 따라잡았다.
“그대로 싸울 건가?”
“씨발. 그럼 그딴 소리를 듣고 참아?”
“저 옆에 보이지. 저놈들 전부 재르보의 아군이야.”
셰이븐이 미간을 좁혔다.
“저기서 싸우면 결투에서 이겨도 좋은 꼴은 못 보겠지. 저놈들은 열등한 서부인들을 세상에서 지워 버리려고 모였으니까.”
“미친 새끼들. 개좆같은 새끼들….”
“제대로 판을 까는 게 어때? 여기 모인 놈들은 전부 지루해 죽기 직전이야. 결투가 벌어진다고 하면 사방에서 모여들어. 내일 아침, 구경꾼을 잔뜩 모아두고 저놈을 묻어버리면 뒤탈 걱정도 없고, 명예도 얻을 수 있지.”
“씨발 놈. 너도 한패였구나.”
셰이븐이 도끼를 뽑았다. 날이 갈린 손도끼가 빛을 반사했다.
그의 의심은 합당했다.
셰이븐이 볼 때 티머시는 먼저 자기를 찾아와 도발하고, 갑자기 판을 키우자는 말까지 하는 수상한 사람이었다.
예상외의 사태에 곤혹스러워하는 티머시의 귓가로 마르할의 목소리가 들렸다.
-알아서 잘해봐요.
티머시는 항의하고 싶었다.
아니, 이런 거 못 한다고 몇 번을 말했는데! 제일 중요한 국면에서 알아서 하라니!
“어, 그러니까… 내 친구 중에 아프란체 출신이 있거든.”
“그래서?”
“그 빌어먹을 새끼. 나 때문에 죽었어. 내가 불침번을 설 차례였는데, 피곤하다고 엎어져 잤거든. 그래서 나 대신 성벽에서 불침번을 섰는데, 그날 새벽 성벽이 무너졌어.”
티머시는 거짓말을 못 한다. 그래서 사실을 말했다.
함께 기사의 종자로 있던 또래들은 티머시가 운이 좋았다고 말했지만, 달리 말하면 죽은 친구는 운이 나빠서 죽었다는 게 되지 않나.
“씨발. 남자 새끼가 복수는 자기가 해야지.”
“나는 싸워 이길 자신이 없어서.”
“쫄보 새끼. 나도 그 새끼는 조지려던 참이었으니까, 이번만 속아준다.”
혀를 한 번 차고 셰이븐은 도끼를 다시 허리춤에 끼웠다. 그리고 재르보를 노려봤다.
티머시는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셰이븐은 사람들 사이로 말을 달렸다.
“미친 새끼!”
“옆으로 피해!”
밥 먹던 용병들은 기마 돌진에 기겁하며 옆으로 피했고, 셰이븐은 그대로 재르보의 앞까지 달렸다. 그는 말에서 뛰어내리며 재르보 앞에 섰다.
“너냐. 재르보라는 쫄보가.”
“왔군. 열등종. 도전장은 잘 받았다. 덤벼라.”
재르보가 검을 뽑았다. 결사의 각오가 서린 표정은 흡사 마족을 대하는 역전의 용사로 보였다.
셰이븐은 손도끼에 손을 올리고 삐딱하게 옆으로 서서 말했다.
“싫은데? 여기서 이겨봤자 근처에 있는 놈들한테 뒈지기밖에 더 하냐. 내일 이 시간. 다른 사람도 불러서 화끈하게 뜨자고.”
“그래! 화끈하게 붙어라!”
“열등한 서부 놈들을 처형해라!”
셰이븐의 말에 몇 사람이 열렬히 동조했다.
티머시는 그 사람들의 얼굴을 보고 눈을 끔뻑였다.
마르할이 고용한 용병이었다.
-도전장을 누가 보냈겠어요?
“…이럴 거면 굳이 내가 올 필요도 없지 않았나?”
-무력이 대단한 친구들은 아니라서요.
열등한 서부 사람과 서부 문화를 멸망시켜야 한다는 사상에 이미 동조하는 사람들은 판을 키우자는 말에 광적으로 열광했다.
마르할 같은 재주가 없는 티머시가 보기에도 재르보는 그다지 내키지 않아 하는 얼굴이었다. 하지만 차마 도전을 거부한다는 말은 하지 못했다.
“쫄았냐?”
“오냐! 열등한 서부의 핏줄 하나를 내일 이 자리에서 없애주겠다!”
재르보는 셰이븐의 도발에 끝내 넘어갔다.
근처에서 재르보의 추종자들이 환성을 질렀다.
셰이븐은 당당하게 걸어 인파를 빠져나왔다.
사방에서 비아냥이 들렸지만, 셰이븐의 도끼가 그중 한 놈의 어깨에 박히자 나머지도 조용해졌고, 날아갔던 도끼가 저절로 셰이븐의 손으로 돌아가자 아무도 입을 여는 사람이 없었다.
셰이븐이 티머시에게 한마디 했다.
“네가 원하는 그림이 이거냐?”
“뭐, 그렇지.”
티머시는 그냥 어깨를 으쓱였다.
“내일, 너도 와라. 안 오면 찾아가서 죽인다. 남을 이용했으면 이 정도는 각오했겠지?”
“어차피 보려고 했어.”
“그래, 친구 욕 한 놈 뒤지는 건 봐야지.”
셰이븐은 말에 올라타 성벽을 따라 사라졌다.
“의외로 괜찮은 놈인가?”
-그런 놈은 사람 죽여서 약탈하는 의뢰 같은 건 아예 받지도 않죠.
“그건 그래.”
여기 있는 놈들은 다 쓰레기고, 그냥 쓰레기 중에 말이 통하는 쓰레기가 하나 섞여 있을 뿐이다.
* * *
알란은 달빛이 내려오는 교회에 있었다.
그는 죽이 든 그릇을 손으로 들고 조금씩 천천히 들이켰다.
세인이 교회 문을 열고 들어왔다.
“세인, 준비는 어떤가요?”
“순조롭습니다. 예정대로 내일 아침 도시를 떠날 수 있을 겁니다.”
“그들을 믿어도 될까요?”
“계획은 믿어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사람은 믿을 수 없다는 거군요. 저도 동감이에요.”
고립된 공동체에 사는 사람이 외부인을 경계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집단을 이끄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면, 몇 번이나 외부인에 의해 집단이 붕괴할 위기를 겪었던 사람이라면 더욱 외부인을 경계하게 된다.
알란과 세인은 마르할을 믿지 않았다.
둘에게 믿음이란 시간과 행동이었고, 마르할에게는 둘에게 믿음을 살 시간도 행동도 없었다.
“신호에 맞춰 동쪽 성벽을 붕괴시키라고 했죠.”
“동쪽으로 용병을 끌어들이고, 그사이 저희는 서쪽으로 도망간다는 계획입니다. 도시는 넓습니다. 용병의 시선만 제대로 끌 수 있으면, 반나절은 시간을 벌게 됩니다.”
“추격은 괜찮나요?”
“제가 뒤에 남아서 가짜 흔적을 남기며 추격자를 처리할 겁니다. 그의 말대로 큰 피해 없이 피난이 가능합니다.”
세인은 전신 갑옷을 가진 기사다. 알란은 그가 전신 갑옷을 활용해 전투하는 모습도 보았다.
전투와 관련된 일에서 알란은 자신의 판단보다 세인의 판단을 신뢰했다.
“사람들이 피난을 가면, 기도도 끊기겠죠.”
“그렇습니다.”
“기도가 끊어지면, 유물의 힘도 약해져요. 지금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세인은 유물의 작동 원리를 모른다. 그냥 알란이 그렇다고 하면 고개를 끄덕이는 게 그의 역할이다.
“하지만 방법이 있어요.”
알란도 유물을 꿰고 있는 건 아니다. 그가 아는 건 숭배와 산 제물이 만들어낸 결과다.
알란도 자신이 만들어낸 유물이 평범하지 않다는 건 안다. 유물이 비범한 힘을 가지게 된 이유도 학자로서 다양한 자료를 읽고 연구했던 경험으로 짐작이 간다.
기도와 숭배가 끊어져선 안 된다.
여태까지는 그게 가능했다. 급하게 도시 전체가 이동할 일이 없었다. 천천히 기도하며 순례자처럼 움직여도 쫓아오는 사람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추적자가 있다. 최대한 급히 이동해야 하고, 그러면 기도는 끊어진다.
“그들을 제물로 바치려는 겁니까?”
“맞아요. 대량의 제물을 바치면, 잠시는 기도가 끊어져도 괜찮을 거예요.”
“믿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저희를 도와주는 아군입니다.”
“배신당하고 나면 늦어요. 이미 뼈저리게 경험했잖아요. 아닌가요?”
“…그렇습니다.”
알란과 세인은 무리에 받아달라는 사람을 가리지 않고 받아주었다.
불순한 목적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있었고, 이용당하거나 배신당한 경험도 있다.
그래서 세인은 알란의 계획이 위험하다는 걸 알면서도 무작정 반대하지 못했다.
알란의 말대로 마르할이 마지막에 말을 바꾸기라도 하면 죽는 건 죄 없는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바깥에 있는 이단심문관과 싸우면 어떻게 되나요?”
“알고 계셨습니까?”
“저도 한때 성황국에, 그것도 제법 깊이 몸담았던 사람이에요. 질문에 대한 대답은요?”
“싸우면 제가 이깁니다.”
무기가 없는 걸로 봐선 맨손 격투가 특기다. 그러면 싸움은 전신 갑옷을 입은 세인의 절대 우위다.
“그녀만 잘 막아주세요. 나머지는 제가 알아서 할게요.”
“알겠습니다.”
세인은 교회를 나왔다.
교회 근처에는 기도하는 사람들의 기척이 전부였다. 나머지는 도시 서쪽에서 대피 준비가 한창이었다.
큼직한 짐은 전부 챙겼지만, 그래도 살던 땅을 버리고 떠나는 일이다. 하나라도 짐을 더 챙기려는 사람이 많았고, 그들을 돕는 게 세인의 일이었다.
구름이 많은 밤이었다. 구름이 달을 가렸고, 도시가 어둠에 잠겼다.
“신이시여, 정말 존재한다면 당신에게 묻겠습니다. 이게 당신의 뜻입니까?”
돌멩이 하나에 매일 산 제물을 바치고, 도움을 주려는 사람을 배신해 그들마저 한 줌 핏물로 만드는 게 정녕 신의 선택이고, 선택받은 사람의 행동이란 말인가.
그게 신이라면, 세인이 신을 믿는 날은 영원히 오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