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fe secret past and present RAW novel - Chapter 200
00 아내의 과거 그리고 현재 =========================================================================
안면도에서 일몰과 일출을 볼 수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은 우리 부부만 있는 게 아니었던 것 같았다.
서해안고속도로부터 막히기 시작해서 교통정보를 보니, 안면도까지 길이 꽉 막혀 있었다.
마지막 날에 종무식 하는 회사들도 많을 텐데, 길이 아주 꽉 막혀 있었다.
조수석에 있는 아내와 마주보면서, 사정 없이 웃었다.
아내도 모처럼 정말 크게 웃었고. 나도 정말 오랜만에 박장대소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크게 웃었다.
막히는 길을 피해서 서해안으로 왔는데 서해안은 엄청 막히고, 스마트 폰으로 조회하는 교통정보에서는 동해안은 조금 사정이 괜찮다고 조회 되었다.
아내도 기분이 너무 좋은 것 같았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길은 막혔지만, 길이 막힌 덕에 우리가 더 크게 웃을 수 있었다.
막히는 동해안 길을 피해서 나름 잔머리를 굴린 것이었는데, 아내에게 눈에 보이는 휴게소는 다 들어 가보자고 이야기 했다.
아내도 신나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날은 춥지만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시켜서 따뜻한 구운 알감자와 같이 먹고 어묵을 시켜서 같이 먹고, 핫도그도 먹었다.
아내는 너무 좋아했다.
아내가 저렇게 밝게 웃는 것을 본 게 언제인지….
돈이 많이 드는 것도 아니고…. 시간을 많이 할애하는 것도 아닌….
무슨 비행기를 타고 해외를 나가는…. 그런 거창한 것도 아닌 것에 아내는 저렇게 웃고 행복해 하는데, 나는 지난 4년간의 결혼 생활 동안 아내에게 왜 이런 작은 행복들을 주지 못했던 것일까?
내가 좋아서 했던 결혼이었다.
내가 정말로 사랑하고 좋아했고…. 없으면….
못 보면 미칠 것 같아서….
내가 먼저 결혼을 하자고 했고, 사랑한다고 고백을 했던 결혼이었다.
아내의 현재는 집어 치우고 라고…. 아내의 과거가, 더러운 과거가 있다고….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아니다…. 그런 생각은 한번도 하지 않았다.
나는 한번도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 적이 없다….
심지어, 아내의 그런 과거의 충격적인 씨디를 본 후에도, 그저…당황하고, 상황파악을 하려고만 했을 뿐.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아내의 과거영상을 보면서 흥분을 하고…. 내 몸에 이상함을 알아챈 것이 부끄러워서였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내의 과거를 알았을 때도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하지는 않았었다.
세상에 과거가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만큼, 그 허물을 다 덮어줄 만큼…. 아내를 좋아했었는데, 아내는 항상 내 곁에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서인지, 잘 해주지는 못했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제 잘해주기에는 어쩌면 시간이 너무 없을 지도 모른다는 슬픈 예감도 들었다.
첫 번째 휴게소를 지나서 두 번째 휴게소에서는 매운 라면과 돈까스를 시켜서 둘이 사이 좋게 나누어서 먹었다.
사람이 많아서 줄을 서서 기다리고, 사람들에 부딪혀가면서 먹는 밥이어도 행복했다.
아내와 나의…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이 여행을….
정말, 즐기고 싶었다.
즐기고 싶다가….
시간이 지나자…. 이 여행이 마지막 여행이 안 되기만을….
소원했다.
아내와 이별하기 싫었다.
하지만, 누구나 그렇다. 불길한 예감은 항상 틀린 적이 없다는 걸…. 나도 잘 알고 있었다.
휴게소에서 오징어와 쥐포 그리고 차에서 먹을 먹거리들을 잔뜩 샀다.
아내와 나 둘 다 배가 불렀지만 차가 안면도에 예약한 팬션에 도착하려면 시간이 적지 않게 걸릴 것 같아서…. 그렇게 잔뜩 사서 휴게소를 출발했다.
그리고 우리 예상이 적중했는지, 팬션에 도착했을 때는 차 안에 먹거리가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다.
아내도 배가 볼록 튀어 나올 정도까지 계속 씹고 먹어 대었고, 나도 차를 운전하면서 가다서다를 반복하면서 아내가 입어 넣어주는 대로 씹고 먹었다.
우리는 잘 하지 않던 연예인 이야기부터 정치 이야기…. 그리고 해묵은 우리의 연애시절 이야기 까지 꺼내어 대화를 했다.
가장 중요한 이야기만 쏙 빼놓고 말이다….
아내가 컴퓨터에서 예약한 팬션은 생각보다 너무 깨끗하고 좋았다.
무엇보다 바다를 볼 수 있어서 좋았고….
팬션 방 앞에 커다란 통 유리와 넓은 베란다가 있어서 좋았다.
여름이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겨울이라도 베란다에 나가서 경치를 감상하면서 바람을 느끼는 건 기분 좋은 일이었다.
오후 늦은 시간에 팬션에 도착했기에 아내와 짐을 대충 방에다. 놓고 부지런히 걸어서 넓은 해변으로 나갔다.
사람이 어찌나 많은지 해변은 이미 수많은 인파로 가득 차 있었다.
티브이에서 보는 동해안 정동진 해맞이 장면 같았다.
지금 우리가 기다리는 건, 새해 해맞이가 아니라,
마지막 날 해넘이 일 텐데 말이다….
아내가 입고 있는 파커 위에 목도리를 더 촘촘하게 감아줬다.
목도리 사이로 아내의 하얀 얼굴이 보였다.
저기 멀리 바다 위로…해가 떠있다.
다행히 날씨가 좋았다.
사람들이 웅성대기 시작했다.
해가 천천히 수평선에 걸치기 시작했다.
해변에서 바라본 저 먼바다에 붉게 물든 커다란 태양이 조금씩 모습을 감추기 시작했다.
저게 노을 인가….
해가 붉게 타고 있다.
그리고, 천천히…. 천천히 모습을 감추고 있다.
저게 올해의 마지막 태양이 지는 모습이었다.
정말로 많은 일이 있었다.
아홉 수라서 그런 걸까?
참 많은 일이 있었다.
많은 일?
아니다. 많은 일은 아니다.
개수로 따지자면 중요 한 건….
아내 일 한가지이다….
그 한가지가 너무 중요하고 큰 일이어서 그렇지….
해변의 젊은 남녀들이 넘어가는 해를 보면서 키스를 시작했다.
절반 정도는 젊은 청춘들인데 그들이 키스를 시작하자,아내도 내 목을 끌어안았다.
나도 아내에게 키스를 했다.
이렇게 오랜 시간 키스를 한적이 있던가?
키스를 하면서 잠시 의문이 들었다.
몇 분 동안 정말 노랫말처럼 앞이빨이 쏙빠지도록 키스를 했다.
아내가 그토록 열정적인 키스를 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
키스를 마치고 아내의 눈을 보니…. 눈물이 뺨으로 줄줄 흐르고 있었다.
“왜 울어…. 키스하다. 말고….”
“오빠…. 고마워….
내 남자 되어줘서, 고마워….”
“….”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아내가 이어서 계속 이야기를 했다.
“근데…. 오빠 미안 해….
오빠한테 떳떳한 내 여자가 되어 줘야 하는데, 난 너무 부족하네….”
아내의 뺨으로 굵은 눈물 줄기가 흘러내렸다.
당황스러웠다.
이런 걸 예상한 해변의 키스타임은 아니었는데
”울지마. 혜정아… 나는…. 네가….
충분해. 부족하지 않아…사랑해….”
“세상 모든 게 바뀐다 해도 내가 널 사랑하는 마음은 변하지 않을 거야.”
아내가 더 이상 무슨 말을 못 하게 다시 내 입으로 아내의 입을 덮어버렸다.
아내는 내 입술을 그냥 묵묵히 받아들였다.
아내의 입안 깊숙이 혀를 밀어 넣었다.
아내의 따뜻한 혀와 타액이 나를 부드럽게 감싸줬다.
키스를 이어가면서 생각을 했다.
시간이 만약…. 우리 둘 모두를 변화시킨다. 해도 내가 아내를 사랑하는 마음은…. 변하지 않도록….
마음 깊숙한 곳에 숨겨두어야겠다고….
진심이었다.
정말 진심이었다.
이별을 한다고 해도….
그래도 사랑이 남아있는 순간에….
이별을 할 것 같았다.
내가 지금보다 더, 무슨 어떤 일로 인해, 더 실망할 수 있을까?
아내한테 더 실망할 건덕지는 없었다.
지금까지도 잘 버텨왔다.
끝을 내도 웃으면서 손을 잡아주면서 보내주고 싶었다.
더러운 끝의 모습을 보는 건…. 내가 바라는 게 절대로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