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th the Machine God RAW novel - Chapter 141
기계신과 함께 – 141
그 말에.
덥석.
위청천이 무결의 손을 있는 힘껏 잡고, 몸을 일으켰다.
그 누구보다 카이에 대해 화가 나 있던 그는, 무결의 말을 듣고 생각할 것도 없이 협조하기로 했다.
“일단······.”
위청천이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무결을 보며 말했다.
“제가 다시 제 자신을 되찾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위청천이 무결에게 깊이 허리를 숙이며 포권을 취해 보였다.
“최선의 협력을 약속드립니다.”
무결 또한 그에게 마주 포권을 했다.
“인사는 제 쪽에서 드려야죠. 힘드시겠지만, 깨어나자마자 부탁드릴 게 있으니까요.”
무결이 포권을 하며 한 말에, 위청천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게 무슨······?”
무결이 구자운을 돌아보았다.
“자운.”
“왜?”
왠지 심기가 불편해 보이는 구자운이 삐딱하게 무결을 보며 물었다.
“위청천 씨와 함께 가줄 곳이 있어.”
“어딘데?”
“당신이 찾아낸 ‘웅크린 자들’.”
카이에게 반감을 품되, 움직이지 않고 있는 자들.
“그들은 왜······?”
“이제부터, 반격을 해야 하지 않겠어?”
무결이 의아해하는 두 사람을 보며 씨익 미소 지었다.
* * *
“우리 대스타께서 실종되셨다고?”
재앙형 던전 출현 예상 지역에 나와 있던 카이가 눈살을 찌푸렸다.
“예, 갑작스러운 그림자와 함께 사라졌다고 합니다.”
카이의 측근 한 명이 즉각 보고를 올렸다.
“음, 이거 곤란하군. 조금 있으면 재앙형 던전이 나타날 텐데.”
“오라클로부터 카이가 살아 있다는 걸 확인받았습니다. 아마 특수한 능력을 지닌 몬스터에 의해 말려든 것 같습니다. 곧 구출대를 보내겠습니다.”
“그 녀석도 하필 내가 나와 있을 때 실종돼서.”
카이가 투덜거렸다.
그의 심처에 있는 ‘오라클의 뇌’ 중 하나를 쓴다면 카이의 위치를 금방 찾아낼 수 있으련만, 그는 지금 곧 출현할 재앙형 던전에 들어갈 준비를 하느라 자기의 심처로 돌아갈 생각이 없었다.
갔다 오는 데 얼마 걸리지 않을 테지만, 그랬다간 가장 먼저 재앙형 던전에 입장할 기회를 놓칠지도 몰랐다.
어떤 던전이든 ‘처음’에 대한 프리미엄이 붙는다는 사실을 잘 아는 카이는 그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래, 그 녀석도 제 앞가림할 실력은 되니 죽지는 않겠지. 알아서 잘 처리하도록 해.”
결국 카이는 위청천의 수색을 부하들에게 맡겨두기로 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래, 내 선까지 오지 않게 알아서 잘하란 말이야.”
그가 몸을 풀며 건성으로 말했다.
사실, 위청천 정도의 실력자는 그의 밑에 몇 명이고 있었기 때문에 위청천이 사라진다 해도 별로 아까울 게 없었다.
‘그 녀석 정도의 명성을 다시 쌓는 게 귀찮긴 하겠지만.’
그렇게 카이가 위청천에 대한 건을 대충 넘겨 버리고, 기다리기 심심해서 몸도 풀 겸 주위의 몬스터들을 학살하고 있을 때였다.
구구구구-
대지가 흔들리며, 뭔가 거대한 것이 땅 밑에서부터 솟아나고 있었다.
“으악!”
“아, 안 돼!”
많은 사람들이 땅에서 솟아오르는 구조물로부터 떨어지려 도망쳤지만, 미처 도망치지 못하고 그대로 그 구조물에 닿아버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 사람들은 구조물에 닿자마자 그대로 몸이 사라져 버렸다.
강제로 던전 안으로 흡수돼 버린 것이다.
쿠구구구- 쿵.
이윽고 땅에서부터 떠오르던 구조물이 멈추었다.
주위의 흙먼지가 서서히 가라앉아 갔다.
사람들이 주춤주춤 구조물로 다가섰다.
“저건······ 저게 재앙형 던전이야?”
구조물은 마치 바닥에 고여 있는 수은 방울을 보는 것처럼 맨송맨송한 은빛을 띠고 있었다.
“뭔가······ 굉장히 평화적으로 생겼군.”
사람들은 너도나도 재앙형 던전 가까이 다가가며 그것을 가까이서 들여다보려 했다.
몸이 던전에 닿지 않도록 조심하며.
“어? 이거, 가까이서 보니까 안에 뭔가 보이네?”
“정말이군. 사막 같은데······.”
“사막? 난 밀림이 보이는데?”
“밀림이라니, 저게 어딜 봐서 밀림이야? 평야구만.”
“난 빙하가 보이는데.”
가까이서 던전을 바라본 사람들이 저마다 다른 소리를 해댔다.
그 원인은 곧 밝혀졌다.
“이거, 옆으로 걸으면서 보니까 안에 보이는 것들이 달라져!”
재앙형 던전 속에는 여러 배경이 다양하게 보였다.
카이는 자신들의 측근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와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카이와 측근들은 건물 위에 펼쳐진 [인식 방해 장막] 안에 위치해 있었기 때문에 많은 군중 앞에서도 전혀 눈에 띄지 않았다.
사람들이 호기심을 가득 안고 던전 주변을 기웃거리는 것을 보며, 카이가 부하에게 손짓했다.
그러자 카이의 부하 중 한 명이 전화기에 대고 명령을 내렸다.
“탐색자들, 조속히 던전 정보를 확인하고 보고하도록.”
곧 던전 정보를 확인한 탐색자들이 보고를 올리기 시작했다.
-이번 재앙형 던전은 기존에 등장했던 것과는 유형이 다른 것 같습니다.
-몬스터보다는 같은 각성자들끼리 경쟁하는 ‘아레나형 던전’입니다.
-던전 입장자가 정확히 300명이 되는 순간 퀘스트가 발동하는 형식입니다.
-최후의 1인이 남는 순간 종료되는 던전입니다.
십수 명의 탐색자가 재앙형 던전에서 얻은 정보들을 제각기 보고하고 있었다.
그중 장내를 얼어붙게 하는 보고는 이 두 가지였다.
-3일 이내로 300명의 각성자가 들어가지 않으면······ 대폭발이 일어날 겁니다.
-이 던전에서 탈락한 자들은······ 그대로 사망한다고 합니다······.
“······.”
보고를 듣던 사람들이 침묵에 잠겼다.
300명이 들어가야 작동하는 던전.
그리고 그중 단 한 명을 제외한 299명의 탈락자가 발생하는데, 탈락자는 모두 사망하는 던전.
이번 재앙형 던전은, 300명으로 이루어지는 끔찍한 배틀로열이었다.
모두가 침묵에 잠긴 가운데 카이가 입을 열었다.
“흥미롭군.”
그는 다른 사람들처럼 걱정하는 표정이 아니었다.
오히려 흥분되어 미치겠다는 듯, 입가에는 미소마저 걸려 있었다.
“보상은?”
그에게는 이 재앙형 던전에서 얻을 수 있는 보상이, 희생될 299명의 목숨보다 훨씬 더 중요했다.
-······모르겠습니다.
불행히도 던전의 보상을 알아낸 탐색자는 없었다.
“좋아. 이 모든 정보는······.”
카이가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절대로 공개하지 마라.”
그가 악마 같은 미소를 지었다.
물론, 카이에게 세뇌된 자들은 카이의 말에 그 어떠한 의문도 품지 않고 깊이 고개를 숙였다.
“알겠습니다.”
“아니, 그걸로는 부족하겠군. 정보부.”
“예, 마스터.”
“아예 대대적으로 재앙형 던전을 홍보해. 재앙형 던전 안에 막대한 ‘기회’가 숨어 있다고. 괜히 우리 애들 희생시킬 필요는 없잖아?”
카이가 말하는 ‘우리 애들’이란 그에게 세뇌된 자들을 뜻했다.
“알겠습니다, 마스터.”
카이의 명령으로써 299명의 목숨을 잡아먹을 개미지옥 같은 던전이 희생자를 받아들일 환경을 완벽히 갖추었다.
중국의 ‘탐색자들’은 대부분 카이의 수중에 있었으니, 지금 이 재앙형 던전이 어떤 종류의 던전인지 일반 각성자들 사이에 퍼질 일도 없었다.
“그럼 난 먼저 들어가 보도록 하지. 책임지고 3일 내에 300명의 각성자들을 집어놓도록.”
“알겠습니다.”
카이가 부하에게 명령을 내리고는 천천히 재앙형 던전 가까이로 다가갔다.
그리고 천천히 던전 표면에 손을 댔다.
팟!
그의 몸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주변 정리하고 TV에 당장 홍보 때려!”
“던전 주변 신속하게 정리하고 깔끔하게 꾸며놔! 헌터들이 마음 놓고 들어갈 수 있게!!”
카이의 부하들이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던전들 둘러싼 멋모르는 헌터들이 슬금슬금 눈치를 보더니, 던전의 표면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기회의 장이었던 지난 재앙형 던전들을 생각하고 서둘러 던전에 입장하는 것이다.
‘그것이 죽음의 길인지도 모르고.’
무결이 안타까운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들을 말릴 수는 없었다.
이번 재앙형 던전은 희생자가 없이는 절대로 클리어될 수 없는 던전이었으니까.
오히려 299명의 희생자가 없다면, 족히 수백만 명을 잡아먹을 거대한 재난이 일어날 터였다.
그나마 가장 빠르게 희생자를 줄이는 방법이라면, 단 한 번에 이 던전을 클리어하는 방법뿐이었다.
한 번으로 그치지 않고 던전 클리어 시도가 두 번, 세 번으로 늘어나게 된다면 그만큼 많은 각성자들이 목숨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 일이 일어나게 할 수는 없지.’
무결은 사방이 소란스러운 가운데, 천천히 던전에 다가가, 가만히 손을 댔다.
팟.
무결의 몸이 사라졌다.
[던전 ‘300인의 대난투’에 입장하셨습니다.] [던전이 클리어될 때까지 던전 밖으로 나갈 수 없습니다.] [던전 내의 모든 것을 활용하여 마지막 생존자가 되십시오.]무결이 던전에 들어오자마자 들은 메시지는 간단명료했다.
구구절절한 설명 없이 ‘마지막 생존자가 되라’는 던전의 시스템 메시지가 바로 이 던전의 아이덴티티라고 할 수 있었다.
[300인의 입장이 완료되었습니다.] [30초 후 ‘300인의 대난투’가 시작됩니다.] [모험가 여러분의 건투를 빕니다.]그가 들어온 지 몇 초 지나지도 않았는데 300인의 입장이 완료되었다고 한다.
무결뿐 아니라 첫 번째로 던전에 들어온 사람이나 300번째로 들어온 사람 모두 던전에 들어온 직후에 같은 메시지를 들었다.
먼저 들어온 사람이 기다리지 않도록 하기 위한 던전의 배려.
여러 명이 함께하는 던전에서 이런 시공의 뒤틀림은 종종 있는 일이었다.
1초, 2초······.
시간이 간다.
30초가 다가올수록 무결의 몸에 긴장이 차올랐다.
이번 던전은 정보가 얼마 없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그는 긴장으로 뻣뻣해진 몸을 조금 풀어주었다.
시간은 금세 30초가 되었다.
* * *
참가자들의 눈앞이 갑자기 밝아졌다.
“윽.”
“으음······.”
갑자기 눈을 뚫고 들어오는 빛에, 사람들이 신음을 흘렸다.
그러나 각성자답게 그들은 금세 빛에 적응했다.
그리고 경악했다.
“뭐, 뭐야!”
“젠장!!”
사람들이 당혹했다.
약 100명의 각성자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여 있었기 때문이다.
서로를 죽여야 할 100명의 사람이.
물론 몸이 닿을 만큼 찰싹 붙어 있는 건 아니고 대체로 서로 5미터 정도는 떨어져 있었지만, 3~4미터의 거리는 없는 것처럼 공격할 수 있는 각성자 간의 간격에서 5미터의 거리는 너무 애매모호한 거리였다.
“움직이지 마!”
“다가오면 죽인다.”
사람들이 저마다 다른 자들에게 위협을 내뿜으며 긴장했다.
가장 외곽에 위치한 각성자들은 슬슬 눈치를 보며 발을 뒤로 뺐다.
그러나 가운데 위치한 각성자들은 옴짝달싹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사방을 경계하고만 있었다.
그렇게 서로가 서로의 눈치를 보던 그때.
가운데 부근에 있던 각성자 하나가, 자신의 발치에 꽂혀 있는 뭔가를 발견했다.
“음? 이게 뭐지?”
그의 발치에는 단단한 돌이 하나 있었는데, 그곳에는 검의 손잡이가 하나 박혀 있었다.
‘이거 꼭 모 신화에서 등장하는 검같이 생겼는데?’
돌에 박힌 검.
유럽의 아서 왕 전설에 나오는 ‘엑스칼리버’가 떠오르는 상황.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연하게도, 그것을 발견한 헌터의 손이 돌에 박혀 있는 검의 손잡이로 향했다.
‘설마 뭐 저주가 걸렸다거나 그런 검은 아니겠지?’
그런 걱정이 잠시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지만, 그런 느낌이 드는 검은 아니었다.
오히려 뭔가 좋은 예감이 드는 검.
스르릉-
주인을 깐깐하게 고른다는 아서 왕 전설의 검과는 달리, 그가 돌에서 뽑아낸 검은 너무도 부드럽게 돌에서 빠져나와 그 태를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