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th the Machine God RAW novel - Chapter 140
기계신과 함께 – 140
이제까지 전 세계에는 재앙형 던전이 9개가 등장했었다.
그중에 클리된 것은 단 두 곳.
한국과 미국에 등장한 재앙형 던전이었다.
나머지 재앙형 던전은 6개월간 클리어되지 않고 방치된 끝에 폭주해 버렸다.
“이번에는 지난번과 같이 멍청하게 기다리지 말고 바로 클리어해야겠어.”
지난번에는 재앙형 던전 내에서 얻을 수 있는 아이템들이 워낙 짭짤했기 때문에 일부러 클리어를 안 하고 미뤄뒀었다.
던전 내 제2스테이지가 워낙 힘들기도 해서 굳이 클리어해야 할 필요성을 못 느끼기도 했었고.
그러나 그들은 왜 던전 정보에 ‘재앙형’이란 말이 들어가는지 다시 한번 생각했어야 했다.
폭주한 7개의 재앙형 던전은 그 인근 지역을 전부 초토화시켜 버렸다.
각국 헌터들은 뒤늦게라도 폭주하고 있는 재앙형 던전을 클리어하고자 부랴부랴 인력을 투입했었다.
하지만 그동안 클리어하려는 노력이 제대로 이루어지지도 않은 제2스테이지를 그렇게 단기간에 쉽게 클리어할 수는 없었다.
결국 정말로 재앙이 되어버린 재앙형 던전으로 인해 엄청난 인명과 재산상의 피해만이 상처처럼 남아버렸다.
“이번에는 바로 클리어할 테니까 최고의 탐색자들을 재앙형 던전 인근에 대기시켜 놔.”
“알겠습니다.”
그 밖에도 여러 가지 사안이 카이의 주도하에 논의되었다.
무결은 그 유익한 시간을 그 자리에서 함께했다.
* * *
검을 든 인간형 몬스터들이 무결에게 달려들고 있었다.
놈들은 무협 장르 던전에서 나온 놈들로, 무공을 사용할 수 있는 놈들이었다.
하지만 무결이 손에 든 [라이트세이버]가 윙- 소리를 내며 움직일 때마다 몬스터들이 검째로 갈라져 버렸다.
카이는 무결을 재앙형 던전 인근의 몬스터 토벌에 투입했다.
계속 상승세에 있는 ‘이한철’의 이름값을 높이고자 하는 속셈.
그의 장단에 맞춰주고자 무결은 적당히 전에 드러냈던 정도의 무력만을 드러내며 몬스터들을 썰고 있었다.
그 와중에 무결을 위에서부터 덮쳐오는 놈이 있었다.
무결이 건물 아래를 지나기를 기다리다 건물 위에서 기습을 가해온 신중한 녀석.
하지만 그를 처리한 건 무결이 아니었다.
무결의 그림자가 솟구쳐 올라 머리 위에서 내리꽂히던 녀석을 반으로 갈라 버렸다.
피가 후두둑 쏟아지는 것을, 검은 그림자가 장막이 되어 막아내었다.
그리고 그 검은 그림자가 무결의 옆에 섰다.
“직접 보는 건 오랜만이군.”
검은 옷으로 온몸을 둘러싼 존재가 무결을 보며 말했다.
“그래, 오랜만이군, 구자운.”
무결 또한 그를 보며 피식 웃었다.
오랜만에 무결의 옆에 본모습을 드러낸 정보부 담당자 구자운이었다.
그는 한동안 무결을 위해 일하다가 정식으로 은하그룹 소속의 정보부로 일하게 되었다.
이제까지 무결의 실력을 지켜보고 그의 그늘 아래로 들어오기로 결정한 것이다.
“들키지 않고 잘 왔겠지?”
통신 전파는 중간에 도청당하거나 감지당할 위험성이 있어서, 구자운은 조사한 사항을 직접 무결에게 보고하러 찾아왔다.
“내 실력을 본 게 벌써 일 년이 넘었는데 아직도 그런 의심인가?”
무결의 물음에 구자운이 못마땅한 듯 무결에게 말했다.
“그만큼 이곳이 복마전이라 그래. 너도 조사해 봤으면 알 텐데?”
둘은 알고 보니 서로 동갑이라 서로 반말을 하기로 했다.
“그건 그렇지. 중국의 카이라고 했나? ”
“그래.”
“······엄청난 놈이더군. 중국 쪽에서 활동 중인 암흑가 쪽 사람들은 아예 그냥 죽어 살고 있어. 덕분에 조사하는 데 상당히 애를 먹었지.”
“그래서, 실패했나?”
“성공했지.”
구자운이 씨익 웃었다.
“조사 결과는?”
“거참, 성질 급한 건 여전하군.”
구자운이 별 감흥 없는 무결의 말투에 투덜대고는 말을 이었다.
“네가 말한, ‘카이의 존재를 눈치채고 반감을 품고 있는 존재들’······.”
구자운이 약간 뜸을 들였다.
“있긴 있지.”
“그런데?”
무결은 구자운의 미묘한 뉘앙스를 알아채고 물었다.
‘있긴 있다’는 말은 ‘있다’라는 말과는 아주 달랐으니까.
“하나같이 겁을 먹었는지, 어떤 액션을 취할 생각은 않고 있더군.”
구자운이 못마땅한 듯 혀를 찼다.
하지만 반대로 무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이 현명한 거야.”
“뭐가 현명해? 하나같이 겁만 먹고 쫄아 있는데.”
구자운이 무결의 반응에 의아해했다.
“자운, ‘오라클’이라고 들어봤나?”
“오라클?”
구자운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각성자들 중에 ‘시공간 너머의 정보를 획득할 수 있는 자들’이다.”
“그런데?”
“카이에게 그런 오라클 능력자들이 있다. 아마 ‘어떠어떠한 특성을 가진 자들’을 색출할 수 있는 종류의 능력이 있을 거야.”
구자운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그런 사기 같은?”
“그래, 그런 능력자들이 나서면 카이에게 반하려는 불순분자들을 간단히 찍어낼 수 있어. 그런 면에서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 그들은 현명한 거야.”
무결이 턱을 괴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아마 그들은 오라클 능력을 막아낼 수 있는 사람을 찾고 있을 거야. 일단 그들의 위치는 알고 있지?”
“그래.”
“그래, 그럼 됐어.”
무결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은하그룹과 강하나 일행에게 전해줘.”
무결이 구자운을 바라보며 진지한 눈빛으로 말했다.
“절대로, 중국 베이징 부근에 열리는 이 재앙형 던전에는 들어오지 말라고. 절대로.”
무결이 ‘절대로’를 두 번이나 강조하며 구자운에게 말했다.
“이번 재앙형 던전은, 들어가면 반드시 죽는다.”
“······알겠다. 꼭 전하도록 하지.”
구자운이 심각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재앙형 던전은 언제 열리지?”
“아마, 한 한 시간 정도 남았을 거다.”
무결이 시간을 흘깃 보고 말했다.
“너는 도대체 어떻게 그런 걸 그렇게 자세히 아는 거냐?”
구자운이 새삼스럽게 무결의 뛰어난 정보력에 궁금해했다.
씨익.
무결은 그런 그의 질문에 그저 미소로 답해줄 뿐이었다.
‘미래의 던전 데이터베이스가 있어서’라고는 답해줄 수 없었으니까.
“그건 그렇고, 가기 전에 마지막을 해줄 일이 있다.”
무결이 구자운을 보고 말했다.
“뭐지?”
무결이 손가락으로 저 멀리서 일고 있는 폭음을 가리켰다.
“저기에서 날뛰고 있는 사람을, 쥐도 새도 모르게 생포해야 해서.”
“그게 누군데?”
구자운의 물음에, 무결이 씨익 웃었다.
“위청천.”
구자운이 골이 아프다는 듯 머리를 짚었다.
* * *
붕! 부웅!
거침없이 손에 든 나무몽둥이를 휘둘러 대는 트롤킹.
일반 트롤의 5배는 됨직한 키를 가진 그 거대한 몬스터에게 접근하려는 헌터는 없었다.
단 한 사람만 빼고.
콰아앙!
위청천의 주먹질이 거대한 트롤킹의 등뼈를 아작 내버렸다.
하지만 트롤킹이란 이름답게 트롤킹은 무시무시한 재생력으로 아작난 등뼈를 치료하며, 오히려 위청천에게 몽둥이를 사정없이 휘둘러 댔다.
부웅! 부웅!
“크와아아앙!”
그러나 위청천은 그 모든 몽둥이 공격을 피하며, 오히려 다시 놈의 품속으로 파고들었다.
콰앙! 콰앙! 콰앙!
거침없고 시원한 주먹질이 계속해서 트롤킹의 내부를 진탕시켰다.
하지만 트롤 킹의 재생력이 그 엄청난 재생력으로 내부를 다시 치유해 나갔다.
그럼에도.
콰앙! 콰앙!
위청천은 주먹질을 멈추지 않았다.
부웅!
트롤 킹이 계속해서 위청천을 잡으려 몽둥이를 휘둘러 댔지만, 그는 여전히 잡히지 않았다.
“크와아앙······.”
어느 순간부터 트롤킹의 포효 소리가 작아져 갔다.
그리고 계속되는 거침없는 위청천의 주먹질에······.
콰아아앙!!
마침내 트롤킹의 등짝이 터져 나갔다.
쿵.
트롤킹이 쓰러졌다.
“와아아아!!”
멀리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헌터들이 소리를 질렀다.
위청천이 한 손을 하늘 높이 번쩍 치켜들었다.
방송국 관계자들과 헌터들의 환호 소리가 더욱 커졌다.
그런데.
쑤욱.
위청천의 발밑 그림자가 쑤욱 늘어나더니, 갑자기 위청천을 집어삼켜 땅바닥 속으로 끌고 들어가 버렸다.
“······?”
헌터들과 사람들이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에 당황하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사라진 위청천은 되돌아오지 않았다.
* * *
“꽉 잡고 있어!”
무결이 구자운에게 소리쳤다.
“놔라, 이게 뭐 하는 짓이냐!!”
위청천이 분노하며 무결에게 소리 지르고 있었다.
그는 구자운의 그림자에 꽁꽁 묶인 데 더해, 구자운의 직접적인 관절기에 걸려서 전혀 옴짝달싹을 못 하고 있었다.
위청천의 등 뒤에 매미처럼 매달려 그를 옭죄고 있는 구자운이 식은땀을 흘렸다.
“야, 이 새끼 왜 이렇게 세! [근력 증가 비약]까지 섭취했는데, 모, 못 버틸 것 같아!”
“끄, 아아아악!!”
위청천의 온몸이 황금빛으로 물들었다.
그가 자신의 [반야대능력(般若大能力)]을 극한까지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조금만 참아!”
무결이 구자운에게 단호하게 소리치며 품속에서 [라이트세이버]를 꺼내 들었다.
윙-
[라이트세이버]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무결이 [라이트세이버]의 설정을 조절했다.
물질 비타격 모드.
그리고 눈을 감고 스킬을 발동시켰다.
[하늘의 눈].번쩍.
눈을 뜬 무결의 눈이 하늘을 닮은 깊은 푸른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위청천 씨.”
“······뭐냐, 배신자.”
위청천이 이를 으득 물고 무결을 노려보았다.
그의 분노로 불타는 눈빛이 무결을 향했다.
“돌아오세요.”
스윽-
무결의 [라이트세이버]가 위청천의 머리를 가르고 지나가며-
그 속에 담긴 스킬의 힘이 위청천의 어긋난 정신을 베었다.
원래의 기억과 카이에 의해 심어진 기억, 그리고 세뇌되었을 때의 기억들이 충돌하며 위청천의 머릿속이 엉망진창이 되었다.
“으아아아!!”
그가 땅바닥을 구르며 고통에 찬 비명을 질렀다.
그의 비명 소리가 커질수록 그의 고유 스킬인 [반야대능력]의 빛이 그의 몸에서 격렬하게 흘러나왔다.
‘반야’란 온갖 분별과 망상에서 벗어나 존재의 참모습을 깨닫게 해주는 ‘최상의 지혜’.
그의 머릿속이 점차 [반야대능력]에 의해 올바른 모습으로 정리되어 갔다.
“까······하악.”
목이 쉴 때까지 비명을 질러댄 위청천.
하지만 마침내······.
“허억, 허억.”
비명이 멎고, 감추어져 있던 위청천의 진정한 자아가 제 모습을 드러내었다.
“으윽, 여긴······?”
땅바닥을 뒹굴던 위청천이 땀이 흥건한 얼굴로 눈을 떴다.
“위청천 씨.”
무결이 그를 내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이······한철 씨?”
이한철이 헉헉거리며 바닥에 누운 채로 그런 무결을 올려다보았다.
“다행히 기억이 있나 보군요. 처음부터 끝까지 설명해 드릴 필요는 없겠어요.”
무결이 위청천에게 미소 지었다.
“지금까지의 기억을, 떠올려 보세요.”
“아······.”
무결의 차분한 말에 위청천이 멍한 얼굴로 자신의 기억을 하나둘씩 떠올리기 시작했다.
무결은 묵묵히 그가 생각을 정리하기를 기다려 주었다.
“제가······ 저는······.”
위청천의 눈이 조금씩 명징해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마침내 맑은 눈이 되어 무결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저는, 세뇌되었었군요.”
“맞습니다. 세뇌에서 풀려난 기분이 어떠신가요?”
“······분합니다.”
위청천이 이를 악물었다.
지금까지 세뇌되어 있던 시간이, 자신이 누군가의 노예가 되어 움직였다는 사실이 더할 나위 없이 화가 났다.
무결이 그런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분하기만 한 채로 누워 있으실 건 아니시죠?”
“······.”
위청천이 그런 무결의 손을 멍하니 올려다보았다.
“곧 반격할 찬스가 올 겁니다. 제가······.”
무결이 곧은 눈으로 위청천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제가, 곧 기회를 드리지요.”